umma! 자란다2020. 1. 16. 12:16

 

겨울방학이다.
아이들과 함께 아옹다옹 붙어지내면서 느끼는 바가 많다.
함께 있으니 좋다는 것.
집은 몹시도 어지럽고 세끼 밥을 차리고 먹고 치우는 일은 쉽지않지만
같이 장난치고 웃고 잠깐씩 같이 게임을 하고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 나누는 시간이 귀하고 좋다.

 

연수는 새해 열세살이 되었다.
오마나.. 언제 이렇게 컸담..
너의 아기시절이 생생한데

아직은 막내동생과 똑같이 삐지고 싸우며 엄마에게 응석을 부리는 큰아들이지만
얼마 안있어 성큼 내 곁에서 멀어져 저만의 세계로 나아갈 것이다.
그럴꺼라 생각하고 있어서 남은 시간을 달콤한 곶감빼먹듯 아껴아껴 보내고 싶어진다.

 

 

다정한 우리 둘째 연호는 새해 열살이다.
열살.. 얼마나 파릇파릇 좋은 나이인지! ^^

속상하고 서운할 때가 많은 둘째지만 그래도 언제나 가족들을 가장 많이 이해하고, 가장 많이 보듬으려고 애쓴다.
장래 희망이 축구선수인 연호야,
새해에는 더 튼튼해지렴.
밥 많이 먹고 많이 뛰어놀자~^^

 

막내 연제는 새해 여덟살.
새봄에는 초등학생이 된다.
내가 어릴때 할아버지는 나를 보고 ‘재주꾼’이라고 하셨다. 한옥집 뜨락에서 가족 사진을 찍을 때였나.. 아무튼 그 말씀에 나는 좀 으쓱하고 기분이 좋았어서 오래오래 기억한다.
지금 연제를 보면 딱 할아버지 표현대로 ‘재주꾼’ 같다.

춤도 잘 추고, 운동도 잘 하고, 사람들 웃기기도 잘 하는 연제는
형님들 어깨 너머로 배운 것이 많아
나이보다 의젓한 면도 있지만
짖궂게 까불거릴 때도 많다.
고집은 또 어찌나 센지.. 형들도 고집이 있지만 그럭저럭 엄마 말은 잘 듣고 조율도 되는데 비해 막내는 그야말로 고집불통이다.

나는 그런 연제를 걱정했다가 화가 나면 혼을 내다가 미워하기도 했다가 또 어린 아이한테 사랑을 줘야지 미워하면 안되지.. 하고 반성하기를 반복하고 있다.
이러면서 연제도 자라는 것일까.
이러다보면 어느날 막내도 엄마 말을 어느 정도는 수긍할 줄도 알게 되고, 형들과 놀 때 제멋대로 고집부리지 않고 그러다 언젠가는 의젓하게 철이 든 중학생 형님도 되고.. 그러는 것일까.


 

 

사람을 키운다는 것이 사랑을 키우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사랑의 그릇을 키워가는 것.
처음부터 아주 넓고 찰랑찰랑 넘칠만큼 큰 사랑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자람에 따라
내가 품고 키우고 마음쓰는 대상이 많아지고 커짐에 따라
내 사랑의 크기도 커지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아이들이 엄마를 키우고,
학생들이 선생님을 키우고
친구들이, 동료들이 서로를 키우고
함께 있는 존재들로 인해, 사랑하는 존재들로 인해
내가 자라는 것이 아닐까.

때로는 필요한 것보다 줄 수 있는 것이 적어 부족할 수도 있다.
영영 부족할 수도 있겠지만 조금 더 늘리고,
서로 또 채워주고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사랑은 일방통행은 아니니까.
아이들이 나에게 주고 있는 사랑을
알아차리고 고맙게 받아서 나도 또 내 사랑을 키워가야.


 

방학 맞은 삼형제는 셋이서 많이 논다.
동네 친구들과 놀이터에서 피구하고 축구하며 놀 때도 있지만 주로는 집이든, 공원이든 셋이 붙어 다니며 논다.
아직은 나도 늘 끼워주고 싶어해서
가끔은 넷이서 논다.
주말이 와서 아빠까지 다섯이 놀면 더 신난다.

오래 붙어있으면 많이 싸우지만 그만큼 더 서로에게 잘 맞출 수 있게 되고 잘 놀 수 있게 된다는 것은
시간의 선물이다.
하지만 그냥 시간만 같이 보낸다고 저절로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상처가 쌓일 수도 있으니까..
보며 때도 .
서로 아껴주고 이해하려고 하고, 함께 잘 성장하려고 애쓰는 시간이 쌓일 때에만 이 선물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시간의 비밀이다.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이 고마운 ‘시간’ 말이다.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