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3. 19. 20:05


관(棺)이 내렸다.
깊은 가슴 안에 밧줄로 달아내리듯
주여
용납하옵소서
머리맡에 성경을 얹어주고
나는 옷자락에 흙을 받아
좌르르 하직했다.

그 후로
그를 꿈에서 만났다.
턱이 긴 얼굴이 나를 돌아보고
형(兄)님!
불렀다
오오냐 나는 전신으로 대답했다
그래도 그는 못 들었으리라
이제
네 음성을
나만 듣는 여기는 눈과 비가 오는 세상.

너는 어디로 갔느냐
그 어질고 안쓰럽고 다정한 눈짓을 하고
형님!
부르는 목소리는 들리는데
내 목소리는 미치지 못하는
다만 여기는
열매가 떨어지면
툭하고 소리가 들리는 세상.

- 박목월 시, '下棺' 전문



3월을 나는 밤공기로 느낀다.
특유의 부드러운 밤공기.
차가운 겨울기운이 사라진 부드럽고 시원한 밤공기.
이런 공기라면 곧 목련도 꽃망울을 터트리겠고
이제는 잔디밭에 앉아 술잔을 기울여도 괜찮겠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그런 공기.

내가 처음으로 앞머리를 녹색으로 물들이고 뽀글뽀글 파마를 했던 
대학교3학년 시절에 새내기로 만났던 후배가 며칠전에 세상을 떠났다.
누나. 
하고 부르며 눈을 온통 감고 웃던 녀석. 

아이에게 골몰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고 사는 내가
후배 빈소를 찾아가며 올해 처음으로 봄밤공기를 마셔보았다.
그 공기는 여전히 부드럽고 따뜻했는데..

빈소를 지키는 후배의 부모님과
후배의 연인이었던 또다른 후배의 작은 등이 몹시 추워보였다.

이제 곧 꽃이 필텐데.. 
후배 떠나는 길에 꽃이 좀 피어 쓸쓸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다시 봄이 오고, 그 녀석 생각할 때쯤엔 꽃이 많이 피어 그의 부모님도, 연인도, 친구들도.. 조금씩 덜 외로웠으면 좋겠다. 


+

미안하다, 얘야.. 더 가까이 지내지 못한 것, 아픈 날에 찾아가보지 못한것, 이토록 젊은 날에 떠나보낸 것..
생각하니 모두 너무 미안한 일들이다.

부디 잘가렴..

떠난 곳에서는 아픔없이 언제나처럼 눈을 거진 다 감은채로 껄껄껄 많이 웃어라. 얘야.
우리들이 다시 만나는 날에는 처음 만났던 그 봄날들처럼 재미있게 놀아보자..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