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한살림.농업2011. 5. 4. 01:05



요즘 내가 연애하듯 좋아하고 있는 블로그이웃 살림님께서 문자를 보내오셨다.

"오늘 칼국수 맛있게 끓여먹었는데 연수엄마 생각이 났어요. 내가 끓여주면 좋은데.."

이런 기회는 놓치면 안된다.
자취 10년, 결혼살림 4년동안 다듬어진 고감도 더듬이에 포착된 '맛있는 집밥 얻어먹을 수 있는' 흔치않은 기회~!! 
얼른 날을 잡았다. ^^ 

"언니, 그럼 다음주에 저희 집에 오셔서 한번~~~^0^"

함께 만나고싶었던 다른 이웃들께도 연락을 드려 우리집에서 겸사겸사(?) 모임이 잡혔다.










손맛이야 살림님께 빌린다하지만 그래도 집주인으로서 재료는 미리 준비해둬야겠기에 살림님께 '뭐가 필요할까요?' 여쭸더니 친절한 답변이 왔다. 

"한살림 우리밀 칼국수, 멸치액젓, 다시마, 국물멸치, 간장 그리고 야채들(애호박, 감자, 당근, 양파)가 필요해요~"

연수와 산책삼아 슬슬 걸어 지하철 한 정거장 거리에 있는 우리 동네 한살림매장에 다녀왔다.
사실 사온건 '우리밀 칼국수' 2봉지뿐이고 나머지는 다행히 다 집에 있었다. 
한살림 우리밀 칼국수는 3~4인분(400g) 한봉지에 1,800원. 

한살림 우리밀 제품들(밀가루, 부침가루, 각종 면들)을 먹어보면서 우리밀이 수입밀보다 훨씬 맛있다는걸 알게 되었다.
수입밀은 장기간 바다를 건너온 묵은밀인데 반해 우리밀은 우리땅에서 작년에 수확해 바로 올해 공급하는 신선한 밀가루.
더구나 수입밀은 키울 때도 농약을 쓰고, 수출할 때도 부패를 막는 화학약품처리를 많이 하게 되므로(물론 1993년 대형농약사고 이후로는 수입밀가루의 농약잔류량이 기준치보다는 늘 적게 나오고 있다고는 하지만) 
일상적으로 많은 밀가루음식을 먹는 우리들의 건강에 훨씬 위험할 수밖에 없다.  
아토피 아이들중에는 우리밀음식을 먹으면 괜찮은데 수입밀로 만든 밀가루음식에는 아토피가 심하게 악화되는 아이들도 있다. 

가격이 시중 수입밀 제품보다 약간은 비싸지만 되도록이면 밀가루 음식은 안심하고 먹을 수 있고 맛도 좋은 우리밀을 주부들이 많이 썼으면 좋겠다. 
요즘은 기상이변으로 세계식량사정이 악화되면서 수입밀의 가격도 많이 올랐다. 
50년대 값싼 수입밀에 밀려 사라져버렸던 우리밀은 80년대 '우리밀살리기 운동'을 통해 조금씩 살아나기 시작해서 
생협 등을 중심으로 많이 확대되고 있지만 아직도 우리나라의 밀가루 자급율은 1% 밖에 안된다.
우리땅에서 우리 농민들이 우리밀을 푸르게 잘 키울 수 있도록, 그래서 우리 모두가 안심하고 또 안정적으로 밀을 먹을 수 있도록 우리밀 소비가 더 많이 늘어났으면 좋겠다.    
 










맛있는 칼국수 맛의 비결! 이라고 살림님께서 강조하셨던 '멸치액젓'. ^^
작년에 '내 손으로 김치를 한번 담궈봐~~?'하고 꼼질거릴때 극구 말리는 남편의 호소를 무시하고 사놨었는데
결국 김치는 못 담궜고(ㅜㅜ), 그후로 몇 달동안 우리집 냉장고에 자리만 차지하고 있던 액젓을 드디어 쓸 일이 생겼다.
  










멸치다시다 국물을 내놓고, 야채들을 손질해놓고 살림님을 기다렸다.
원래 TV요리프로에서도 요리선생님들은 1차 준비가 다 끝난 상태에서 야채 약간 썰고, 볶고 끓이는 과정만 담당하시는 법. ^^
오늘 우리 선생님께서는 의상도 멋지시다~! ^^

준비하다가 문득 생각나 "언니, 요리하시는 사진이랑 언니 레시피로 제가 이거(칼국수) 블로그에 포스팅해도 될까요?" 하고 물었더니 웃으면서 그렇게 하라고 허락해주셨다.
사실 남의 블로그에 출연(?)하는 일이 무척 쑥스러운 일이고, 또 그저 맛있는 음식 한번 더 먹여주고 싶으셨던 마음을 내 급한 숙제(한살림 블로그 활동단) 해결하는데 빌려쓰는 것같아 죄송스럽기도 했다. 
승낙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살림님.   
 









+ 살림님의 맛있는 칼국수는 이렇게~~! 

1. 다시마와 멸치를 넣고 국물을 푹 우려낸다. (칼국수 면은 오래 끓여야하므로 국물양을 좀 넉넉히 잡는 것이 좋다.) 
2. 다시마와 멸치를 건져내고 면과 야채들을 넣어 잘 끓인다.
3. 멸치액젓과 국간장으로 간을 맞춘다. (국물양에 따라 다르지만 큰 숟갈로 한 숟갈씩 넣으면 대략 3~4인분에 적당한듯^^;)
4. 면이 거의 익으면 다시마 건져둔 것을 썰어넣고 좀 더 끓이면 완성~~~!












아... 맛있었다.
특히 멸치액젓을 넣는 순간, 구수한 냄새가 집안에 진동하면서 '아 오늘 제대로 맛있는 국물요리 한번 먹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멸치액젓으로 미역국을 끓여도 맛있다하니 다음에 한번 해봐야겠다.
국물내는데 쓴 다시마는 아깝다 생각하면서도 어찌 쓸바를 몰라 그냥 버리곤했는데 가늘게 썰어 면과 같이 먹으니 그도 참 맛있었다. 음식 색깔도 알록달록 더 예뻐진다.
국물낸 다시마만 따로 모아두었다가 다시마무침을 만들기도 한다는데 살림님께서도 이웃블로거께 배웠다는 그 무침도 참 유용하고 좋은 요리아이디어인 것 같았다. 
버리는 것을 최소로 줄이고, 재료를 알뜰하게 사용하는 것이 몸에도, 지구에도 좋은 요리겠지..! ^^   












손님맞을 준비를 하면서 주식은 살림님께 부탁드린다 하더라도 간식 한가지 정도는 내 손으로 직접 만들어 대접하고 싶었다.
그래서 뭐가 좋을까... 궁리하다가 마침 냉장고에 시댁에서 보내주신 쑥이 많이 있다는 것이 생각났다.

쑥.. 쑥.... 쑥으로 만들 수 있는 별미.... 번뜩~! 떠오른 것이 바로 '쑥버무리'.  

보리출판사에서 나온 도토리계절그림책 봄편<우리 순이 어디 가니>에서 순이엄마가 준비하던 새참. 
어린 시절에 나도 친정엄마가 해주시던 쑥버무리를 몇번 먹어본 기억이 났다. 조금은 비릿한 것도 같았지만 따뜻하고 짭짤한 맛에 오물오물 잘 받아먹었던 것 같은 그 쑥버무리를 한번 해볼까.

인터넷으로 레시피를 찾으니 만드는 방법은 아주 간단했다.
다만 보통 '(멥)쌀가루'를 쓰거나 '밀가루'를 쓰는데 우리집에는 '찹쌀가루'밖에 없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음.... 괜찮을까..? 괜찮겠지...? 실패하면.... 나 혼자 다 먹지 뭐..ㅠㅠ  









+ 연신내새댁의 찹쌀가루 쑥버무리는 이렇게~~! ^^

1. 쑥(3줌)을 잘 씻어서 다듬어 놓는다. (이게 제일 힘들었음.ㅜㅜ)
2. 찹쌀가루 2컵, 유기농설탕과 소금을 조금 섞어서 체에 곱게 한번 걸러두고, 물기가 조금 남은 쑥을 넣어 골고루 버무린다.
3. 찜솥에 삼베천을 깔고 잘 버무린 쑥을 넣고(그릇에 남은 가루도 탈탈 털어 붓고) 뜨거운 김이 오를때 올려서 10분쯤 찌면 완성~!












아이들과 함께 먹을 생각에 설탕을 좀 많이 넣었더니 아주 달달한 쑥버무리가 되었다.
만드는 방법이 무척 간단하고, 만들어놓고 나니 생각보다 아주 맛있다. (울 엄마가 해주셨던 것보다 더 달고 덜 짰다.ㅎㅎ) 

찹쌀가루가 적당히 찰지면서 맛도 괜찮아서 나의 모험(?)이 성공한 것에 적잖이 안도하기도 했고...^^;  
본래 이 찹쌀가루는 연수가 가끔 입맛없어 할때 호박죽이나 팥죽쒀줄 용도로 가지고 있던 것인데, 어느날은 이걸로 경단도 한번 맛있게 만들어 먹었었다. 친정엄마가 물김치 담궈주실때도 쓰고~~ 
어린 아이있는 집에 한봉지쯤 두면 유용한 간식 재료도 되고, 반찬요리도 맛깔나게 해주는 고마운 재료다.  











오물오물... 이 날 놀러온 희범이와 윤우가 얼마나 잘 먹던지... 아줌마가 너무 기쁘고 고마웠다, 얘들아~^^











엄마 셋, 아이 셋... 
반찬은 물김치와 오이소박이 뿐인 소박한 밥상이었지만 (아, 아이들 반찬이 하나 더 있었지만 쑥버무리와 과자로 배를 채운 아이들은 밥을 그다지 많이 먹지 않았다.ㅠ) 
살림님의 따뜻한 정이 담긴 밥상이고, 먼길 기쁘게 와준 고래님과 함께 먹어서 더 맛있었던 칼국수 점심이었다. 











오늘도 아이데리고 힘겹게 씨름하며 밥상을 차리고, 아이 밥 먹이랴, 내 밥 먹으랴 허겁지겁 정신없이 끼니떼웠을 우리들..
생각하면 애틋하다.
힘들어도 밥 잘 챙겨먹고 기운내서.. 펄펄한 아이 키우는 고단한 젊은 엄마의 날들을 우리 같이 잘 살아내요.   

고맙습니다, 모두들. ^^

(이 날 아파서 함께 못했던 민하는 이제 좀 괜찮아졌는지... 다음에는 꼭 함께 정겨운 밥상에 둘러앉을 수 있길..!) 





Posted by 연신내새댁
생명/한살림.농업2011. 4. 30. 02:34



햇살이 환했던 지난주 토요일(4월 23일), 한살림 딸기생산지 방문을 다녀왔다. 
해마다 봄이면 한살림조합원들을 대상으로 '딸기생산지 방문'행사가 열린다. 
딸기생산지 외에도 여러 생산지별 방문 행사가 연중 진행되고 파종과 추수 때에 맞춰 단오 행사와 가을겆이 한마당 등 큰 행사가 많지만.. 어린 아이 키우는 집에서 가장 가보고싶어하는 행사는 아마도 이 '딸기 생산지방문'이 아닐까. ㅎㅎ 

딸기킬러 연수는 제사지내러 가서도 꼭 딸기 앞에 서서 절한다. 
더 어려 절도 못할 때는 제사지내는 내내 그냥 제사상(딸기) 앞에 앉아서 어른들이 주신 딸기만 먹고 있었다. ^^;;;
그런 연수를 보고 어른들이 '얘는 필히 딸기밭에 한번 데려가야겠다'고 하셨었는데 
그 말을 잊지않고 있던 엄마, 올 봄에는 꼭 '한살림 딸기생산지 방문'을 신청해서 가보리라... 벼르고 있다가 
신청일 아침 일찍부터 전화를 걸어 다행히 선착순 안에 드는데 성공했다.    
연수는 딸기밭에 가는 날이 언제인지 자주 물으며, 집에 있는 대바구니를 꼭 가져가서 저는 거기다가 딸기를 가득 따오겠다고 기대에 부풀어있었다.









내가 속해있는 한살림서울 동부지부에서는 아침 8시에 전세버스 1대를 대절해서 40여명의 조합원가족들과 지부 활동가분들이 함께 방문길에 올랐다.
덕분에 토요일아침 6시부터 일어나 씻고, 밥먹으려니 피곤하기도 해서 "으이그~~ 이 녀석아, 딸기는 왜 그리 좋아해가지고~!!" 하며 공연히 연수에게 한마디 하기도 했지만 막상 상쾌한 아침공기를 마시며 세식구가 손잡고 버스를 타러 가자니 봄소풍가는 아이처럼 설레고 기분이 좋아서 마냥 웃음이 나왔다.
배가 많이 나와 조심스럽긴 하지만 아직은 평화가 배속에 있으니 내가 가보고픈 곳에 마음대로 찾아다닐 수 있다는 사실이 고맙고, 이제 곧 동생이 태어나면 엄마와 이렇게 제가 좋아하는 바깥나들이를 많이 하기 어려워질 연수에게 즐거운 나들이 선물을 할 수 있는 것도 참 감사했다. 
날이 맑은 것도, 고단한 신랑이 즐겁게 동행해준 것도 모두 기쁜 아침이었다.
 








우리가 찾아간 곳은 충남 부여에 있는 '소부리 공동체'.
지부에서 나눠준 안내문을 보니 소부리공동체는 1994년 딸기를 주요작물로 하는 '청마공동체'로 출발해서 한살림 초창기부터 딸기 공급을 책임져왔던 곳이라고 했다. 지금의 이름을 갖게 된 것은 2006년부터로 현재는 벼, 잡곡, 수박, 버섯, 취나물, 산딸기 등 다양한 품목을 한살림에 공급하고 있었다. 공동육묘장과 공동퇴비장, 친환경자재 공동구입과 공동방재 등을 통해 생산관리와 기술개발을 함께 하면서 친환경농업을 통한 지역농업 살리기, 한살림적 마을공동체의 모델을 만들기위해 애쓰고 있다고 소개되어 있었다.  

한살림의 생산지들은 대부분 '공동체'라는 생소한 이름을 쓰고 있다.
개인의 힘만으로는 하기 힘든 유기농, 친환경 농업을 서너가구가 뜻모아 함께 시작하고, 점차 마을의 더 많은 이웃들과 그 뜻과 농법을 함께 하게 되면서 꾸려지는 '공동체'. 종내는 그것이 마을 전체로 퍼져가 우리 농촌을 그저 살벌한 자본주의 경제논리에 휘둘리는 피폐한 공간이 아닌 사람기운, 생명기운이 가득한 공동체로 살아있게 하고싶은 마음이 느껴지는 이름이란 생각이 들었다.    









생산지에 도착해보니 서울 말고도 경기도 군포와 대전 등 여러 곳에서 출발한 전세버스들이 속속 도착하고 
어린 아이들은 벌써 논둑길 밭둑길로 꼬물꼬물 몰려다니고, 생산지의 어르신들은 검게 그을린 얼굴에 수줍은 미소를 띠고 멀찌감치 서서 도시 식구들을 바라보는...  참 흐뭇하고 따뜻한 광경이 봄을 맞아 눈부시게 피어나는 자연속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생산자 조합원과 소비자 조합원이 인사를 나눴다.
한 동네에서 농사지으며 함께 비맞고 눈맞고 냉해와 폭염같은 이상기후에 함께 걱정하고 긴장하는 생산지 조합원분들뿐만 아니라 멀리 도시에서 이 분들이 보내주신 먹거리 먹으며, 구제역에 같이 마음 아파하고 안전한 먹거리들을 보내주시려 애쓰는 생산지 분들께 늘 고마워하는 소비자 조합원들도 한살림이라는 한솥밥을 먹는 공동체구나... 실감할 수 있었다.

대학시절부터 참 좋아했던 공동체라는 말이
파편화된 개인들의 살벌하고 끝없는 경쟁만을 강요하는 세상의 질서와는 조금은 동떨어진, 왠지 따뜻한 사람의 피가 흐르는 말인 것만 같아서 막연한 대안으로 좋아해왔던 이 말이
아이를 키우고 살림을 하는 이즈음에는 조금씩 더 구체적인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









딸기밭에 가기전에 우선 점심을 먹었다.
생산지의 여성농민들께서 정성스럽게 준비해주신 점심.
참가자들은 모두 개인식기를 준비해왔다. 가뜩이나 바쁜 봄농사철에 밥을 준비해주시는 것만도 감사한데 설겆이까지 생산지에 맡길 수는 없다는 이유로 준비물(개인식기, 컵, 수저)을 꼼꼼히 공지해 준것도 좋았고, 그렇다고 많은 참가자중에 덜렁 일회용품을 들고온 사람이 없는 것도 한살림 조합원답게 여겨져서 뿌듯했다.
 
딸기 생산지답게 음료대에는 '딸기쥬스'가 보리차와 함께 큰 통에 준비되어 있었는데 와~~~! 얼마나 달콤하고 맛있는지 연수는 연거푸 몇잔을 들이키고도 '또~! 또~!'를 외쳤다. 연수는 밥 반, 딸기쥬스 반으로 달콤하게 배를 채웠다.










잡곡밥, 된장국, 배추겉절이와 취나물 무침, 양송이오징어무침, 김, 멸치볶음으로 차려진 푸짐한 밥상.
얼마나 맛있었는지 나 혼자 3인분은 먹은 것 같다. 장금이 미각을 자랑하는 연수아빠도 연신 '너무 맛있네, 너무 맛있어!'하면서 큰 그릇에 밥을 몇차례나 더 받아오더니 남은 밥풀까지 물에 말아 싹싹 긁어 먹었다.









드디어 출발~! 각자 배정받은 트럭을 타고~~~!!! ^^










두둥~~! 여기가 바로 딸기밭~!! ^^











초록색 잎사귀위로 핀 하얀 꽃들, 그 아래 올망졸망하게 드리워진 빨간 딸기! 
사진만 봐도 그 달콤한 향기가 느껴지시는지 모르겠는데.. 하우스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정말 달콤~~~ 했다. 오호호호~~!! ^^









집에서 들고온 대바구니에 신나게 딸기를 따담는 연수.

딸기 순이 다치지 않게 조심해서 따야하는데 어른들은 딸기따는 요령을 그래도 쉽게 손에 익혔지만
연수같이 어린 아이들에게는 그도 쉽지 않아서 무턱대고 세게 잡아당기기도 했다. 
생산지 방문이 우리들에게는 참 기쁜 일이나 생산자 분들께는 귀한 딸기밭이 수난을 겪어 살짜쿵 마음아픈 일이기도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 분들이 우리에게 열어주신 따뜻하고 넉넉한 마음, 이 흔치않은 기회가 더욱 귀하고 고맙게 느껴졌다.
 








신나게 따고....









열심히 먹었다. ^^;;;

그 자리에서 따서 먹는 것은 얼마든지 먹고, 집에 가져가고 싶은 만큼만 바구니에 담아서 들고오면 한살림의 판매가격과 동일하게 받고 파신다는 말씀에  
그래.. 어렵게 키우신 딸기를 거저 너무 많이 먹으면 되랴.. 조금만 먹고 많이 사가자... 생각했건만
아. 한 입 먹어본 순간... 일찌기 먹어본 적이 없는 생생한 맛에 그만 주체할 수가 없었다.
따는 족족 입으로....ㅠ.ㅠ

정말 맛있었다. 입 안 가득 퍼지는 달콤한 맛! 작고 못생긴 딸기일수록 달고 맛있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멋모르고 크고 잘생긴 딸기만 바구니에 따담다가 나중에는 못생긴 녀석으로 골라서 그냥 계속 따먹으면서 걸어갔다. 아. 얼마나 정신없이 먹었던지~^^;;;
평화는 정말 복받은 아이다. 엄마가 이렇게 원없이 딸기를 먹었으니 평화도 배속에서 무척 행복했을 것같다.











한참 먹고, 따고 한 뒤에는 집결시간까지 시간이 좀 남아 딸기밭가에 앉아 햇볕을 쬐며 놀았다.
우리 팀은 연수 또래의 어린 아이들이 있는 세 가족이었는데  한 가족은 정말 열심히 계속 딸기를 따고, 우리와 또 한 가족은 그저 슬렁슬렁 밭둑길을 오가며 아이들과 놀았다.
나중에 얘기를 들어보니 생산자 분들마다 스타일이 다르셔서 어떤 분은 시간이 남자 근처의 선사유적지에 데려가시기도 하고, 
어느 분은 산등성이에 올라가 나물을 캐도록 한 분도 계셨단다. 
하지만 연수 또래의 요 아이들은 길섶의 민들레 꽃을 따고, 그저 논둑길을 뛰어다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웠다. 지켜보는 부모들도 모처럼 느껴보는 여유롭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개구장이 김연수는 논물에 뛰어들어서 한쪽 발을 온통 적셨다. (이후에 사건에 비하면 이 정도는 약과~~^^;;)
햇볕이 좋아 장화는 금새 말랐다.









젖은 발도 말리고...










연수가 만든 민들레 꽃다발.











맨발에 닿는 흙의 감촉. 어때, 연수야? ^^











아무데나 철푸덕 잘 앉는 엄마는 아이도 아무데서나 맨발을 벗겨놓는다.
더 조심하며 살아야지... 생각하다가도 햇볕 좋은 날, 흙땅을 만나면 나도 모르게 마음안에서 퍼지고 앉고 싶고, 아이도 자유롭게 풀어놓고 싶은 욕망이 솔솔 피어오른다.
맨발로 걷자, 햇볕도 더 받자. 궁둥이로 올라오는 뜨뜻한 땅의 열기도 느껴보자. 
 









봄은 아련하다.
멀리 산이 푸르게 물드는 모양도 아련하고, 복숭아꽃 살구꽃 핀 나무도 아련하다.
날로 보드라워지며 푸석하게 숨을 쉬는 봄땅도 아련하다.
가끔 아이 마음에 저런 풍경이 들어앉았으면.. 하고 바라는데 지금 내가 아이에게 주고 있는 것은 도시와 아파트의 삶이니.. 참 쉽지않고, 거창하기만한 꿈이다.  
















이번호 녹색평론에 실린 나희덕 시인의 글에 '사람들이 저마다 마음속에 갖게 되는 유토피아의 상은 열 살전에 만들어진다'는 얘기가 있었다. 
아. 그래서 내가 이토록 시골의 풍경을, 자연속에서 뛰어노는 아이를 꿈꾸는구나... 비로소 알 것 같은 기분이었다.
내 유토피아는 논둑길과 밭둑길 사이를 하루종일 헤집고 다니며 동무들과 소꿉놀이를 하고, 또 때론 멍하니 들판의 나무들을, 하늘과 구름을 바라보기도 하던 그 때에 만들어졌구나. 언제고 그리워지는 풍경. 아무때나 들어가있고픈 공간.

연수의 유토피아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궁금하다.











산등성이에 핀 진달래를 꺽으러 갔다가 기어코 진흙탕에서 넘어지고 말았다.
진달래따러 가자고 부추긴게 엄마였으니... 넘어진 아이를 어찌 탓하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진흙을 옴팡 뒤집어쓴 연수 모습이 너무 우스워서 터지는 웃음을 참기가 어려웠다.
제딴에는 처음 겪어본 일에 놀라 서럽게 우는 아이 옆에서 애써 웃음을 참아가며 달래느라 애먹었다. 












이 상태로 집결지로 돌아가자 버스타고 오는 길에 얼굴 익힌 동부지부 조합원들과 활동가분들, 생산지의 여러 어르신들이 모두 연수보고 웃느라고 뒤로 넘어가셨다.
"아이고~~ 니가 제일 신나게 놀았구나~!" 하는 말씀을 들으며 식당 부엌에 가서 따신 물에 씻고 옷을 갈아입었다.











다시 모인 공동체 창고에서는 떡메를 치고, 돼지고기를 볶고 막걸리를 나누며 푸짐한 잔치가 벌어졌다.











바로 떡메로 쳐서 그 자리에서 슥슥 잘라 콩고물에 묻혀주는 따뜻한 인절미는 입안에 넣자마자 사르르 녹아버렸다.
연수가 혼자 두 접시는 먹은 것 같다. 받아오는 족족 오물오물 눈깜짝할 사이에 먹어치워서 엄마아빠는 몇개 맛도 못봤다.
그나저나... 생산지방문 행사에서 가장 경계해야할 것은 입맛이 너무 고급스러워진다는 것이다.
이런 맛있는 떡을 언제 또 먹어보겠나... 
약도 안치고 유기농으로 키우는 딸기를 밭에서 바로 따서 먹어보았으니 다른 딸기가 눈에 차기가 참 어렵다.
아들을, 아빠를, 그리고 나 자신도 이런 진짜배기 맛속에서 살게하고 싶어 한살림을 하는 것이지만... 이 눈높은(?) 사람들을 데리고 앞으로 어찌 살아야하나... 생각하면 막막하기도 하다.

한편으론 이렇게 마을사람들이 모두 모여 한쪽에선 떡메를 치고, 한쪽에선 부지런히 썰어 콩고물 묻혀 내놓는 갓 만든 인절미의 맛을 잃고 살아가는 오늘 도시 사람들의 삶이란 참 안쓰러운 것이구나.. 참 쓸쓸하고 가여운 것이구나.. 싶기도 했다.











생산지의 젊은 여성농민들.
나와 같은 애기엄마들이실 이 분들과 언제 이야기나눌 날도 있었으면...











연수아빠가 한 잔 더 못마시고 온 것을 두고두고 아쉬워하던 막걸리.
"야~ 이거 농활가서 먹던 딱 그 맛인데!"하고 얼굴 환해지시더니.. 여보, 서울에서 먹으면 그 맛이 안 나겠지..? ^^











돌아오는 길.. 연수는 벌써 눈이 감긴다.
참 배부르고 맘따신 날이었다.
내가 갔던 박철용 생산자님댁의 안주인 아주머니는 내년에도 꼭 오라고, 갓난아이는 본인이 봐주실테니 걱정말고 딸기따라고.. 꼭 우리집으로 다시 와야혀~ 하고 신신당부하셨다.
큰따님 어릴적에 젖이 적어서 돌전부터 딸기즙이랑 미음먹여 키웠었노라고 말씀하시며 배속의 아기한테 좋은 것이니 많이 먹으라고 딸기도 내가 드린 값보다 훨씬 많이 싸서 마다하는 내손에 기어코 들려주셨다.
먹을 것 하나라도 더 싸주려하시는 어머니들을 보면 나는 친정엄마같이 느껴져서 마음이 뭉클해진다.
그래서 또 '소부리 공동체'에 아는 친지, 가족 한 분 계신 것처럼 애틋하게 떠올려볼 수 있게 되고 말았다.











동부지구 황순화 활동가께 부탁드려 찍은 유일한 이 날 가족사진.
내년에는 갓난쟁이 평화를 안고 다시 또 오게 될까. 그리 되었으면 좋겠다.
언제고 한살림 딸기를 먹을 때면 이 날이, 이 곳이 떠오를 것이다.
먹거리 하나에 풍경 하나, 이야기 하나, 사람 하나.. 떠올릴 수있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마음이 넉넉해지는지 모른다.

고맙습니다, 모두들. 
고맙습니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생명/한살림.농업2011. 4. 20. 23:56










'햇살모임'에 가려고 나선 아침, 봄햇살이 눈부셨다.
모임이 열리는 우리 동네 조합원님댁은 다행히 우리집에서 큰길 하나만 건너면 되는 큰 아파트단지안에 있었다.
연수를 유모차에 태우고 우리 모자에게는 조금 이른 시간인 오전 10시 약속에 늦지않기위해 부지런히 걸었다.
봄이 완연했다. 개나리, 민들레, 나무마다 새로 돋은 연녹색 잎들이 햇살에 반짝거리는 길.
어떤 사람들을 만나게 될까.. 마음이 설렜다.

사실 '블로그 활동단'이 되지 않았으면 아마 이번에도 동네 모임에 참석할 엄두는 내지 못했을 것이다. 
주로 어린 연수를 데리고 낯선 곳에 갈 엄두가 안난다는 핑계를 댔지만
실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작은 틀이나마 '모임'이라는 이름을 걸고하는 활동에 참여하는 것을 내심 두려워하고 있었다.

하지만 기왕 마음먹고 3개월 동안 블로그에 한살림을 소개하는 일을 해보기로 했으니
한살림의 가장 기초적인 소비자조합원 모임이라 할 수 있는 동별 '햇살 모임'을 나부터 한번 가보고, 그 이야기를 전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용기를 냈다.
전날까지도 갈팡질팡하던 마음을 다잡고 연수에게 "연수야, 우리 내일 딸기젤리 만들러갈까?" 물었더니 연수는 물론 좋다고 했다.











처음 가보는 생협 모임이라 긴장되기도 했던 마음이 봄길을 걸으며 반쯤 풀어졌다면
나머지 반은 모임 장소였던 이원순님댁에 들어서는 순간 스르륵 풀어졌다.
초등학생, 유치원생 두 딸을 키우고 있다는 이원순님 댁에서 연수는 누나들의 아기자기한 장난감에 푹 빠져
'이보다 행복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이것저것 만져보고 구경하며 어디 아는 집에라도 놀러온 것처럼 편하게 놀았다.
덕분에 나도 연수를 슬슬 따라다니기도 하고, 한분 두분 모이기 시작한 우리 동네 조합원 분들과 인사를 나누며 마음 편히 있을 수 있었다.  











동별로 진행되는 햇살모임은 매달 1회, 한가지씩 주제를 가지고 조합원들이 같이 모여 배워보기도 하고 조합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는 자리다. 이 날의 주제는 '딸기젤리 만들기'.
내가 사는 강일동에서는 오늘이 첫모임이었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들이 새로 들어서면서 새롭게 모임을 꾸릴 수 있을만큼 조합원 수가 많아진 것인지, 뭔가 풋풋하고 설레고 그러면서도 편안한 동네모임으로 10여명의 조합원분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9개월된 다희, 연수 또래의 아이가 둘, 그리고 서른넷(내가 막내였다^^:;)부터 쉰셋까지 다양한 연령의 엄마들이 한자리에 둘러앉았다. 한살림이라는 이름 아래 이렇게 여러 세대의 엄마들이 스스럼없이 어울릴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자기 소개를 하는데, 참석자중 두 분이 일본인이셨다.(한살림은 국제적 조합..? 인 것은 아니고..^^; 아직 외국인은 조합원으로 가입할 수 없어서 두 분 다 남편분들이 조합원으로 가입해있다 하셨다.) 
아니, 진짜로 놀라운 것은 한국인 남편과 결혼해 오랫동안 한국에서 살아온 이 분들의 국적이 아니라 두 분이 각각 아이 넷과 아이 다섯을 키우고있는 어머니였다는 것이다. 와!! 진짜 대단한 분들을 이렇게 가까이서 뵙다니~~!!! ^^

아이가 넷, 다섯이니 큰아이는 대학생 막내는 유치원생인 댁도 있었고, 그정도까지는 아니어도 초중고에 골고루 자녀를 둔 댁도 있었다. 이 분들의 아이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웃음이 나고, 많은 아이들을 키우며 얼마나 고생하셨을까.. 뭉클하기도 했다. '큰 아이들이 작은 아이들을 키우더라.. 아이들은 계속 자란다. 아이들의 성장이란 것은 정말 놀라워서 어제 못하던 것을 오늘 할 수있게되고, 내일이면 더 많은 것을 할 수있게 되기 때문에 큰 아이들이 자란 뒤에는 모든 것이 훨씬 수월했다.'는 말씀에는 고개가 끄덕여지면서 감동도 많이 받았다. 곧잘 투닥거리고 늘 소란스러운 대가족의 엄마로서 힘들고 속상한 순간도 참 많으셨겠지만 자라는 아이들의 모습에 감동받고, 또 보람과 행복도 느끼고 계신 듯한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두 분은 출산이 멀지 않은 내게 따뜻한 격려와 응원을 해주셨다.

이 두 분께 일본에 계신 친정가족들은 이번 대지진으로 힘들지 않으신지 물었더니 두 분 다 고향이 오사카라 다행히 큰 피해는 없었다고 하셨다. 그래도 많이 놀라고, 많이 걱정되셨겠다고.. 함께 모인 엄마들이 모두 안부를 묻고 걱정하니 그 모습도 따뜻하고 좋았다. 
 










이 날 모임은 강동구와 송파구, 하남시를 아우르는 한살림서울 '동부지구'의 활동가인 황선화 님이 진행하셨다.
조합원들과 함께 나눌 이야기들이 꼼꼼하게 적혀있는 A4종이 7쪽짜리의 모임 안건지를 받아드니 '아고.. 이런 안건지를 받아보는게 얼마만인가' 싶어 웃음이 났다. 애기낳고 살림하는 지난 3년 동안 참 A4종이 볼 일이 없었고나..^^; 

안건지의 첫머리에는 시가 있었다. 


꽃이 핀다

봄은 생명이 발화하는 시기다.
꽃이 아름다운 것은 말할 것도 없이
그 꽃이 제 목숨을 바쳐서 그것을 피워냈기 때문이다.
미물도 마찬가지고 새들도 마찬가지고 짐승들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소중하게 여겨야 할 것들은 
꽃을 피우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과정이지
꽃이라는 결과물이 아니다. 그게
사람이라면 더 말해
무엇하랴. 

- 박범신의 <산다는 것은> 중에서 - 


 
제 목숨을 바쳐서 피워내는 꽃.
그리고 꽃이라는 결과물보다 소중한, 꽃을 피우기위해 최선을 다하는 과정..
아이라는 꽃을, 그 꽃이 제힘으로 단단한 땅에 뿌리내릴 때까지 최선을 다해 보살피는 엄마의 삶을 사는 요즘이라 시가 더 뭉클하게 다가왔다.

시가 써있는 안건지가 좋다. 
대학시절에 단과대 운영위원회 안건지 첫머리에 늘 시를 한편씩 써놓던 선배 생각도 났다.
 










한살림 동부지구 소식과 여러 분과모임 안내, '수입 밀가루 끊고 살아보기' 등 모임 순서지에 적힌 내용들을 찬찬히 살펴보며 이야기를 나눈 뒤에 
오늘 모임에서 배우기로 한 '딸기젤리 만들기'를 하러 부엌으로 갔다. 
동부지구 차원에서 동네모임인 햇살모임을 지원하기 위해 딸기젤리 재료 일체와 간식거리(우리밀 롤케잌, 각종 한과 등)를 푸짐하게 보내주셔서 먹성좋은 연수와 엄마는 맛있는 한살림 간식들을 신나게 먹었다. ^0^ 
엄마들이 젤리 만드는걸 배우는 동안 아이들은 제가끔 잘 놀았다. 가끔 투닥거리기도 해서(주로 연수가 친구와 동생을 향해 제 '힘'을 과시하려했다ㅠㅠ) 긴장될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큰 소란없이 모임은 잘 진행되었다. 생각해보니 엄마 따라와 제법 긴 시간을 잘 견디고 놀아준 애기들도 참 애썼다. 고맙다. ^^   



** 자, 그럼 한살림표 딸기 젤리(실제로는 푸딩같음) 만드는 법을 보실까요~^^





사진순서는 1 - 2 - 3

                6 - 5 - 4    입니다.





재료: 딸기 500g, 물 2컵, 설탕 2T, 한천가루 1t

1. 딸기를 잘라 물 2컵을 붇고 센불에서 끓여 부글부글 끌기 시작하면 중불로 줄여 딸기가 하얗게 물이 빠질 때까지 끓인다.
2. 익은 딸기를 체에 받혀 거른다.
3. 체에 거른 건더기는 버리고, 남은 딸기물에 설탕 2T를 넣고 녹인 후, 한천가루 1t를 솔솔 뿌려 잘 섞어준다. (유기농설탕은 당도가 좀 약해서 3숟갈 정도 넣기도 해요)
4. 다 섞은후 살짝 끓여주었다가 미리 준비해둔 유리나 도자기 그릇에 담는다.
5. 잠시 식힌후 잘라놓은 딸기로 예쁘게 장식도 해주고...
6. 냉장실에서 2~3시간 더 식히면 부드러운 한살림 딸리젤리 완성! ^^













오늘 만든 것은 냉장실에 넣어두고 황선화님이 미리 만들어오신 딸기젤리와 귤젤리를 함께 먹어보았다.
음~~ 집에서 주문해먹던 '한살림 과일푸딩', 딱 그 맛이다.
너무 달지 않으면서도 과일 고유의 향과 맛이 그대로 느껴지는 맛있는 푸딩... 이렇게 만드는 거였구나. ^^
한천가루는 시중에서 구입해야 한다. 집에 갖춰두고 만들어놓으면 손님상 디저트나 아이에게 주는 깜짝간식으로 정말 훌륭할 것 같다.












엄마가 사진찍느라 바쁜 사이, 연수는 옆에 앉았던 아주머니께서 떠주시는 젤리를 듬뿍듬뿍 받아먹으며
'어때? 맛있어?' 하는 물음에 연신 '맛있어요!!'하고 대답하고 있었다. 햇살모임.. 좋지, 연수야? ^^;;













이후에는 지부와 한살림에 건의사항을 얘기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와~ 이 시간의 열기가 정말 뜨거웠다.
평소 사용하던 한살림 물품에 대한 건의사항이 다양하게 쏟아져나왔고, 누군가 어떤 물품에 대해 이야기하면 여기저기서 '정말 그래~!', '그래, 그렇게 바뀌면 참 좋겠다'하는 진지한 공감이 터져나왔다. 
누구 하나 '너무 예민한거 아냐~'하며 핀잔주는 사람도 없었고, '그럴땐 이렇게 해보면 좋더라'라는 유용하고 실속있는 노하우들도 속속 공개되었다. (역시... 아줌마선배님들의 생활의 지혜는 정말 대단하다. 초보새댁은 한쪽에서 연수 책읽어주며, 이 아까운 이야기들을 최대한 놓치지않고 들어보려고 나름 무진 애를 썼으나.. 그래도 많이 놓친 것 같아 안타깝다.)

한살림 보습크림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한살림 비누와 샴푸를 거쳐 두피를 건강하게 유지하고, 머리카락이 덜 빠지게 하는 머리감기법까지.. 거침없이 흘러갔다. 
한살림 매장에 가서 보고 느꼈던 것, 바뀌었으면 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도 중요했고, 그러다 같은 동네에 사는 조합원끼리 함께 카풀해서 매장에 다녀오자는 약속도 하게 되었다. 어린 아이를 데리고 평일에 혼자 매장가서 무겁게 장봐오기가 쉽지 않았던 애기엄마들로서는 참 반가운 이야기였다.













이웃이 있어서 참 좋다.
한살림을 함께 하는 이웃들이어서 더 고맙다. 

한살림과 함께 생명을 살리는 농사를 지원하고, 생명을 살리는 밥상을 차리고, 지구를 살리는 생활물품들을 사용하려 애쓰는 여러 엄마들을 만나게 되어서 참 행복하다. 












이 날 모임에는 조합원인 이웃엄마를 통해 한살림 물품은 진즉부터 사용해왔으나 아직 조합원은 아니었던 분도 한분 오셨다.
다음달 모임장소를 의논하던 이 분들, 곧 조합원으로 가입하겠다는 그 분 댁으로 모임장소도 전격 잡아버리신다.
우와... 한살림, 무서운 조직이다. ㅎㅎㅎ

그러나 4월은 조합원 맞이의 달.
이 달에 가입하고 5월 13일까지 물품을 이용하시는 신입조합원께는 특별가입선물(쌀라면.감자라면 각2봉씩)과
올해의 가입선물 '주방용 물비누'(보충용 600ml)도 함께 드린다 하니... 관심은 있으나 망설이셨던 분들이라면 4월이 가기전에..! ^^


+


돌아오는 길, 한낮의 햇살이 따끈했다.
그리 멀지 않은 길이지만 배부르고 졸렸던 연수는 유모차에서 잠이 들었고 나는 내가 더불어 살게된 새로운 동네, 새로운 이웃들을 생각하며 천천히 걸어왔다.
아직은 여전히 어색하고 낯설지만.. 이제는 이 분들과 함께 오다가다 만나면 반갑게 인사도 하고 한달에 한번쯤은 모임에서도 만나고 그러다 무슨 일이 있으면 같이 동네에서 캠페인도 하고, 아이들 유치원, 학교 이야기도 하고... 그래, 그럴 수 있겠구나.. 싶어 마음 한구석이 든든했다. 

한살림 전체를 놓고 보면 소비자조합원들의 동네 모임인 이 햇살모임은 여리고 푸른 새 잎쯤 될 것 같다. 
푸른 잎들이 숨을 잘 쉬고, 햇볕도 잘 받고 해야 줄기도 뿌리도 모두 튼튼해지는 것처럼 
햇살모임들이 싱싱하게, 건강하게 많이 살아있어야 한살림의 줄기인 활동가들, 뿌리인 생산자들 모두 더 건강하게 살아가실 수 있겠지. 나무 전체가 신나게 쑥쑥 잘 크겠지... 
그렇게 생각하니 '나'라는 작은 잎사귀 하나도 소중하고, 우리 햇살모임도 참 소중하구나... 싶었다. 

햇살모임이 오늘처럼 서로 그렇게 많이 '공감'하고 맞장구치고, 가슴 시원해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그런 모임이었으면 좋겠다. 평화를 낳고 한동안은 또 참석하기 어렵겠지만.. 얼마동안 떨어져있다해도 마음은 참 든든할 것 같은 동네모임, 한살림 햇살모임이었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생명/한살림.농업2011. 4. 8. 12:57
 








한살림 블로그 활동단이 되었다.
조합원이 되고 3년 동안 늘 고맙게 물품만 잘 이용해왔는데 얼마전 블로그활동단을 모집한다는 배너를 보고 문득 '나도 한번 해볼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써오면서 물품과 한살림 활동에 대한 신뢰도 많이 생겼고,
요즘처럼 농민도, 지구도, 소비자인 우리도 힘들고 불안한 때에 뭐라도 작은 힘을 보태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분들이 신청하셨는데 고맙게도 선정이 되었다.

블로그 활동단이 된 기념으로...
3행시를 한번 지어보았다. ^^;
(구구절절 길게 쓰는 건 할 수있지만 이런 분야는 참 약한데... 흠흠.)


             집 건너 한집마다 
         한  림 조합원이 된다면..  
달나라에 (임)시대피소를 만드는 일같은건 하지 않아도 될텐데.



.. 역시 괜히 했다. ^^;;;;


하지만 솔직한 내 마음이다. 
'지구가 둥글다는건 편서풍이 불어도 (방사능으로부터) 도망갈 곳이 없다는 얘기'라고 어느 분이 트윗에 올리셨다는데 정말 그렇다.
원자력 발전에 대해 근본적인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한 인류가 스스로 만들어낸 재앙을 피할 방법은 없는 것 같다.
기후변화도 그렇다. 몇해전부터 우리 농작물들도 이상기후의 여파로 공급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도시의 소비자들은 농산물의 가파른 가격변동 앞에서 어쩔줄 모르는 일이 점점 더 많아질 것이다. 
지구를 살리는 대안적 소비, 땅을 살리는 대안농업에 대한 관심과 구체적인 연대가 절실하다. 안그러면 정말 가까운 어느날에는 더이상 지구에서는 못 살겠다며, 달이나 우주 어디쯤에 대피기지를 만들어야한다고 수선떠는 날이 올 것만 같다.
생명살림, 밥상살림, 지구살림을 지향하는 한살림은 삶을 유지하기 위한 기초적인 생산과 소비 활동을 통해 지구의 모든 생명체가 조화롭게 공존하는 세상을 꿈꾸고, 만들어가려고 노력하는 운동이다.

너무 이상적이라고,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하기 전에 조금씩 '다른' 대안을 선택하고, 자기 삶 특히 일상의 식탁 같은 곳에서부터 변화를 시도해야할 때라고 생각한다. 
그래야.. 우리가 다같이 행복하게 계속 살아갈 수 있고 우리 아이들에게도 '미래'라는 것을 선물해줄 수 있지 않을까. 

지난 가을에 아파트 이웃으로 친하게 지내던 애기엄마들이 한살림 조합원에 가입하는 일이 있었다.    
우리 신랑의 '생협 아줌마'에 대한 편견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어느날 나와 같이 동네 생협 매장에 다녀오며 신랑이 말하기를... "생협 아줌마들은 특징이 있어. 다들 화장을 안하고... 안경을 써." ㅎㅎㅎ 
(건우엄마와 쌍둥이 엄마는 모두 안경을 안 썼고, 놀이터에서는 아니지만 가끔 외출할때 화장도 아주 예쁘게 잘 하신다~ㅋ)

'생활협동조합'이라는 다소 생소한 이름의 운동이 시작된 것은 80년대 후반이다. 
어느새 20년을 훌쩍 넘기며 저변을 많이 확대해왔다. 
한살림의 운영은 단순하다. 농촌의 생산자와 도시의 소비자를 중간상인없이 '직거래'로 연결하는 것이다. 
다만 여기에 앞서 말한것 같은 소중한 대안적 '가치'들을 담는다. 

농촌의 생산자는 땅을 죽이는 화학비료와 사람에게도 해로운 약들을 쓰지 않는다. 대신 정말로 피나는 노력으로 병충해와 풀과 수많은 변수들을 다스린다. 사람과 자연 모두를 살리는 농사를 짓는 것이다. 
도시의 소비자는 이렇게 해서 생산된 물품의 소비를 책임진다. 시중보다 값이 조금 비싸도, 모양이 좀 못생겼어도 어려운 '유기농'의 정착을 지원하는 과정에 동참한다는 마음으로 그 물품을 사서 먹는다. 대신 내 아이들에게도 안심해서 먹일 수 있고, 내 몸도 건강해지고 땅도 살린다. 조합원이 되고, 물품을 구입하면서 증자하는 출자금을 통해 농민들의 안정적인 생산을 보장하려고 애쓴다. 
 
이런 가치들이 좋긴하지만, 가격도 조금은 부담스럽고 무엇보다 '운동'이라는 것에 대한 거리감도 있어서 
생협은 '안경쓰고 화장 안하는' 도시의 중산층인텔리 아줌마들의 영역처럼 여겨지기도 했으리라.. 

20년이 흐르는 동안 많은 변화들이 있었다. 
아토피와 같은 도시의 환경성 질병들이 우리 아이들을 괴롭히면서 우리밀, 유기농 야채, 화학첨가물이 들어있지 않은 안전한 가공식품 같은 먹거리를 찾는 사람들도 많아졌고, 직거래의 단순한 유통방식 덕분에 작년처럼 배추파동, 야채파동이 있었을 때는 중간상인들이 여럿 개입하는 시중 야채가격보다 한살림같은 생협의 유기농야채가격이 훨씬 저렴하게 안정되어 있기도 했다. 

우리 아파트 이웃 엄마들이 한살림에 가입한 것도 바로 이때였다. 
아이들에게 좋은 먹거리를 먹여주고 싶은 마음과 농산물 파동속에서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가격을 유지하는 생협에 대한 믿음이 들었던지, 우리집 주문할 때 한가지 두가지씩 부탁해 같이 사던 이웃 언니들이 이젠 자기들도 가입을 해야겠다고 먼저 얘기했을때 참 기뻤다.

내 친구와 이웃들이 생협을 너무 멀게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구를 살린다는 것이 거창해보이지만.. '아나기(아줌마가 나라의 기둥)'라는 모임도 있듯이(여기 분들이 TV퀴즈쇼에서 첫우승해 유명해지신 덕분에 나도 이름을 알게 되었다^^;)
아줌마들의 작은 생각, 작은 실천이 생활협동조합이라는 강물로 모이고 모이면 우리 아이들이 살 세상이 정말 훨씬 좋아질 거라고 나는 믿는다. 
그래서 아기 엄마가 되고 살림을 하면서 생소했던 환경, 생태, 농업, 먹거리 같은 것들에 관심을 갖고 생협에서 만나게된 엄마 이웃들이 더없이 소중하다.










+  물품 배송올때 함께 오는 한살림 소식지에는 한살림 물품들로 만들 수있는 맛있는 요리법들이 작은 글상자안에 들어있다.
저걸 어떻게 모아서 두고 볼 수 없을까... 생각하다가 지나간 탁상달력을 요리책으로 만들 생각을 했다.
이름하여 '나만의 한살림 요리책'! ^^
슥슥 오려서 풀로 붙이면 끝~~~!










+  몇해 동안 붙이다보니 탁상달력들이 어느새 여러권의 착실한 요리책들로 변신했다.
반찬요리, 국요리, 손님상요리, 간식요리 정도로 달력을 구분해서 만들어두고,
요리할때 저렇게 세워놓고 보면서 하면 아~~~주 편하다. (실력없는 새댁은 요리책이 없으면 안심이 안된다..ㅎㅎ)




블로그 활동단은 3개월 동안 매월 세편정도의 한살림 관련 글을 포스팅하는 활동을 한다.
오랜 친구들과 다정한 이웃들이 관심기울여 봐주시는 내 블로그를 통해 한살림 이야기를 조금씩 더 할 기회가 생겨서 좋다.
그전에도 그냥 하면 됐던 것이지만.. 왠지 엄두가 잘 안났었는데 이제는 작지만 '내가 하기로 약속한 일'이 되었으니 천천히 생각나는대로 해가려고 한다.
궁금한 것이나, 함께 얘기해보고픈 이야기들을 이웃들께서 많이 해주셨으면 참 좋겠다.

방사능비가 오지만 그래도 이 봄, 살아있는 우리 모두들.. 행복하고 건강했으면. 바래보는 날이다. 




+ 아참참.. 한살림에 대해 궁금한 것들은 요기 '한살림' 사이트(www.hansalim.or.kr) 에서.. 
물품이나 가격이 궁금하시면 '한살림 장보기' 사이트(http://shop.hansalim.or.kr)를 살펴보셔요~! ^^



Posted by 연신내새댁
생명/한살림.농업2010. 12. 14. 01:03










결혼을 하고 내 살림을 시작할때 '이제는 나도 생협에 가입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왠지 '주부'가 된다고 생각하니 그전까지는 나와 멀게 느껴졌던 '생활협동조합'이 내 삶에도 아주 가까운 현실로 다가왔던 것이다.
생협운동을 오래 해왔던 선배에게 전화를 걸어 물었더니, 한 가족이 집에서 배송받아 쓰기에는 '한살림'이 좋을 거라고 추천해주었다.

그렇게 한살림과 인연을 맺은지 이제 만 3년이 되었다.
한주전에 인터넷으로 주문한 물품을 월요일마다 우리집에 배송해주시는 '한살림 아저씨'는 연수가 갓난아기때부터 매주 한번씩은 꾸준히 보아온 분으로, 이제 연수는 그 아저씨를 보면 한달음에 달려가 반갑게 인사도 하고 배송상자도 제가 직접 아저씨게 꼭 드리겠다고 미리 챙겨둔다. 
연수가 좋아하는 '맛있는 것들(주로 빵과 과일, 밥을 좀 그렇게 좋아해줬으면 좋겠다--;;)'과 일주일치 일용할 양식을 갖다주시는 그 분은 우리집에 너무도 고마운 존재이고 연수에게는 늘 설레임과 함께 기다려지는 분이다. ㅎㅎ 

아무튼 그런 아저씨가 얼마전에 가져다준 이것은 바로 '수세미'.
작년부터 한번 써보고 싶던 수세미가 마침 겨울부터 공급된다기에 얼른 하나 주문해 보았다.   










받고나서 우선 그 크기에 놀랐다.
와.... 진짜 수세미는 이렇게 크구나.
하긴 수세미 덩굴에 큰 열매가 달린 것은 한번 본적 있는데, 말라도 이렇게 크구나..

연수도 나도 마른 수세미 열매는 처음 보는지라 아주 신기했다.
적당한 크기로 잘라가면서 쓰면 오래오래 넉넉하게 잘 쓰겠다.
(값은 글쎄 이렇게 큰 녀석 두 개가 2,000원밖에 안했다. 우와~~~ㅠㅠ 쓰는 우리야 고맙지만 키우고 말리는 수고로움에 비해 넘 싼 가격은 아닐지ㅜ 이번주에 배송온 것을 보니 크기가 작은 것도 있었다. 한살림 자연물품이 원래 복불복의 성격이 좀 있는 것을 감안할때 지난번에 우리가 받은 수세미는 땡잡은 경우였던 것도 같다. ㅎㅎ)

자연물을 그대로 쓰는 것인지라 아무래도 처음에는 다소 낯설고 뻑뻑한 느낌이 없지않았다. 
어릴때 만져본 지푸라기의 느낌같기도 하고, 설겆이하는 손에도 힘을 더 주어야했다. 
그렇게 일주일 정도 쓰고나니 이제는 많이 부드러워졌다.
플라스틱이나 천같은 인조 수세미에 길들어있던 손매도 조금은 불편하고 생경한 천연 수세미에 새롭게 적응해야 했다.

그런데 이 녀석의 세정력은 정말 놀랍다.
특히 기름기가 많은 프라이팬이나 냄비를 닦고나서 물에 한번 헹구고나면 무슨 일이 있었냐는듯 원래의 그 산뜻한 질감과 은은한 제 색으로 바로 돌아오는 그 맛에 나는 그만 반해버렸다.
기름기나 고추가루 양념색깔이 묻어 세제를 다시 한번 짜서 빨아도 쉽게 깨끗해지지 않던 플라스틱 수세미나 천 수세미와는 다른 깔끔함과 정갈함이 이 천연 수세미에는 있다.  











조그맣게 잘라서 비누받침으로 써도 좋다고 하여 그렇게 만들어보았다.
물빠짐이 좋아서 비누와 받침대를 모두 뽀송뽀송하게 유지해준다. 
세 개의 큰 구멍이 있는 수세미의 단면은 적당히 촘촘하고, 적당히 얼기설기하다.
그래서 바람도 잘 통하고 그릇은 깨끗하게 잘 닦인다. 
인간이 만든 것도 참 훌륭한 것이 많겠지만, 수세미만큼은 천연의 재질과 그 우아한 품위(?)를 따라가기 어렵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












배송온 수세미 봉지안에서는 마른 수세미 씨앗도 여러개 나왔다. 
편지봉투를 하나 꺼내 따로 잘 담아두었다.
내년에 나에게 텃밭이 생긴다면 이 수세미 씨앗을 꼭 심어야지. 
그래서 좋아하는 지인들에게는 수세미를 선물해야지...
수세미 덩굴이 잘 자라 실한 열매를 맺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겠지만 그걸 어떻게 말려야 이런 수세미가 되는지를 아직 모르니 더 찾아보고 공부를 해봐야겠다. 그냥 바람에 잘 놔두면 저런 신기한 수세미가 되는걸까? 
연수랑 같이 내년엔 수세미 농사에 도전해봐야지... ^^

겨울의 한가운데로 한발한발 걸어들어가고 있는 요즘이다. 
방안으로만 자꾸 움츠러들려고 하던 때에 수세미를 만나고 받은 감동은 꽤 컸다.
추워도 밖으로, 자연 곁으로 한번 더 찾아가 감동도 얻고 생기도 얻어야지.. 집안에도 자연의 기운을 더 들여놓아야지.. 마음먹었다.

내 가까운 친구들께 드릴 올해 연말연시 선물도 수세미로 결정하고, 지난주에 여러개 주문해 오늘 받아두었다.
혹시 이 수세미를 써보고 싶은데 생협매장은 좀 멀고 어려운 분들이 계시다면 새댁과 연말연시 약속을 한번 잡아주시라~~
묵은 해의 먼지를 깨끗이 씻어내고 청신한 새해 새기운만 받아들이시라고 
빳빳하고 잘 마른 수세미로다가 한 봉지 크게 선물해드릴테니...^^



 





   



Posted by 연신내새댁
생명/한살림.농업2008. 5. 14.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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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쉿! 아기가 자고 있어요~ 초인종대신 문을 두드려주세요'라는 메모가 문에 붙은 집을 본적이 있습니다.
고이 잠든 아가의 단잠을 깨우고 싶지 않은 엄마 마음이 느껴져 혼자 빙그레 웃었었는데....
아직 아가가 태어나지 않은 우리집에선 요즘 다른 것들이 열심히 자라고 있습니다.
상추, 치커리, 방울토마토.... 그리고 '콩나물'!^^

콩나물, 콩나물~~ 팍팍 무쳤냐~~ 의 그 콩나물 키우기에 도전했는데
우와~ 물만 먹고도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는 이 녀석을 보는 재미가 여간 쏠쏠하지 않아요.

키우는 방법도 참 간단합니다. 제일 어려운 것은 키워볼 '엄두'를 내는 것과 키울 '콩'을 준비하는 것! ^^


* 콩나물 키우는 방법!

1. 작은 시루를 준비합니다. 옹기파는 가게나 인터넷에서 5~6천원 정도에 구입할 수 있습니다.

2. '콩나물콩'을 새댁은 조합원으로 가입해있는 한살림이라는 생협에서 4천원주고 한 포대 구입해두었어요.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쇼핑몰이나 여러 단체 등을 통해서도 콩나물콩을 구할 수 있더군요.

콩나물콩은 평소에 냉장보관해두었다가 한번 키울만큼씩 덜어 물(10도 정도의 미지근한 물이 좋다는데.. 새댁은 그냥 찬물씁니다^^)에 한나절 정도 불려서 시루에 넣으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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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참, 시루는 구멍이 뽕뽕 나있으니 콩은 안빠지고 물만 빠질 수 있게 얇은 천을 하나 깔아주어야합니다.
이 천으로는 쓰고 남은 양파망이 아주 적절합니다. 깨끗이 빨아두었다 쓰셔요~^^
새댁은 지난번 휴가때 뜨게질선수이신 친정엄마께 코바느질을 배워 깔개를 하나 떴습니다. 자기 손으로 뭔가 만들어내니 작은 것이라도 아주 뿌듯~ 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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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천위에 불린 콩을 넣고 물을 한번 잘 뿌려준뒤, 검은색 천으로 덮어줍니다. 이때 덮는 천도 물에 적셔주면 콩이 마르지않고 좋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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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새댁이 맨처음 도전했을때 찍은 것인데, 콩이 넘 많았어요~^^;; 그래도 콩이 너무 적은것보다는 빽빽한것이 콩나물 자라는데 더 좋은것 같긴 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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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나물은 햇빛을 보면 안된다고 해서 어두운색깔 천으로 잘 덮어주고, 물줄때도 되도록 빛이 많이 들어가지 않도록 조심해서 준답니다.
시루를 받쳐둘 그릇은 집에 있는 것 중에 적당한 것을 쓰면 됩니다. 시루손잡이가 그릇에 걸쳐지는 정도 크기면 딱 좋습니다. 콩나물뿌리가 시루 밑으로 빠져나올만큼 자랄 수도 있으므로 시루와 그릇바닥 사이에 약간 공간이 있는 것이 좋은 듯해요. 그래야 콩나물뿌리가 썩지 않을것 같구요.


5. 자, 이렇게 해놓고 4~5일정도 아침 저녁으로 물을 충분히 주며 키웁니다. 물을 줄때는 시루만 싱크대위에 가져다놓고 누가 볼새라 천을 살짝 들추고 약간 미지근한 물(그냥 찬물써도 요즘은 날이 따뜻해 잘 자랍니다^^)을  콩위에 골고루 잘 뿌려주면 됩니다. 받침그릇에 고인 물이 있으면 그것도 시루에 다시 부어주고 물이 다 빠지면 그릇위에 올려놓으면 됩니다.  

4일후에는 요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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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줄때마다 깜짝깜짝 놀랄만큼 잘 크는 콩나물 덕분에 새댁네의 오늘 저녁 메뉴는 콩나물국입니다~ㅎㅎ


그나저나 요즘은 먹거리때문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지요.
미친소뿐만 아니라 유전자조작 콩, 옥수수도 문제입니다.
2008년 5월, 그러니까 이번달부터 한국전분당협회 소속 대상, 두산CPK, 삼양제넥스, 신동방CP(CJ계열) 4개사가
전분제조를 위해 유전자조작(GMO) 옥수수 10만톤의 수입을 시작했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전분과 전분당(물엿, 과당, 포도당 등)은 과자, 빵, 음료, 빙과, 캔디류 등을 비롯해 조림양념, 고추장, 통조림, 국수 등 거의 모든 가공식품에 널리 쓰이고 것입니다.
유전자조작식품에 대한 표시제도가 있지만 각종 예외조항으로 인해 GMO표시를 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소비자들은 GMO가 들어있는지 알지못한채 사먹을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이렇게 집밖에서 사오는 식용유, 각종 장류와 소스들, 빵, 면, 과자.. 어느 하나에도 유전자조작식품이 안들어가있다는 보장이 없으니
집에서 국산콩으로 콩나물을 키워 국과 무침을 만들어먹는다해도 안전할 순 없겠지요.

근본적으론 이윤창출만을 위해 유전자조작 농산물을 싸게 대량으로 생산하려는 인간의 탐욕부터 줄여야하겠지만 우선은 유전자조작식품에 대한 표시제가 더 강화되어야할 것입니다. 먹기 전에 최소한 알고 살 수 있도록요.
현재는 일반농산물에서 유전자조작 농산물이 3% 이하인 경우에는 조건부로 표시를 면제받고 있고,
축산 사료나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먹는 간장, 식용유 등도 표시에서 제외되어 있답니다.
유전자조작식품(GMO)이 쥐나 양과 같은 동물들에게 일으킨 많은 부작용과 죽음을 인간도 피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부모가 되고보니 내 입에 들어가는건 그렇다쳐도
아이 입에도 이런 유전자조작식품들을 넣어주면서 살아야하나... 걱정되고 슬프기 그지없습니다.
정말 어떻게 해야할까요.  


** 참, 콩나물 키울때 주의할 것들이 있는데, 알려드리는걸 깜빡했네요~ ^^:

1. 기름이나 세제를 멀리할 것 (혹시 튀지 않도록 싱크대 주변이 아닌 다른 곳에 두셔요~. 옛날 어른들은 방안에서 큰 시루놓고 콩나물 키우셨잖아요. 천연가습기능도 했을 거예요.^^)

2. 너무 더운곳(23도 이상)에서 기르지 않는다. (상하는 콩이 많이 생긴데요)

3. 주는 물의 온도를 10~18도 정도로 할것.... 음.. 겨울에는 미지근한 물을 주는게 좋을 것 같아요. 요즘은 찬물을 줘도 잘 크긴 합니다. ^^

그럼~~~!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