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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4.08 오래된 봄놀이터.. 서오릉에 다녀왔어요 22
여행하는 나무들2009. 4. 8. 22:41



서오릉은 새댁네 집에서 차로 10여분 거리에 있습니다.
나름 집에서 가장 가까운 큰 공원(?)인 셈인데
연신내에 둥지를 틀고 두번째 맞는 봄인 올 봄에야 처음 가보게 되었습니다.

아직은 조금 쌀쌀했던 토요일, 생애 첫 봄을 맞고 있는 똑순이랑 바람쐬러 갈 곳을 찾다
가까운 서오릉에 잠깐 가보기로 했지요.






그전에 엄마 병원에 잠시 들렀는데, 요녀석.. 따뜻한 봄볕을 받으며 차안에서 코 잠이 들었습니다.
라디오를 들으며 아들과 둘이 차에서 기다리던 신랑이 살짝 찍어놓았습니다.






새싹 돋아나는 땅위에서 똑순이랑 사진 한 장 찍었습니다.


서오릉.. 오래된 무덤들과 아름다운 전각들이 띄엄띄엄 들어앉은 이 곳은
아주 한적한 흙길 산책로와 소나무숲, 잔디밭이 공간의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오래된 이 공원의 한적함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새로 만든 매끈하고 예쁜 공원들과는 다른 여유로움.. 우선 인구밀도가 낮아서 좋습니다. ^^
그리고 낡은 옷, 낡은 의자처럼 오래된 것들이 주는 편안함과 향수가 있습니다. 
유모차에 앉은 똑순이도 아스팔트 산책로보다 풀과 꽃이 자연스레 돋아난 흙 산책로가 더 맘에 들것 같습니다.   








소나무숲 사이로 난 산책로를 따라 신랑이 천천히 똑순이 유모차를 밀고 갑니다.
모처럼 숲을 만나 신난 새댁은 마음내키는 데로 사진을 찍으며
혼자 카메라를 들고 폴짝폴짝 뛰어다녔습니다. 






키큰 소나무들 사이로 푸른 하늘이 보입니다.
이렇게 키큰 나무들 아래 서본게 얼마만인지... 공기에서도 솔향기가 납니다.







새댁네 집앞에는 '봉산'이라는 낮고 구릉구릉한 산이 있는데 여기 서오릉까지 이어진다고 해요.
동네 어른들은 운동삼아 많이 다니시는 모양입니다.
언젠가 똑순이가 좀 더 크면.. 손잡고 집에서 출발해서 서오릉까지 걸어와봤으면 좋겠습니다.







소나무.. 알림판이 예쁩니다.
'이 땅의 소나무는 점차 줄어들고 있습니다'란 마지막 구절이 눈에 밟힙니다.




"엄마, 까치!" 똑순이가 저쪽 소나무숲을 향해 팔을 치켜들었습니다. 실제로는 "어!" 하고 말했습니다.^^ 






아빠랑 둘이서-^^

서오릉에서는 유난히 나이드신 부모님을 모시고 산책나온 중년(실은 그도 노인에 가까운)의 어르신들이 눈에 많이 띄었습니다.
똑순이랑 아빠가 사진을 찍는 동안 그들 뒤로 나이든 부자 한쌍이 손을 잡고 천천히 지나가셨습니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 똑순이랑 아빠도 오늘처럼, 그들처럼 다정하게 손을 잡고 산책해주길 바래봅니다.  








혼자 뭔가 불잡고 일어서길 좋아하는 요즘의 똑순이, 땅을 딛고 서있는걸 한장 찍었습니다.








초록물 오르는 봄땅, 새댁이 찍었구요, 




아직은 살짝 찬 봄바람 속 진달래꽃, 신랑이 찍었습니다.


+

신영복 선생님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 실렸던 '청구회 추억'(단행본으로 나왔지요)이란 글은
서오릉 답청길에서 어린 소년들과 만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40여년전 그 봄에는 버스에서 내려 꽤 오래 걸어야 도착하던 서오릉에
지금은 바로 앞까지 버스가 다니고, 주차장도 바로 곁에 붙어있습니다.
그래도 어른 입장료 1,000원을 내고 그 문에 들어설 때는
아주 오래된 봄놀이터,
누군가는 평생 안고 살아가는 인연과 추억을 만들었던 오래된 비밀 정원에 발들여놓는 것같은 기분도 들었습니다.

10개월된 똑순이와 함께 찾아갔던 서오릉은
바람에 술렁이던 오래된 소나무숲, 똑순이를 안고 걷던 흙길.. 같은 것으로
제게도 소중하게 기억될 것 같습니다.
한낮에는 덥고 햇살도 강했던 어제 오늘, 서오릉의 시원한 소나무 그늘이 무척 그리웠습니다.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