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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mma! 자란다2009. 6. 6. 11:17


아이를 낳아 1년을 키워 돌잔치를 하는 날.
이런 신기한 날이 제게도 왔습니다.






돌복을 차려입은 똑순이는 신이 났습니다. 상에 딸기도 있고, 떡도 있고.. 좋아하는 먹을 것이 많았거든요. ^^






돌상 앞에서, 할아버지 할머니와. 

똑순이 돌잔치는 연세대학교 근처에 있는 '석란'이라는 한정식 집에서 가까운 친지분들 모시고 치뤘습니다.
식사만 부탁드리고 돌상은 집에서 준비해간 음식으로 차렸고요.
석란은 오래된 한정식 집인데 음식이 깔끔하고 정갈했습니다. 
아기 손님이 많은(어른은 20명인데 5개월부터 36개월 사이의 아이들이 10명쯤 됐어요.. 똑순이 사촌 육촌들이 다 고만고만하거든요^^;) 돌잔치라 방을 좀 신경써주셨으면 한다고 말씀드렸더니
널찍하고 조용한 온돌방을 통으로 내주어 아주 편하게 잘 치뤘습니다.






돌잔치의 하이라이트~ 돌잡이를 하는데 올려진 것들이 너무 고전적입니다. ^^;;
엄마가 붓글씨 연습할때 쓰던 천자문책과 붓, 돈, 쌀, 대추, 실.
자.. 이중에 똑순이가 잡은 것은....? 






^^ 붓입니다. 한석봉 같은 문필가가 되려나~~






앗. 나 잘 쥔거야? 주위의 반응을 확인합니다. 딸기.. 안집은게 다행이라고 엄마는 생각했습니다. ^^;






쥔 붓은 앞에 두고, 어른들이 주신 선물을 이리저리 보고 있습니다. 아빠는 열심히 앞을 보자 하건만...
이날 사진촬영은 굉장히 힘들었습니다. (똑순삼촌께서 고생 많이 하셨어요^^;)


 



흡족해, 흡족해~~^^ 붓을 쥐던 때의 결기는 어디가고, 이 녀석.. 돈과 반지앞에 헤실헤실 입니다.






그러나 역시 금보다 강한 것이 있었으니... '딸기 줘~ 딸기 줘~~~'  딸기 앞에 당할 자 없습니다. 
아들, 셋이 모처럼 기념촬영 좀 하자! ^^
어찌어찌하여 똑순이도 이것저것 잘 먹고 돌잔치는 무사히 잘 끝났습니다. 
먼길 찾아와 다정하게 안아주고 격려해주신 어른들 덕분에 똑순이도 엄마아빠도 무척 행복한 날이었습니다.


+

지난 주 돌잔치 마치고는 한며칠 괜시리 피곤해 게으름 피우다 오늘에야 사진 정리하고,
잠깐씩이라도 지난1년 돌아보며 생각 정리해보려고 애썼습니다.

돌아보니 너무 찡한 순간이 많아서 어떻게 그 날들을 내가, 우리가 다 살아냈지 싶습니다. 

지난 1년동안 제가 한 일은
아침에 눈떠서 저녁에 눈감을 때까지, 아니 자면서도 아이 젖을 먹였으니 24시간,
아이랑 먹고 자고 논 것입니다. 
매일의 생활은 정말 단순했는데
그 하루하루는 얼마나 드라마틱했는지 모릅니다. 
지극한 행복과 지극한 고통이 늘 얼굴을 맞대고 있었고요. 


수많은 기억들이 아주 빠르게 찾아옵니다. 

수술대 위에 올라가 누웠을 때의 떨림,
배속 아이에게 건넨 마지막 이야기는 '아이야 무서워하지 말아라 엄마가 지켜줄께, 이제 세상을 만나자..'였던 것 같습니다.
아이에 대한 제 첫 기억은 마취에서 깨어나 아이에게 젖을 물리던 순간입니다.
내 가슴옆에 뉘이자마자 고 작은 입이 오물오물 젖을 찾아 물고 빨던 기억.
꽤나 강하게 콕콕콕 엄마젖을 빨아당기는 그 느낌이 참 놀랍고 찡했습니다.
신랑은 처음 아이를 받아안았을때 보았던 길고 큰 눈을 인상깊게 기억했습니다.


아이가 제 젖을 먹고 부지런히 자라는 동안 
아이도 저를 참 부지런히 키운 것 같습니다. 
서른해 짧은 인생중에 가장 열심히 살았던 1년 같습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새삼 알게 되기도 했고, 스스로의 변화에 놀라기도 했고요.

이 변화는 현재진행형이니 아이가 자라는동안 내내 저도 계속 변화하고, 함께 자라겠지요.
그것이 무척 기대되기도 하고 두렵기도 합니다.
그 변화와 자람의 방향이 더 깊고, 넓고, 따뜻하고, 바르고 강직한 쪽이기를 바랍니다.









똑순이는 나날이 의젓해지고 예뻐져갑니다.
작고 작던 녀석이 어느새 커서 아장아장 걸음마를 합니다.
이 녀석이 발버둥을 치고, 뒤집고, 기고, 일어서고 하면서 애써 자라는 동안
언제나 나를 향해 웃고, 손을 흔들고, 내 품에 달려와 따뜻하게 안겨주었습니다.

잠든 아이의 머리카락을 쓸어줄 때의 고요한 행복,
나를 가만히 쳐다보는 아이의 맑은 눈동자를 들여다보다 갑자기 울컥 하면서 눈시울이 뜨거워지던 기억,
언제까지고 행복해라, 빌어주던 순간들.
쌔근쌔근 잠든 아이의 숨소리, 살냄새, 젖냄새, 까르르 웃음소리, 보들보들한 아기살의 감촉..  
잊어버릴까 아까워 여기에 적어놓습니다.

'너는 그동안 내게 정말로 많은 기쁨을 주었단다' 
책에서 본, 어머니들이 다 큰 아이들에게 해주던 그 말들을
이제는 조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힘든 순간도 무척 많았는데.. 어째 지금은 기억나지 않네요.

참 행복했어요. 앞으로 더 행복하겠지요. 
이런 감정과 삶을 느끼고 살게 해준 아이에게 정말 고맙습니다. 
건강하게 잘 자라준 것도 정말 고맙구요.
아이 덕분에 사람이 자란다는 것, '삶'이란 것에 대해 전보다 훨씬 많이 생각해보고 또 공부하게 되는 것도 감사한 일입니다. 

아이의 첫 돌을 보내며 
앞으로 우리가 함께 걸어갈 많은 날을 그려봅니다.
사람을 키운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이제야 조금 알게된 초보엄마,
아이가 자라며 만나게될 많은 어려운 과정들을 어찌 잘 헤쳐나갈까 두렵기도 하지만 
우리가 함께 성장의 고통과 행복을 모두 달게 겪는 속에 
우리의 사랑도 점점 더 깊어질 거라 생각하며 힘을 냅니다.

이렇게 함께 있다는 것이 고맙고 또 고맙습니다.   








더하기.

똑순이 돌을 맞으며 블로그 이웃분들께 정말 많이 감사드리게 됩니다.
지난 1년 좌충우돌 초보엄마로 살며 힘들고 외롭던 순간에
블로그 이웃분들의 따뜻한 관심과 격려가 얼마나 큰 힘이 되었던지요..
블로그가 있어 답답할때 숨도 쉬고, 좋은 이웃들과 바로 옆집 사는듯 정을 나눌 수 있었습니다.
이웃들께서 똑순이 많이 예뻐해주시고 잘 자라라 늘 응원해주셔서 똑순이가 건강하게 잘 큰 것 같습니다.

이제 돌도 지났으니 똑순이네 세식구 모두 더 씩씩하게 알콩달콩 잘 자라겠습니다.
앞으로도 많이 지켜봐주세요, 아자아자~~!
마음으로나마, 멀리 계신 고마운 이웃들께 똑순이 돌떡을 보냅니다. 웅~~~ 진짜로 보내드려야하는데.. 안타까워요ㅠㅠ
저희집에 놀러오시면 꽁꽁 얼려둔 맛있는 돌떡들, 꼭 대접하겠습니다. ^^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