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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10.31 우리들의 가을 소풍 16
umma! 자란다2011. 10. 31. 23:59










가을 소풍을 다녀왔다.
소풍이라 이름붙이고 나선 길은 아니었지만 다녀와 사진을 보고있으니 어린 시절, 엄마가 김밥 싸들고 함께 따라와주시던 그 가을소풍을 다녀온 기분이 든다.

푸른 하늘, 하얀 구름, 노란 은행잎.
집에서 나설 때는 꼭 운동회가는 기분이었다.
'아. 운동회에는 삶은 밤이랑 김밥이 있어야하는데... 가면 팔지않을까?' 생각하며 온가족이 함께 나서는 길,
마음이 설렜다. ^^











지난 주말, 블로그이웃인 고래님, 살림님 가족과 함께 찾아간 곳은 '한살림 가을겆이 잔치한마당'이었다. 
하지만 많은 천막과 사람들로 북적이던 유적지 앞마당을 지나 조용한 유적지 안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 우리에게는
그저 낙엽과 햇살이 너무 고운 가을 소풍같았다.










희범이와 연수.
희범이는 '나는 장군이다~!'하고, 연수는 '나는 해적이다~!' 했다. ^^

숲은 사시사철 다 좋지만 그중에서도 가을숲이 제일 아름다운 것 같다.
암사선사유적지는 우리집에서 아주 가까운 곳인데 이번에 처음 가보았다.
이렇게 아름다운 숲이 가까이 있다니... 겨울에 눈왔을 때도 꼭 아이들과 다시 와봐야겠다.









네살배기 꼬마장군, 나뭇가지칼을 쥔 손이 야무지다.

희범이는 연수가 제일 자주 놀고싶어하는 친구다.
"엄마, 오늘 우리 희범이네 집에 가자. 3413 버스 타고가면 되잖아~"
희범이네에 가면 연수가 좋아하는 로보카폴리 장난감이 무지 많아서이기도 하고, 버스여행이 하고싶어서이기도 하고...
친구가 보고싶어서이기도 한 것같은 조름을 참 자주도 한다. 










선사유적지 안에는 나무가지들을 붙여서 만든 동물조각상들이 멋스럽게 설치되어 있었다.
그중에 반인반마인 켄타우로스상도 있었다.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켄타우로스는 펠리온산의 동굴에서 많은 영웅들과 왕들을 가르친 스승이기도 하고,
활시위를 당기는 모습 그대로 12월의 별자리인 '사수자리'의 주인이기도 하다. 

켄타우로스 앞에서 나무가지칼을 들고 뛰어오는 우리 꼬마해적.. 그 기세 한번 늠름하구나.
집안에서도 종일 저러고 노는데... 집안에서 이리저리 피해다닐때는 참 고달프더니, 밖에 나와서 보니 멋있고 좋다.
에효.. 자주 나오자. 그 수 밖에 없다...;; 











연수 손에 찍힌 흙도장이 예쁘다. 











10월에는 윤우가, 11월에는 희범이가 세돌 생일을 맞았다.
작은 시루떡 위에 초를 꽂고 생일축하 노래를 불렀다.
연수의 '생일축하합니다~ 생일축하합니다~ 사랑하는 윤우희범이 생일축하합니다아~' 노래가 끝나자마자 
희범이의 '용감한 구조대! 로보카폴리~~' 노래가 바로 이어져서 모두 웃음을 터트렸다.

지난 봄에 처음 만나 여름지나고 가을까지..
그사이 참 많이 큰 것 같다.. 우리 꼬맹이들.
자주 만나진 못했어도 한번 만나고나면 즐거웠던 여운이 오래 남아서 늘 그리워하고 보고싶어하던 친구들.
 
셋이 모이면 제일 개구지고, 제 맘대로고, 펄쩍펄쩍 뛰는 것은 연수다.
희범이는 연수보다는 한결 차분하지만 연수랑 같이 장단맞춰 잘 놀아주기도 한다.
윤우는 그런 둘을 조용히 지켜보기도하고, 멀찌감치서 저만의 놀이세계를 사브작사브작 만들어 재밌게 논다.
아이들.. 참 다르면서도 어느새 많이 익숙해지고 편안해졌다. 
더 자라면 어찌 놀까? 궁금하고.. 보고싶다.










사실 이날 소풍의 주인공은 아이들이 아니고 엄마들이었다.
서로 그리워하고 보고파하는 맘도 아이들보다 엄마들이 더 깊을, 우리는 '블로그 친구들'!! 
이 엄마들의 만남을 위해 아이들과 아빠들이 모두 함께 나서준 것이 이 날 소풍의 실체이고,
'한살림가을겆이 잔치한마당'은 고마운 핑계거리 되겠다. ^^










아이들과 아빠들이 신나게 숲속을 뛰어다니는 동안(연수 아빠는 연호 아기띠까지 하시고!^^) 
우리들은 팔짱끼고 한살림 장터들을 돌아다니며 벼룩시장에서 그림책도 사고, 
이 천막 저 천막 기웃거리며 구경도 하고 시식하는 음식들을 나눠먹으며 깔깔거리기도 했다.

아이들 밥먹이랴, 두어번 자리옮기는 동안 치우고 펼치랴 
처음 만나 뻘쭘할 남편들 눈치도 보랴.. 여유롭게 얘기꽃 피울 시간이 넉넉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참 좋았다. 
이렇게 좋은 가을날 만나 
함께 햇살받고, 웃고 뛰어노는 아이들과 아빠들모습 쳐다볼 수 있는 것만해도 얼마나 좋으냐...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잠깐씩은 아이들을 아빠들에게 맡기고 모처럼 홀가분하게 우리끼리 걸어다니기도 하고, 얘기도 나누었으니 그것만 해도 우리 만남에서는 처음있는 일이라 신기하고 신선한 기분전환이 되었다.  











육아라는 것이 얼마나 스트레스를 쉽게 받는 일인지 우리는 서로 너무 잘 안다.
아이들과 지지고볶고, 남편과 투닥거리고 부엌에서 종종거리며 보내는 우리들의 평범한 하루속에 얼마나 많은 고민과 노력이 깃들어있는지도 잘 안다.
해도 티도 안나지만 안하면 큰일나는 살림이 얼마나 어렵고 고단한 일인지에 대해 절절히 공감하고 있고,
사람 살아가는 일이 어쩌면 그렇게 속상하고 근심스런 일 한둘은 빠지지않고 따라붙는지..
그 모든 사연들을 구구절절 하소연하면서 조금은 무겁던 어깨도 가볍게 하고 굳었던 마음도 풀곤 한다.
그렇게 서로 위로받고 위로하고.. 따뜻하게 어깨 두드려주고 돌아서면 너무나 고맙고 좋다. 
 
그래서 이 날도 가을햇살만큼, 딱 그만큼 가벼워진 마음으로 각자의 집으로 돌아설 수 있었다.
짧은(?) 만남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그러나 우리에겐 블로그도 있고.. 언제고 또 만날 수 있으니 괜찮다. 
다음번 만날 날에는 더 깊어진 얘기들을, 더 오래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집에 와서 사진을 정리해보니 가족 사진이 한장씩 있다.
고마워요, 모두들. 
특히 아빠들. ^^









고래가 부르는 노래.

내 블로그 오른편에 그녀의 블로그가 링크되어 있다. 육아동료 누구에게라도 추천하고싶은 블로그. (찾아가보시면 알겠지만..이건 진짜 알짜정보다.ㅎㅎ)









살림하는 사람.

이 가족을 만난다면 누구라도 따뜻해지고 깊어지지 않을 수 없을걸...^^ 









그리고 나, 부끄러운 살림공부.
 
(연호의 첫 등장이자 마지막 등장이다. ^^;; 그 사람많고 정신없는 장터에서도 울지도 않고 잠도 잘자고 잘 놀아준 연호. 정말 고맙다~^^)











짧은 가을해 긴 그림자. 아쉬운 귀가길.











차로 걸어가면서 한살림 가을겆이 잔치한마당에 들러보니 그야말로 흥겨운 잔치마당이 펼쳐지고 있었다.
'경인 경물 경천' 멀리 걸린 현수막이 아름다웠다. 
사람을 공경하고 먹거리, 살림거리를 공경하고 하늘을 공경하는.. 예쁜 사람들의 춤추는 모습이 아련했다. 

아름답게 살아야지.. 뜬금없는 다짐을 다시금 했다.





덧.
그러고보니 엄마들끼리 찍은 사진이 없네.. 담에는 어느 아빠께 부탁해서 우리끼리 같이 사진도 한장 찍읍시다요~ㅎㅎ
약간 어깨를 비스듬하게 하고 바짝 붙어서찍는 그 엄마들 사진말예요.^^


덧2.
이 날 음식들은 정말 맛이 없었다ㅠㅠ
한살림의 젊은 활동가들이 부쳐주는 파전맛은 대학시절 장터 파전맛과 다름없었고.. 생산지방문에서 맛본 여성생산자분들의 손맛을 기대했던 우리 가족은 모두 실망...ㅎㅎ 그래도 좋았어요,
한살림 가을겆이 잔치한마당.^^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