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한살림.농업2014. 6. 17. 01:11







냇가 옆 언덕으로 망초꽃이 지천이다.

하얀 꽃무리가 뭉실뭉실 끝도 없이 이어지는 언덕 위를 걷노라면 지상에 서있는 일이 꿈처럼 느껴진다.



세월호 사고 이후 두 달이 지났다.

어디선가 그런 글을 읽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의 유태인 강제수용소. 
다음 날이면 가스실로 끌려가 처형될 상황이라 그 저녁,  
남자 수용소에는 깊은 절망과 공포 속에 불안한 정적만이 감돌았단다.
하지만 아이들과 함께 있던 여자 수용소에서는 다시 입을 일이 없을 옷이지만 엄마들이 부지런히 아이들의 더러워진 옷을 빨아 널고, 우는 아기에게 젖을 먹이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웃으며 보통 때와 다름없는 저녁 일상이 꾸려졌다는.

 
그게 엄마구나.. 싶었다.
내일 세상이 끝난다고 해도 
오늘 눈 앞의 아이를 보며 웃는 사람. 
배고픈 아이 입에 밥을 넣어주고, 코묻은 옷을 벗겨 빨아주고, 따뜻한 품에 안고 토닥여주는 사람.


아이가 있으면 엄마는 그럴 수 있다.
변함없는 일상을,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힘으로 아이의 마지막 시간을 따뜻하게, 행복하게 지켜줄 수 있다. 
내 아이가 곁에 있으면.

그러나 그 아이를 잃은 엄마는 어떻게 해야할까.













매실 철이다.

고향집에 갔다가 아이들에게 매실 따는 추억을 선물해주고 싶으셨던 외할아버지 덕분에 온가족이 달라붙어 외갓집 밭 옆에 서 있는 큰 매화나무를 털었다.

엄마는 서울 우리집에 가서 매실액을 담궈보라며 매실 3kg와 설탕 3kg를 싸주셨다. 


부엌 베란다에 있던 현미 항아리를 비우고 씻어 매실을 담갔다. 

세 녀석이 모두 달라붙어 설탕을 찍어먹고, 익지도 않은 매실을 깨물어 먹으며 난리 북새통이었지만 
그래도 어찌어찌 생전 처음으로 매실을 담아 보았다. 

석 달 동안 기다리며 자주 잘 저어주어야 한다.













5월부터 한살림서울에서 진행하는 제철농산물꾸러미인 '설레임 보따리'가 일주일에 한 번씩 배송되었다.

우리집에서 멀지 않은 팔당 지역의 농부님들이 키우신 오이, 상추, 느타리, 유정란, 딸기, 양상추, 아욱, 애호박, 청국장 같은 먹거리들이 하얀 종이에 곱게 싸인채로 

집으로 쑥 들어올 때의 느낌이 참 묘하다.


반갑고, 궁금하고, 걱정된다.


요리를 많이 하게 되었다. 

설레임보따리가 오는 화요일 오전은 마침 명선아주머니가 청소를 도와주러 와계신 날이라 내가 부엌일을 낮에 맘놓고 하는 날이기도 하다.

야채를 되도록 빨리 요리해 먹고 싶어서 이것저것 손에 잡히는 데로 끓이고, 데치고, 볶고, 씻어서 국, 나물, 볶음, 샐러드.. 되는데로 만든다. 


그래도 특히 많이 오는 것들은 밤일거리가 된다.

생전처음 오이지도 담그고, 오이소박이도 만들어보고, 열무김치도 담가보았다.


주부 7년차이지만 여전히 초보 살림꾼인 나로서는 

'설레임 보따리' 신청 자체가 큰 도전이고, 숙제다.

붙들고 끙끙거리며 봄, 여름, 가을 보내다보면 나의 채소요리 실력도 조금은 나아지겠지...?

기대 반, 걱정 반이다.














설레임 보따리에는 팔당지역 농부님들이 돌아가면서 쓰시는 편지가 한 장씩 들어있다.

세월호 사고 후 모두의 마음이 허방을 짚고 있을 때 온 편지에는 

'농사짓는 우리들도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습니다. 요즘은 제정신인 것이 아무것도 없는지 날씨도 제정신이 아닙니다...' 하는 구절이 있었는데 

모두 같은 아픔이구나.. 싶어 마음이 찡했다.


제정신이 아닌 세상을 살지만 나부터 정신 차리고 잘못 해오던 일들 바로잡을 수 있도록 공부하고 실천해야겠다.. 생각하며 세 끼 밥 꼭꼭 씹어먹고, 아이들도 먹이고, 이웃과도 나눠먹는다.














지난 주에는 앵두가 왔다.

어린 시절 장독대가 많이 있던 뒷마당에 앵두나무가 있었다. 
지금 부모님 사시는 양옥집으로 이사온 뒤에도 차고 뒤쪽 산등성이에 앵두나무가 있어서 해마다 봄이면 앵두를 먹었다. 

요즘은 달달한 간식이 하도 많으니 아이들에겐 앵두 맛이 새큼하고 밍밍하게만 느껴질 수도 있겠다.
세 녀석 다 예쁘다고 좋아하더니 조금밖에 안 먹고 가지고 놀기만 해서 내가 다 주워먹었다. 
그래도 나는 어린 시절에 먹던 싱그런 앵두 맛이 떠올라 맛있게 먹었다.


앵두 철이 지나고 나면 오디가 익는다.
학교 끝나고 돌아오는 오후면 가방을 멘 채로 집 앞 뽕나무 밑으로 달려가 달착지근한 맛에 빠져들던 어린 내 입과 손바닥을 시커멓게 물들이던 오디.
오디 끝나면 살구가 익는다.
살구 끝나면 햇옥수수가 나오고, 마루에 앉아 뜨끈하고 말랑한 찐옥수수를 먹고, 또 밭에서 금방 캔 햇감자를 쪄먹으며 여름이 갔다.


그런 '철'을 우리는 어느새 많이도 잊어버렸다. 
연수가 꽃피는 유치원을 잠시 다녔던 봄에 학교 마당에 앵두나무와 살구나무, 뽕나무가 있는 것이 나는 얼마나 좋던지..


'철'을 잃어버려서, 자연과 삶에 존재하는 무수한 철들과 흐름과 고비와 순환들을 잊고 살아서, 그런 것을 모르고 무심해서 우리는 어른이 되었는데도 철이 들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













지방선거 후, 마음이 많이 안 좋았다. 

선거 며칠전, 블로그 포스팅도 한 것처럼 '박원순 서울'과 '조희연 교육감'을 절실히 바라고 소망했는데 
그 소망이 현실이 되었는데도 이상하게 많이 기쁘지가 않았다.

우리는 살아서 좋은 정치인도 뽑고, 변화도 기대하고, 희망을 만들어가자 얘기하고 있지만
잃은 아이들, 지키지 못한 사람들이 너무 마음에 걸렸던 것이다.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두번의 선거가 아닌, 우리 사회, 우리 삶 전반의 근본적인 변화가..

내 삶에서부터, 작지만 내게는 힘들었던, 내가 외면하고 방치해왔던 변화, 성장, 실천들을 해나가야겠다는 결심도 다시 했다.




제철 채소들로 부지런히 밥상을 차리는 것부터

부엌에서 전기를 가장 많이 쓴다는 전기밥솥을 치우고 압력밥솥으로 밥을 하는 일,

녹색평론을 꼼꼼히 읽는 일,

이웃 엄마들과 책모임을 하는 일,

아이들과 도서관 책을 빌려읽고 장난감을 나누는 일,

소비를 줄이는 일,

자연에 좀 더 가까이, 깊이 안기는 일,

가족과 이웃과 세상과 더 정성껏 소통하고 지극히 섬기는 일,  

겸손해지는 일까지. 




 
세월호 사고로 우리 모두는 깊은 트라우마를 입었다.

소소한 일상을 기록해두는 블로그 글도 쓰기가 어렵다. 

아이를 잃고 철도, 계절도, 평범하던 일상도 모두 잃어버린 사람들..

그들을 생각하면 평온한 내 일상, 내 아이들과 누리는 계절과 생활 이야기를 적는 것조차 죄스럽고 미안해진다.

하지만 이 작은 글은 또 내게는 중요한 삶의 일부.

같이 계속 갈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은 그저 내 생활 이야기 기껏 하다가 '세월호 가족들은 어떡하나..'하는 생각이 불쑥 들면 '너무 마음 아프다'고 병렬해서 적는 수준이지만

아무 일 없던 것처럼 쓸 수는 없고, 써서도 안된다는 생각이 드니 이렇게라도 적을 수 밖에 없다. 

슬픔을 녹여서 사죄하는 마음으로, 책임을 지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반성하고 변화하고 성장하는 내 삶의 이야기를 쓸 수 있었으면 좋겠다. 

끝나지 않은 아픔을 마음에 품고 그 이야기에 귀기울이며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마음의 힘을 키워야겠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생명/한살림.농업2011. 6. 1. 01:06



좁쌀 한 알에도 우주가 담겨 있단다 - 10점
김선미 글, 원혜영 그림/우리교육




한살림 조합원으로 가입하고 4년동안 건강한 식재료들을 고맙게 받아먹으면서
문득문득 한살림에 대해, 그리고 생협이란 것에 대해 좀 더 알고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한살림이 표방하고 있는 가치들이나 그간의 역사에 대해 좀더 알게되면 매주 받아먹는 음식들도 더 고맙게 음미하며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마음뿐.. 어린 아이 데리고 하루 세끼 밥챙겨먹기만도 너무 바쁘고 힘들어서 마음의 여유가 쉬이 생기질 않았다. 
그러다 덜컥 한살림블로그활동단을 신청해서 하게 되고보니 오래 미뤄두었던 숙제를 하듯
한살림에 대해 좀더 알고싶었던 마음을 채우는 것을 이 기회에 조금이라도 시작해야겠다 싶었다.  
그래서 집어든 책이 바로 이 <진짜 살림꾼 장일순 - 좁쌀 한 알에도 우주가 담겨 있단다> (우리교육, 2008)다.
 
한살림의 가치관을 알고싶다면 <한살림 선언 다시 읽기>같은 책을 봐야할 것 같았지만... 
'선언'은 왠지 너무 어렵고 딱딱할 것 같다는 선입견과 함께  
그동안 가끔 한살림 소식지나 인터넷 장보기의 '도서'란을 살필 때 늘 눈에 띄던 이름.. 장일순 선생이 어떤 분인지 궁금하기도 했기에 
한살림의 초창기 운동가.. 정도로만 막연하게 알고있던 이분의 이야기를 통해 조금은 둘러서 한살림에 다가가보기로 했다.

이 책은 좋은 어린이책을 만들어온 출판사인 '우리교육'에서 기획, 출판한 '우리인물이야기'라는 시리즈의 스무번째 책이다.
어린이 독자들을 대상으로 쓴 책이기 때문에 내용도 쉽고, 글씨도 크고, 판화로 그려진 삽화도 참 예쁘다.
그래서... 네살배기와 지지고볶으며 보내는 알콩달콩한 하루중에, 잠시 짬이 날때... 쉬듯이 펼쳐서 읽기에 참 좋았다. ^^;;; 

책이 쉽다고 안에 담긴 내용을 마음에 오롯이 담는 것까지 쉬운 것은 아니다. 

장일순 선생의 어린 시절 이야기부터 청년기에 거친 일제식민지와 해방, 한국전쟁 이야기.. 그리고 원주에서 대성학교를 세우고 사회대중당 후보로 국회의원에 출마했다 낙선한 후 평화통일을 이야기한 죄로 감옥생활을 했던 이야기, 그 뒤 천주교 지학순 주교와 함께 원주에서 펼친 반독재민주화운동 이야기, 가난한 이들이 십시일반해 서로 돕는 '신용협동조합', 노동자농민이 함께 서로의 생활을 책임지는 '생활협동조합'을 원주에 뿌리내리게한 이야기, 그리고 그것을 전국으로 확대한 '한살림 농산'의 이야기 등.... 
곡절많은 한국 현대사 속에서 '모든 생명이 더불어 사는 행복한 세상'을 꿈꾸며 묵묵히 고통을 견디고 희망을 일구어온 한 실천가의 이야기를 읽으며 마음이 숙연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여러분이 하는 한살림은 서로가 서로를 하느님처럼 모시자는 운동이에요. 몸에 좋은 것만 사 먹자는 게 아니에요. 
그걸 기른 농부들을 하느님처럼 모시자는 거죠. 여러분을 잘 먹여 주는 분들이잖아요. 여러분은 또 농부들이 먹고살 수 있게 해 주니까 그분들의 하느님이 되는 거죠."(
159쪽)
 
장일순, 책에서는 '조한알 할아버지'라고 부르는 노선생님이 한살림 조합원들에게 한 강연의 한 대목이다.


'일순은 주부들에게 밥 짓고 빨래하고 아이 돌보는 일만 살림인 것은 아니라고 했어. 온 천지의 생명을 제대로 살리는 게 진짜 큰 살림이라고 가르쳐 주었어.' (158쪽)

'진짜 살림이 무엇인가? 가난한 사람만 살리는 게 아니고 또 우리 나라 사람만 살리는 것도 아니다. 온 인류가 함께 사는 길이어야 한다. 나아가 사람만 사는 게 아니라 풀과 나무, 벌레와 땅과 바다, 온 우주가 함께 살아가는 길이어야 한다.'(164쪽)

'맞아. 작은 조 알갱이 속에도 우주가 들어 있다는 걸 잊지 않으려고 그 이름을 썼어. 이제 내 얘기는 그만 듣고 나가 놀렴. 대신 밥을 먹을 때말이야, 밥알 하나 키우는 데도 바람과 비, 햇빛, 땅, 농부, 그리고 부모님의 땀까지, 온 우주가 힘을 모았다는 사실만 잊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그 밥이 바로 하느님이거든." (177쪽)


책을 읽고나니 아직 제 입에 들어가는 밥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 알기 어려운 네살배기 우리 아기에게도
앞으로 천천히 어떤 이야기들을 해주어야할지 알 것 같았다.

일주일에 한번씩 한살림 아저씨가 가져다주시는 맛있는 먹거리들을 기다리고, 한살림 과일은 슬쩍만 씻어 먹어도 되고 껍질째 먹어도 되지만 약을 쳐서 키운 다른 과일들은 그렇게 먹을 수 없다는 것은 어느새 알게된 네살배기 아기.
하지만 그 아가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약을 친 채소냐, 아니냐가 아니라
자연과 농민과 부모님이 함께 땀흘려서 만든 이 먹거리들이 얼마나 귀하고 고마운 것인지.. 그래서 맛있게 잘 먹고 튼튼히 자라달라는 엄마의 마음을, 자연의 깊은 사랑을 몸으로 마음으로 느끼게 해주는 것이리라.

얼마전 <민들레>에 실린 신순화(블로거 평온님)님의 글에도 바로 이 이야기가 찬찬히 적혀 있었다.
유기농은 제품이 아니라 가치관이라는 것, 값비싼 유기농물품으로 내 아이의 건강만 지키려고 하는데 그치지 말고
아이가 자연과 생명의 귀중함, 인간이 그 속에서 함께 살리고 살아가는 일의 중요함을 조금씩이라도 배우고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이 진정 유기농의 가치를 우리 삶에서 실현하는 것이라는 얘기에 깊이 공감했다.

책 이야기를 하다가 삼천포로 빠졌는데... <좁쌀 한 알에도 우주가 담겨 있단다>는 한살림의 조합원이 되신 어른들께 꼭 권하고 싶은 책이다. 
물론 집에 잘 놔두었다가 아이가 크면 함께 읽고 얘기하면 더 좋을 것 같고. 
어릴때부터 친숙한 '한살림'을 만들어낸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안 후에 먹는 한살림 먹거리의 맛은 그 전과 또 다를테니!
^^  






땅땅이의 친환경 요리교실 - 10점
이상희 지음, 김해진 그림, 채송미 요리/북센스





 이 책은 '한살림 블로그 활동단'이 되고나서 한살림으로부터 선물(?)로 받은 책이다. ^^
이 책 외에도 한달에 한 번씩 귀한 한살림 물품을 선물로 받았는데, 그 물품들에 대해 소개하는 것에 넘 게을러서 죄송한 마음이다. 내 나름대로 한살림 이야기를 한 달에 3편씩 쓴다는 약속은 그럭저럭 이행하고 있지만, 정작 받은 물품들(대게 '이용촉진물품'이나 이 계절에 적절한 계절상품이라 시의적절하게 소개해야하는데...--;;) 소개를 못해서 마음에 짐이 된다. 얼른 해야지...

무튼무튼... 원래 하려던 책 얘기로 돌아가서~~~
<땅땅이의 친환경 요리교실>은 한마디로 정말 '땅땅'하다. ^^

내용이 아주 꽉 차 있고, 탄탄하다.
초등학교 방과후 교실에서 아이들이 함께 만들어본 친환경 요리 24가지의 레시피는 단순하지만(그래도 내가 엄두내기 어려운 것들이 훨씬 많았다.. 아, 겁쟁이 새댁ㅠㅠ)
한 가지 요리를 만들때마다 같이 얘기하는 주제는 정말 만만치 않다.

제철음식, 지구 온난화, 정크푸드, 설탕, 식품첨가물, 유전자조작식품, 농약과 화학비료 문제, 성장호르몬과 항생제까지...
이 정도 주제를 초등학생이 소화한다면... 음. 왠만한 살림꾼 아줌마아저씨보다 훠~~~얼씬 훌륭한 식품영양과 안전에 대한 지식과 생태적 감수성을 갖추게 될 것이다. ^^

초등학생 이상의 아이가 함께 읽고, 요리도 함께 만들어볼 수있도록 기획한 책이지만  
어른인 내가 읽어도 배울게 참 많고, 반성도 많이 하게되는 책이었다.
(오늘도 연수에게 시중과자를 넘 많이 먹였다..ㅠㅠ 그보다 건강한 간식거리를 직접 만들어주는데 게으렀던 것을 더 반성해야겠지만..;;;;) 

고구마군만두, 팥말이 찐빵, 새우버거, 닭떡꼬치 등 책에 실린 24가지 요리가 모두 아이들이 너무너무 좋아할만한 것들이란 점에서 손닿기 좋은데 꽂아놓고 두고 두고 펼쳐보며 한가지씩 만들어먹으면 참 좋을 것 같다. 

바른 먹을거리, 제대로 만든 음식의 중요성에 대한 이야기들을 저자 스스로 '다소 지나치다 싶을만큼 얘기했다'고 할만큼 비중있게 다루고있는만큼
그저 쉬운 요리책이라기보다는 부모님과 아이가 함께 읽고 이야기를 많이 하는 교재로
그리고 골치아픈(?) 이야기끝에 주어지는 달콤한 보상으로 책에 나온 맛있는 요리들을 행복하게 나눠먹는 그런 시간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





+


마지막으로 요즘 한살림에서 알라딘과 함께 '건강한 먹을거리 도서' 기획전을 진행하고 있어 그 소식을 알리고 마무리해야겠다. 
나도 가서 살펴보니 읽어보고 싶은(사실 알게되면 먹는게 너무 무서워질 것 같기도한--;;) 책들이 참 많았다. 
좋은 요리책도 많은데, 다행히도 그중 몇권은 벌써 우리집에 있다. 
그러니... 책을 보고 열심히 하기만 하면 되는데... 게으른 연수엄마, 인제 갓난쟁이도 곧 낳게되니 제대로 밥상 차릴 일은 더 어려워만 지겠다.ㅠㅠ  










http://www.aladin.co.kr/events/wevent_book.aspx?pn=110512_hansalim


위의 주소를 클릭하시면 알라딘 기획전 페이지로 바로 간답니다~~^^
아참, 한살림 홈페이지에서 먼저 로그인하고 배너를 통해 알라딘으로 가면...  한살림 조합원께 드리는 3% 할인혜택도 있다하니 참고하셔요. ^^

한가지 더~~!
처음에 소개한 <좁쌀 한 알에도 우주가 담겨 있단다>는 한살림 인터넷 장보기 사이트에서 '도서'란을 클릭해 들어가시면 볼 수 있어요. <한살림 선언>과 다른 여러 책들도 있고요.
한살림 매장에서도 구입할 수 있고, 인터넷 장보기에서도 구입 가능하답니다. 
음... 우리동네 도서관에 비치되어 더 많은 이웃들과 함께 볼 수 있도록 '신청'해 주시는 것도 참 좋을 것 같습니당~.
이상 '한살림의 책' 이야기, 끝~!! ^^   

  




Posted by 연신내새댁
생명/한살림.농업2010. 12. 14. 01:03










결혼을 하고 내 살림을 시작할때 '이제는 나도 생협에 가입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왠지 '주부'가 된다고 생각하니 그전까지는 나와 멀게 느껴졌던 '생활협동조합'이 내 삶에도 아주 가까운 현실로 다가왔던 것이다.
생협운동을 오래 해왔던 선배에게 전화를 걸어 물었더니, 한 가족이 집에서 배송받아 쓰기에는 '한살림'이 좋을 거라고 추천해주었다.

그렇게 한살림과 인연을 맺은지 이제 만 3년이 되었다.
한주전에 인터넷으로 주문한 물품을 월요일마다 우리집에 배송해주시는 '한살림 아저씨'는 연수가 갓난아기때부터 매주 한번씩은 꾸준히 보아온 분으로, 이제 연수는 그 아저씨를 보면 한달음에 달려가 반갑게 인사도 하고 배송상자도 제가 직접 아저씨게 꼭 드리겠다고 미리 챙겨둔다. 
연수가 좋아하는 '맛있는 것들(주로 빵과 과일, 밥을 좀 그렇게 좋아해줬으면 좋겠다--;;)'과 일주일치 일용할 양식을 갖다주시는 그 분은 우리집에 너무도 고마운 존재이고 연수에게는 늘 설레임과 함께 기다려지는 분이다. ㅎㅎ 

아무튼 그런 아저씨가 얼마전에 가져다준 이것은 바로 '수세미'.
작년부터 한번 써보고 싶던 수세미가 마침 겨울부터 공급된다기에 얼른 하나 주문해 보았다.   










받고나서 우선 그 크기에 놀랐다.
와.... 진짜 수세미는 이렇게 크구나.
하긴 수세미 덩굴에 큰 열매가 달린 것은 한번 본적 있는데, 말라도 이렇게 크구나..

연수도 나도 마른 수세미 열매는 처음 보는지라 아주 신기했다.
적당한 크기로 잘라가면서 쓰면 오래오래 넉넉하게 잘 쓰겠다.
(값은 글쎄 이렇게 큰 녀석 두 개가 2,000원밖에 안했다. 우와~~~ㅠㅠ 쓰는 우리야 고맙지만 키우고 말리는 수고로움에 비해 넘 싼 가격은 아닐지ㅜ 이번주에 배송온 것을 보니 크기가 작은 것도 있었다. 한살림 자연물품이 원래 복불복의 성격이 좀 있는 것을 감안할때 지난번에 우리가 받은 수세미는 땡잡은 경우였던 것도 같다. ㅎㅎ)

자연물을 그대로 쓰는 것인지라 아무래도 처음에는 다소 낯설고 뻑뻑한 느낌이 없지않았다. 
어릴때 만져본 지푸라기의 느낌같기도 하고, 설겆이하는 손에도 힘을 더 주어야했다. 
그렇게 일주일 정도 쓰고나니 이제는 많이 부드러워졌다.
플라스틱이나 천같은 인조 수세미에 길들어있던 손매도 조금은 불편하고 생경한 천연 수세미에 새롭게 적응해야 했다.

그런데 이 녀석의 세정력은 정말 놀랍다.
특히 기름기가 많은 프라이팬이나 냄비를 닦고나서 물에 한번 헹구고나면 무슨 일이 있었냐는듯 원래의 그 산뜻한 질감과 은은한 제 색으로 바로 돌아오는 그 맛에 나는 그만 반해버렸다.
기름기나 고추가루 양념색깔이 묻어 세제를 다시 한번 짜서 빨아도 쉽게 깨끗해지지 않던 플라스틱 수세미나 천 수세미와는 다른 깔끔함과 정갈함이 이 천연 수세미에는 있다.  











조그맣게 잘라서 비누받침으로 써도 좋다고 하여 그렇게 만들어보았다.
물빠짐이 좋아서 비누와 받침대를 모두 뽀송뽀송하게 유지해준다. 
세 개의 큰 구멍이 있는 수세미의 단면은 적당히 촘촘하고, 적당히 얼기설기하다.
그래서 바람도 잘 통하고 그릇은 깨끗하게 잘 닦인다. 
인간이 만든 것도 참 훌륭한 것이 많겠지만, 수세미만큼은 천연의 재질과 그 우아한 품위(?)를 따라가기 어렵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












배송온 수세미 봉지안에서는 마른 수세미 씨앗도 여러개 나왔다. 
편지봉투를 하나 꺼내 따로 잘 담아두었다.
내년에 나에게 텃밭이 생긴다면 이 수세미 씨앗을 꼭 심어야지. 
그래서 좋아하는 지인들에게는 수세미를 선물해야지...
수세미 덩굴이 잘 자라 실한 열매를 맺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겠지만 그걸 어떻게 말려야 이런 수세미가 되는지를 아직 모르니 더 찾아보고 공부를 해봐야겠다. 그냥 바람에 잘 놔두면 저런 신기한 수세미가 되는걸까? 
연수랑 같이 내년엔 수세미 농사에 도전해봐야지... ^^

겨울의 한가운데로 한발한발 걸어들어가고 있는 요즘이다. 
방안으로만 자꾸 움츠러들려고 하던 때에 수세미를 만나고 받은 감동은 꽤 컸다.
추워도 밖으로, 자연 곁으로 한번 더 찾아가 감동도 얻고 생기도 얻어야지.. 집안에도 자연의 기운을 더 들여놓아야지.. 마음먹었다.

내 가까운 친구들께 드릴 올해 연말연시 선물도 수세미로 결정하고, 지난주에 여러개 주문해 오늘 받아두었다.
혹시 이 수세미를 써보고 싶은데 생협매장은 좀 멀고 어려운 분들이 계시다면 새댁과 연말연시 약속을 한번 잡아주시라~~
묵은 해의 먼지를 깨끗이 씻어내고 청신한 새해 새기운만 받아들이시라고 
빳빳하고 잘 마른 수세미로다가 한 봉지 크게 선물해드릴테니...^^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