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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mma! 자란다2008. 10. 13. 19:07


요즘 친구같은 아빠라는 뜻의 '프렌디'캠페인을 보건복지부가 펼치고 있습니다.
(제가 처음 포스팅할때 잘못 알고 '프레디'라고 썼었네요. 먼저보신 많은 분들, 죄송해요... ㅠㅠ)
육아의 책임을 엄마에게만 미뤄둘 것이 아니라 아빠도 육아의 주체로 참여하고, 아이들의 좋은 친구가 되어주어야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나봐요..
그 중 하나로 블로그에 '아빠의 육아'를 담은 포스팅을 올려보라고, 추첨하여 여행권인가를 준다는 이벤트도 하고 있습니다. 
새댁, 당근 신랑에게 권하였으나 울 신랑, "음..." 하고 답이 없습니다. ^^;
새댁은 응모자격이 없지만(엄마라ㅠ 그 이벤트는 아빠의 블로그만 가능해요~;;) 대신 우리집 초보아빠 얘길 써봅니다. 
(*프렌디 육아블로그 컨테스트가 궁금하시면 여기로---->)

*

지난 주말, 신랑이 아팠습니다.
지난주 내내 밤늦게까지 야근하느라 많이 힘들었나 봅니다.
금요일밤에도 11시가 훌쩍 넘은 시간에 신랑이 돌아왔습니다.
똑순이와 함께 자고있던 새댁이 부시시 눈을 뜨고 바라보니 신랑, 작은 꽃다발을 내미는게 아니겠어요.
노란 장미와 하얀 소국, 노란 카네이션, 이름모르는 작은 보라색 꽃까지.. 참 예뻤습니다. 
한밤중에 때아닌 꽃다발을 받고 새댁, 입이 함지박만큼 벌어져서 
한주 내내 늦게온다고 뾰루퉁해있던 마음이 눈녹듯 풀어졌습니다. 






토요일 아침에 일어나서 보니 간밤에 큰 컵에 담아둔 꽃다발이 새삼 어찌나 예쁜지요..
비닐포장만 간단히 되어있는 작은 꽃묶음이었지만
어느 화려한 꽃바구니보다 더 따뜻한 행복이 마음속에 피어났습니다.
포장을 벗긴다, 사진을 찍는다.. 소란스러운 새댁을 보며 신랑, 
"에구~ 우리 마누라, 진작 꽃 좀 사줄껄.. 이렇게 작은 꽃다발 보고도 저리 좋아하다니.." 합니다.
"크기나 값이 중요하냐~ 마음이 중요하지! 내 눈엔 이쁘기만 하다, 뭐~!"
말하고 나니 꽃값이 살짝 궁금합니다. 

"근데.. 참.. 그 밤에 어디서 샀어? 얼마주고?"
"얼마 같은데?"
"음... 오천원?"
"그렇게 생각해~~^^"
"뭐야~ 설마 만원은 아닐테고.. 삼천원인가? 어디서 샀는데~?"
"지하철역 나오면 있는 꽃노점^^ 삼천원같이 보여? 그럼 그렇게 생각하고~"
"뭐야~ 삼천원도 안하는구나!! 설마 이천원??"
"ㅎㅎㅎ 그래~ 지하철입구 나오는데 '한묶음 이천원' 이란 소리에 귀가 번쩍 뜨여 얼른 샀다!"
"잘했네~ 휴~ 싸게 잘샀다^^ 넘 이뻐!!"

그 이뿐 꽃다발을 상에 올려놓고 점심에 신랑은 똑순이를 업고 밀린 설겆이도 하며 똑순이를 잘 재워주었습니다.
똑순이 유모차태워 동네 마실도 같이 다녀오고, 둥가둥가하며 신나게 놀아주기도 했습니다.
저녁엔 육아에 지친 새댁을 위해 맛있는 도토리속참나무표 삼겹살도 맛있게 구워주고요...
이만하면 '프렌디'의 자격이 충분합니다.




그랬는데 일요일 새벽에 잠이 깨서 찡찡거리는 똑순이를 안아주다 그만 어깨가 삐끗한 것입니다.ㅠㅠ
처음엔 숨도 못쉬게 찡- 하는 통증이 왔다가 수그러든 뒤엔 어깨 아래부터 가슴까지가 따끔따끔 계속 아프다는 것이었어요.
어른들이 '담이 결린다'고 하시는 바로 그 증상이었습니다. 


하여 일요일 아침, 새댁 급히 인터넷 검색하여
핫팩하고, 마침 어제 삼겹살먹고 남은 상추가 있어 찧어서 따끔거린다는 부위에 붙여도 보고.. 
피로회복에 좋다는 경옥고도 타서 먹이고..  
가엾은 마음에 이것저것 맛있는거 만들어 먹이고... 
(잘해주기만 한건 아니예요... 철없는 새댁, 오후에 똑순이가 한참 찡찡대자 아픈 신랑에게 살짝 짜증을 내기도 했습니다. ㅠㅠ)

신랑이 아프니 참 덜컥 겁이 나더군요..
결혼하고 그리 아픈일 없이(술병날때빼고) 건강히 잘 살아와서인지
첨 신랑이 많이 아프다며 누워있으니 미안하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고... 
결혼이라는 것이 서로가 아플때도 가장 가까이서 보살펴주겠다는 약속이란 걸 새댁, 첨으로 실감한 날이었습니다.
살면서 즐겁고 좋은 날만 있을 수는 없겠지요. 아프고 힘든 날도 함께 견뎌낸다는 것, 함께 책임진다는 것.. 
참.. 부부라는 이름도 부모라는 이름만큼이나 역시 쉬운 이름이 아니었습니다.
 
다행히 하루 푹 쉬고 신랑은 많이 괜찮아졌다고 안심하라 합니다.
그래도 겁많은 새댁은 여전히 맘이 잘 놓이지 않아 오늘은 야근하지 말라고 엄포를 놓았습니다..  

똑순이를 키우며 새댁만이 아니라 신랑도 참 많이 자라고 있습니다.
아버지가 된다는 것..은 어떤 걸까요? 그 입장이 되어본 적이 없는 새댁이 짐작하기 어려운 무언가가 있을 것입니다.
처자식을 부양해야한다는 책임감의 무게가 참 무거운 것 같은데도 
늘 밝고, 늘 새댁을 고생한다고 걱정하며.. 육아도 새댁에게만 미루지는 않으려고 노력하는 울신랑-
때때로 육아와 가정에 더 충실하라는 새댁의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며
초보아빠의 길을 열심히 가고 있는 신랑이 새삼 너무 고맙고 소중한 가을밤입니다.
신랑은 아마 똑순이와 함께 무럭무럭 자라 정말 좋은 '프렌디'가 될 것입니다.

이제 언능 신랑이 좋아하는 제육볶음 만들고 기다려야겠습니다. 똑순이가 깨지말고 잘 자줘야할텐데요..^^

 



예쁜 아빠랑 예쁜 똑순이 사진 몇 장 올려봅니다~ 아빠, 힘내~!^^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