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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9.01 길가의 풀꽃들이 손짓할 때 12
umma! 자란다2009. 9. 1. 21:01


가을이 오나봅니다.
하늘은 청명하고 바람은 선선합니다.
저멀리 북한산 봉우리들이 가을햇살을 받아 희게 빛납니다.

오늘 포스팅 제목을 뭘로 할까 생각하다 
김광석이 부른 '슬픈 노래'의 가사가 문득 떠올라 저렇게 써봤습니다.
'길가의 안개꽃이 너처럼 웃음지을때 슬픈 노래를 불러요 슬픈 노래를..'

이 가을, 농부님들은 수확을 준비하느라 바쁘시고
직장인들, 학생들.. 한해의 마무리가 성큼 다가온 것같아 괜시리 마음과 손이 모두 바빠지실 때인데..
여기 바쁜 사람이 또 한명 있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자전거를 앞세우고 집나설 채비를 하는 우리 아기, 똑순이입니다.







외삼촌외숙모께 돌선물로 받은 세발 자전거입니다. 똑순이의 애마지요. 요즘은 혼자서도 곧잘 타고 내립니다.






'나 준비 다 됐어요~' 룰룰루 콧노래를 부르며 엄마를 기다립니다.






'엄마 얼른 오세요~!'
한번 나갈때마다 1~2시간은 훌쩍 넘게 놀다 들어오므로 엄마는 챙길게 많습니다. 간식, 물통, 물티슈... 나가는 길에 버릴 음식물쓰레기까지. "똑순아, 금방 갈께! 좀만 기다려~~~;; "






기다리는 중에도 앉았다 일어났다 하며 놀고있습니다. 미안미안~ 엄마 준비 다 했다. 이제 출발~!!^^


이렇게 부랴부랴 나가서 하는 일은.. 아파트 화단의 풀꽃보기, 놀이터 시소타기, 걷기가 다입니다.
똑순이는 화단의 풀꽃 보기를 참 좋아합니다.
자동차 구경도 좋아하지만 자동차는 이따금씩 지나갈 뿐이므로
늘 거기있는 풀과 꽃 나무들, 흙 사이를 기어가는 벌레들을 들여다보고 따라 걷고 손에 쥐어보고 때론 먹어봅니다.

엄마도 풀꽃 보기를 좋아합니다.
밤새 피어난 들국화들, 매일 조금씩 붉어지는 꽃사과나무의 작은 열매들..
오늘도 천천히, 그러나 쉼없이 자라고 변화하는 생명들의 모습은 
아이와 함께 자라느라 조금은 고단하고 힘든 초보엄마의 마음을 따뜻하게 위로해줍니다. 
그 말없는 위로를 받다보면 이렇게 아름다운 것들이 내 곁에 있다는 사실이 뭉클하고 고마워집니다.

그래서 우리 둘이 밖에 나가면 풀꽃을 들여다보고, 걷고, 또 들여다보고, 줍고, 먹고, 뱉게하다가 
다리가 아프고 목이 마르면 다시 자전거를 세워놓았던 곳으로 돌아와 잠시 쉬고 또 걸어가서 구경하다가 돌아오는 일의 반복입니다.

화단에 곧잘 머리를 박고있는 우리 모자를 보고 
친한 동네 아주머니는 "똑순이는 커서 식물학자가 되겠다~" 고 얘기하신 적이 있어요.
저는 그 말이 넘 좋아서 "정말 그럼 좋겠어요" 대답하고는
'그래.. 똑순이는 태몽도 고구마랑 밤이었으니까 정말 농부가 되거나 식물학자가 될지도 몰라' 생각하며
초록생명들과 함께 하는 똑순이의 미래를 상상하고 잔뜩 꿈에 부풀어 올랐습니다.
그러나 잠시후 '아 그렇지만 참 힘든 길일거야.. 고단하고. 보람되고 아름다운 길이지만.. 똑순아, 어쩌지?' 하며
강아지풀을 손에 꼭 쥐고있는 똑순이의 머리를 안타깝게 쓰다듬어주는 청승을 혼자 떨었습니다. ^^;;;  






일요일 오후에는 동네 언니들이 꽃 좋아하는 똑순이를 위해 풀꽃을 한아름 꺽어다주었습니다.
그게 그 아이들에게는 재미있는 놀이가 되어서 
여기저기 정말로 신나게 뛰어다니며 이 꽃 저 꽃 따와서 똑순이 작은 손에 쥐어주고, 윗옷 주머니에 꽂아주느라 
세 아이가 아주 분주했습니다. 
똑순이는 저대로 신이 나서 풀꽃다발을 흔들며 누나들 뒤를 따라 열심히 걸어다녔습니다.

한참을 그러고 놀면서 우리가 풀꽃을 참 좋아한다는걸 확인했는지 한 녀석이
'아줌마, 나 봉숭아꽃이 정말 많이 핀 데 알아요. 같이 가볼래요?' 하며 우리 모자를 데리고가서 
아파트 구석진 곳에 있는(2년가까이 살면서도 그런 곳이 있는줄 몰랐던) 텃밭을 보여주었습니다.
탐스러운 봉숭아가 여러 그루 수북하게 피어있는 그곳에서
아이들은 또 우리에게 봉숭아씨를 따준다고 한참 법석을 떨었습니다.

또 다른 녀석이 '여기말고 또 있어요!'하더니 이번에는 101동 앞 화단으로 또 자랑스레 우리를 데려가 보여주었습니다.
고맙다고, 이 봉숭아씨는 잘 심어서 봉숭아싹이 언제 나오는지 얘기해주겠노라고 아이들에게 약속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여섯살, 열살쯤된 그 아이들과 그렇게 신나게 돌아다니다보니
주말에도 출근한 신랑 빈자리가 허전해서 어두워져있던 마음이 스스르 밝아졌습니다.






그렇게 해서 우리집에 오게된 풀꽃다발과 봉숭아씨들입니다.

 





어제는 똑순이와 함께 봉숭아씨를 심었습니다.
전부터 벼르고있던 벤자민화분의 분갈이도 했구요. 

똑순이와 함께 하는 분갈이는 신나고 재미있었습니다.
이 작은 조수는 엄마가 베란다에 흙과 물을 온통 펼쳐놓은 것을 신기해하며
엄마 옆에 꼭 붙어 숨죽이고 분갈이에 함께 했습니다.
흙도 눌러보고, 분갈이중인 벤자리 이파리도 흔들어보면서 분갈이 전과정을 아주 진지하게 지켜봤고
바가지에 물이 비자 어서 더 떠오자며 엄마보다 앞장서서 바가지를 들고 싱크대까지 열심히 왔다갔다 했습니다.

엄마가 벌려놓은 것보다 더 어지르지도 않고, 흙섞인 바가지 물을 살짝 마시긴 했지만
이사한 새 화분에서 잘 크라고 엄마와 함께 벤자민 잎사귀도 쓰다듬어줬고요.
분갈이는 아주 흥겹고 따뜻하게 잘 끝났습니다. 







이제 봉숭아꽃씨를 심을 차례, 
벤자민이 이사가고 남은 작은 화분에 흙을 채우고 가운데를 동그랗게 판 다음 봉숭아꽃씨를 넣습니다.
아직 다 여물지않은 씨았들인데 과연 싹이 잘 날까... 걱정도 됐지만
이 씨를 심으면 언제쯤 새싹이 날까 궁금해하는 동네꼬마친구들에게 '내가 심어보고 알려주마'고 약속해놓았으니
꼭 심어야합니다.






얘들아, 잘 자라다오~!







똑순이가 흙을 덮기전에 꽃씨를 살펴보고 있습니다.
'나무를 심은 사람'에 나오는 양치기 노인처럼 신중하고 꼼꼼하게 씨앗을 살펴보더니.. 한입에 꿀꺽! ㅜㅜ
이 조수는 입으로 모든 사물을 확인하는 버릇이 있습니다..;; 







결혼하고 집들이할때 신랑 회사분들이 사주셨던 벤자민화분, 잘 자라서 분갈이를 했습니다.
잘 커줘서 고맙다. 새 화분에서도 푸르게 튼튼하게 잘 자라주렴..!


 



노동후에 새참이 빠질수 없지요. 애썼다 똑순조수~ 복숭아 많이 먹고 기운내서 또 놀자!^^







우리집 장독대가 다시 조용해졌습니다.
철늦은 봉숭아 새싹은 고개를 내밀어줄까요?
새댁과 똑순이의 마음에도 기다심의 꽃씨를 하나씩 심었습니다.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