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출판도시'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1.02.15 출판도시에 또! 가다^^ 7
  2. 2011.02.11 출판도시에 놀러가다 8
여행하는 나무들2011. 2. 15. 18:31










아빠가 쉬는 주말, 온가족이 파주출판단지를 다시 한번 찾았다.
원래는 지난번에 같이 갔던 선배언니가 '탄탄스토리하우스' 공연장에서 주말에 한다는 '마술공연'을 보러가자고 해서 '그러자!'고 약속했던 것인데 언니네는 사정이 생겨 못가게 되었고 별일없던 우리 가족끼리만 단촐한 나들이에 나섰다.
지난번에 시간이 없어 못가봤던 곳들도 천천히 가볼 수 있겠다는 생각에 파주로 향하는 걸음이 즐거웠다.

딱 점심때에 도착한터라 '아시아출판정보센터' 1층에 있는 '다이닝 노을'이란 음식점에서 밥을 먹었다. 
스파게티 집이라 알고 갔는데 한식 메뉴도 있었다. 
넓은 창으로 햇빛이 따뜻하게 들어왔고,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운치있었다.
아주 싼 가격은 아니었지만(토마토스타게티 1만원) 큰 식당안은 한적하고 여유로워서 아이데리고 밥먹기에도 마음 편하고 좋았다.

쿠폰을 보면 눈이 번쩍 뜨이는 아줌마 욱, 지난번에 왔을 때 이 식당에서 주말에 2인 이상 식사 주문을 하면 쓸 수 있는 '치킨 엔칠라다' 쿠폰을 보고 언제 또 올진 모르지만 일단 챙겨두자.. 하고 지갑에 넣어두었는데 이번에 아주 요긴하게 잘 썼다. 
우리가 주문했던 두 종류의 식사보다 쿠폰 덕분에 먹은 이 요리가 훨씬 더 맛있었던 것이다.
연수는 식사 전에 주는 따뜻한 모닝빵에 딸기잼을 듬뿍 발라 먹는 것으로 행복하게 배를 채웠고, 후식으로 주는 커피도 맛있어서 우리는 '다이닝 노을'에서 또 밥먹을 건수를 만들어봐야겠다고 벼르며 돌아왔다.  
(쿠폰도 다시 한장 챙겨왔음은 물론이다~ㅎㅎ)











너무 맛있어서 몇개 먹고나서야 사진을 찍은 '치킨 엔칠라다'.
소스의 약간 매콤한 맛과 치즈와 고기의 부드럽고 달콤한 맛이 잘 어울렸다.
출판단지 안에서 내가 들렸던 곳 중에는 이 쿠폰이 두 군데에 비치되어 있었으니.. 
아시아출판정보센터 2층에 있는 헌책방 '보물섬'과 보리출판사가 운영하는 '보리 책놀이터'의 계산대 앞. ㅎㅎ
관심있는 분들은 참고하시라~^.^;  











밥을 먹고 나와 넓은 아시아정보센터 안을 마구 뛰어다니는 연수를 따라 한번 더 찾아간 백창우.이태수 전시회.
아빠와 함께 온 덕분에 나는 지난번보다 더 여유있게 전시장을 둘러볼 수 있었다.











전시장 한켠에 지난번에는 못보고 그냥 간 작은 공간이 있었다.
세밀화가 이태수씨의 작품들로 꾸며본 아이방이란다. 

아이들이 방에서 조금이라도 자연을 가깝게 느낄 수 있게 해주고파 한번 만들어보았다는 세밀화 띠벽지, 작은 원화그림액자들, 원목가구, 탈바가지같은 것들이 참 예뻤다.
생각해보면 연수 놀이방도 색깔이 참 화려하다.
알록달록한 원색의 플라스틱 장난감들이 가득하고, 인기 만화영화의 캐릭터가 큼직하게 그려진 것들도 많다.

좀 헐렁하게 비어있고, 나무결, 나무색이 은은하게 느껴지는 이런 방을 만들어줄 수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시장처럼 도자기 화분과 그릇까지 다소곳하게 올려놓을 수야 없겠지만
색깔도 현란하고, 정신없이 어질러지기 일쑤인 장난감들을 좀 줄일줄 아는 지혜가 필요할 것 같다.
꼭 비싼 원목가구를 들여놓지 않아도, 좀 비우고 덜어내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여유롭고 차분한 느낌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심심해서 그림도 좀 그리고, 책도 좀 보다가, 뒹굴뒹굴 아무거나 오리고 접고 만들어볼 수 있는 책상 하나, 걸상 하나만 있는 방.











계단을 오르내릴 수도 있고, 가끔 뛰어내릴 수도 있는 이층침대나 
혼자 들어가 숨어있을 수 있는 벽장같은 것이 있으면 더 좋겠지...  
전시장을 둘러보면서 연수와 평화에게 그런 방을 만들어주는 꿈을 꾸어보았다.

독일에서는 저출산대책의 하나로 만6세 이하 아이는 아무리 소리를 지르고, 쿵쿵거려도 괜찮게 소음규제를 완전히 풀었다던데
아이가 조금만 뛰어도 아래층의 항의를 걱정해야하는 우리네 공동주택 문화에서 
우리집 사내아이들은 어찌 지내야할지... 생각하면 걱정이지만
밖에서 있는 힘껏 많이 뛰어놀아 힘을 뺀 다음에 집안에서는 좀 차분하게 책읽고, 그림그리고 놀게 되었으면.. 하고 바래본다. 집에서는 그저 숨바꼭질 정도나 할 수있게 작은 집이라도 아기자기한 비밀공간을 많이 만들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












정보센터 대각선 건너편에는 비룡소 북아울렛 '까멜레옹'이 있었다.
비룡소 그림책 중에도 연수가 좋아하는 책이 많다.
입구에는 우리가 지난 여름에 재밌게 봤던 '파도야 놀자' 그림이 큰 걸개로 걸려있었다.
다시 더운 날이 와서.. 바다에 저렇게 뛰어들고 싶다.












아빠랑 앉아서 '신기한 스쿨버스'를 보는 연수.
친척이 물려준 그림책들 속에 우연히 저 시리즈가 두 권 들어있었다.
너무 큰 형아들이 보는 책인 것 같아 안읽어주고 있었는데 어느날부턴가 연수가 자꾸 들고와서 읽어달라고 조르기에 큰 글자들만 읽어줬더니 너무 좋아했다.
어려운 내용이 잘 이해도 되지 않을텐데 그저 버스를 타고 우주를 날아다니고, 전기줄과 가전제품들 속에 들어갔다 나왔다하는 얘기들이 재미있어서 그런지 꼼짝도 않고 앉아 참 잘도 듣는다.
덕분에 과학에 약한 엄마도 새삼 과학공부를 많이 했다.(만화책이라 술술 잘 읽힌다~ㅋ 옛날에 학교다닐때 이런걸 봤어야했는데..ㅎ)
날이 갈수록 자꾸만 어려운 질문을 하는 연수에게 잘 대답해주기 위해서는 연수보다 엄마에게 이 시리즈가 필요할듯.
(연수야, '왜 추우면 물이 얼어?' 같은 질문은 공대나오신 아빠에게 해다오.. --;;;)

암튼 '신기한 스쿨버스'는 정말 재미있는 그림책인데, 이번에 가서 보니 '베이비'와 '주니어'판도 있었다. 
하지만 같은 작가들의 글, 그림이라 해도 베이비, 주니어 판보다는 초중학생용 책이 더 재미있는 것 같다. 
작은 글씨들이야 나중에 연수가 초등학생이 된 뒤에 저 혼자 읽어도 될 것이니, 여섯살쯤되면 아예 초중학생용을 구입해서 큰글씨만 읽어주면서 함께 보는게 나을 것 같다.











'까멜레옹'에서는 비룡소에서 나온 새책을 50%(출간된지 1년 이상된 구간도서, 비치된 도서들은 거의 대부분 50%가 된다)의 가격에 살 수 있었다.
책을 보고, 또 사가는 부모님들과 아이들로 무척 북적북적했다.











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보리출판사에서 운영하는 '보리 책놀이터'.
보리출판사는 '보리 아기 세밀화', '도토리 계절그림책', '개똥이 그림책' 등 연수가 태어나서 지금껏 제일로 많이 보고, 참 좋아하는 그림책들을 만들어준 고마운 출판사다.
변산공동체를 일구고 있는 분들이 자연과 사람이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좋은 세상도 만들고, 그런 꿈과 이야기들을 담은 어린이책도 만들어보자 해서 같이 기획하고, 글도 쓰는 출판사라고 알고있어
내 아이가 자라는 시절에 이런 출판사가 있어서 참 다행이다, 이렇게 좋은 책을 읽으면서 자랄 수 있어 참 고맙다, 든든하다... 늘 생각하게 되는 곳이다.











보리책놀이터로 내려가는 계단 옆에 자란 길다란 담쟁이 덩굴.
햇볕 좋은 그 벽에 마냥 기대앉아 해바라기 하고싶어지게 하던 계단.











숲이나 산에서 주울 수 있는 동물 똥, 동물 흔적들을 모아놓은 작은 전시대.
초등학생쯤 돼보이던 형아가 나와 연수에게 열심히 설명해주었다.
'저건 토끼똥이고요, 이건 청설모가 먹다남긴 잣이예요. 또 저건... '
보리책놀이터에서도 그렇고, 출판단지내 여러 문화공간들에서 아이들과 엄마아빠가 함께 할 수 있는 '자연체험.자연놀이'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었다. 연수가 조금 더 크면 그런 프로그램들을 찾아 주말에 재미있게 해볼 수 있겠지.. 기대된다. ^^












그러나 아직 네살배기인 연수에게 요즘 가장 관심있는 일은... 뛰어내리기.
어디서든 뛴다.
여기서도 뛰고...










저기서도 뛰고...









착지! ^^;










책놀이터에 넓게 펼쳐진 공연장.
공연이 없을 때는 아이들이 편하게 앉아 책도 읽고, 연수같이 어린 녀석들은 맘껏 뛰고 굴러도 아무도 눈치주는 사람이 없는 신나는 공간. 그야말로 '책+놀이터'다. ^^












"아빠, 이쪽에 앉아~" 연수의 요청에 뻘쭘하게 공연장에 앉아보신 연수아부지. ^^ 노래라도 한곡~~!












보리출판사에서 나온 책들이 모두 좋은 것은 아닐 수도 있지만, 적어도 내가 본 책들은 다 참 좋았다.
아이들 책뿐만 아니라 '아이를 키우는 어른들'이 보면 좋을 책도 많이 나와있었는데 
이번에는 그 중에 두권, 임길택 선생님이 쓴 <나는 우는 것들을 사랑합니다>와 윤구병 선생님의 <변산공동체학교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이란 책을 샀다.

임길택 선생님의 책은 예전부터 제목을 볼 때마다 마음이 뜨끔해지곤 했다. 
우는 것들을 사랑한다니... 아이가 울면 갓난아이 시절에는 어쩔 줄 몰라 그만 함께 울고싶었던 초보엄마였고, 조금 큰 뒤에는 '울음=떼'라는 생각에 화나 짜증부터 나기 일쑤인 내게 '우는 것들을 사랑한다'는 선생님은 도저히 이를 수 없는 어떤 경지에 오른 분같이 보였다. 
 
'나는 누가 울 때, 왜 우는지 궁금합니다.
아이가 울 땐 더욱 그렇습니다.
아이를 울게 하는 것처럼 나쁜 일이 이 세상엔 없을 거라 여깁니다.
짐승이나 나무, 풀 같은 것들이 우는 까닭도 알고 싶은데,
만일 그 날이 나에게 온다면, 나는 부끄러움도 잊고 덩실덩실 춤을 출 것입니다. 
나는 우는 것들을 사랑합니다.
그리고 아직 시가 무엇인지 잘 모르지만,
그 우는 것들의 동무가 되어 그들의 숨겨진 이야기를 쓰고 싶습니다.
다만 한 가지, 글을 읽을 줄 아는 이라면 아이, 어른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는 이야기들을 쓰려 합니다' 

- 임길택 시집 <할아버지 요강>(보리, 1995년)에서 따온 책 표지글.
 
1997년에 세상을 떠난 임길택 선생님의 글을 읽다보니 마음이 아프면서도 따뜻해져왔다.
이런 분이 계셨구나.. 아이들 마음을 이렇게 보살피는 분이. 자신이 만난 모든 아이들, 그중에서도 특히 약하고 힘든 아이들을 따뜻하게 보듬어주셨던 선생님의 글을 읽으면서 내게 찾아온 내 아이들, 나는 이 아이들에게 만이라도 좋은 엄마, 좋은 어른이 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보리책놀이터에서 나는 그런 생각을 가만가만 다짐했다.











내가 여기 앉아 1000원받고 머그잔에 가득 담아주는 맛있는 유기농커피(다방커피도 차별없이 천원이다^^)를 마시며 책을 읽고 있는 동안,
아빠와 연수는 놀이터 밖 계단도 뛰어다니고 놀이터 안에 들어와 둘이 그림책도 재밌게 보았다.











책방 나들이는 엄마에게는 모처럼 혼자 앉아 마음편히 쉴 수 있는 여유를 주었다.
아빠에 목마른 아이는 저와 계속 함께 뛰어다니고, 붙어앉아 그림책도 읽어주는 아빠의 향기를 흠뻑 마시며 맘껏 놀았다.
아빠도 다른 곳보다 덜 북적대고, 아이와 놀 거리도 많은 출판단지 나들이가 참 좋았다고 한다. 
   
아이들은 누구나 책 읽어주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
내가 만난 아이들중에 책 읽어주는 것을 싫어하는 아이는 없었다.
어른이 피곤하거나 귀찮아서, 혹은 어색하고 쑥스러워서 잘 안 읽어줘서 그렇지
아이들은 어른과 함께 그림책을 보며 흥미로운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가, 쫑알쫑알 제 이야기도 하다가, 또 다시 같이 보고 듣는 것을 정말 좋아한다.
아이가 책읽다가 하는 말을 귀담아 들어주고, 질문에는 성심껏 대답도 하고 그러면서 함께 책을 읽으면 아이도 책에 참 귀를 잘 기울인다. 그리고 책을 덮은 후에는 그 내용으로 재미있는 저만의 놀이들을 만든다. 
책의 세계는 그래서 풍성하고, 따뜻한 소통과 공감의 터전이 된다.  

책을 읽으며 아이와 마음도 나누고, 체온도 나누고.. 널찍한 곳에서 마음껏 뛰어놀기에도 참 좋은 곳.
파주출판도시였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여행하는 나무들2011. 2. 11. 23:20










+ 요즘 어딜가나 쿵쿵거리며 발을 구르고, 춤을 추듯 뛰어다니는 연수는 사진마다 포즈가 신기하다. ^&^




설연휴가 끝나고 포근한 날씨가 이어지던 8일,
서대문 민주노동당 애기엄마들의 모임에서 파주출판도시로 나들이를 다녀왔다.
홍제동에서 어린이책서점을 운영하면서 출판기획자로도 일하는 순영언니가 '파주출판도시도 아이들과 함께 놀러가면 참 좋다'며 안내를 맡아주었다.  

헤이리나 임진각에 갈때 자유로 한켠으로 '파주출판단지' 표지판이 크게 보여도 그곳에 내가 갈 일이, 갈 곳이 있을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연수 그림책 속지나 택배 송장에 찍힌 '파주시 교하읍 문발리 출판문화정보산업단지'란 주소로만 익숙한 곳.










큰 간판도 없고, 죽 늘어선 낮은 시멘트 건물들 사이로 겨울바람이 황량하게 부는 넓디넓은 출판단지.
순영언니가 없었다면 어디가 어딘지 몰라 헤메다 말았을 것 같은 거리 한켠,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라는 건물앞에 차를 세웠다. 
출판도시 진입로로 들어와 두번째 사거리인 응칠교사거리에서 우회전하면 왼편에 있는 회색 큰 건물.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는 출판도시의 안내창구 역할을 하는 듯 했다. 
이곳 1층 카페 앞에는 출판도시안에 있는 여러 문화공간과 출판사들의 안내팜플렛이 비치되어 있었다.
팜플렛에 있는 약도를 보니 비로소 다음에 안내인없이 와도 찾아다닐 수 있겠구나.. 싶었다. ^^

(이제와 생각해보니.. 아이가 특히 좋아하는 그림책이 있다면 그 출판사 주소를 바로 네비게이션에 찍고 찾아가도 좋을 것 같다. 보리, 사계절, 비룡소, 책소풍, 보림, 다섯수레 등... 파주출판단지 안에 있는 어린이책출판사들은 거의 모두 전시장과 공연장 등을 갖추고 있다하니 그곳부터 찾아가면 아이가 좋아하는 그림책 주인공들을 만나 반갑게 놀 수 있을 듯.. 그래도 이 건물은 까페와 식당도 있고 어린이책예술센터 '책마을'도 있어 출판도시 관람의 출발지나 중간 쉼터로 무척 유용한듯.)









+ 정보센터 1층에 전시된 출판단지 모형. 남자아이들은 이런 건축물 모형을 어찌나 좋아하는지 한참동안 떨어질 줄 몰랐다. 연수가 건물들을 자꾸 집어보려고 해서 말리느라 애먹었다.



우리가 찾아간 날, 정보센터 1층에서는 마침 어린이노래를 짓고 부르는 백창우씨와 세밀화가 이태수씨의 소장품과 작품 전시회(백창우 이태수의 조금은 별난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백창우 씨의 소장품인 신기한 악기들.
연수가 들고있는 긴 통은 한번씩 기울일때마다 '차르르 쏴아아...'하고 예쁜 빗소리가 났다. 백창우 아저씨의 노래창고 음반들을 듣다보면 이 소리를 또 만날 수 있으려나.










평일이라 전시장에는 우리 밖에 없었다. 악기들도 만져보고, 그림책도 읽어볼 수 있는 편안한 전시장이 좋았다.










메롱쟁이. ^^ 그나저나 백창우씨는 신기한 소장품도 많다. 저 뒤의 성은 집에 세워놓고 보는 걸까.. 혹시 들어가도 보시나? ㅎ










타자기도 쳐본다. 와. 엄마는 한번도 못 써봤는데.. 타자기로 치는 글맛은 어떨까? 궁금하다.











백창우씨의 애장음반들도 전시되어 있었는데, 그 중 반가운... '언제나 시작은 눈물로'.
이 노래와, 이 노래를 불러주던 선배들에 대한 추억을 얘기하며 어느새 애기엄마가 된 아줌마들의 발길과 눈길이 한참 머물렀던.


















이태수씨의 세밀화는 보리출판사에서 나온 '도토리 계절그림책'으로 처음 보고 참 좋아했는데, 그 외에도 여러 아름다운 책들이 참 많았다. 책에 나온 그림들을 크게, 원화로 볼 수 있게 전시해놓았다. 전시장 한켠에 작은 의자도 있어서 아이와 함께 앉아 그 그림이 들어있는 책도 읽을 수 있다.  


















"엄마, 이 책 읽어주세요~!"
집에서도 모자라 밖에 나와서까지 책을 읽어야하다니... 출판도시 나들이는 실수였구나. 절감하는 순간.--;
서너번은 반복해서 읽어야했다. 
 











1층 까페 창문으로 내다본 갈대밭.
갈대밭 위에 지어진 출판단지는 겨울에는 특히 황량한 듯했다.
그러나 그 쓸쓸하고 고즈넉한 풍경이 나는 더 좋았다.
사람은 적고, 공간은 넓고, 건물들은 나지막한... 올수만 있다면 자주 찾아와 마음 한켠 쉬고가고 싶은 곳이었다.












코코아 기다리는 연수.
엄마들은 맛있는 커피를 한잔씩 마셨는데, 모두들 '그래, 이렇게 조용하고 넓은 곳에서 커피를 한잔 꼭 마시고싶었어..'하고 입을 모았다.
우리는 모두 긴 명절을 이제 막 치르고난 며느리들이었던 것이다.
  










아시아출판정보센터에는 출판단지에 머무르는 일반인을 위한 숙박시설인 '게스트하우스 지지향'도 있었다.
와. 여유가 된다면 이런 곳에 와서 며칠 묵으면서 보고싶은 책과 문화공연들을 찾아보고 천천히 쉬다가도 참 좋을 것 같다.
출판사 직원들에게는 밤샘을 해가며 고달프게 일하는 일터일텐데.. 또 누군가에게는 고마운 휴식공간도 되는 출판도시.
생각해보면 모든 여행이 다 그렇다. 여행지도 언제나 누군가의 일터이고 삶터... 












출판센터 2층으로 올라가는 외부계단.
널찍하고 볕좋은 이 계단은 사진찍기에 참 좋을만한 곳이다.
저 회벽에 아이를 세워놓고 사진을 찍으면 작품도 나오겠건마는.. 고물이 다된 내 똑딱이와 펄펄 뛰는 사내아이를 데리고는 불가능한 일이다.












계단을 올라 찾아간 곳은 아름다운 가게에서 운영하는 헌책방 '보물섬'.












어릴때 즐겨보던 만화잡지의 이름이자 내 대학시절 첫사랑의 필명이기도 했던.. 보물섬. ^^













보물섬 앞에는 보물같은 자갈들이 가득한 널찍한 마당이 있다.
두 개구장이들은 눈녹은 물이 고인 이 마당을 철퍽거리며 뛰어다니다가 신발과 양말을 모두 적셨다.
눈이 녹을 무렵에 아이와 함께 외출할 때는 반드시 여분의 양말과 신발을 챙겨야한다는 교훈을....-.,- 



















보물섬 안 풍경. 아이용 책상과 의자, 어른들을 위한 창가의 탁자가 아늑했다. 
연수가 몇번이고 읽은 '내 표범무늬 팬티 어디갔어?'란 제목의 멋진 그림책은 단돈 500원. 얼른 사왔다. 




 








이사를 앞두고 있으니 이런 포스터가 예사롭지 않다. 잘 찍어뒀다가 나도 기증해야지.
(신랑은 "당신이 과연 뭘 버릴 수 있겠어?" 하겠지만... 혹시 뭔가 나오면 말이야, 나도, 여보. ^^;)













정읍에서 옮겨왔다는 작은 한옥.  
집을 통째로 들어왔다는 설명에 "역시 건축하는 사람들은 무서워~"하며 다들 웃었다. 
그러나 건축에 문외한이고 초행길인 내게는 잘 보이지 않았지만 출판도시는 도시 전체가 자연과 공생하는 생태건축을 지향하고 있다하니 찬찬히 잘 둘러보면 사람에게도, 자연에게도 편안한 느낌을 줄 것 같았다. 
아마 이 한옥은 그 상징이 아닐까.  













어린녀석들을 데리고 밥풀 주워가며 점심을 먹고나니 짧은 여정이 더 짧아져서 오후에는 어린이책출판사 한곳밖에 가볼 수가 없었다.
건물안의 다섯 전시마당을 다 돌면서 도장 다섯개를 받아오면 책을 한권씩 준다는 말에 혹하여(공짜라면 양잿물도 큰 것으로...^^;;;) 여원미디어의 '탄탄스토리 하우스'를 찾았다.

연수는 순영언니를 '도서관이모'라고 부르면서 파주에서 내내 잘 따라다녔는데, 아마도 언니가 연수에게 책을 재미있게 읽어줬기 때문인듯. ^^  
언니는 지구당 사업으로 구청과 함께 서대문구에 새로운 어린이도서관을 만드는 일의 실무도 담당하고 있다.
몸이 서너개쯤 되면 좋을텐데..ㅠㅠ 고생많은.. 멋진 언니, 화이팅~!












여원미디어에서 나온 인기그림책시리즈의 주인공 '곰돌이' 조각이 있었다.











그림책 '곰돌아 어디가니?'에서 봤던 곰돌이 자전거를 직접 타보고 연수는 무척 기뻐했다. 












걸음마를 시작한 아이들을 키워본 분들은 모두 아시겠지만.. 아이들은 계단을 정말 좋아한다.
어른들은 긴 계단을 쳐다보기만해도 무릎이 쑤시지만 아이들은 신나서 눈을 반짝거리며 올라간다. 
그러니 '비밀의 계단' 같은 것은 정말 어린 시절에만 가능한 판타지겠지... ^^
 























큰 전시장 안에는 그림책의 원화들과 조각이 전시되어 있었다.
옛날 이야기에 나오는 귀신이나 지네 같은 것들은 왜이리 무서운지.. 그런데 아이들은 왜그리 옛날얘기를 좋아하는지. ㅜㅜ














주말에는 그림책을 보러온 아이들과 부모님들로 좀 북적이기도 한다는 넓은 전시장.
평일이었던 이 날에는 관람객이 우리밖에 없었다.
와. 내 어린 시절에 이렇게 멋진 의자에 앉아 예쁜 그림책을 볼 수 있었다면..! 얼마나 황홀했을까.
시골에서 자란 나는 계절이 바뀔 때쯤 한번씩 자전거를 타고 오시던 '계몽사 아저씨'를 무척 기다렸다.
엄마가 고심끝에 큰맘먹고 전집을 하나 사주시면 온 계절 내내 그 책들에 빠져 행복했던 기억... 
친구들 집에 가면 그 집에 있는 책 읽는 것이 참 즐거웠던 시절이었다.
대학생 고모들이 있고, 시골에서도 형편이 좋은 편이었던 우리집에는 그나마 새 책이 가끔 등장했지만 다른 친구집들은 그렇지도 못했다. 
누가 새로 이사를 오면 그 집에는 무슨 신기한 책이 있을까.. 궁금했었다. 도시에서 이사온 우리 윗집 언니에게 놀러가서 처음 봤던 '안데르센 명작 동화'는 그 그림이 아직도 기억난다.
  
다 지나간, 이제는 볼 수 없는 시절의 이야기인 것만 같지만..  아직도 책이 고픈 아이들은 많이 있을 것이다. 
이렇게까지 우아한 공간은 아니더라도, 작고 편안하고 가까운 도서관들이 그 아이들곁에 생겨나기를..  
아이들은 그 안에서 저만의 보물을 찾고, 꿈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아고~ 책구경도 좋지만... 누워서 쉬는게 제일로 좋구나~!
널찍한 의자에 누웠다. 연수, 순영언니...^^












이 책상... 원래는 이런 용도다. 어린 아이를 품안에 끌어안고 책 읽어줄 수 있는. 
바람직한 이용법을 보여주고 있는 희진언니와 정민이. ㅎㅎ













탄탄스토리 하우스를 한바퀴 빙 돌았지만 아쉽게도 '도장+책 증정'행사는 나눠줄 책이 동이 나서인지, 관람객이 적어서인지 이 날은 하고있지 않았다.
그래도 좋았다. 책이 있는 공간에서 잘 놀고, 잘 걷고 왔으므로.

파주출판도시 안에는 어린이책 아울렛 서점(비밀의 책방)을 비롯해서 여러 어린이책출판사들에서 '리퍼도서'(서점에 한번 나갔다 돌아온 책)들을 정가의 50% 가격으로 팔고 있었다. 
중고책과는 다르게 거의 새책이나 다름없는 책을 아주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수 있으니 나처럼 책에 잘 혹하는 분들은 지갑을 단단히 여미고 둘러보시는게 좋을듯. ^^
(사실 리퍼도서의 구입은 값도 착할뿐만 아니라 환경을 살리는 '착한 소비'이기도 하고, 수익금 일부를 저소득층 책나눔 운동에 쓰는 등 여러모로 좋은 일이니 지갑을 두둑히 해서 가시는 것도 멋진 일!^^) 

연중내내 거의 매주말, 문화공간과 출판사 사옥에 있는 공연장에서 어린이들을 위한 많은 공연과 전시가 진행된다하니 주말 가족나들이로도 참 좋을 것 같다. (평일에 오면 공연은 없지만 전시장에서 한적하고 여유롭게 놀 수 있다)
아... 서울 서부권을 떠날때쯤 돼서야 출판도시를 알게된 것이 못내 아쉽다.
매년 5월에는 아주 크게 '어린이 책잔치'도 한다하니.. 꽃피는 5월쯤에 다시 한번 찾아올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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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길, 2월의 오후 햇살이 봄날처럼 따뜻했다.
자유로에서 바라본 한강 하구는 큰 얼음덩이들이 떠내려와서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연수와 평화가 많이 커서 혼자 책을 읽는 즐거움을 알게 됐을 때쯤, 그러니 아마도 한 10년쯤 후에는.. 나도 여기서 아이들은 아이들 책을, 나는 내 책을 보면서 편안하게 쉬는 시간을 가져볼 수 있으려나...
생각만해도 흐뭇해지는 꿈을 꾸면서 출판도시를 떠났다.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