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탄스토리하우스'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1.02.11 출판도시에 놀러가다 8
여행하는 나무들2011. 2. 11. 23:20










+ 요즘 어딜가나 쿵쿵거리며 발을 구르고, 춤을 추듯 뛰어다니는 연수는 사진마다 포즈가 신기하다. ^&^




설연휴가 끝나고 포근한 날씨가 이어지던 8일,
서대문 민주노동당 애기엄마들의 모임에서 파주출판도시로 나들이를 다녀왔다.
홍제동에서 어린이책서점을 운영하면서 출판기획자로도 일하는 순영언니가 '파주출판도시도 아이들과 함께 놀러가면 참 좋다'며 안내를 맡아주었다.  

헤이리나 임진각에 갈때 자유로 한켠으로 '파주출판단지' 표지판이 크게 보여도 그곳에 내가 갈 일이, 갈 곳이 있을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연수 그림책 속지나 택배 송장에 찍힌 '파주시 교하읍 문발리 출판문화정보산업단지'란 주소로만 익숙한 곳.










큰 간판도 없고, 죽 늘어선 낮은 시멘트 건물들 사이로 겨울바람이 황량하게 부는 넓디넓은 출판단지.
순영언니가 없었다면 어디가 어딘지 몰라 헤메다 말았을 것 같은 거리 한켠,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라는 건물앞에 차를 세웠다. 
출판도시 진입로로 들어와 두번째 사거리인 응칠교사거리에서 우회전하면 왼편에 있는 회색 큰 건물.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는 출판도시의 안내창구 역할을 하는 듯 했다. 
이곳 1층 카페 앞에는 출판도시안에 있는 여러 문화공간과 출판사들의 안내팜플렛이 비치되어 있었다.
팜플렛에 있는 약도를 보니 비로소 다음에 안내인없이 와도 찾아다닐 수 있겠구나.. 싶었다. ^^

(이제와 생각해보니.. 아이가 특히 좋아하는 그림책이 있다면 그 출판사 주소를 바로 네비게이션에 찍고 찾아가도 좋을 것 같다. 보리, 사계절, 비룡소, 책소풍, 보림, 다섯수레 등... 파주출판단지 안에 있는 어린이책출판사들은 거의 모두 전시장과 공연장 등을 갖추고 있다하니 그곳부터 찾아가면 아이가 좋아하는 그림책 주인공들을 만나 반갑게 놀 수 있을 듯.. 그래도 이 건물은 까페와 식당도 있고 어린이책예술센터 '책마을'도 있어 출판도시 관람의 출발지나 중간 쉼터로 무척 유용한듯.)









+ 정보센터 1층에 전시된 출판단지 모형. 남자아이들은 이런 건축물 모형을 어찌나 좋아하는지 한참동안 떨어질 줄 몰랐다. 연수가 건물들을 자꾸 집어보려고 해서 말리느라 애먹었다.



우리가 찾아간 날, 정보센터 1층에서는 마침 어린이노래를 짓고 부르는 백창우씨와 세밀화가 이태수씨의 소장품과 작품 전시회(백창우 이태수의 조금은 별난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백창우 씨의 소장품인 신기한 악기들.
연수가 들고있는 긴 통은 한번씩 기울일때마다 '차르르 쏴아아...'하고 예쁜 빗소리가 났다. 백창우 아저씨의 노래창고 음반들을 듣다보면 이 소리를 또 만날 수 있으려나.










평일이라 전시장에는 우리 밖에 없었다. 악기들도 만져보고, 그림책도 읽어볼 수 있는 편안한 전시장이 좋았다.










메롱쟁이. ^^ 그나저나 백창우씨는 신기한 소장품도 많다. 저 뒤의 성은 집에 세워놓고 보는 걸까.. 혹시 들어가도 보시나? ㅎ










타자기도 쳐본다. 와. 엄마는 한번도 못 써봤는데.. 타자기로 치는 글맛은 어떨까? 궁금하다.











백창우씨의 애장음반들도 전시되어 있었는데, 그 중 반가운... '언제나 시작은 눈물로'.
이 노래와, 이 노래를 불러주던 선배들에 대한 추억을 얘기하며 어느새 애기엄마가 된 아줌마들의 발길과 눈길이 한참 머물렀던.


















이태수씨의 세밀화는 보리출판사에서 나온 '도토리 계절그림책'으로 처음 보고 참 좋아했는데, 그 외에도 여러 아름다운 책들이 참 많았다. 책에 나온 그림들을 크게, 원화로 볼 수 있게 전시해놓았다. 전시장 한켠에 작은 의자도 있어서 아이와 함께 앉아 그 그림이 들어있는 책도 읽을 수 있다.  


















"엄마, 이 책 읽어주세요~!"
집에서도 모자라 밖에 나와서까지 책을 읽어야하다니... 출판도시 나들이는 실수였구나. 절감하는 순간.--;
서너번은 반복해서 읽어야했다. 
 











1층 까페 창문으로 내다본 갈대밭.
갈대밭 위에 지어진 출판단지는 겨울에는 특히 황량한 듯했다.
그러나 그 쓸쓸하고 고즈넉한 풍경이 나는 더 좋았다.
사람은 적고, 공간은 넓고, 건물들은 나지막한... 올수만 있다면 자주 찾아와 마음 한켠 쉬고가고 싶은 곳이었다.












코코아 기다리는 연수.
엄마들은 맛있는 커피를 한잔씩 마셨는데, 모두들 '그래, 이렇게 조용하고 넓은 곳에서 커피를 한잔 꼭 마시고싶었어..'하고 입을 모았다.
우리는 모두 긴 명절을 이제 막 치르고난 며느리들이었던 것이다.
  










아시아출판정보센터에는 출판단지에 머무르는 일반인을 위한 숙박시설인 '게스트하우스 지지향'도 있었다.
와. 여유가 된다면 이런 곳에 와서 며칠 묵으면서 보고싶은 책과 문화공연들을 찾아보고 천천히 쉬다가도 참 좋을 것 같다.
출판사 직원들에게는 밤샘을 해가며 고달프게 일하는 일터일텐데.. 또 누군가에게는 고마운 휴식공간도 되는 출판도시.
생각해보면 모든 여행이 다 그렇다. 여행지도 언제나 누군가의 일터이고 삶터... 












출판센터 2층으로 올라가는 외부계단.
널찍하고 볕좋은 이 계단은 사진찍기에 참 좋을만한 곳이다.
저 회벽에 아이를 세워놓고 사진을 찍으면 작품도 나오겠건마는.. 고물이 다된 내 똑딱이와 펄펄 뛰는 사내아이를 데리고는 불가능한 일이다.












계단을 올라 찾아간 곳은 아름다운 가게에서 운영하는 헌책방 '보물섬'.












어릴때 즐겨보던 만화잡지의 이름이자 내 대학시절 첫사랑의 필명이기도 했던.. 보물섬. ^^













보물섬 앞에는 보물같은 자갈들이 가득한 널찍한 마당이 있다.
두 개구장이들은 눈녹은 물이 고인 이 마당을 철퍽거리며 뛰어다니다가 신발과 양말을 모두 적셨다.
눈이 녹을 무렵에 아이와 함께 외출할 때는 반드시 여분의 양말과 신발을 챙겨야한다는 교훈을....-.,- 



















보물섬 안 풍경. 아이용 책상과 의자, 어른들을 위한 창가의 탁자가 아늑했다. 
연수가 몇번이고 읽은 '내 표범무늬 팬티 어디갔어?'란 제목의 멋진 그림책은 단돈 500원. 얼른 사왔다. 




 








이사를 앞두고 있으니 이런 포스터가 예사롭지 않다. 잘 찍어뒀다가 나도 기증해야지.
(신랑은 "당신이 과연 뭘 버릴 수 있겠어?" 하겠지만... 혹시 뭔가 나오면 말이야, 나도, 여보. ^^;)













정읍에서 옮겨왔다는 작은 한옥.  
집을 통째로 들어왔다는 설명에 "역시 건축하는 사람들은 무서워~"하며 다들 웃었다. 
그러나 건축에 문외한이고 초행길인 내게는 잘 보이지 않았지만 출판도시는 도시 전체가 자연과 공생하는 생태건축을 지향하고 있다하니 찬찬히 잘 둘러보면 사람에게도, 자연에게도 편안한 느낌을 줄 것 같았다. 
아마 이 한옥은 그 상징이 아닐까.  













어린녀석들을 데리고 밥풀 주워가며 점심을 먹고나니 짧은 여정이 더 짧아져서 오후에는 어린이책출판사 한곳밖에 가볼 수가 없었다.
건물안의 다섯 전시마당을 다 돌면서 도장 다섯개를 받아오면 책을 한권씩 준다는 말에 혹하여(공짜라면 양잿물도 큰 것으로...^^;;;) 여원미디어의 '탄탄스토리 하우스'를 찾았다.

연수는 순영언니를 '도서관이모'라고 부르면서 파주에서 내내 잘 따라다녔는데, 아마도 언니가 연수에게 책을 재미있게 읽어줬기 때문인듯. ^^  
언니는 지구당 사업으로 구청과 함께 서대문구에 새로운 어린이도서관을 만드는 일의 실무도 담당하고 있다.
몸이 서너개쯤 되면 좋을텐데..ㅠㅠ 고생많은.. 멋진 언니, 화이팅~!












여원미디어에서 나온 인기그림책시리즈의 주인공 '곰돌이' 조각이 있었다.











그림책 '곰돌아 어디가니?'에서 봤던 곰돌이 자전거를 직접 타보고 연수는 무척 기뻐했다. 












걸음마를 시작한 아이들을 키워본 분들은 모두 아시겠지만.. 아이들은 계단을 정말 좋아한다.
어른들은 긴 계단을 쳐다보기만해도 무릎이 쑤시지만 아이들은 신나서 눈을 반짝거리며 올라간다. 
그러니 '비밀의 계단' 같은 것은 정말 어린 시절에만 가능한 판타지겠지... ^^
 























큰 전시장 안에는 그림책의 원화들과 조각이 전시되어 있었다.
옛날 이야기에 나오는 귀신이나 지네 같은 것들은 왜이리 무서운지.. 그런데 아이들은 왜그리 옛날얘기를 좋아하는지. ㅜㅜ














주말에는 그림책을 보러온 아이들과 부모님들로 좀 북적이기도 한다는 넓은 전시장.
평일이었던 이 날에는 관람객이 우리밖에 없었다.
와. 내 어린 시절에 이렇게 멋진 의자에 앉아 예쁜 그림책을 볼 수 있었다면..! 얼마나 황홀했을까.
시골에서 자란 나는 계절이 바뀔 때쯤 한번씩 자전거를 타고 오시던 '계몽사 아저씨'를 무척 기다렸다.
엄마가 고심끝에 큰맘먹고 전집을 하나 사주시면 온 계절 내내 그 책들에 빠져 행복했던 기억... 
친구들 집에 가면 그 집에 있는 책 읽는 것이 참 즐거웠던 시절이었다.
대학생 고모들이 있고, 시골에서도 형편이 좋은 편이었던 우리집에는 그나마 새 책이 가끔 등장했지만 다른 친구집들은 그렇지도 못했다. 
누가 새로 이사를 오면 그 집에는 무슨 신기한 책이 있을까.. 궁금했었다. 도시에서 이사온 우리 윗집 언니에게 놀러가서 처음 봤던 '안데르센 명작 동화'는 그 그림이 아직도 기억난다.
  
다 지나간, 이제는 볼 수 없는 시절의 이야기인 것만 같지만..  아직도 책이 고픈 아이들은 많이 있을 것이다. 
이렇게까지 우아한 공간은 아니더라도, 작고 편안하고 가까운 도서관들이 그 아이들곁에 생겨나기를..  
아이들은 그 안에서 저만의 보물을 찾고, 꿈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아고~ 책구경도 좋지만... 누워서 쉬는게 제일로 좋구나~!
널찍한 의자에 누웠다. 연수, 순영언니...^^












이 책상... 원래는 이런 용도다. 어린 아이를 품안에 끌어안고 책 읽어줄 수 있는. 
바람직한 이용법을 보여주고 있는 희진언니와 정민이. ㅎㅎ













탄탄스토리 하우스를 한바퀴 빙 돌았지만 아쉽게도 '도장+책 증정'행사는 나눠줄 책이 동이 나서인지, 관람객이 적어서인지 이 날은 하고있지 않았다.
그래도 좋았다. 책이 있는 공간에서 잘 놀고, 잘 걷고 왔으므로.

파주출판도시 안에는 어린이책 아울렛 서점(비밀의 책방)을 비롯해서 여러 어린이책출판사들에서 '리퍼도서'(서점에 한번 나갔다 돌아온 책)들을 정가의 50% 가격으로 팔고 있었다. 
중고책과는 다르게 거의 새책이나 다름없는 책을 아주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수 있으니 나처럼 책에 잘 혹하는 분들은 지갑을 단단히 여미고 둘러보시는게 좋을듯. ^^
(사실 리퍼도서의 구입은 값도 착할뿐만 아니라 환경을 살리는 '착한 소비'이기도 하고, 수익금 일부를 저소득층 책나눔 운동에 쓰는 등 여러모로 좋은 일이니 지갑을 두둑히 해서 가시는 것도 멋진 일!^^) 

연중내내 거의 매주말, 문화공간과 출판사 사옥에 있는 공연장에서 어린이들을 위한 많은 공연과 전시가 진행된다하니 주말 가족나들이로도 참 좋을 것 같다. (평일에 오면 공연은 없지만 전시장에서 한적하고 여유롭게 놀 수 있다)
아... 서울 서부권을 떠날때쯤 돼서야 출판도시를 알게된 것이 못내 아쉽다.
매년 5월에는 아주 크게 '어린이 책잔치'도 한다하니.. 꽃피는 5월쯤에 다시 한번 찾아올 수 있었으면 좋겠다.


+


돌아오는 길, 2월의 오후 햇살이 봄날처럼 따뜻했다.
자유로에서 바라본 한강 하구는 큰 얼음덩이들이 떠내려와서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연수와 평화가 많이 커서 혼자 책을 읽는 즐거움을 알게 됐을 때쯤, 그러니 아마도 한 10년쯤 후에는.. 나도 여기서 아이들은 아이들 책을, 나는 내 책을 보면서 편안하게 쉬는 시간을 가져볼 수 있으려나...
생각만해도 흐뭇해지는 꿈을 꾸면서 출판도시를 떠났다.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