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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1.21 뚱구 빵구 내 사랑 10
umma! 자란다2012. 1. 21. 01:45






뚱구 빵구... 가끔 아이들을 이렇게 부른다.
연수 신생아 시절에 산모도우미 해주셨던 이모님이 연수를 안고 '둥구 둥구 둥구 둥구~'하면서 재워주셨는데 그 말이 마음에 들어서 그때부터 별명삼아 '둥구야~'하고 불렀다.
내 오랜 블로그이웃들은 연수가 똑순이였던 시절(^^) 가끔 내가 '김둥구'라고 썼던 것을 기억하실지도 모르겠다.

둥구 둥구 하다가 '뚱구'가 된 연수에게 동생이 생겨서 그 녀석은 바로 '빵구'가 되었다.
연수가 '엄마 왜 내가 뚱구야?'하고 묻길래 '음... 뚱뚱해서 뚱구야'했더니 '그럼 연호는 왜 빵구야?'하고 물었다.
'연호는... 빵빵해서 빵구야' 하고 둘이 킥킥 웃은 뒤로는 뚱구빵구에 뜻붙이는 놀이를 가끔 한다.

'엄마 내가 왜 둥구야?' '둥글둥글 잘 놀아서 둥구야~' 
'연호가 왜 빵구야?' '빵긋빵긋 잘 웃어서 빵구지~' ^^









둥글둥글 잘 놀고 빵긋빵긋 잘 웃는 두 녀석 덕분에 겨울나기가 고단해도 잘 견디고 산다.
종일 집에서 셋이서만 노는 것이 큰형아에게도 어린 동생에게도 이래저래 심심하고 어려울텐데도 
잘 지내주고, 웃어주고, 또 아픈데없이 건강하게 자라주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고맙다.. 뚱구빵구.

아이들은 늘 엄마 마음을 읽고 있는것 같다.
엄마가 힘들어하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아이들은 금세 그 기색을 알아챈다. 
겨울나기를 힘들어하는 엄마를 보며 아이들이 나때문에 힘들었을까봐 뒤늦게 걱정되었다.
우리는 서로에게 제일 가까운 사람들. 
24시간, 그야말로 꿈속에서도 함께 붙어있는 일생에 그리 흔치않은 시기를 살아내고있는 엄마와 아이들이다.
더 고마워하고, 더 아껴주고, 다독여줘야한다.
그래야지.. 내 아이들에게. 
아이들이 내게 해주는 것처럼..









연호는 요즘이 아기시절 중에서도 제일로 예쁜 시절이다.
이제 막 앉기 시작한 통통한 젖먹이 아가처럼 예쁜 존재가 세상에 또 있을까..
엄마만 보면 웃고, 두 팔을 벌려 나를 안고, 뺨에 침이 가득한 뽀뽀를 해주고, 엄마 젖을 먹느라 온통 엄마 가슴에 얼굴을 부비는 아가. 
너무, 너무 예쁘다. 
8개월 무렵의 아가들이 이렇게 예쁘다는걸 나는 새롭게 알게 되었다.
연수 키우던 시절에도 '아 예쁘다'했겠지만 어쩐 일인지 그리 오래전도 아닌데 벌써 까먹고 기억이 안난다.
그리고 그때는 워낙 조심스럽고 첫애기 돌보는 일이 낯설고 힘들 때라 이렇게까지 마냥 예쁘게만 바라보지는 못했던 것 같다.









그러니... 8개월 아가가 얼마나 사랑스럽고 예쁜지 아는 사람은 지금 8개월 아가를 키우고 있는 사람밖에 없을 것이다.
것도 둘째면 더욱..^^









'저, 앉았습니다~ㅎㅎ'









'어우아아!' 
엄마만 보면 세상에서 젤로 기쁘게 웃는 요녀석이 비슷하게 옹알이만 해도 고슴도치 엄마 귀에는 또렷하게 '엄마'하고 부르는 걸로 들린다. ㅎㅎ 
요즘은 보행기를 타고 못가는 데도 없고 못 집는 것도 없고.. 그래서 살짝 말썽꾸러기 시대로 들어서려는 조짐이 보인다.
그래도 아직 나는 못 믿겠다.
이 녀석이 형아같이 말 안듣는 장난꾸러기 말썽꾸러기 다섯살이 될 거라고는. ^^;;
한없이 말랑말랑하고 여리기만한 아기 살결이 어느새 뼈가 단단하다못해 살짝만 부딪혀와도 몹시 아픈 다섯살 단단한 사내아이 몸이 될거라고는..ㅜㅜ 









'음.. 엄마가 믿고싶지 않은 거겠지. 나도 형아랑 똑같아질거라구~~!'

그래, 그렇겠지..
그러니 그전에, 요렇게 보드랍고 여린 시절에 더 많이 안아보고 볼 부벼야겠다.
통통한 젖살이 빠지기 전에...^^ 









자, 이제 우리 촐싹까불 오도방정 다섯살 김연수 차례!

요즘 내가 연수한테 하는 양을 가만히 되짚어보다가 문득 생각난 사람이 있다.
'팥쥐엄마'.
어쩌면 옛날이야기 '콩쥐팥쥐'에 나오는 팥쥐엄마는 계모가 아니고, 그냥 둘째를 낳은 친엄마가 아닐까..
둘째를 낳고 보니 큰애가 하는 짓은 모두 야단칠 일 뿐이고, 마침 또 한창 말썽 많이 부릴 나이가 된 큰아이는 미울 때가 너무 많은거다.
말못하고 웃기만 하는 둘째는 당연히 야단칠 일도 없고 그저 예쁘고 애틋하기만 하니 둘째는 볼때마다 껴안고 볼부비고 뽀뽀하고, 첫째는 볼때마다 인상쓰고 한숨쉬고 야단치기 바쁘다.
그러니 첫째 입장에서는 '이 사람이 그 다정하던 우리 엄마맞나?'싶을 수밖에... 
나를 세상에서 제일로 사랑하던 우리 엄마가 이렇게 변했다는 것을 인정할 수 없는 첫째는 내 엄마는 죽고, 팥쥐엄마가 팥쥐를 데리고 우리집에 들어왔다고 생각하게 된 거.. 이게 혹시 '콩쥐팥쥐이야기'의 진실은 아닐까..?

이런 엉뚱한 생각을 한참을 넋놓고 앉아 할만큼 요즘 내가 연수한테 하는 일이 참 그르다.
더 웃어주고, 어린 동생 샘내서 어리광부리는 것도 넉넉하게 받아주고, 다섯살한테 기대하기 어려운 것들은 조급하게 짜증내지말고 기다리고.. 그럼 참 좋을텐데 어째 오늘도 그렇게 각박하게 굴었니.
반성한다. 미안하다.. 연수야.










연호 놀으라고 애기적 놀이감을 꺼내놓았더니 당연히 연수가 먼저 차지하고 앉는다.
구슬들을 옮기면서 맨 마지막 구슬은 연호, 그 앞에 것은 연수, 그앞은 엄마, 아빠란다.
그런데 다들 저끝까지 옮겨놓고 연호 구슬만 이쪽에 덩그라니 남겨놓는다. 연호 혼자 떨어졌단다.
'어떡하지'했더니 '연호는 올 수 없어. 그냥 혼자 있어야해' 했다.
한참 그 상태를 즐기더니 나중에는 연수 형아가 가서 데려오는 것으로 상황을 정리했다. 
그렇게 노는 연수를 옆에서 지켜보는 마음이 짠했다. 











얼마나 속상한게 많겠는가.
이 놀이도 하고싶고, 저 역할도 하고싶고 엄마를 상대로 하루종일 하고싶은 놀이랑 말이 가득가득한데
엄마는 아무리 불러도 미적미적, 어린 동생을 돌보느라 제 얘기는 그저 대충 건성으로 '응, 응' 응대만 할뿐 흡족하게 놀아주질 않으니 나라도 너무 속상하고 화나겠다..
 
밤에 잘때 내가 연호 젖을 물리느라고 연수에게 등을 보인채 돌아누워있으면 연수는 뒹굴거리다 내 등 뒤에 와서 내 옷속으로 제 손을 넣어 엄마 등을 만져보기도하고, 때로는 내 등에 자기 등을 가만히 붙여보기도 한다.
잠깐 그러다가 저만치 멀리 굴러가서 혼자 잠이 드는 아이의 기척을 등뒤로 다 느끼고 있지만 연호가 깰까봐 다정하게 손 한번 잡아주지 못한다. 연호가 깊이 잠들고 나서야 연수가 아직 잠이 안들었으면 연수 곁에 가서 머리도 쓰다듬어주고, 팔베게를 해주기도 하지만 엄마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것 같은 서운한 마음이 그 정도로 풀릴 것 같진 않다.











그래도 우리 연수.. 연호에게 참 잘 해준다.
아주 다정하게 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연호에게 심한 장난을 치지 않는 것만 해도 나는 연수가 어린 동생을 적어도 미워하지는 않는 것이라 생각하고 고마워하고 있다.
처음 연호태어났을 때 툭툭 때려보던 것도 얼마 안지나 거의 없었졌다.
익숙한 제 공간에 새롭게 출현한 동생의 존재가 낯설고 엄마 품을 뺏긴 것이 속상한 마음도 있었겠지만 그보다는 어른들이 하도 질색하니 장난끼가 발동해서 굳이 더 해보려고 했던 것 같다. 
연호가 제 장난감 만지는 것도 때때로 눈감아주고, 가끔은 제 동생이라고 무척 챙겨주기도 한다. 주로 그게 이렇게 제가 썰매에 태워 끌어주겠다고 고집을 부리는 것 등이지만..^^;;










연호는 태어나서부터 늘 형과 함께 였다.
그게 가끔은 연호에게 미안할 때도 있다. 엄마와 단 둘만 있는 집안의 고요.. 같은 것이 연호에게는 처음부터 없었던 것이다.
네살배기 형은 늘 번쩍번쩍 뛰어다니고 큰 소리를 지르고 연호를 깜짝 놀래킬 때도 많았다.
연호는 그런 형이 무서워 울기도하고, 깊은 잠을 못자 힘들어하기도 했다. 
연수를 키우던 시절의 그 고요한 안정감을 지금은 꿈꾸기 어렵다. 
물론 그래서 심심하고 답답하기도 했지만... 연호는 엄마와 단둘이 오랜 시간 평온하게, 차분하게 교감을 나누기가 어려웠다.
이것이 동생들의 숙명인지도 모른다.
대신 형아가 보여주는 다이나믹한 세계가 늘 어린 동생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상상력을 풍부하게 해줄 것 같다.
엄마와의 교감도 짧은만큼 더 강렬해지는 것 같다.










연호에게 형아는 엄마 다음으로 제일 가까운 사람이고, 그래서 아마 연호가 커서 어른이 되었을 때는 제일로 믿고 의지하는 든든한 존재가 될 것이다. 
어린 시절, 저를 질투해 좀 괴롭힌 적도 있지만 그래도 연호는 늘 형아를 통해 새로운 세계를 접하고 동경하고 배우면서 자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연호에게 연수가 있는 것이 고맙고 좋다.
연호가 연수와는 아주 다른 생각을 하고, 아주 다른 삶의 길을 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연수는 연호를 뒤에서 늘 지켜봐주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연호도 힘들때는 언제고 연수 곁에 찾아와 잠시 기대었다 갈 수있었으면 좋겠다.
우리 아이들.. 그렇게 지내다오.










연수에게도 연호는 밉기도 하지만 애틋하기도 한,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내 동생이 될 것이다.
제가 다섯살이었을 때 이렇게 슬쩍 깔고앉는 것으로 미운 마음을 한 올 풀어내기도 했던..









뚱구 빵구를 키우며 내가 얻는 것이 참 많다.
일상의 매순간에 그렇지는 못하지만 가끔 이렇게 천천히 돌아볼 때
부모님, 내 형제자매들, 나를 둘러싸고 있는 많은 관계들과 삶에 대해 다시금 깊이 생각하게 된다.

아이를 낳는다는 게 뭘까..
오늘 문득 그런 생각을 하게 됐다.(애를 둘이나 낳고나서야! 아기를 갖기전에 이런 생각을 해야하는거 아닌가..ㅠ)
아이를 낳는다는건.. 앞으로의 내 삶이 늘 그 아이와 함께 펼쳐진다는 것.
지금까지 내가 살아왔던 삶의 모든 순간을 이제 시작하는 내 아이와 다시 한번 더 사는 것.. 이번에는 부모의 자리에서.

아이를 낳고나서 '내 삶'은 어디 갔나.. 싶을 때가 있었다.
지금도 가끔 그런 생각이 들지만, 내 삶은 어디 간게 아니라 그대로 있다는 것. 내 삶은 계속 진행중이고 이제 늘 거기에 아이가 함께 있다는 것. 그러니 '아이와 상관없는 내 삶'을 꿈꿀 수는 없으며 그걸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와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

뚱구 빵구.. 내 사랑. 
내 아이들과 함께 어떻게 살아갈까.. 새해를 맞으며 잘 생각해봐야겠다.
나는 어떻게 자라날까, 어떻게 살아갈까. 내 아이들과 함께.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