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엄마'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09.10.12 추석, 당신 곁에서 12
  2. 2009.02.22 친정풍경 17
  3. 2008.12.12 엄마들은 왜 잠시도 가만있지 못할까 18
여행하는 나무들2009. 10. 12. 22:01



긴 추석 여행이었습니다.
열흘간의 지방 나들이를 마치고 돌아온 집에서 똑순이는 오래 낮잠을 자고 있습니다.
엄마와 단 둘이 있는 고요한 한낮은 정말 오랫만입니다.









할아버지 할머니댁에서 일주일정도 지내며 추석 명절을 쇠는 동안
똑순이는 두살터울의 사촌형과 함께 할아버지 할머니의 사랑을 담뿍 받으며 지냈습니다.
신랑은 회사일이 바빠 우리를 데려다놓은후 추석도 못쇠고 서울로 돌아갔고, 
일주일후에 다시 우리를 데리러와서 친정길에 동행했습니다.
아빠의 부재는 쓸쓸한 것이었지만 다정한 친지들과 신기하고 아름다운 풍경이 있어 하루하루 잘 보낼 수 있었습니다. 

똑순이는 젖소를 키우는 큰댁에 가서 생전 처음 젖소들도 보고,
청리 진외가(아빠의 외가)에 가서는 형과 함께 돌멩이를 주워 냇물에 던지고 길가의 꽃을 따고..
강아지들을 따라 시골길을 하염없이 걷기도 했습니다.
토란잎에 앉은 청개구리에게 '안녕!'하고 손을 흔들어주고, 이웃 아저씨의 경운기를 얻어타보기도 하며
새댁도 두 아이들과 함께 모처럼 시골의 푸근하고 너른 품에 안겨보았습니다.









밤늦게 식당일을 마치고 돌아오시면 무척 고단하실텐데도
오랫만에 만난 손자를 한번이라도 더 안아보고, 같이 놀아주려고 애쓰시던 어머님.
시댁에 있는 일주일동안 어머님이 만들어주신 맛있는 국과 반찬을 받아 먹기만한 철없는 며느리에게
어린 아기 키우는게 제일 힘든 일이라며 어떻게든 많이 먹이고, 조금이라도 더 쉬게 해주려고 늘 마음쓰시던 당신.

어머님은 추석 지나고 조용한 어느날, 시내에 나가 똑순이에게 새 운동화를 사주셨습니다.
비싼 스포츠용품 매장에서 새신을 골라주시며
'전에 애들 키울때는 이런 메이커 신발을 한번도 못 사줬는데.. 손주한테라도 신겨줄 수 있어 참 좋다'며 환히 웃으셨어요. 
어머님이 얼마나 힘들게 일하시는지 알고있는 저는 맘이 먹먹한데, 똑순이는 새신이 마냥 좋은지
팔짝팔짝 뛰며 어머님과 저를 지나 저만치 앞장서 걸어가곤 했습니다.









시댁 대문앞에 놓고 키우시는 어머님의 꽃화분.
가만히 보고있으면 어머님같은, 어머님 닮은 꽃.

이번에 8일 정도 있었던 것이 결혼후 시댁에 제일 오래 있어본 것입니다. 
다음에 저 복도를 지나 시댁 현관문을 열고 들어설때는 조금더 편안하고 친숙한 느낌이 들 것같습니다.    

참, 이번에는 모처럼 상주에 오래 있는 김에 결혼해서 상주에서 살고있는 대학선배 언니에게도 놀러갔다 왔습니다.
어느새 두 아이의 엄마가 된 언니가 큰아이를 유치원에 보내고, 둘째 아이를 카시트에 앉힌채로
시댁앞으로 와서 우리를 태우고 자기 집까지 데려갔다가 다시 데려다 주었습니다.

대학시절 우리의 마지막 농활지였던 상주에서
농민운동에 뜻을 갖고있던 언니는 농민회 간사로 일하다 이 곳에서 농사짓는 형님과 결혼했고,
저는 우연히 상주가 고향인 신랑을 만나 결혼해서
이렇게 명절마다 얼굴을 볼수 있는 한명뿐인 대학선후배가 되었습니다. 

여성농민이자 두 아이의 엄마가 된 언니는 여전히 씩씩했고, 전보다 더 차분하고 여유로와 보였습니다.
밥먹고 차마시며 마음편히 한나절을 놀고 돌아오며 '시댁 동네에 언니가 있으니 꼭 친정온듯 좋다' 얘기했지요.
정말 친정다녀가는 동생처럼 언니는 밭에서 무와 가지들을 한봉지 가득 뽑아와 시댁으로 들고 가게 했습니다. 
언니를 꼭 닮은 두 딸과 똑순이가 함께 재미나게 놀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오지 못한 것이 아쉽습니다.
다음 명절을 기약해야겠어요.  
 








시댁을 떠나 친정으로 가는 길,
시댁 동네에서 가까운 문경에 계신 '맑은물한동이님'을 찾아갔습니다.
전에 뵜을때 시댁이 상주라는 얘길 했더니 '명절에 시댁오면 꼭 들리라'고 당부하셨던게 생각나서 연락을 드렸습니다.
고구마를 캐신다 하길래 '바쁘신데 괜히 가서 폐끼치는게 아닐까요' 했더니 '그리 말하면 섭섭하다'며 얼른 오라 하셨습니다.









방금 밭에서 캐낸 오렌지 고구마 입니다.
슥슥 깍고 툭 잘라 내미시는 손길이 얼마나 시원하던지요. 
얼른 받아 먹어보니 아삭아삭하고 달착지근합니다. 당근에 많은 카로틴이 풍부하다는데, 맛도 딱 달달한 당근입니다.
아이들 이유식 먹이면 좋을거라 하시며 귀하다는 오렌지 고구마를 똑순이 먹이라며 싸주셨습니다.
 








물한동이님네 고구마밭에서 보이는 문경 풍광입니다.
산이 바로 지척이라 산새소리도 참 많이 들렸습니다.
이 풍경보고, 이 햇살받고, 이 바람맞고, 이 소리듣고 자란 고구마속에는 이 곳의 자연이 그대로 담길 것만 같습니다.
아마 이 밭에서 일하시는 분들 마음속에도 그대로 담겨있겠지요.








고구마나 야콘을 캐는 차입니다.
뒤에 달린 삽이 땅속 깊이 들어가서는 흙전체를 부드럽게 탈탈탈 털어놓기 때문에
차가 지나간 뒤로 말짱한 고구마들이 흙도 털어진채 줄기째 올라오더라구요. 무척 신기했습니다.
밭에 엎드려 일일이 손으로 캐는 수고를 크게 덜어주는 고마운 기계지만,
그 뒤를 따라가며 고구마를 정리하고 혹시 안캐진 고구마가 있는지 호미로 땅밑을 훑어보는 일은 여전히 사람의 몫입니다. 

그 일을 위해 저와 신랑 몫으로 특별히 장만하신 '새 호미' 두 개가 저희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요 불성실한 일꾼들은 와서 새참만 축내고, 싸주신 고구마만 한박스 덜렁 챙겨들고 금세 떠나야 했습니다.
'호미가 나빠 일못한다 할까봐 새 호미까지 사뒀구만~'하며 웃으시는 형님언니께
'이름표를 붙여주세요, 다음에는 꼭 아침일찍 와서 일하고 갈께요!' 다짐하고 돌아섰습니다. ^^;









문경오는 길에 잠이 들어 밭 가에 세운 차안에서도 한참을 잤던 똑순이는
출발하려고 하자 부시시 눈을 떠서는 맑은물한동이님께 겨우 눈한번 맞추고
밭가에 핀 달맞이꽃을 하나 꺽어 손에 쥐고는 그 향기를 맡으며 다시 차에 탔습니다.

친정에 도착해 저 고구마를 보여드리니 엄마아빠 모두 '참 예쁘게 잘 키웠다'며 칭찬하셨습니다.
건강에 좋다는 자색고구마를 친정부모님께 나눠드릴 수 있어 물한동이님께 더 감사했습니다.
일손도 못거들고 고구마만 이리 많이 얻어 어떡하냐고 민망해하는 저희에게
'자주만 오라'시던 형님 말씀이 귓가에 오래 남았습니다.









우리가 도착한 다음날, 엄마는 아침 일찍부터 텃밭에 나가 배추와 무를 뽑으셨습니다.
김장하기 전까지 먹을 김치가 마땅치 않을거라 짐작하시고는
아직도 김치담글줄 모르는 철부지 막내딸에게 싸줄 김치를 하기 위해서입니다. 








외할머니를 따라 밭에온 똑순이가 꺽어놓은 깻대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습니다.
서울 아파트 화단에서는 한번도 본적없는 풀, 이 높고 울창한 풀더미가 신기할 것입니다.

대학시절, 오랫만에 고향집에 내려오면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똑순이도 저 밭을 맨발로 밟고 다니며 그리웠던 풀냄새와 흙의 감촉을 느끼는 날이 올까요.








날이 많이 쌀쌀해졌는데도 아직 밭에는 모기가 있습니다.
볼따구니를 한방 물렸네요.. 
가을 모기라 힘이 없는지 부었던 자리가 좀 있다보니 흔적도 없이 가라앉아 버렸습니다. 

이 날 똑순이는 배추벌레도 손으로 처음 만져봤습니다. 
똑순이 손위에서 동그랗게 몸을 말고 '아고 이제 나는 죽었구나' 하고 있는 파란 배추벌레를 무서워하지도 않고 
이리저리 굴려보다가 배추잎이 모여있는 곳에 툭 떨어뜨려 주었습니다. 








'엄마가 사진만 찍고 놀고있으니 나라도 도와야지..' ^^;;
 








푸른 배추를 성큼성큼 다듬으시는 엄마.
멀리 사는 자식들에게 싸보낼 먹을거리들을 종류별로 챙겨 꽁꽁 싸매고 하얀 아이스박스에 착착 집어넣는
엄마의 빠르고 촘촘한 손놀림을 보고있으면 입이 딱 벌어집니다.
전국의 모든 엄마들이 아마 그러시겠지만.. 그런 짐싸기 대회가 열린다면 엄마는 분명 상위권에 입상하실 거예요.

얼린 사골국물, 거기에 넣어먹을 얼린 무청, 얼린 떡, 고추가루, 갓 담근 김치, 명절에 만들어서 얼려둔 산적, 각종 밑반찬...
서울에 돌아와 아이스박스 뚜껑을 열고 하나씩 정리해 넣다보면
언제 이 많은걸 다 챙겨 넣으셨나.. 
엄마의 정성과 수고와 걱정과 사랑을 말없이 말해주는 그 봉지들앞에서 꼭 다시 눈물을 쏟게 하고야마는 당신의 손길.





이번 명절도 여러 '당신'들 덕분에 참 따뜻하고 행복했습니다.
길었던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집은 반갑고 익숙하고 편안합니다.
다시 조용한 일상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나 당신들께 받아온 사랑과 추억으로 우리는 더 깊어졌고, 매일의 일상을 더 열심히 살아내게 될 것입니다.
고맙습니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신혼일기2009. 2. 22. 21:35


결혼을 한뒤 '고향집'이란 말을 '친정'이 대신하게 되었습니다.
친정..은 어떤 곳일까요.

결혼전에도 고향집은 편안한 곳이었지만 엄마아빠의 걱정어린 잔소리가 마냥 싫을때는
서울 작은 내 자취방이 세상에서 제일 편하다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이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보니
친정은 우주에서 제일 편안한 곳이 되었습니다.^^ 

고향을 떠나 서울생활을 시작한 스무살 이후로
'집에 내려가는 길'은 늘 제게 
서울에서의 숨가쁜 삶에 잠시 쉼표를 찍는 것이었습니다.

그 쉼표는 대개는 지친 몸과 마음을 다독이는 따스한 것이었지만
때로는 매우 고통스러운 것이기도 했습니다.
휴식이 아니라 전투(?)를 위한 귀향도 있었고
패잔병이 된 기분으로 다시 서울행 고속버스에 오르기도 했지요.

남한강과 섬강을 건너고 대관령 높은 령마루를 넘어내려가는 길... 
이제는 그 길을 제 분신같은 아기를 안고 갑니다. 
언젠가는 이 아이가 저를 데리고 가는 날도 오겠지요.
삶이란 참 신기한 것이구나..
열어도 열어도 계속 예쁜 상자가 나오던 어린 시절의 색종이 상자처럼.. 계속해서 이어지는 재미있는 책처럼..
문득 삶의 다음 장이 궁금해집니다.

+

지난 연말과 이번에 아파서 내려갔을때 친정에서 찍은 풍경들입니다.
  




+ 햇살이 밝게 떨어지는 친정집 거실에서 아빠가 큰조카와 똑순이를 안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얼마전에 작은 조카도 태어나 이제는 세 아이의 할아버지가 되신 아빠.. 아빠 주름살이 문득 낯섭니다. 






+ 네살(30개월)된 조카가 제 똑딱이 카메라로 할아버지를 찍었습니다. 아빠의 어색한 표정..  저는 이 사진이 참 맘에 듭니다.^^  



  


+ 친정에 가면 하루종일 먹을걸 입에 달고 살게 됩니다.
오랫만에 본 딸에게 조금이라도 뭔갈 더 먹이지 못해 애쓰시는 엄마 덕분에. 
한때는 얼굴만 보면 싸우던 시절도 있었는데... 요즘은 울엄마없으면 못 살 막내딸입니다. ^^ 






+ 경포바다 앞에 선 할아버지와 두 손주^^
친정에 가서 바다를 안보고 온적은 없었던것 같아요. 바다앞에 서면 답답했던 마음이, 번잡했던 머리속이 시원해지는 것 같습니다. 큰 답은 못 구해도.. 다시 또 힘을 내보자 마음잡고 돌아오곤 했던 바다.






+ 경포에 가서 '입도 쩍' 못하고 오면 안되지요~ 겨울호수 앞에서 먹는 오뎅맛이 끝내줍니다. ^^




+ 경포호수 앞에 선 외할머니와 똑순이






+  호수앞.. 손주들을 안고 사진찍는 부모님의 팔이 어쩐지 살짝 무거워 보입니다. ^^;
그새 많이 늙으셨나보다.. 철없는 딸 마음이 조금 무거워집니다.






+ 요리솜씨 좋으신 울엄마, 경단을 만드십니다. 할머니가 가는 곳이면 어디든 졸졸 따라다니는 귀여운 조카녀석이 한몫 거드네요~^^






+ "예원이가 할머니랑 만든거야~"라고 설명중인 예쁜 녀석 ^^
친정집의 첫조카인지라 새댁과도 참 정이 많이 든 녀석입니다. 울엄마(할머니)를 많이 닮았지요. 이 아이를 보면 왠지 이집딸인 울언니와 제 어린시절 생각이 더 납니다. ^^




+ 할머니가 화분 물주실때도 어김없이 거들고 나섭니다. 아고.. 울 똑순이는 언제 저만큼 크나~~~^^



 




+ 사촌누나와 똑순이.. 이렇게 보니 다큰 녀석같네~!
새언니가 둘째를 막 출산할 무렵이어서 큰조카가 할아버지댁에 잠시 내려와있었습니다.
두 녀석.. 아옹다옹 은근히 신경전도 벌이면서 그래도 재밌게 잘 지냈습니다. 아이들은 정말 형제가 있어야 할 것 같아요. ^^






+ 외가집에 온 똑순이, 아주 신났습니다. 외할아버지랑 아침부터 새보러 간다고 마당에 나섭니다. 2월치고는 날이 많이 포근해서 이번에 집에 있을때 똑순이랑 바람을 많이 쐴수 있어 참 좋았어요.  
아파트 놀이터 한번 나가자고 해도 옷입히고 유모차 태우고.. 준비가 넘 힘들어 외출 엄두를 잘 못내는 서울에서와는 달리
친정집에서는 담요하나 덮거나, 모자씌어 포대기에 업기만하면 바로 마당에 나설수 있습니다.
마당있는 집이 참 그리운 서울 생활이네요.







+ 외할머니와 공부하는 똑순이~ 잼잼 곤지곤지 짝짜꿍을 배우다... 슬그머니 자리를 뜨는중^^;;






+ 요즘 뭐든 붙잡고 일어서는 똑순이, 빨랫대를 붙잡고 일어선다는게 그만 빨래대 속으로 들어가버렸습니다. ^^;
빨빨거리며 다니는 똑순이 따라다니느라 외할아버지 아주 바쁘십니다. ㅋ




+ 친정집 마당에서 건너다보이는 앞산아래 이웃집 담장입니다.
똑순이 유모차에 태워 가까이 가서 사진 한장 찍어왔습니다.
지금은 개집이 있는 바로 저기서.. 어린 시절에 새댁과 친구들은 소꿉장난을 했습니다.
볕이 잘드는.. 무척 따뜻한 곳입니다. 바로옆 석류나무에서는 잘 익은 석류가 탁탁 터지던... 
저기 앉아 친구와 흙으로 밥짓고 꽃으로 반찬만들던 까맣고 작은 다섯살배기 여자애가
이제는 아기엄마가 되어 다시 와 섰네요.   
시멘트보루꾸(블록?) 담장이 근 30년을 그대로 서있는게 신기합니다. 쓰러지기 전에 사진 한장 찍어두자싶어 얼른 나섰습니다.







+ 앞산으로 나있는 오솔길을 걸어가면 새댁이 다니던 초등학교가 나옵니다.
산속에는 친구들과 소꿉장난거리를 모아두던 아지트도 있었습니다.
그 아지트, 다시 올라가면 찾을 수 있을까요... 저 산 언덕에 올라 대보름엔 달구경하고, 쥐불놀이하던 기억이 선합니다.


어린시절 친정집 앞길을 달랑달랑 뛰어다니던 저를 지켜봐주던 앞산의 소나무들이
오늘은 똑순이를 지켜봐주고 있었습니다.
30년 세월을(실은 그보다 훨씬 오랜 세월을.. 할아버지의 할아버지때부터도..) 말없이 서서 우리 가족과 우리 동네 이웃들을 지켜봐온 나무들... 
그 나무들에게 똑순이를 잘 부탁하고 돌아왔습니다.
언젠가 우리가 모두 떠난 뒤에도 이 나무들은 이 곳과 다정한 사람들을 지켜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외가에 가니 똑순이 볼이 빨갛게 터서 시골아가같이 되었습니다. 새댁은 그게 무척 맘에 들었습니다.
똑순이가 좀더 크면.. 외할아버지따라 논에도 가고 냇가도 부지런히 돌아다녀서 더 까맣고 빨간 볼을 가진 소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umma! 자란다2008. 12. 12. 12:01


엄마들은 왜 잠시도 가만있지 못할까.. 그런 의문을 가진 때가 있었습니다.

왜 가족 모두가 TV를 보거나, 누워서 쉬거나 할때도
엄마는 과일이나 간식거리를 꺼내와서 깍아주고, 다같이 먹은뒤 그릇과 껍데기를 치우고
다시 가족들 곁에 돌아와서 이번에는 우리들과 얘기를 하거나 TV를 보는 짬짬이 방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을 줍고
그러다 급기야 작은 손진공청소기나 걸레를 꺼내들고 방바닥을 닦는 것일까.
그러고는 '아고~ 힘들다'며 잠깐 등을 붙였다가 이내 또 일어나 부엌으로 가시던 엄마.

그 모습을 지켜보던 '딸'시절에 새댁은 '아고.. 울 엄마는 정말 한시도 가만 있지를 못하네..'라며 속으로 혀를 찼으나
결혼하고 시댁에 가서 울 시어머니도 똑같이 하시는걸 보고는
'모든 엄마들은 잠시도 가만있지 못한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가만 보니 요즘 제가 그러고 있습니다.

*

아침에 일어나면 신랑의 점심도시락을 싸고 아침밥을 차려 신랑과 함께 먹습니다.
오늘은 어제 오후에 만들어 냉장고에 넣어두었던 똑순이이유식을 데워 똑순이도 함께 아침을 먹었습니다.
이유식 그릇과 수저는 바로 씻어놓는게 좋습니다. 그러면 좀있다 과일즙 먹일때 편하거든요..

이유식에 붙여 바로 젖을 먹입니다. 그래야 '뱃고래'가 커지고 밥먹는 간격도 늘어난다네요.
젖을 먹고 똑순이가 바로 잠들면 좋으련만.. 아침8시까지 잔 녀석이 바로 잘리없지요..
졸려서 연신 하품을 하면서도 엄마보고 '우아아 부웅~'하며 조잘거리는 녀석과 눈맞추며 잠시 놀다가 
세워안고 다니며 트름을 시킵니다. 
트름을 하고나면 흔들의자에 앉혀놓고 부리나케 세수를 한 다음 쌀알과 브로콜리꽃잎이 아직 남아있는 똑순이 얼굴도 닦아줍니다.
윗니도 2개가 나고있는지라 '치카치카' 양치도 해줍니다. 




   + 컵으로 물도 잘 마셔요~ 물 다 마시면..? 컵을 먹지요^^;


똑순이를 혼자 놀게 방바닥에 내려놓고 난 뒤.. 이제는 설겆이를 하고 똑순이 이유식 만들 준비를 합니다.
쌀을 불려놓고, 작은 소고기조각도 물에 담가 놓습니다. 하루 한번, 새모이만큼 적은 똑순이 이유식 만드는 것도 손이 꽤 많이 가는 '일'입니다ㅠㅠ 
반찬이나 국같은 어른들 요리도 같이 준비합니다. 
집이 넘 어지러우면 이때 청소도 해야합니다.
아직은 똑순이가 혼자 잘 놀지만 곧 졸려하거나 싫증내며 찡찡거릴 것이기 때문에 빨리빨리 후딱후딱 해야합니다.
세탁기도 돌리고, 빨래도 개야하는데..




   + 냉장고에 비친 자기 얼굴 보고 놀기~ 똑순이가 아주 좋아하는 놀이입니다~ㅋㅋ



잠시 후엔 졸려하는 똑순이를 업고 재우지요.
휴... 다행히 오늘은 울지않고 잠이 쉽게 들었습니다.
잠든 아기를 업고 왔다갔다하는 시간은 다리는 아프지만 그래도 잠시 한숨돌리는 시간입니다. 
이런저런 생각도 하고, 음악도 듣고, 또 잠시 신문이나 블로그도 봅니다. 
(요즘 정말 블로그 할 시간이 통 없어 새댁 넘 슬픕니다ㅠㅠㅠㅠ
지금 이 글도 똑순이를 업고 쓰고 있답니다. 왜 똑순이는 내려놓으면 깰까요 ㅜ)


그새 똑순이는 정말 많이 컸습니다. 
엄청 빨리 구르구요(초속 30cm정도?ㅋ) 이동방향도 자유자재입니다. 
새댁이 잠깐 눈을 떼고 뭔가 하다가 다시 보면.. 그자리에 없습니다. 잉? 어디갔지? 하고 찾아보면..
싱크대 옆 새댁 바로 발밑까지 굴러와있거나, 반대편 거실끝 화분쪽으로 굴러가고 있습니다.
"으아아아~~~! 똑순아, 안돼~~!" 외치며 빨리 달려가 똑순이를 안아올립니다.(위험한 도자기 화분들을 얼른 치워야하는데ㅠ)
이런고로 새댁이 화장실에라도 갈라치면... 똑순이는 흔들의자에 앉혀 안전벨트까지 다소곳이 메어놔야합니다.^^;;;




+ '엄마 나 왔어~ 빨리 왔지^^' 하는 흐뭇한 표정입니다~


장난감이나 숟가락도 무척 잘 쥡니다. 
윗니도 났는데 그래서 그런가.. 각종 장난감, 책, 이불 등.. 손에 잡히는 것들을 아주 '와일드'하게 물어뜯어주십니다. 
큰맘먹고 장만해준 그림책도 뜯어먹었지요ㅜ 하여 당분간 독서는 쉴 예정입니다. ^^;
암튼 뭘 뜯어먹고있진 않나.. 시시때때로 잘 살펴봐야합니다. 휴..


이렇게 하루가 다르게 무럭무럭 자라는 이 귀여운 녀석과 같이 놀아주고 싶은데..
엄마는 작은 집 치우고, 살림하는 것이 왜이리 바쁜지 모르겠습니다.
모처럼 할일 다하고(별로 일이 없는 날도 있습니다^^;) 뒹구는 똑순이옆에 앉아 간지럼도 태워주고 
똑순이가 좋아하는 '아에이오우' 노래나 '똑딱똑딱'(혀로 내는 시계소리)라도 해줄라치면
어김없이 방바닥에 사뿐히 깔린 머리카락들이 집단적으로 눈에 띕니다.ㅠㅠㅠ
똑순이는 방바닥에 키스도 곧잘 하므로.. 조 녀석들을 아무래도 무시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그걸 또 줍고, 버리고 오다보면 또 뭔가 치울 것이나 할 일이 눈에 띄는 식이죠... 
그러다 깨달았습니다.
'아 나도 잠시도 가만있지 못하는 그 <엄마>가 되었구나!' 

그러게요... 이제 새댁도 잠시도 가만있지 못하는 엄마가 되어가고 있네요.
자식들 입에 먹을 것 넣어주고, 자식들이 뒹구는 방을 깨끗하게 치우고,
깨끗하게 입히고.. 그리고 칭얼거리는 녀석들을 안아주고 업어주느라
잠시도 가만 있지 못한다는 것,
그래서 허리, 무릎, 팔, 다리가 성할 날이 없는게 우리 엄마들이란걸
새댁, 직접 체험하고서야 알겠네요. 

이렇게 하루가 저물고 밤에 자리에 누우면
저도 모르게 '으으으~~~'하고 신음이 터집니다.
온몸이 그야말로 물에 젖은 솜처럼 노곤합니다.
그래서 밤에 똑순이가 잠투정을 하면 눈물이 나나 봅니다...

내일은 울엄마가 서울에 오십니다.
엄마 만나면.. 다리부터 꼭 주물러 드려야겠습니다.




  + 뜨개질 솜씨 좋으신 외할머니가 떠주신 모자랑 목도리입니다. 똑순아, 낼은 그거하고 외할매 만나러 가자~^^


덧..
본래도 청소를 그리 열심히 안하는 편인 새댁,
과감히 청소 좀 덜하고 '가만 있기'를 실천해야겠다.. 맘 먹었습니다.
똑순이는 그저 엄마가 옆에 앉아서 자기를 보며 웃어주기만 해도 까르륵 까르륵 하며 너무 좋아하거든요~
하여 똑순이랑 좀더 같이 많이 놀아야겠다는 명분하에
머리카락에게도, 먼지에게도 스스로 쌓이고 모일 시간을 주겠습니다.
실은 아.. 다리가 넘 아파요.
대충 치우고 대충 먹고(넘 피곤해서 사실 요즘은 밥맛도 없다는ㅠ) 살아야겠어요...
(다리는 똑순이 업고 다니는 것 땜에 젤 아픈 것 같지만.. 날로 무거워지는 요녀석을 감당하려면 새댁도 운동을 좀 해야할까요?)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