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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mma! 자란다2009. 5. 18. 15:02


한 이틀 비가 시원하게 잘 내리더니 오늘은 날이 화창하게 개었습니다.
며칠만에 보는 환한 햇살이 무척 반갑습니다.
야~ 오늘은 천기저귀 안 다려도 되겠어요~! ^^

한 달쯤의 적응기간을 거쳐 똑순이 기저귀를 종이기저귀에서 천기저귀로 바꿨습니다.
진즉부터 천기저귀를 쓰고 싶어 준비는 다 해놓고 있었는데
막상 아가가 태어나고 나니 모유수유하랴, 아기 잠재우랴 너무 정신없고 힘들어
천기저귀까지 쓸 엄두를 못 냈습니다.

그러다 평소 알고지내던 솔이네의 '도시자연육아' 블로그에서 천기저귀 이야기('똥기저귀 빠는 아빠' 외)를 읽고
새댁도 다시 용기를 내보기로 했습니다.(고마워요, 솔이엄마아빠~~!^^) 

똑순아빠는 결사반대했습니다.
이 분이 워낙 다정한 분이라 새댁이 하는 일에 좀처럼 반대를 않으시는데
이번에는 너무 강경하게 나와 새댁도 순간 주춤했습니다.

사실 출산전에 둘이 의논해서
신랑이 기저귀 빨래를 맡기로 하고 천기저귀를 미리 준비해둔 거였거든요.
그런데 똑순이 태어나고 얼마 안있어 신랑의 회사일이 넘 바빠졌습니다. 
주중에는 거의 매일 야근을 하고 밤늦게서야 퇴근하는 통에 똑순이 얼굴도 아침 잠깐밖에 못봅니다. 
똑순이와 새댁이 깊이 잠든 밤에 돌아와서 혼자 기저귀 빨래를 돌리고 널고 자는건 신랑에게 넘 힘든 일이 분명합니다.

그래서 빨래도 새댁이 할테니 걱정말라고 해도 신랑은 계속 반대했습니다. 
지금도 힘든데 더 힘들 필요가 뭐 있냐고, 그냥 종이기저귀쓰고 그 시간에 더 쉬거나 새댁 좋아하는 일을 하라는 것이었지요.
그 말도 일리가 있었지만, 새댁은 천기저귀가 무척 쓰고 싶었습니다. 

새댁은 여러모로 좀 민감합니다(한예슬도 아닌데..ㅎㅎ)
좀 촌스럽게 민감해요. ^^;;
새가구냄새, 새집냄새, 새옷냄새, 종이생리대 냄새.. 이런 것을 맡으면 머리가 심하게 아픕니다.
신랑은 잘 모르겠다고 하는 옅은 냄새에도 새댁 몸은 금세 반응합니다.
시골에 갔다 서울로 돌아올 때면 서울냄새도 맡습니다. 숨이 살짝 막히고 어딘가 매캐한 서울 냄새.. ㅠㅠ
똑순이는 이런 엄마의 민감함은 안 닮았으면 좋겠는데... 아직은 어떤지 잘 모르겠어요. 

한참 정신없던 신생아시절이 지나고나자 똑순이 기저귀를 갈아줄때
종이생리대를 하다 면생리대를 하면 훨씬 기분도 상쾌하고 머리도 덜 아팠던 새댁의 경험이 생각나며
혹시 울 똑순이도 그런건 아닐까 걱정이 되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결정적으로 똑순이 종이기저귀 냄새를 맡고 역시나 예민한 새댁의 머리가 띵~하고 아파오는 것을 보고는
천기저귀를 쓸 결심을 굳혔습니다. 

신랑이 워낙 반대를 하였는지라
처음에는 신랑 몰래 천기저귀를 써보기 시작했어요. ^^
낮에, 똑순이가 똥을 한번 싸고 나면 천기저귀를 채워서 한 2~3장만 써봤습니다. 
처음엔 오줌기저귀만 물에 잠시 담궈뒀다 건져서 세탁기돌리고, 널어 말리는 것도 힘들더라구요. 
안그래도 바쁜 낮에, 안하던 일 한가지가 더 늘었으니까요.
어쩌다 똑순이가 천기저귀에 똥이라도 싸면 갑작스런 대형사태에 당황해 쩔쩔매기도 했고요~ㅋ

그렇게 낮에 천기저귀 쓰는 시간을 조금씩 늘려가고, 똥기저귀에도 제법 능숙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되는데 2주쯤 걸렸습니다.
그때 신랑에게 커밍아웃을 했지요. '나 천기저귀 쓴다~'
신랑, 웃으며 '어찌 말리겠습니까' 했습니다. ^^

그 뒤에는 밤에도 천기저귀를 써보기 시작했습니다.
다행히 똑순이는 기저귀가 젖었다고 해서 울거나 낮잠자다 깨지 않더라구요.(푹 젖어도 넘 잘 놉니다.. 똑순이는 민감한 엄마과가 아니라  덤덤한 아빠과인듯..;;;)
사실 똑순이 신생아 시절에 천기저귀 쓰기를 겁냈던 제일 큰 이유는 
안그래도 잠들이기 어렵고, 쉽게 잘 깨는 똑순이가 
흡수력좋은 종이기저귀가 아닌 한번 젖으면 계속 축축한 천기저귀를 하면 잠을 더 못 잘까봐 무서워서였습니다. 
그런데 이제 보니 천기저귀도 아기 잠을 그리 방해하지 않는 것 같아요.
이럴줄 알았으면 진즉 쓸껄.. 아쉽습니다. 
대신 잘때나, 깨어있을 때도 종이기저귀보다 좀더 자주 갈아주긴 해야하더라구요.
젖은 기저귀를 오래하고 있으면 발진이 쉽게 생기니까요. 

기저귀량이 늘어나자 세탁이 좀 문제였는데 그도 나중엔 숙달되었어요.
다행히 똑순이는 기저귀에 많이 안묻는 되직한 똥을 하루에 1~2번밖에 안싸서 똥기저귀가 그리 많이 나오지 않습니다.
물에 좀 불려놓으면 쓱쓱 쉽게 애벌빨래를 할 수 있어 
걱정했던 '똥기저귀빨다 손목 다 상한다'는 상황까지는 가지 않을듯 합니다. 

처음엔 세균걱정에 똥기저귀는 애벌빨래후에 무조건 삶았어요.  
햇볕 쨍쨍한 날에는 일광소독이 되니 세탁기에 빤 기저귀를 잘 말렸다 그냥 쓰고, 
비오거나 흐린 날에는 다림질을 한번 해서 씁니다. 
가끔 한번씩은 삶아도 주고요. 
다행히 살균이 잘 되는지 똑순이 엉덩이는 뽀송뽀송합니다. ^^
  






쨍쨍한 날, 햇볕에 잘 마르는 하얀 기저귀들을 보고 있으면 기분이 참 좋습니다. 
다 빨아진 기저귀를 탁탁 털어 널 때 기분도 좋고요.
"아고~ 밥순이, 빨래순이 힘들기도 하다~~~~" 한탄을 하면서 탁탁 털면 박자도 잘 맞고 그림도 잘 만들어집니다.
가끔 똑순이가 한쪽을 잡아서 둘이 같이 탈탈 털고 쭉쭉 잡아당겨 펴기도 합니다. 
 
아! 다듬이 방망이까지 있으면 완전 딱일텐데~ 
가끔 다림질하면 약간 뻣뻣한 기저귀천이 보드라와져서 감촉이 참 좋아지거든요. 
탁탁탁~ 다듬이질까지 하면 육아 스트레스 해소에 아주 좋을 듯합니다~ 
신랑이 늦게 들어와도 탁탁탁~ 똑순이가 집안을 어질러도 탁탁탁~~ㅋㅋ

기저귀 쓰레기가 나오지 않는 것도 참 좋아요. 
20L 쓰레기 봉지도 며칠 안걸려 금세 채우고마는 아가 기저귀 쓰레기를 보고있으면 마음이 답답해지곤 했거든요. 
저 썩지도 않는 쓰레기를 이렇게 많이 만들어내서 어쩌나...
한달에 7~8만원씩 여유가 생기는 것도 반가운 일이고요~^^

암튼 이래저래 참 좋습니다. 천기저귀~~~^^
아무래도 하루 1~2번쯤 기저귀만 모아 세탁기를 돌리고, 널고, 개고 하는 일이 적진 않지만
써보기 전에 걱정했던 것에 비하면 그리 힘들진 않습니다. 마음도 훨씬 편하고요~

첫째때는 엄두가 안나 못 썼다던 저희 새언니도 둘째 조카는 신생아때부터 천기저귀를 쓰시길래 무척 반가웠습니다.
새언니도 기저귀 쓰레기 안나오는 것이 젤로 기분좋더라고 하시네요.
그 얘길 들은 똑순아빠가 한마디 했습니다. "사서 고생하는 사람들이 왜이리 많냐..."
그러고 툴툴거리면서 똑순아빠, 쉬는 날엔 천기저귀들 열심히 접고 있습니다.  

똑순이가 언제쯤 기저귀를 뗄지 모르지만.. 그때까지 고맙게 잘 쓸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비온 뒤 화창하게 갠 북한산 한장 찍어보았습니다. 5월이 짙어가고 있습니다.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