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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하는 나무들2008. 4. 18. 17:25

요즘 날씨가 너무 좋아요~!
새댁도 집을 박차고 나가 햇살과 꽃그늘과 봄바람 아래 앉아있느라
한동안 블로그에 글을 못쓰고 있었네요... ^^

어제는 이제 두 돌이 다가오는 조카 녀석과 하루종일 고궁 나들이를 하고 왔답니다.
녀석도 신나고, 조카와 하루종일 씨름하느라 고생많은 착한 새언니도 신나고, 저도 신나고, 엄마 배속에서 무럭무럭 자라고있는 8개월의 똑순이도 신나고~
저녁엔 모두 자기 집에 돌아가 일찌감치 골아떨어졌을만큼
햇빛 속에서 뛰어논 하루는 즐거웠습니다.

저상버스를 기다리다 결국 일반버스에 용감하게 유모차를 접어서 들고, 조카를 안고 올라탄 새언니와
역시 환승정류장을 찾느라 한참을 헤맸지만 굴하지 않고 일반버스를 타고 나들이에 나선 8개월차 임부 새댁이
만난 곳은 바로 '창경궁' 입니다.
 
연신내에서 창경궁 가는 길은
새댁집 근처인 선일여고앞에서 7712번을 타거나, 연신내전철역 3번출구앞 정류장에서 독립문(영천시장)가는 많은 버스중 하나를 타고, 영천시장에서 내립니다.  
큰길을 건너 반대편에서 푸른색 171번 버스로 갈아타면
사직터널 지나 - 경복궁앞 지나 - 계동 현대사옥 지나 - 창덕궁 지나 - 창경궁(서울대병원 후문앞 버스정류장)에서 내려줍니다.  
창경궁의 대문인 아름다운 '홍화문'으로 들어가면 되는데, 입장료는 어른이 1000원입니다.
새댁과 새언니는 투표하고 받은 '공공시설 할인권'을 내고 무료로 들어갔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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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처음 찾은 곳은 아름다운 연못, 춘당지입니다.
원래 이 자리에는 조선시대 왕들이 직접 농사를 지어 그 해 농사의 풍흉을 점쳐보던 '권농장' 이라는 논이 있었다는데,
일제때 조선총독부가 큰 연못을 파고 일본식 정원으로 바꾸어버렸데요.
1986년 창경궁 복원공사때 우리 전통 조경수법으로 다시 조성하였다는 설명이 팜플렛에 쓰여있군요.

하얗고 붉은 꽃들이 연못에 비쳐 연못속에도 봄이 가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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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못 위를 떠나니는 꽃잎 사이로 오리들이 유유히 지나다닙니다.
연예인들의 기자회견장 못지않게 많은 카메라 세례가 춘당지의 오리들에게 쏟아지고 있었습니다.


둥둥 엄마 오리,
못 물 위에 둥둥.

동동 아기 오리,
엄마 따라 동동.

풍덩 엄마 오리,
못 물 속에 풍덩.

퐁당 아기 오리,
엄마 따라 퐁당.

- 권태응 동시 '오리' 전문


아가들은 무엇이든 엄마를, 곁에 있는 어른들을 따라 배우지요.
똑순이가 자라며 새댁을 통해 세상을 살아가는 법을 배울거라 생각하니 괜시리 살짝 긴장이 됩니다.
착하게 바르게.. 잘 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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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카와 새언니. 연못속의 잉어들을 찾는 두 사람의 뒷모습이 무르익은 봄속에 녹아들듯 합니다.

똑순이까지 우리 넷은 춘당지를 빙 돌며 나무그늘 아래서 가져간 간식거리들을 먹고 제일 오래 놀았습니다.
원래 창경궁은 음식물 반입 금지인데, 많은 사람들이 과일같은 간식이나 김밥을 싸와 먹고 있었어요.
단속반 아저씨도 즐거운 점심식사 행렬을 막지는 못했는데, 대신 쓰레기는 다시 자기 가방에 다 넣어오는 센스가 꼭 필요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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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잎은 풀숲위에 떨어져있는 모습이 제일 아름다운 것 같습니다.
하얀 꽃잎과 갈색 흙이 어우러져있는 벚꽃 나무그늘은 환상적이었습니다.
 
창경궁의 최대 장점은 '넓고 나무가 많다'는 것일듯해요.
새댁은 서울 시내의 고궁이라곤 경복궁과 서울역사박물관 뒤편에 있는 작은 궁(이름이 뭐였더라...) 밖에 못 가봤는데
경복궁보다 이 창경궁이 훨씬 '나무'와 산책로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경복궁은 웅장한 옛 궁궐을 보러 간다면, 창경궁엔 아름다운 옛 궁궐의 정원을 즐기기에 좋은 것 같습니다.
다음엔 창경궁 바로 옆 '창덕궁'에 있는 '비원'도 꼭 보고싶어졌어요.
넓은 창경궁의 구석구석을 산책하는데 앉아쉴 벤치도 많고, 장애인화장실과 유모차대여 시설, 팜플렛 등도 잘 되어있어 예쁜 고궁이 더 돋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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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어린 시절 기억이 나서
조카를 '함인정' 날아갈듯한 추녀 아래 세우고 기념사진(!)을 한장 찍었습니다.
우리 어릴때 절이나 어디로 소풍가면 꼭 이런 사진 한장씩 찍어오곤 했잖아요. ^^

임금이 문, 무신, 관유학생들에게 제술시험을 보던 장소라는 '함인정'
귀여운 조카야, 똑순아
1등할 필요는 없단다. 네 나름의 멋진 답을 가지고 살아주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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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속 공원에서 사람들이 주는 음식물을 받아먹고 '청살모'가 살고 있습니다.
어느 궁에는 다람쥐도 있다하고, 얼마전에 갔던 선유도에서는 '섬토끼'도 봤는데-^^;
동물원 우리에 갇힌 동물들보다는 아주 쪼금 더 자유로운 이 녀석들과의 만남이
어른들에게도, 어린 조카에게도 반갑고 즐거운 것이었습니다.

이 날 하루, 조카 녀석은 신나게 '와하하' 소리내 웃고 박수도 치면서 마음껏 뛰어다녔습니다.
재작년 여름에 태어나 작년 봄엔 잠깐 코끝에 바람쐰게 다닌 녀석이니
올 봄이 이 아이가 제대로 만끽하는 첫 봄인 셈입니다.
공원을 뛰고, 꽃과 나뭇잎들을 만져보고, 개미와 오리를 구경하고, 간식을 먹고.. 유모차에서 늘어지게 낮잠도 한숨 자며
조카는 하루를 고궁에서 아주 알차게 보냈습니다.  
답답한 집 안에만 있었다면 조카와 새언니에게 오늘 하루는 무척 길고, 힘들었을 것입니다.
아이들은 역시 밖에서 뛰어놀며 자라야하는구나.. 싶더라구요.  

4월, 창경궁의 봄은 정말 눈부셨습니다.
우리 넷은 선물같았던 봄나들이를 무사히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집에 돌아와 햇빛에 익은 얼굴을 식히고, 많이 걸어 뻐근한 다리와 발도 풀어주며..
서울이 녹지가 더 많고, 차는 더 적은 정말 아름답고 시원한 도시가 되는 건 언제일까 생각했답니다.
그래야 이 좋은 봄을 또 누릴 수 있을 테니까요...

4월말인데도 벌써 초여름같은 더위를 보며
조카와 똑순이가 살아갈 지구가 날로 뜨거워지는 것이 심히 걱정이 됩니다.
어떡해야할까요..?
우선 MB정부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겠다는 결심과 계획부터 제출해야할테구요(지금은 전년수준동결이 목표라는군요.. 다른 OECD 가입국가들은 10%를 훨씬 넘는 감축목표들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기업들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축을 의무화하고, 개인들도 가정과 자동차의 이산화탄소와 쓰레기 배출량을 줄이려고 노력해야할 것입니다...
벌써부터 에어컨을 튼 버스나 은행같은 건물에 들어서면 시원함과 동시에
마음속부터 서늘해지는 공포를 느낍니다.
악순환이잖아요.. 날로 더워지는 날씨와 점점 더 일찍, 많이 틀어지는 에어컨이라니-
이 고리를 끊을 수 있는건 사람들일 것입니다.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