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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1.19 엄마의 마음을 담은 '검은콩두유' 14
밥상2009. 11. 19. 15:52




날이 많이 추운 요즘, 똑순이랑 꼼짝 못하고 집안에서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딱 한번 중무장을 하고 나가 20분쯤 놀이터에서 놀고 들어온걸 제외하면
근 나흘동안 집 밖출입을 못 했습니다.

겨울해는 짧아서 하루가 금방 갑니다.
아이랑 복닥복닥 둘이 밥먹고 치우고, 낮잠자고 일어나 조금 놀다보면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기울고 저녁이 옵니다.
그래도 집안에서만 보내는 시간은 천천히 흘러가는 것도 같고, 늘 보는 책과 장난감은 조금 지루해집니다.  
이럴때 뭔가 특별한(?) 놀이가 하나쯤 있으면 아이도 신나고, 엄마도 신나서 재미나게 몰두할 수 있을텐데요. 
왠지 마음이 뿌듯해지기도 하는 그런 놀이....








그러다 찾아낸 것이 요 '호두'입니다. ^^ 
똑순이랑 둘이 신문지깔고 앉아 이웃에서 주신 호두알들을 망치로 톡톡 두드려 까기 시작했습니다.








굴러가는 호두들을 주워오기도 하고, 엄마가 까놓은 호두알들을 하나씩 집어먹기도 하면서
똑순이도 엄마도 한나절을 재미나게 보냈습니다.
이웃에서 주신지는 꽤 오래됐는데 그동안 '저걸 언제 까나...' 쳐다보고 생각만 하다가
마음먹고 톡톡 두드려까니 재미도 있고, 맛있는 호두도 한통 생겨서 무척 뿌듯했습니다.
주신 분께 감사한 마음도 새록새록 깊어졌고요.^^








유리병에 담아두고 심심할때 간식으로도 먹고, 국에도 넣어먹고, 조림에도 넣어먹고 있습니다.
영양만점 호두 갈무리를 하고나니, 왠지 겨울준비를 따로 할 것이없는 도시의 뿌리없는 살림살이지만
작은 월동준비 한가지는 해놓은듯이 든든했습니다. ^^









내친김에 좀더 고난이도의 요리(?)에 도전하기로 마음먹고, 검은콩을 잘 씻어 물에 불렸습니다.
지난주에 놀러갔던 솔이네(도시자연육아)에서 두유만드는 법을 배웠거든요.
맛있는 검은콩도 나눠주셔서 저도 한번 도전해보았습니다~ 









'약콩'이라고 불릴만큼 영양도 높고, 맛도 좋은 검은콩.
계량컵으로 150ml정도 담아 하룻밤 불렸는데 아침에 일어나보니 물을 먹고 통통해져서 450ml정도가 되어있었어요.
무려 세 배나 커지다니.. 큰 수고도 없이 세 배나 불어난 콩을 보니 괜시리 흐뭇했다지요~^^;









잘 불린 콩을 넣고, 물을 콩 양의 네 배정도(2000ml)정도 부어보았습니다. 
정확한 비율을 솔이엄마께 들은 것은 아니었는데 왠지 좀 넉넉하게 넣어도 될 것같아 그리했지요.
센불로 끓이다가 부르르 끓고나면 약불로 줄여 콩이 푹 익을 때까지 삶았습니다. 
오래 불린터라 콩은 20분(? 30분?) 정도 끓이니 잘 익었어요. 
삶은 콩을 그냥 건져 먹어도 무척 고소하고 맛있었어요.
똑순이랑 저는 콩이 삶아지는 동안 내내 그 옆을 왔다갔다하며 콩이 익었나 살펴본다는 핑계로 꽤 많은 콩을 건져 먹었습니다. ㅎㅎ  







얼른 제 식탁에 앉아 두유를 먹고싶어진 똑순이, 혼자서 의자를 밟고 올라오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꽈당~! 아고... 넘어오다 그만 이마를 콩 찧고 말았네요..
잠시 '왕~~!' 울었지만 고소한 두유 한잔을 먹고 뚝 그쳤습니다. ^^;;;








삶은 콩과 그 물을 그대로 넣어 믹서기로 곱게 갈아줍니다.

솔이 엄마는 우리가 이용하는 생협에서 나온 '검은콩두유'의 겉포장에 써있는 성분을 보니 크게 들어간 것이 없어
'집에서도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했데요. 그래서 찾아보니 정말 간단하게 만들 수 있더라는 것지요.
그 얘길 듣고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몇년동안 그 두유를 즐겨 사먹으면서도 저는 한번도 제가 만들 수 있을거라곤 생각해보지 못했거든요.
이런 것이 진정한 내공의 차이인가 봅니다~^^;;









갈아진 두유를 체로 한번 거릅니다.
껍데기는 버리고 (앗!! 이 녀석을 찌개에 넣고 끓이면 맛있는 '콩비지찌개'가 된다는군요~ 김치찌개에 넣어도 맛있데요.. 그간 버린 것들이 마구 아까워집니다ㅠㅠ)
걸러진 두유에 죽염(조청이 있으면 그것도)을 살짝 타주면... 엄마표 '검은콩두유' 완성~~!!
정말 간단하지요? ^^~








둘이서 따끈한 두유 한잔씩 사이좋게 나눠먹고도 500ml 우유병으로 두 병을 만들어 냉장고에 넣어두었습니다.
집에서 만든 두유인만큼 저장기간은 길어야 3~4일, 더 지나면 금세 쉰다고 하더라구요.
장기보관을 위한 첨가제들이 하나도 들지 않았으니 당연하겠지요. 
먹성좋은 똑순이와 엄마는 이틀만에 저 두 병을 뚝딱 해치웠습니다. ^^ 

직접 만든 두유에서는 꼭 팥죽맛같은 연한 달달함과 고소함이 느껴졌습니다.
컵에 따라 마실때 살짝 비릿한 냄새같은게 코로 맡아지는 것만 빼면 참 담백하고 맛있었어요. 
콩냄새를 없앨 수 있는 방법이 있는건가.. 한번 찾아봐야겠어요. 
(고마운 댓글에 의하면.. 콩을 너무 오래 삶으면 비린내가 난다네요. 7~8분 정도만 삶아도 충분하데요.
음.. 그런데 제가 해보니 오래 삶을 경우 두유가 더 진하고 고소해지기는 합니다. 양자택일 해야할 듯 합니다.ㅎㅎ)


 



+ 밖에 못나가 심심한 엄마가 똑순이에게 머리띠를 해줍니다. 가끔 머리를 묶어주기도 합니다.
여자아이처럼 예쁘지요? ㅎㅎ


 

똑순이는 엄마와 함께 음식 만드는걸 참 좋아합니다.
'똑순아, 우리 두유만들까?'하면 앞장서서 '쉬쉬~'(믹서기 돌아가는 소리예요^^;)하며 부엌으로 달려갑니다.
맛은 좀 심심(?)하더라도 엄마의 정성이 담긴 음식들을 좋아해주기도 하고요.

조그만 것이지만 우리가 정성껏 함께 만들어 서로에게 대접하는 것은
서로를 아끼고 귀하게 여기는 마음을 나누고, 바로 그 마음을 먹는 일인 것 같습니다.

몇 천원이면 밖에서 쉽게 사다 먹을 수 있는 것이지만 함께 만들어보는 즐거움을 누리고,
맛있는 음식이 만들어지기까지는 많은 수고와 기다림이 있다는 것을 배우는 일은 돈으로 따질 수 있는 귀한 경험이기도 하고요.
 
이 겨울, 날은 춥지만 마음만큼은 웅크리지말고 부지런히 손을 움직여서
몸과 마음이 모두 든든해지는 먹거리들을 조금씩 만들어봐야겠습니다.
그런 생각으로 지난 1박2일동안에는 '대추차'도 만들어봤지요~ㅎㅎ
곧 이어질 대추차 포스팅을 기대해주세요~

멀리서 우리들의 맛있는 소식을 흐뭇하게 보고계실, 이 모든 요리법을 알려준 솔이엄마에게 감사를 전하며...^^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