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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9.03 지금만 느낄 수 있는 행복 4
umma! 자란다2009. 9. 3. 22:16



아름다운 것들은 금새 지나간다..

오랫만에 똑순이를 업어주며 문득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똑순이가 낮잠도 이부자리에 누워 뒹굴거리다 혼자 잠들게 된 뒤로 똑순이를 업을 일이 거의 없어졌습니다. 
돌쯤부터 15개월이 된 얼마전까지 1년 남짓...
허리와 다리가 뻐근해지도록 하루에도 몇번씩 '어부바~'를 하던 시절이 드디어 끝난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 오후에는 놀이터부터 아파트 입구 경비실까지 내리막길을 쏜살같이 걸어내려간 녀석이
다시 올라올 때는 안아달라고 엄마 다리를 끌어안길래 오랫만에 등에다 업고 천천히 걸어올라왔습니다.

이 작은 녀석이 등에 착 달라붙어 있는 느낌이 문득 신선했습니다.
등에 느껴지는 온기, 쿵쿵 울려오는 작은 심장의 고동.. 아, 참 따뜻하고 좋구나!  
이제 네가 더 무거워지면, 더 큰 소년으로 자라면 더이상 내가 업어줄수 없는 때도 오겠구나..
그런 생각을 하며 걸으려니 마음껏 업어줄 수 있는 이 시절이 참 좋다 싶고, 
그런 시절도 얼마후엔 끝나리란 사실이 살짝 아쉬워지려고까지 했습니다.

아고... 정말 힘들었는데.
엄마의 기억력은 어쩌면 이다지도 선택적일까요.
엄마가 업어줘야만 잠을 자는 아이에게 화도 나고, 허리가 아파 울고싶은걸 겨우 참고 간신히 업어 재웠었는데...
잠든 녀석이 깨지않게 조심조심 이부자리에 내려 뉘이며 마음 졸이던게 불과 얼마전인데도 
그런 힘든 기억들은 금새 어슴푸레해지고
따뜻하고 좋은 것들만 코끝 찡하게 기억하고 있는 것입니다.

놀이터가 가까워지자 얼른 엄마등에서 내려 걸어가고 싶어하는 아이를 내려놓고
콩닥콩닥 뛰듯이 걸어가는 그 뒷모습을 바라보며
이제 이렇게 조금씩 내 품에서 떠나갈 아이의 미래를 본 것같아
아주 잠깐이지만, 마음이 짠해왔습니다.

씩씩하게 잘 커서 네 세상으로 훨훨 날아가렴, 내 작은 아기야!

아름다운 시절은 언제나 아주 짧게, 금새 우리 곁을 지나가는 것 같습니다.
그게 참 아름다운 시절이었다는건 지나간 뒤에야 비로소 알 수 있는 것도 같고요.
하지만 삶은 언제고, 어떤 순간에도 아름다운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아이를 키우는 날들이 특히 그런 것 같습니다.

이제는 아이를 등에 업고 노래를 부르는 동안 졸음에 겨운 아이의 고개가 내 등에 툭 하고 기대지는,
그러다 마침내 쌔근쌔근 규칙적이고 고요한 숨소리만 등으로 전해져오는 그런 순간은 더이상 경험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대신 지금은 아이와 마주 누워 깜빡깜빡 감기는 아이의 눈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행복을 누릴 수 있습니다.

아이가 자라는 동안 
그 시절이 지나고나면 더는 느낄 수 없을 고마운 행복들을 잘 찾아서, 온전히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행복이 주는 힘으로 수시로 찾아오는 육아의 고단하고 힘든 순간들을 잘 넘어서야겠습니다.

 



2008. 08. 14. 우리집 거실






2009. 07. 22. 우리집 거실
 

작년 여름에 입었던 옷을 꺼내 올해도 입혀보았어요. 많이 작아지긴 했지만 그럭저럭 두어번은 입었나봐요. 
같은 옷에 같은 아이인데.. 입고 하는 행동은 이렇게나 다릅니다.
1년 동안 잘 자라준 옷주인, 고맙다~!^^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