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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똑순이 책2009. 4. 6. 10:45



시리동동 거미동동 - 10점
제주도꼬리따기노래·권윤덕 그림/창비(창작과비평사)



똑순이가 요즘 아주 좋아하는 그림책입니다.
똑순이도 엄마아빠처럼 제주도에 가고싶은걸까요? ^^


제주도, 햇살 밝은 오후.
혼자 집에서 놀던 아이가 마루위에 놓인 바구니에서 찐 감자 한 알을 꺼내들고 집을 나선다.
왕거미 흰 거미줄이 눈부시다.
집 담옆에 앉아있던 토끼가 따라 나온다.
아이와 토끼는 친구가 된다.
돌담위에 앉아있던 까마귀도 뒤따라와 친구가 된다.
셋은 검고 높은 바위위에 앉아 감자를 나눠먹고
까마귀를 타고 하늘을 난다.
높은 하늘을 날아 찾아간 곳은
해녀 엄마가 물질하는 바닷가.
성게를 따고 나온 엄마는 셋을 모두 포근히 안고 집으로 돌아온다.
작은 집 방에는 따뜻한 불이 켜지고
토끼랑 까마귀랑 왕거미는 담옆에서 코 잠이 들었다.


.... 이런 이야기가
색감이 곱고, 단순한 그림과 짧은 꼬리따기 노래 가락에 실려 펼쳐집니다.

제주도 풍경이 참 섬세하면서도 잔잔하게 잘 그려진 그림책이라고, 새댁도 보면서 감탄했습니다.
집 옆에도, 푸른 들판과 밭, 야트막한 오름 중간중간에도 검고 낮은 돌담들이 잔잔하게 이어져있고,
옅은 녹색과 진한 청색을 오고가는 제주도 바다빛도 잘 살려 그려져있고요.

그림에 직선이 많고 캐릭터들이 아주 귀엽(?)진 않아서 똑순이도 처음에는 그리 관심을 보이지 않았는데
꼬리따기 노래때문인지 자꾸 보고싶어하는 책이 되었습니다.

아이는 엄마와 둘이 사는가 봅니다. 
어두워지는 저녁, 댓돌 위에는 엄마의 흰 고무신과 아이의 까만 고무신 두 켤레뿐입니다.
아이가 엄마를 찾아 타박타박 걸어가는 길 옆, 먼 밭 한켠에 돌담으로 둘러싸인 작은 무덤이 하나 있는데
아이 아빠일지도 모릅니다.
우리 아가 잘 놀고, 튼튼히 잘 크라며 멀리서 지켜보고 있을지도요.

발그스레한 흙이 인상적인 제주도 밭들 사이사이,
예쁜 돌담에 둘러쌓인채 옹기종기 들어앉아있는 봉긋한 봉분들이 무척 이채로웠는데
그 모습도 그림책에 담겨있으니 더 반갑습니다.

햇살좋은 날에 이 책을 가만히 보다 보면 
일나간 엄마를 기다리는 아이의 애틋한 심정이 잘 전해져옵니다.
심심하고 조용한 오후,
토끼와 까마귀가 아이랑 함께 있어주어 참 다행입니다.
혼자 엄마를 기다린다면 얼마나 외롭겠어요.

+

지난 4월 3일에는 문득 달력을 보다 '아 오늘이 4.3이구나..'생각하고는
하루 2~3번은 꼭 읽어주게되는 '시리동동 거미동동'을 그 날도 읽으며 괜히 마음 한구석 짠했습니다.

옛날, 어느새 12년이나 지난 새댁의 대학 새내기 시절 이 날에는,
학교 꼭대기쯤에 있는 문과대 건물 로비에서 '레드 헌트'라는 4.3 당시의 양민학살을 다룬 다큐멘타리를 상영한다고
전투경찰들이 학교 정문을 박차고 들어오기도 했습니다.
그리 먼 시절도 아닌데, 아득한 옛날 얘기같기도 하고.. 지금도 크게 달라지진 않은것 같기도 하고요.
 
예쁜 아가 그림책 보며 너무 무시무시한 생각을 한것도 같지만..
아무튼 아픈 상처때문에라도 더욱 아름답고 눈물겨워지는 섬, 제주입니다. 

똑순이가 좀 많이 커서, 한참씩 잘 걸을 수 있게되면..
손잡고 꼭 제주도 저 돌담길과 바닷가를 걸어봐야겠어요.
'시리동동 거미동동에 나왔던 그 바위네~'하고 얘기하면서요.
^^ 


+

이런저런 책들 보며 '아 블로그에 소개하고싶다'고 생각만 하다가
맘먹고 카테고리 정리도 다시 하고.. 똑순이 그림책부터 담아봤습니다.
혹시 수익이 좀 있을까 싶어 알라딘 광고도 달았구요..^^;
'새댁 추천도서' 이름붙이고 나니 뻘쭘한데요..
특별활동 시간에 도서부 활동하던 초등학교때부터 도서관 야간아르바이트를 하던 대학원 시절까지 통털어
도서관은 늘 참 좋은 놀이터였습니다.
수익보다는 제가 느낀 '고마움'들을 블로그 이웃분들과 나누고 
이웃분들과 두런두런 책 얘기도 많이 나누는 놀이터 하나 열어 재밌게 놀고 싶습니다.
좋은 책도 많이 추천해 주세요~^^

+

아! 하나 더~

이 봄에, 제가 좋아하는 연인들이 제주 올레길 여행에 다녀왔더라구요.
그 사진들 보며 멀리 집안에서도 잠시 제주의 시원하고 맑고 단(왠지 달아요, 제주 공기는..) 바람이 느껴지는듯 했습니다.
양해를 얻어 블로그 이웃분들께도 소개합니다~^^ 
노란 빛, 연두빛, 초록빛, 검은 빛이 어우러진.. 제주도와 우도의 아름다운 땅을 지금 한번 내려다보세요~  

쭌이의 시선으로 세상 바라보기- 여행기록 '2009 화순,부안,제주올레길'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