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에코랜드'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2.11.05 곶자왈 숲속기차
여행하는 나무들2012. 11. 5. 22:25

"cfile9.uf@190EC5385097BC6304189D.jpg"





여행 여섯째 날이었던 목요일에는 달물 식구들과 '에코랜드'에 다녀왔다. 

광호, 수지, 달물스텝 림과 우리 셋. 





"cfile1.uf@1873A3355097BC9008D94A.jpg"







우리가 제주에 오기전에 육지에 일이 있어 나갔던 광호가 이런저런 중요한 일정들을 마치고 수요일 오후에 달물로 복귀했다.

오랫만에 보는 친구는 참 반갑고 익숙하고 또 낯설었다. 

광호는 내 십오년지기 친구다. 대학교신입생 2월부터 알기 시작해서 대학시절 내내 참 여러가지 활동을 함께 했고, 서로의 크고작은 개인사들도 많이 알고 지켜보았다. 이 친구 덕분에 대학시절에 즐거운 일도 참 많았고, 힘든 시절에는 위로와 용기도 많이 얻었다. 

그래도 실은 꽤나 먼 사이이기도 했다는걸 이번에 새로 알았다. 

우리들이 함께 또는 각자 많은 일들을 정신없이 겪고 해냈던 20대의 날들을 시간이 좀 지난 후에 돌아볼 수 있다는 것은 좋고도 슬픈 일이었다. 내가 몰랐던 일들과 미안한 일들, 아쉽고 안타까운 일들이 거기 참 많이 있었다. 더 많을 것이다, 더 얘기를 해보면..  

30대가 되어서도 삶은 모두에게 새롭고 힘든 도전의 날들이어서 나는 이제 세 아이의 엄마로, 광호는 결혼과 제주 이주와 집짓기와 여러가지 힘든 일들을 헤쳐와서 새봄에 아빠가 될 준비를 하고 있고, 깨봉도 여러가지 변화와 경험과 도전속에 치열한 성장을 거듭하고 있었다.

20대의 절친들을 다시 만나 그들의 사는 모습을 보고 살아온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인생은 젊고 미숙한 우리에게 얼마나 많은 파도를 준비하는지 알 것만 같았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파도가 기다리고 있을까.. 부디 우리가 그 파도들을 잘 넘을 수 있기를.. 때로는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더라도 잠시 후에는 다시 판을 붙잡고 하늘위의 햇볕에 몸을 말릴 수 있기를, 그리고 다시 파도를 타고 항해를 계속 할 수 있기를 빌었다. 

잠시라도 그들의 삶의 공간에 들어와 볼 수 있었다는게 감사했다. 이렇게가 아니었다면 그나마 이정도의 이야기도 함께 진득하게 나누기 어려웠을 것이다. 선후배친구의 결혼식장같은 경조사에서 짧게 안부를 나누고 서로의 아이들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놀라하고 대견해하다가 바쁘게 헤어졌겠지.. 그동안 우리들의 만남이 주로 그랬다. 

이번 제주여행은 어린 아이들 키우며 밖에서 친구들 만나기 어려운 내게는 쉽게 보기 힘든 소중한 친구들과 모처럼 길게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의 사는 모습을 말없이 옆에서 지켜볼 수 있었던 정말로 귀하고 고마운 시간이었다. 





"cfile21.uf@176F7C3E5097BCA43A070A.jpg"







아, 우리를 참 행복하게 해줬던 에코랜드 얘기도 해야겠다.


구름이 정말 멋진 날이었다.

연수는 아침부터 '숲속기차'를 타러 간다는 사실에 들떠서 '언제 가냐' 묻고 또 물었다. 

달물 식구들이 아침 청소를 하는 동안 들뜬 아이들을 데리고 나는 동네 산책을 다녀왔다. 그 사이 수지이모는 맛있는 점심 도시락도 준비해놓고 있었다. 

'에코랜드'가 있는 조천읍은 한라산 중산간 지역에 속해있어서 동쪽 바닷가인 월정리에서는 제법 멀리 떨어진 곳이었다.

광호네 차를 타고 가는 동안 새벽 일찍 일어난 연호는 낮잠이 들었고, 연수는 귤밭과 키큰 가로수들과 그 사이로 가끔 보이는 소와 말들을 구경하며 애써 졸음을 참았다. 

 

'에코랜드'는 제주에 있는 여러 유료관광시설(?, 무슨무슨 파크, 랜드들^^)중에 제일로 괜찮다는 평을 듣고 있다며 아이들 놀기에 참 좋을 것 같다고 수지가 함께 가보자고 제안했다. 수지도 전부터 한번 가보고싶었단다. 그 덕분에 우리도 뜻하지않게 좋은 구경을 나서게 된 것인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말 좋았다. ^^ 

수지가 꽤 비싼 편인 입장료(어른 11000원?)가 아깝지 않다고 평했는데 나도 동감이었다.

연수는 제주에 가서 또 숲속기차를 타고 싶다고 여러번 노래를 불렀다. 

 




"cfile2.uf@1713B93D5097BCD1236E99.jpg"


"cfile29.uf@151EC7345097BCE71DF951.jpg"







볼드윈 기관차공장에서 만든 증기기관차(연수가 좋아하는 영화 '폴라 익스프레스'에 나오는 바로 그 기차다!)가 등장하자 연수는 너무 기뻐서 폴짝폴짝이었다. 3번에 걸쳐 기차를 타고 꽤 오래동안 숲속을 달리게 되는데 기차에서 보게 되는 풍경들이 참 아름다웠다. 제주의 신비한 자연을 아기자기하게 잘 보여주는데 잠깐이지만 '아!'하고 경탄하지 않을 수 없는 풍경도 여러차례 지나갔다. 

호수 위로 놓인 나무데크를 따라 걸으며 보게되는 호수 풍경은 무척 이국적이었다. 분명히 작은 테마파크 속에 있는데 순간 아주 큰 강가,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에 나오는 그런 강가에 와있는것 같은 착각을 하게 한다는게 '에코랜드'의 힘인듯 했다. 


풍차곁에 있는 잔디밭에서 과일과 유부초밥으로 맛있는 점심을 먹고, 또 기차를 타서는 아이들이 정말 좋아했던 놀이터로 향했다. 아이들과 내가 들어가면 꽉 찰만한 작은 나무집들이 여러 채 지어져있고, 여러 가게와 관공서들도 다 작게 만들어져있던 작은 마을 놀이터에서 연수와 연호는 신이 나서 이 집 저 집 들어가보고, 역할놀이를 하고, 편안해했다. 아이들의 마을에서 어른들인 우리도 왠지 마음이 편해졌다. 어린 시절에 우리가 바라보던 세상은 딱 이만했지.. 딱 요만하면 충분했던 어린 마음의 놀이터에서 유년의 우리는 얼마나 즐거웠던지... 그런 생각을 하며 아이들에게 이런 작은 집들을 선물해주는 꿈을 꾸기도 했다. 







"cfile1.uf@202DD63B5097BD0E23A9FA.jpg"


"cfile25.uf@012CB9375097BD4224D75E.jpg"


"cfile28.uf@034630335097BD5B134026.jpg"


"cfile24.uf@0338D63B5097BD841165AF.jpg"



"cfile23.uf@022B98375097BDC72935C3.jpg"









놀이터를 떠나와 마지막으로 숲속 산책로를 조금 걸어보았다. 

'곶자왈'이라 이름붙은 한라산 중턱의 숲은 정말 신비로웠다. 

영화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요정들이 사는 숲 같달까.. 화산 암석들을 뚫고 자란 구불구불한 나무줄기들과 키큰 고사리 잎들.

그 사이에 놓인 화산송이 길을 천천히 맨발로 걷는 동안 발바닥은 쉼없이 따끔거리고 아팠지만 마음만은 무척 행복했다. 

짧은 코스를 걷고 나와 기차역에 있는 벤치에 앉아 기차를 기다리며 발바닥을 들여다보니 발바닥에 송이물이 발갛게 들어있었다. 

붉은 발바닥이 '나는 살아있어, 나는 건강해' 하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함께 잘 걸어준 바다도 '엄마, 나는 괜찮아요. 잘 크고 있어요'하고 말하는 것 같았다. 

고마웠다. 

살아있다는 것이, 우리들이 여행의 하루하루를 무사히 잘 보내고 있다는 것이.. 친구들이 함께 있다는 것이.










"cfile23.uf@1545B5415097BDE11AD41F.jpg"






(이 날, 연수와 우리들 사진은 모두 수지이모가 찍어준 것이다. 예쁜 사진 정말 고마워, 스쟈~!^^)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