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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7.03 장마와 아이 4
umma! 자란다2010. 7. 3. 14:57








장마비가 쏟아진다.
"하늘에서 비가 날린다" 하면서 뛰어다니는 이 아이를 말릴 수 없다.









복도가 있어 정말 다행이다.
비오는 날에도 마음껏 뛸 수 있고, 졸려하는 아이를 업고 하염없이 왔다갔다 할 수 있는 이 복도..
우리가 이사라도 가게되면 나는 나의 신혼집이자 연수가 태어나 첫날들을 살았던 이 집의 구석구석이 모두 그립겠지만
북한산을 바라보며 때로는 한숨짓고 때로는 신나게 웃던 이 복도가 제일 오래 생각날 것 같다.










온 몸이 젖었다.
날이 눅눅해 빨래가 잘 안 말라 엄마는 걱정인데 아이는 자꾸 옷을 적셔놓는다.
비에 맞아서도 젖고, 목욕탕에서 물을 튀겨서도 적시고, 쉬를 해서도 적시고...
젖은 옷이 늘어날수록 엄마는 마음까지 눅눅해지는데 아이는 신이 나서 펄펄 뛴다.
방금 갈아입힌 옷이 땀에 또 젖는다.










졸린 연수가 제 옷바구니를 온통 뒤집어놓고 놀다가 결국 한바탕 울고 낮잠이 들었다.
정리하다보니 한동안 쓰지않은 연수의 천기저귀가 보인다.
요즘 연수는 제법 쉬를 잘 가려서 낮에는 기저귀를 하지 않는다. 
밤에도 안 할때도 있지만 미리 쉬를 안했을 때는 손쉬운 종이기저귀를 하나 채운다. 
두돌 즈음부터 부쩍 늘어난 엄마의 게으름은 하루 한개의 천기저귀 빨래도 안하고파 슬슬 꾀를 부리는 것이다.

이제는 제 몫을 다한 천기저귀들을 하나씩 정리해 상자에 넣는다.
보드랍고 따뜻한 감촉.
장마철 집안에서 유일하게 뽀송뽀송한 존재인것같은 천기저귀를 만지고 있자니 
그 안에 스민 햇살냄새같은 것이 손을 통해 마음으로 전해지는 것 같다.
따스한 햇살, 갓난아기 살의 감촉, 참 뽀송뽀송하고 통통한 연수 궁둥이.. 같은 것들을 떠올리며 혼자 웃었다.
천기저귀쓰던 날들이 애잔하게 그리워지는 날이 곧 올거야..









어느새 기저귀를 떼가고 제 손으로 우산을 받혀쓸 수 있게 된 우리 아가.
엊그제 새로 산 장화를 처음 꺼내신고 이렇게도 신이 나서 아파트 마당으로 뛰어나간다.
인생을 살면서 기억해야할 것들이 참 많겠지만 정말로 오래 기억해둘만한 것은
아이에게 처음으로 장화를 사신겼던 날... 같은게 아닐까.
활짝 웃는 아이를 따라가며 그런 생각을 했다.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