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mma! 자란다2009. 11. 5. 23:31









생후18개월쯤부터 아기들이 언어도 부쩍 늘고, 독립심도 강해진다더니
만 17개월을 꽉 채우고 이제 18개월에 접어든 똑순이가 요즘 딱 그렇다.
저 두가지 성장이 함께 진행된 결과는 아이가 '싫어! 안해! 내가 할꺼야!'를 입에 달고 사는 것이라던데
아직 그 정도의 말까지는 할줄 모르는 똑순이는 대신 '울보 떼보'가 되었다.

조금만 자기 맘에 안드는 일이 생겨도 앙~ 울음부터 터트리고
제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앵앵 울다가 요구가 관철되는 순간! 바로 뚝 끄치고 룰루랄라 신나한다.
그럼 좀전까지 보였던 그 서러운 울음소리와 절절한 표정은 모두 연기였단 말인가!!
엄마는 배신감에 떨던 말던 원하던걸 얻은 녀석은 의기양양하게 뛰어다니고,
가끔은 거울이나 냉장고에 비친 제 얼굴을 보며 '연기 연습'을 하는 장면도 여러차례 목격되었다.....








요즘은 옷도 자기가 입어야만 한다. 기저귀 안하고 옷 안입으려고 도망다니던 시절을 넘어
이제는 제 옷과 양말을 들고 돌아다니며 엄마는 손도 못대게한다.









혼자 바지를 입어보려고 무진 노력중이다.
똑순아.. 거기는 발이 나오는 곳이야, 들어가는 곳이 아니고...-.-

뭐든지 스스로 해보고, 직접 경험해보려 하는 것은 반갑고 고마운 일이다.
그래서 '스스로 하게하고, 어려워하면 도와주자'가 엄마의 요즘 모토인데 
그런 엄마의 의지를 무색하게 하는 도발적인 행동도 많다.
숟가락질을 하겠다는 녀석에게 숟가락을 맡기면서 '음식을 흘리면 옷이 더러워지니 조심해서 먹어라' 고 당부하면
숟가락에 음식을 담아 옷위에 일부러 쏟는다...!!!
더러워지는걸 한번 보고싶은 모양인지, 밥을 던지지 말라하면 더 던지고, 물을 쏟지말라 하면 더 쏟으니
'청개구리 이야기'가 괜히 나온 것이 아님을 실감하며 엄마는 가슴을 치는 순간이 더 많아졌다.ㅠㅠㅠㅠㅠㅠ 
 








아무튼 요즘 똑순이, 자질구레한 떼가 끝이 없지만 그중 반가우면서도 힘든 떼는 책읽어달라는 떼다.









전에는 그림책을 들고 이리저리 엄마를 쫓아다니다가
정 엄마가 바빠 못 읽어주면 앙앙 울거나, 책을 화장실이든, 씽크대 개수대 속이든 던져넣더니
이제는 한두번 조르다 안되면 체념하고 혼자 앉아 읽기도 한다. 비록 거꾸로 들고 읽을지라도..^^;;;










뒤돌아 앉아서도 읽고...

혼자 그림책을 보다가 자기가 좋아하는 뭔가가 나오면 '에헤헤헤~!!'하고 큰소리로 웃거나 '우우!!' 소리를 지르기도 하는데
엄마도 얼른 이것 좀 보라는 얘기다. 
그럼 설겆이를 하다가도 먼 발치서 책을 보고 거기 나온 것들을 얘기해주고 같이 웃어야 한다.
책 좋아하는 아이를(아이로?) 키우는 것은 힘든 일이다. 휴...  









그래서~!
똑순이에게 책을 읽어줄 수 있는 이모야들이 놀러오는건 넘 반갑다. ^*^
맛은 없어도 따끈한 밥은 얼마든지 차려줄 수 있으니, 시간있는 이모 삼촌들아~ 놀러와서 우리 아이 책 좀 읽어주소~
엄마 혼자 하루종일 읽어주자니 목이 아프다오..ㅠ.ㅠ









집에 이모들이 놀러와도 엄마 무릎을 잘 떠나지 않던 예전과 달리,
요즘 똑순이는 자기와 놀아주는 사람을 무척 좋아하고 함께 잘 논다.
엄마가 같은 공간에 있기만 하면 책을 읽어주고, 자기랑 장난을 쳐주는 다정한 이모삼촌과 함께 놀면서 한참동안 엄마를 찾지않는다. 이것도 18개월쯤 되면서 생긴 큰 변화다. ^^


+


아기가 부쩍 크는 18개월 즈음,
갑작스레 늘어나는 보챔과 떼와 울음이 힘들기도 하지만, 그와 함께 자라고 있는 아이의 내면세계과 행동의 성장을 지켜보는 것은 대견하고 기쁘다.
가만히 누워서, 혹은 앉아서 엄마가 해주는 것들을 무력하게 받기만 하던 아가 시절과는 단호하게 결별하고
좋고 싫은 제 기호를 분명히 밝히고, 제 의사를 당당하게 주장하고, 제 힘으로 뭐든지 해보려고 하는 아이의 모습은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반갑게 받아들여줘야할 변화일 것이다.
아이의 의사와 요구를 최대한 존중해주고, 들어줄 수 없는 것들은 분명하게 제지하면서 아이가 하고픈 것들을 잘 할수 있게 도와준다면
하고픈 건 많지만 정작 잘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어 저도 답답하고 속상한 이 진통의 시기를 아이는 아주 행복한 성장의 시기로 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생각은 그렇게 하면서도 실천이 쉽지는 않았다.
퇴근후 매일 그날 똑순이가 벌인 '분통 터지는' 일들을 새댁에게 전해 듣던 신랑이 한마디 했다. 
"우리 마누라, 다시 육아책 좀 읽겠네~"  
한동안 손에서 놓고있던 육아서를 정말 다시 읽어야할 때인걸까..

그런데 어느 순간 많은 것이 다시 좋아졌다.
함께 사는 삼촌이 '요즘 똑순이가 떼가 많이 는것같아요'하며 걱정할 때 '사춘긴가봐요~'하고 웃으며 대답할 때쯤이었을까..
엄마가 자기를 많이 존중해준다고 생각했는지, 아님 그럭저럭 제일 떼 많이 쓰던 시기는 넘어간건지, 그도 아님 잠깐의 '휴식기'인 것인지
똑순이를 대하는 내 마음도 다시 여유로와지고, 똑순이의 새로운 행동들에도 어느만큼 적응이 되어서 더 기다려주게 되었다.
똑순이도 막무가내 떼는 줄어들었고, 엄마랑 의사소통도 더 잘 된다고 느끼는지 떼쓸때 보다는 웃을 때가 훨씬 많아졌다.  








찰칵~! 이건 엄마가 사진찍는걸 흉내낼 때 하는 포즈다.
눈 앞에 카메라를 갖다대고, 눈을 찡그리면서 찰칵~ 한다는 것이다. ^^


아이도, 엄마도 더 행복한 날들이 시작될 것이다.
똑순이와 함께 하는 날들은 매일매일이 그 전보다 더 기쁘고 좋았다. 
눈에 띄게 자랄 때는 그 성장이 신기하고 대견했고, 늘 그대로인것 같을 때는 그 평온함과 건강이 고맙고 행복했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쭉 그럴 것이다.
놀랄 준비를 하고, 함께 행복해질 마음만 있으면 아이의 성장통을 함께 앓으며 엄마도 더 자랄 수 있겠지.

긴장과 기대속에 '행복한' 18개월이 시작되었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umma! 자란다2009. 7. 21. 16:36


어제는 처음으로 똑순이와 둘이 버스를 타고 '도심'을 가로질러 잠실 이모님네에 가봤습니다.
연신내에서 471번 버스를 타고 논현역까지 가는 동안
광화문과 종로, 명동성당 옆길과 남산터널을 지났고 한남대교로 한강도 건넜습니다.
장마중인지라 많이 불은 강물이 흙빛을 한채 천천히 흐르고 있었습니다.
일상과 집에서 잠시 벗어난 이런 외출도 새댁에게는 어느 여행 못지않은 신선함을 줍니다. 

생애 최초의 긴 버스여행 동안 똑순이는 처음에는 좀 긴장한 모습으로 가만히 앉아있다가
광화문쯤부터는 좀 마음이 편해졌는지 엄마에게 안아달라고 해서는
버스 속에 탄 어른들과 지나는 거리 풍경을 신기하게 바라봤습니다.

버스로 서울 도심을 통과해본 건 새댁도 똑순이 낳고 나서 처음입니다.
눈이 휘둥그레질만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곳곳에 낯선 건물, 새롭게 단장된 거리들이 어색했고
익숙한 곳들이 보수공사를 하는지 많이들 파헤쳐진(?) 모습은 생경함을 더해주었습니다.

길을 걷는 사람들의 분주한 모습을 보고 있자니
예전에는 나도 저 속에 있었건만, 지금은 참 먼 다른 세계에 살고있는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예쁜 옷을 멋지게 차려입고, 화장을 곱게 한 사람들 사이에
대충 입은 옷에, 촌스러운 머리모양을 하고 맨얼굴로 앉아있는 내 모습이 좀 도드라지는 것 같아 
살짝 민망하려고 하다가 이내 괜찮아졌습니다.
나는 나를 향해 너무도 환하게 웃어주는 내 아이를 안고 있었으니까요.
멋지게 차린 어떤 사람도 부럽지 않을만큼 품에 안긴 아이는 귀하고 소중하고 예뻤습니다.

남산터널쯤부터 길이 많이 막혀서 새댁은 똑순이가 찡찡거릴까봐 마음 졸였지만
똑순이는 의젓하게 안긴채로 엄마가 주는 빵과 물을 먹으며 즐겁게 잘 놀았습니다.

논현역에서 다시 360번 버스를 갈아타고 잠실을 향해 가다 삼성역쯤에서 차가 또 한참 막히자
똑순이가 이젠 좀 찡찡거리려 하는것 같아 버스에서 내려 택시로 갈아탔습니다.
시계를 보니 2시간이 좀 넘게 버스를 타고 있었더라구요.ㅜㅜ 

대중교통 감이 영 떨어진 엄마 덕분에 하필 출퇴근 시간에 차 많은 동네로만 버스를 타고 찾아갔던지라
똑순이가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그래도 그 먼 길을 똑순이랑 장난도 치고, 얘기도 하고, 같이 구경도 하다보니 엄마는 시간가는줄 몰랐다지요. ^^

연신내 우리집을 출발해 잠실 이모님댁에 도착하기까지..
버스정류장까지 걷고 버스들 갈아타고 마지막에 택시도 타고 다 해서 딱 3시간이 걸렸습니다. 우~~!!

14개월 아기를 아기띠로 안고 버스로 서울을 가로지른 스스로도 대견스러웠지만,
그보다 긴 시간동안 엄마랑 즐겁게 여행할 수 있을 정도로 훌쩍 큰 똑순이의 성장이 정말 놀라웠습니다. 
엄마 곁을 든든히 지켜준 이 아이 덕분에 조금은 힘들기도 했던 버스길을 거뜬히 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언제 이렇게 컸니, 우리 똑순이~^^
엄마는 앞으로 너랑 다닐 많은 여행들이 너무나 기대된다.. 
우리 둘이, 때론 아빠도 함께 셋이 아름다운 세상 곳곳, 다정한 사람들 곁으로 즐겁게 찾아가자!  







ㅎㅎㅎ 다들 기다려욧~~~~! 우리가 곧 달려갈텡께~~~~~!!!!! ^-----------------------^




+



어제 '도심버스여행' 후 피곤했던지 똑순이가 낮잠을 오래 잡니다. ^^;;;
버스를 그리 오래 타고도 다정한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만나서는 또 넘 신나게 저녁내내 잘 놀고 왔거든요.
엄마도 오늘은 팔다리가 얼얼한 것이.. 역시 체력이 예전같지 않습니다.
그래도 엄마는 슈퍼맨! 앞으로의 여행들을 대비해 팔다리 힘을 마구 길러야겠습니다. ^^





 

치카치카하는 모자~ 똑순이 이발한 후에 가지런한 앞머리가 넘 귀여워서 새댁도 똑순이따라 앞머리 잘랐데요~^^;;






똑순아, 아빠가 사진찍어준데~ 응? 근데 너 엄마 치카치카도 해주는거야? 고맙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책/육아도움책2009. 7. 15. 11:25


장마비가 어떤 때는 세차게 어떤 때는 부슬부슬... 하루종일 쉼없이 내렸습니다.
이런 날은 똑순이랑 둘이 아파트 마당에도 못 나가고 작은 집안에서 뱅글뱅글 돌며 놉니다.
습도도 높고, 날도 더운데 잠시도 쉬지않고 열심히 움직이니
똑순이 작은 몸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온통 땀투성이입니다.

옷을 두 번이나 갈아입고,
오후엔 한바탕 시원하게 목욕도 했지만 금세 또 땀으로 다 젖었습니다.
저 작은 몸 어디서 그렇게 많은 에너지가 뿜어나오는지... 나이든 엄마가 따라가기 벅찹니다.

집안에서만 노니 답답할 법도 한데 엄마만 옆에 있으면 똑순이는 오케이인가 봅니다.
같은 책을 여러번 읽어도 좋은지 계속 읽어달라 하고, 엄마가 기타를 치면 저도 퉁퉁 두드리고 줄도 튕겨보고
욕실, 부엌, 베란다.. 어디든 졸졸 따라다니고, 때론 앞장서서 끌고 다니며
비오는 하루를 지겹지도 않게 꽉 채워 놀았습니다.

그렇게 오늘치 에너지를 다 쓴 뒤에는 저녁먹고 엄마옆에 누워 뒹굴거리다가
종당에는 강아지처럼 엄마 여기저기를 물어뜯기도 하고 낑낑거리다 스르르 잠에 빠져들었습니다. 
세상을 만난지 13개월하고 열흘째의 하루가 저문 것입니다.

자고있는 아이는 뽀송뽀송합니다.
온 집안이 눅눅한 장마철, 똑순이는 지금 우리집에서 유일하게 뽀송뽀송한 존재입니다. 
잠들기 전에 옆에 누워 '아', '호', '푸' 같은 소리를 내보느라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작은 입을 고물거리는 아이를 보고 있자니
내가 낳았지만 볼수록 참 신기한 것이, 
생활과 삶에 대한 크고 작은 고민들, 몸의 고단함은 잠시 다 잊고 '이 녀석 참 이쁘구나'하는 생각만 머리속에 떠올랐습니다.     
 


엄마 학교 - 10점
서형숙 지음/큰솔


<엄마학교>의 책소개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밥 짓는 법을 배우는 것처럼 엄마 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엄마 되는 법을 몸에 익히면 아이 기르기가 수월해진다.
아이를 보는 눈이 달라져서 아이랑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진다... 엄마도 행복하고, 아이도 행복해지는 방법을 함께 찾아보자.'

엄마라는 것은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 갑작스레 나에게 '주어진' 이름이자 역할같았습니다.
임신기간 동안 나름대로 태교라는 것도 하고, 출산준비도 이것저것 한 것같은데
막상 아이가 태어나고 난 뒤에는 모든 것이 처음해보는 일, 낯설고 힘든 순간의 연속이어서
감정 또한 당황스러움과 버거움으로 쉽게 지치곤 했습니다.

아이는 너무 예쁘고 소중했지만, 초보엄마에게 육아는 참 어렵고 막막한 일이었던 것입니다.
특히 아이들의 행동과 마음을 이해하고, 보듬고,
맺힌 것은 풀어주고 막힌 것은 터트려 마음껏 발산되게 하는 일 같은 것은 정말 너무 어려워서
아기가 울면 엄마도 같이 울고싶어 지는것말고 달리 어떻게 해야할지 잘 모를 때가 많았습니다.

<엄마학교>는 새댁이 가입해있는 생협의 소식지에서 같은 이름의 강좌가 열린다는 안내글을 몇번 보고 뭘까 궁금해하던 차에
미탄님이 블로그 댓글로 '이미 읽어봤겠지만 <엄마학교>에 보면 이런 귀절이 있지요..'라며 알려주신 덕분에 구해서 읽게된 책입니다.
 
이 책을 읽으며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은 어느 부모나 같겠지만
그 마음을 제대로 아이에게 전하는 법은 배우면 배울수록 나아지는 것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게 저자가 말하는 '엄마되는 법'인듯 하고요.

'아이가 필요로 하는 순간엔 하던 일도 멈춘다'
첫 장의 첫 단원 제목이 새댁의 마음을 콕 찔렀습니다.
아이가 왠지 내게 자꾸 매달린다 싶던 때, 매달림이 곧 칭얼거림으로 바뀌어서 아이도 저도 무척 힘들어지던 순간들을 곰곰히 돌아보니
그 때 내가 하고있던 일을 일단 계속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아이가 뭘 하고싶은지, 아이에게 어떤걸 해줄수 있을지 살펴보지 않고 무조건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하고 있었다는걸 알았어요.

아이가 나를 필요로 하는 순간, 내가 사랑하고 보살피고 보호하고 있는 작은 존재가 나를 찾는 순간.
우선 우주에서 제일 중요한 일처럼 그 아이와의 소통에 주의를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고있던 설겆이, 빨래, 요리를 일단 멈추고 아이와 눈을 맞추고 뭘 원하는 것인지 주의깊게 듣는 것,
그리고 그에 대한 대책을 취한 뒤 다시 일손을 잡는 것.

어찌보면 참 쉬운 일같지만 엄마랑 종일 같이 놀고싶은 아이와, 집안일은 늘 밀려있는 새댁에게 
'아이의 요구에 대한 집중과 소통, 그리고 대책을 최우선으로 놓고 살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건성으로 하는 대꾸나 짜증섞인 야단이 아니라 진지한 관심을 전제로 한 대화...
노력하고 있지만 어려울 때가 더 많습니다.

무엇보다 이것은 아이의 마음이 중요한 것이어서
엄마가 자기를 정말로 귀한 존재로 생각하고 존중하고 있다고 느끼느냐,
그래서 이 어린 것이 안심하고, 행복하고 평화롭게 즐거운 마음으로 자라고 있는가.. 하는 것은
아이밖에 모르는 일일 것도 같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가 함께 있는 순간에 더 서로에게 집중하고, 공감하려고 애쓰는 것이 서로를 더 행복하게 해주는 것만은 틀림없습니다. 
새댁도 똑순이도 같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순간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엄마학교>는 이런 마음자세를 바탕으로 아이와 함께 지내온 한 엄마의 20년정도의 생활 이야기가 들어있어
초보엄마 새댁에게는 참 유용한 책이었습니다.
유아기보다는 청소년기 이야기가 더 많아 똑순이가 큰 뒤에 다시 읽어보면 또 새롭게 다가오는 부분도 많을 것 같구요.
사교육 없이, 그리고 공동육아나 대안학교같은 대안적 틀이 아닌 공교육 속에서도 
아이를 꿈과 실천력을 모두 가진 사람으로 키워낸 이야기가 부럽기도 하고, 생각할 거리도 많이 던져주었습니다.

다정한 엄마되기, 영리한 엄마되기, 대범한 엄마되기, 행복한 엄마되기.. 
모두 4장으로 구성된 책을 쭉 읽는 동안 육아전문가의 책과는 또다른 구체적인 '실전육아 20년'을 짧게 응축해서 전해주는
선배엄마의 따뜻하고 구체적인 조언들이 새댁의 마음을 든든하게 해주었습니다.
대략은.. 이런 마음으로 아이랑 함께 자라가면 되겠구나.. 감을 잡을 수 있었달까요.

매일매일 부딪히는 현실은 책보다 훨씬 힘이 세고, 어려운 문제를 던지지만
그래도 읽기전보다는 마음이 한결 단단해졌습니다. 
아이야, 너를 사랑한다.. 이 마음 하나만 네게 제대로 전해줄 수있다면
우린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따뜻한 사람들로 함께 자랄 수 있을꺼야.

끝으로.. 이 책은 제목과 달리 '아빠'들도 꼭 읽어야하는 책이란걸 재삼!!! 강조하고 싶습니다. ^--------------^
엄마만 알고있기엔 넘 아까운, 아빠들도 꼭 읽고 마음자세를 가다듬어야할 얘기들입니다. (응? 똑순아부지~? ^^)
그러고보니 이 책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은 아빠의 역할에 대한 서술이 넘 적다는 것입니다.
두 아이의 엄마인 저자의 경험을 돌아보고 정리한 책이다보니 그럴수밖에 없겠지요.
우리 사회가 아직도 '육아'는 대부분 엄마의 몫으로만 돌리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겠고요.  
그래서 '아빠학교' 혹은 엄마아빠의 육아경험을 모두 담은 '부모학교'가 아쉬워집니다. 
건강한 육아철학으로, 신명나고 진지하게 아이들을 '함께' 키워낸 엄마아빠가 사이좋게 같이 쓴.. 그런 육아도움책도 찾아서 읽어보고 싶습니다.  


   
  

+ 지난번 영광 여행때 히로미님이 찍어주신 똑순이 사진입니다.
영화 '기쿠지로의 여름'을 연상시키는 저 커다란 잎은 실은 '오동잎'이랍니다~^^ 
오동잎 양산을 쓰고 닭과 염소들을 구경했던 똑순이 생애 두번째 여름.




Posted by 연신내새댁
umma! 자란다2009. 7. 3. 16:09


오늘따라 유난히 낮잠 들이기를 어려워하며 엄마 등에 업혀 낑낑대던 똑순이가
결국 등에서 내려와 엄마 젖을 먹고 잠에 막 빠져들던 순간에 집 밖에도 시원하게 비가 쏟아졌습니다. 

아침부터 우르릉 우르릉 천둥소리만 연거푸 울려오더니 드디어 비가 옵니다.
똑순이 잠투정이 길어지면서 어느새 인내심의 한계에 도달했던 새댁의 들끓던 마음도 시원한 빗소리에 차츰 가라앉습니다.

요사이에는 어느새 단련(?)이 많이 되었는지 똑순이의 어지간한 행동에는 신기하게도 화가 안나서
스스로 대견해하며 살았건만, 역시.. 아직 갈길은 멀기만 한가봅니다.
다행히 엄마가 폭발하기 전에 잠이 든 똑순이와, 때마침 내려준 시원한 빗줄기에 감사해하며
모처럼 나를 위해 커피 한잔을 타놓고
랜터 윌슨 스미스 라는 사람이 썼다는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제목이 시를 찾아 읽었습니다.



어느 날 페르시아의 왕이 신하들에게
마음이 슬플 때는 기쁘게
기쁠 때는 슬프게 만드는 물건을
가져올 것을 명령했다.

신하들은 밤새 모여 앉아 토론한 끝에
마침내 반지 하나를 왕에게 바쳤다.
왕은 반지에 적힌 글귀를 읽고는
크게 웃음을 터트리며 만족해 했다.
반지에는 이런 글귀가 새겨져 있었다.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슬픔이 그대의 삶으로 밀려와 마음을 흔들고
소중한 것들을 쓸어가 버릴 때면
그대 가슴에 대고 다만 말하라.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행운이 그대에게 미소 짓고 기쁨과 환희로 가득할 때
근심 없는 날들이 스쳐갈 때면
세속적인 것들에만 의존하지 않도록
이 진실을 조용히 가슴에 새기라.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  류시화 엮음,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중에서.







 + 한바탕 소나기 퍼붇더니 어느새 그치고 해가 났습니다. 천둥번개 요란한 와중에도 빙글빙글 돌며 똑순이는 잘 잤습니다.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육아에도 참 절실한 경구인 것 같습니다.

제가 자주 육아 조언을 구하는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선배언니가 이런 얘길 해준 적이 있어요. 
엄마들이 아이들의 서툰(?) 행동을 잘 참을 수 없는 건 '얘가 계속 이러면 어쩌나'하는 걱정 때문인 것 같다구요. 
하지만 아이들은 계속 자라고, 지금의 장난이나 서툰 행동도 더이상 하지 않게 되는 때가 온다는 걸
그 순간에 생각할 수 있다면 아이에게 화를 내거나 과하게 다그치는 걸 좀 덜할 수 있을 거라는 얘기였습니다.

언니는 첫 아이가 이유식을 흘리며 먹는걸 정말 참을 수가 없었다고 해요.
어린 아기가 당연히 숟가락질을 제대로 잘 할리 없고,
또 음식의 색깔, 모양, 감촉이 모두 신기하기만한 아이가 밥먹을때 어질르는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인데도
매끼, 밥먹는 아이 주변이 밥풀과 이런저런 음식으로 어지러워지는 것을 견딜 수가 없어서
아이에게 소리도 치고 화도 내고 속상해 울기도 했었다는 거예요.
그래도 아이는 계속 어지르고 언니는 화내고..
그러다 어느결에 보니 끝나지않을 것처럼 반복되던 그 시절은 지나가고 아이는 자라있더라면서 
'(아이에 대해 걱정되는) 어떤 것도 끝나지 않는건 없으니 너무 걱정말라'고 말해주었습니다.


똑순이 낳기전에 들었던 이 얘길 다시 떠올리게 된 건 똑순이의 이유식 3라운드가 시작되면서였습니다.
(1라운드- "신기한 걸 주세요", 2라운드- "엄마 나는 자라고 있어요" 참조~^^;;)


자신이 평소 무척 깔끔한 성격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사람들도 이유식먹는 아기와 함께 밥을 먹으면
상상을 초월하는 그 지저분함(?)에 깜짝 놀랄만큼 아기들은 밥을 지저분하게 먹습니다. ^^;
물론 엄마가 깔끔하게 숟가락으로 떠먹여주고 그걸 잘 받아먹는 아기라면 다르겠지만 똑순이의 그 시절은 금방 끝나버렸어요.
돌 즈음부터 똑순이는 엄마가 떠먹여주는 음식은 뱉어내고 제 손으로 입에 넣은 음식만 씹어 삼키는 결연한(?) 태도로 
음식에 대한 제 호기심을 인정할 것을 요구하고, 스스로 먹겠다는 의지를 단호하게 밝혔습니다. 
흥....!!!!! 

저 먹일려고 특별히 좋은 재료써서, 정성껏 만들어준 이유식을 고스란히 뱉어내는게 넘 괘씸하기도 하고,
엄마 숟가락은 거부하고 제 손으로만 음식을 집어먹으려고 하는 똑순이에게 화도 많이 났습니다.
그러면서도 자꾸 손으로 음식을 헤집고 주무르는 통에 식탁 주변과 옷은 금새 엉망이 되었고요.
저는 어린아기를 앞에 두고 혼자 화를 내다 야단을 치다.. 제풀에 지쳐 정말 울고싶은 심정이 되기 일쑤였어요.

그러다 문득 저 얘기가 생각났습니다. 
그래.. 이 시절은 지나간다. 
이렇게 혼자 먹으려고 바둥대고, 지저분하게 밥먹는 시절도 영원히 지속되는건 아니다. 아이는 자랄꺼야.
 
게다가 다른 것도 아니고 독립을 하겠다는데.. 엄마로서 환영해야할 일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기 손으로 밥을 먹고 싶어하는 아이를 기특하게 여기기로 마음을 고쳐먹고
대신 아이에게 턱받이를 꽁꽁 매주고 식탁의자 밑으로 신문지 세 장을 곱게 펴서 깔아줬습니다.
좋아, 어디 네가 원하는데로 해봐!

그때부터 똑순이는 식사시간마다 밥그릇에 담긴 야채들부터 신나게 제 손으로 집어 먹은 다음, 
밥도 손으로 집어서 옆에 있는 물컵에 넣고, 숟가락으로 푹푹 찌르고 휘젓습니다. 
그 와중에 밥알과 물과 야채조각들이 신문지 위로 후두둑 떨어집니다.
그 소리가 재밌어서 일부러 떨구기도 하고, 그럼 엄마한테 야단을 좀 맞습니다.  
가끔은 한 손가득 밥을 집어서 바로 입에 넣으려고 하다 온 얼굴에 밥풀을 덕지덕지 묻혀 놓습니다. ^^;;;;;;

처음엔 그 모습이 너무 지저분해 엄마인 저도 당황했으나 곧 "아고.. 어디 인도에서 오셨어요?"하며 웃어 넘기게 되었습니다. 
"똑순아, 이 모습은 엄마랑 너랑만 아는 비밀로 하자. 사람들이 알면 우릴 싫어할꺼야~~" 하고 말하며 웃으면
똑순이도 저를 보며 해맑게 웃습니다. ㅎㅎㅎ






+ 똑순이가 요즘 제일 사랑하는 과일, 수박이 왔습니다. 
새댁이 주문하는 생협물품이 배송돼오면 똑순이는 무척 신나합니다^^ 제 몸만한 수박을 굴려 굴려 가더니.. 
 





+ '앙~! 다 먹어줄테다~~' 어느새 깨물고 있습니다. ^^;;;



 
똑순이가 그렇게 한참 제 맘대로 밥을 먹는 동안 저는 제 밥을 열심히 먹습니다.
그전처럼 똑순이 밥 다 먹일 때까지 배고파하며 기다리지 않아도 되는건 정말 좋습니다.
지저분해지는 것만 견디면 아이도, 엄마도 함께 즐겁게 밥을 먹을 수 있습니다.. ^^; 

나중에 하정훈샘의 '삐뽀삐뽀 우리 아이 이유식'을 다시 펼쳐보니 돌쯤 내용에
'아이가 숟가락질을 하고싶어하면 하게해주시라, 자꾸 못하게 하면 음식에 대한 흥미도 잃고 나중엔 밥숟가락 자체를 거부하게 될 수도 있다'는 얘기가 있더군요.
아고... 우리가 딱 그 상황에 처했던 건가 봅니다. 
똑순이의 단식투쟁(? 엄마가 떠주는 음식은 거부하는~^^;) 덕분에 상황이 더 심해지기 전에
음식에 대한 똑순이의 관심과 스스로 먹겠다는 자립심을 살려줄 수 있어서 참 다행이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혹은 꼭 그 이유만이 아니라 다른 여러가지 이유로 똑순이가 밥을 안먹고 있었던 걸지도 모르겠어요.
젖을 많이 먹고 있었다던가, 밥이 맛이 넘 없었다든가...^^;;;
정확한 원인을 찾긴 어렵지만 그 시점에 음식을 마음껏 탐색하고 스스로 먹도록 변화를 준 것이 
다행히 똑순이가 다양한 음식의 질감과 맛을 느껴보는 재미(?)에 빠져
일단은 식탁에 앉아 밥먹기를 좋아하게 만든 것 같습니다.   









+ 밥을 기다리는 동안 장갑을 끼고 놀고 있습니다. 새로운 놀이가 맘에 들어요~!ㅎㅎ



스스로 밥을 먹은지 어느새 한 달이 넘었습니다.
똑순이 여전히 많은 양을 흘리지만 먹는 양도 그럭저럭 꽤 많습니다. 
잘된 일은 제 손으로 잘 집어먹을 수 있는 야채들을 무척 좋아하게 됐다는 것입니다. 
어떤 야채도 말랑하기만 하면 가리지않고 다 잘 먹습니다. 
밥은 제 손으로 물에 말고 잠시 숟가락으로 떠먹으려 노력하다 잘 안되면 그때부턴 엄마가 떠줘도 잘 받아먹습니다. 

숟가락은 아직 한 손에 꼭 쥐고만 있지만 포크는 이제 제법 잘 쓰고, 
물티슈를 주면 상위를 싹싹 닦을 줄도 알게 되었습니다. 엄마가 훨씬 편합니다. ㅋㅋ   
신문지와 바닥에 떨어지는 밥풀 양은 들쭉날쭉 하는데 새롭고 신기한 음식을 먹을땐 거의 안흘리지만,
2끼 이상 같은 음식이 나오면 갑자기 확 늘어납니다. 벌써부터 반찬투정을~~~ㅠㅠ  

저 책에 따르면 18개월쯤 되면 아이들이 숟가락질을 대략 잘하게 된다고 하니...
이제 5달만 기다리면 됩니다. 
다행히 우리는 일간신문을 구독하고 있고,
엄마의 인내심도 자주 바닥 가까이 가긴 하지만 그럭저럭 충전하면 버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증거사진들만 좀 찍어놨다가 나중에 똑순이가 저 혼자 큰것처럼 잘난 척하면 이 사진들을 공개하겠다고 점잖게 일러줘야겠습니다.







+ 앗! 엄마, 부끄러워요~ㅎㅎㅎㅎ
요즘 좋아하는 '까꿍놀이' 중입니다. 피자판도 들고 까꿍~ 했는데 그건 사진이 없네요. ^^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너무나 예쁜 아기 시절의 모습과 장난들도, 미숙하고 어설프기만한 아기 시절의 행동들도 곧 지나가버릴 것들이라 생각하니 살짝 아쉽습니다. 
그러나.. 지나갈 것들은 잘 지나가야하는 것임을, 잘 떠나보내는 것이 삶과 성장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아이를 키우며 새로 배웁니다.
언젠가는 지나가버릴 이 모든 순간들을 잘 견디며, 더 사랑하며 살아야겠습니다.
그 날이 오면 정말로 멋지게 안녕!을 하고 똑순이도 새댁도 새로운 내일로 걸어갈 것입니다.  







+ 비 그치고 나니 베란다 장독대위에 빗물이 고였습니다.
세찬 소나기가 언제 있었냐는 듯 고여있는 물은 점잖기만 합니다.
우리 아이도 이 시절이 언제 있었냐는듯 숟가락질 잘하고, 혼자 잠도 잘 자고, 엄마한테 떼쓰며 매달리지도 않는.. 그런 날이 오겠지요? ^^;; (꼭 와야합니다!!!)
시침 뚝 떼고 반짝반짝 빛나고 있는 화분과 장독대 한장 찍어보았습니다. 

어제 오전에 쓰기 시작한 글인데 오늘 오후에야 끝냅니다. 아고.. 애기엄마, 글 한편 쓰기가 참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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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연신내새댁
umma! 자란다2009. 6. 30. 20:49


장마비가 오락가락 하는 중에 찜통더위도 기승을 부려
어제 하루는 똑순이도, 엄마도 참 보내기가 힘들었습니다.

초저녁까지 창문과 현관문을 모두 열어놓고 지냈더니 
밤에는 엥엥 모기들이 날아다녀 똑순이도 여기저기 3방이나 물렸습니다. ㅠㅠ
아파트 층수 높다고 살짝 방심한 사이 모기도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왔나 봅니다.

이래저래 밤잠을 설친 똑순이가 낮잠을 오래 잡니다. 
오늘은 그래도 날이 서늘해서 다행입니다.






+  문 꼭꼭 닫고 에어컨 틀기보다는 좀 덥더라도 앞뒤문 열어놓고 맞바람 맞는걸 좋아하는 
별스런 엄마 덕분에 똑순이는 땀을 뻘뻘 흘립니다.ㅠ  
바지도 벗고 기저귀바람으로 다니며 더워도 잘 참고 놀아준 똑순이가 고맙습니다.  




어제 대구 외가집에 가신 엄마는 외할머니 곁에서 잘 주무셨나... 궁금합니다.
엄마 곁에서 자는 잠... 얼마만일까요?

똑순이는 매일 저녁 제 곁에 누운 엄마를 타넘으며 뒹굴뒹굴 구르다가
일어나 앉아서 엄마 배꼽이 잘 있나 확인도 하고, 엄마 종아리에 올라타고 닝가닝가도 하다가
그래도 잠이 안오면 엄마 머리카락을 잡아당기고 더러 빨기도 하다 곤히 잠이 드는데
지난 밤 울 엄마는 참 오랫만에 엄마 옆에 누워서 어떻게 하다 잠이 드셨을까 궁금합니다.

경상도 사투리로 끝도 없이 이어지는 얘기를 나누다 잠이 드셨을까.
평소같으면 이모랑 셋이 누워 늦도록 깔깔깔 웃다 주무셨을텐데
이번에는 외할머니가 많이 편찮다는 얘길 듣고 뵈러가신 거라 걱정이 됩니다.

먼 농촌으로 둘째딸을 시집보내놓고 보고싶은 적도 참 많으셨을텐데
우리 외할머니, 많이 편찮아지셔서야 그 딸을 곁에 불러 재워보십니다.


엄마 곁에서 자는 잠.. 
아기엄마가 되고 보니 아이에게 엄마는 참 절대적인 존재여서
자면서도 아기는 엄마 품, 엄마 냄새, 엄마 손길을 찾는다는걸 알았습니다.
엄마가 곁에 있으면 똑순이는 훨씬 편하게 잠을 잘 잡니다.

깊은 밤, 자다 깨서 엄마가 곁에 없으면 어찌 서럽게 우는지..
그러다가도 엄마 가슴에 한번만 안아주면 다시 곤히 잠이 듭니다.
자면서도 제 발끝에 엄마 다리가 닿는지, 제 손끝에 엄마 팔이 만져지는지.. 뻗어보고 닿으면
안심한듯 그대로 잘도 잡니다. 

자라면서 차츰 혼자서도 깊이 잘 자게 되겠지만
아마도 아이의 마음 깊은 곳, 아니 몸의 기억 저 구석에는
엄마가 곁에서 함께 잘 때 느꼈던 그 안도감, 따뜻함, 아늑함 같은게 남아있지 않을까요? 
그래서 어른이 된 우리들도 엄마 곁에 가서 누우면
왠지 '긴 여행을 마치고 제 자리로 돌아온 것 같은' 아늑함을 느끼게 되는게 아닐까요..
^^






+ 끙~ 더워도 책은 봐야지~~
요즘 다시 책을 좋아하게된 똑순이 덕분에 엄마까지 이 더위에 피서(避書)를 못하고 책꽂이 옆에 붙어있습니다. ^^



그래서 요즘은 똑순이랑 같이 뒹구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재울 때도, 자다 깼을 때도 한참은 같이 이불위에 누워 간지럼도 태우고,
온 몸 구석구석 쓰다듬어 주고, 안고 뒹굴어도 보고, 발바닥에 뽀뽀도 해주며
지금 내 옆에서 깔깔깔 웃으며 행복해하는 이 부드럽고 여린 아이의 살을 더 깊이 감촉하려고 노력합니다. 

이렇게 함께 있을 수 있을 때 더 많이 느껴야지...
더 행복하게 해줘야지, 그리고 나도 더 행복해야지.. 생각합니다.
이 아이의 마음 깊은 곳에, 몸과 감각의 기억 저 밑바닥에
참 행복하고 따뜻했던 아기 시절의 느낌, 엄마품의 감촉이 저장되길 빕니다.
그런데 실은 아이보다 내가 더 행복하고, 더 따뜻한 기억을 얻게 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이제 내일이면 다시 엄마곁을 떠나 집으로 돌아오실 우리 엄마.
오늘밤은 그 옛날 아기 시절처럼
아늑한 엄마 품안에서 코 잘 주무셔요..









 + 똑순이는 참 금새금새 잘도 커서 이제는 걸음마도 아주 자~알 합니다. ^^
2주전쯤 찍었던 동영상이 아주 한참전 같습니다. 시간만큼 빠른게 있다면.. 자라는 아이들인 것 같아요.




Posted by 연신내새댁
umma! 자란다2009. 6. 26. 16:17


지난 주말, 새댁의 오랜 친구가 놀러왔습니다.  
고등학교 때부터 단짝이었던 친구, 십오년도 훨씬 넘는 시간 동안
몸은 멀리 있어도 마음만큼은 언제나 가까이 있는 것처럼 
다정하고 든든했던 친구입니다. 

이제는 어느새 둘 다 아기엄마가 되어서
둘이 한번 약속잡고 만나려고하면 여섯명이 모여야합니다. ^^; 
멀리 살기도 하고.. 이래저래 한번 만나기가 쉽지않아 늘 아쉬운데 모처럼 날잡고 모이게 됐습니다 ㅎ
이번에는 친구의 신랑께서 주말에 출장을 가신 관계로 다섯이 모였는데,
새댁 신랑도 주말 일정이 있어 나가고(내보내고?ㅋ) 넷이서 주로 놀았습니다.

세월이 흐르고 우리들의 모습도 변해가지만
한가지 변함없는 것은 늘 우리들이 나눌 이야기가 풍부하고, 관심사가 비슷하며
힘들고도 행복한 삶의 구비구비를 우리가 비슷한 시기에, 비슷하게 넘어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번에도 모처럼 아이들데리고 하룻밤을 함께 자며
아기 키우며 고민되는 것들, 좋은 부모되기, 공동육아, 살림꾸리기의 힘겨움, 옛날 학교다닐때 얘기와 앞으로의 꿈.. 
이야기가 끝없이 이어졌어요. 
당장 답을 딱 찾지 못하더라도, 함께 이야기나눌 친구가 있는 것만도 얼마나 힘이 되던지요.       

오래 익혀 향기롭고 맛좋은 과일주처럼
언제 봐도 즐겁고 행복한 내 친구~ 네가 있어 늘 참 고맙다~!
^----------------------^







엄마 둘, 아이 둘.. 각자 제 아이 챙기며 차 한잔, 밥 한끼 조용히 먹고 마시기 어려웠고,
제가 요리하는 동안 친구는 두 아이 돌보느라 정신없기 일쑤였지만 
그래도 친구와 함께 있으니 그 소동도 모두 넘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여기까지는 엄마의 소감이었구요, 똑순이는?


똑순이는 인생 최초의 위기를 맞이했습니다! 두둥~~~ 
말로만 듣던 '엄친아(엄마 친구 아들)' 스트레스의 위기에 직면했기 때문입니다.ㅋㅋ

친구에게는 이제 28개월된 아들이 있습니다. '모모'란 태명으로 불리던 예쁜 녀석이지요~^^
울 똑순이보다는 무려 15개월쯤 먼저 태어난 '명실상부한'(이게 중요합니다) 형아입니다. 
그런데 이 형아가 넘 똑똑한 것입니다~! ㅎㅎㅎㅎ
 
벌써 숫자도 다 읽고, 말도 잘하고, 노래도 흥얼흥얼~ 영어 알파벳도 꽤 여러개 읽습니다.
뭣보다... 이런저런 똑순이 장난감을 가지고 아주 창의력(?)있는 형태를 만들어내서 깜짝 놀랐습니다.

음......
똑똑한 '엄친아' 덕분에 울 똑순이, 앞으로의 인생이 험난해지는건 아닐까요~? ^^;;;
("똑순아, 엄친아 그 형은 글쎄 이번에~~~~~, 근데 너는~~~~"로 시작하는 비교와 잔소리의 무한반복??!!!!) 






'헉, 형아는 저런 신기한 것도 하네?' 
모모가 노래를 흥얼거리며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하자 똑순이가 형아를 신기하게 쳐다봅니다.






'형! 난 이런 것도 할 수 있어요!' 똑순이가 '짝짜꿍'을 합니다~^^;;;






'뭐냐, 이 녀석.. 형 노래 잘한다고 박수 쳐준거냐?'
둘 사이에 미묘한 기류가 흐릅니다....

ㅋㅋ
이건 엄마의 상상이구요, 실제로 똑순이는 형아를 졸졸 따라다니며 형아 하는건 다 저도 해보려고 따라하며
아주 잘 놀았습니다. 형아랑 무척 친해지고 싶은듯 했어요~^^ 






친구와 아들의 설정샷~!
친구가 모모 어릴때부터 책을 참 많이 읽어주어서 모모가 똑똑한 것 같습니다.
'좋은 엄마'라는 멀고도 험한 길을 함께 걷는,
아니 앞서 걸어가며 새댁에게 많은걸 가르쳐주고 있는 친구입니다.






사실 이번 엄마와 친구의 만남에서 가장 큰 수혜자는 똑순입니다.
형아가 어릴때 가지고놀던 장난감들을 두 개나 얻었거든요~~~!
^-----------------^

나무구슬을 이리저리 옮기는 신기하고 멋진 장난감, 모모는 돌쯤에 저걸 잘 갖고 놀았다는데....
아직 똑순이는 큰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지만
뭐~ 엄마는 느긋하게 기다릴 생각입니다.
(실은.. '비교는 바보들의 놀이'란 주문을 열심히 외우며 마음을 비우려고 노력중인데 쉽지않다능~ㅠㅠ)






이것도 모모 형아가 빌려준 신기한 장난감인데요,
판위의 동물이나 곤충들을 누르면 "Welcome to the Happyland~"라는 영어가 튀어나옵니다.
그외에 나오는 다양한 영어 대사와 노래들은 당췌 리스닝이 안되서 엄마를 좌절케 하고 있습니다ㅜ
(친구는 '동남아 영언가봐.. 나도 영 못알아듣겠더라'고 위로해줬어요)






ㅎㅎ
장난감도 많아지고, 다정한 이모, 형아랑 함께 보냈던 주말이 마냥 좋았던 똑순이~
이불 장난까지 신나게 하고나서 씻고 코 잠이 들었습니다.

이 아이들이 무럭무럭 자라는 동안 친구와 새댁은 마흔도 되고, 쉰도 되면서 늙어가겠지요.
그래도 두렵지 않습니다.
우리의 인생을 너무나 큰 행복으로 꽉 채워주는 아이들이 있고, 
또 살아가는 내내 가까이서 마음나눌 친구가 있으니까요. 

늙은 뒤엔 애들이랑 신랑이랑 다 놔두고 우리 둘이 놀러다니자, 친구야~~!^^


+++참! 이 친구가 새댁따라 티스토리로 이사와서 '오드리 하우스'라는 예쁜 집을 꾸렸습니다~
이웃분들께 소개드리고 싶어 살짝쿵 덧붙입니다~. '꿈을 찾는 여자 오드리할뻔(ㅋㅋ)의 사는 이야기' 들어보실래요? ^^


  
Posted by 연신내새댁
umma! 자란다2009. 6. 24. 10:30


똑순이가 걸음마를 하게 된뒤로 동네 나들이가 한층 즐거워졌습니다.
그전에는 유모차에 앉아있기만 하던 녀석이
이젠 어딜가든 먼저 내려서서 아장아장 걸어서
여기 기웃, 저기 기웃..
이웃 아저씨 아줌마 형아 누나들한테 모두 아는 척하는 통에
나들이의 주도권이 완전히 똑순이에게로 넘어갔습니다.
^^

지지난 주말에는 아빠까지 대동하고 동네 나들이에 나섰습니다.






자~ 먼저 준비를 합니다. 양말도 신고, 신발도 신고... 햇빛이 뜨거우니 모자를~ 응? 똑순아 그건 엄마 모자~~^^;






^^ 엄마 모자 씌워놓으니 엄마보다 예쁩니다~






즐거운 나들이에 간식이 빠질 수 없지요~~ 여기는 우리동네 떡볶이 맛집!
'30년 전통 원조 할머니 떡볶이'라는 이름이 무색하지 않을만큼 왕!!!!!!!!! 맛있습니다~~^^

저희도 자주 지나가기만 하고 먹어본건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너무 맛있어서 깜짝! 놀랐습니다.
평소 장금이 미각을 자랑하는 신랑도 '여직 먹어본 떡볶이중 젤로 맛있다'며 극찬을 했습니다.
저희 동네에 놀러오시면 꼭 대접해드릴께요!^^

갈현1동 동사무소 맞은편, 갈현시장 골목 안에 자리잡은 낡고 허름한 떡볶이 집이지만   
주말에는 이렇게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과 테이블에 앉아 먹는 사람들로 북적북적~!
허리가 무척이나 굽으신 할머니의 모습이 안쓰럽기도 했지만 
할머니 손끝에서 탄생한 떡볶이의 절묘한 맛에는 정말 깜짝 놀랐어요. 






떡볶이 든든히 먹고 도착한 이 곳은 '갈곡리 어린이 놀이터' 입니다~^^
우리 동네에 둘 있는 '푹신푹신 바닥 놀이터' 예요.
동사무소 옆에 널찍하게 잘 만들어놓아서 주말에는 아이들과 엄마들, 어르신들로 붐빕니다.

똑순이가 뭔가를 봤군요~





아장아장 걸어서... 찾아간 것은~ 






ㅎㅎㅎㅎ 미끄럼틀입니다. 요즘 어찌나 사랑하시는지~ 한번 올라가 앉으면 내려오질 않아요~^^






거꾸로 기어올라가 보기도 하고..






살짝 높이 올려놓고~ 똑순아, 간다~^^






주루룩~~~ '아, 신기해!' 조금 얼떨떨한 표정이예요ㅋ






영차영차~ 걸음마도 열심히 합니다. 양팔벌린 그림자가 아이처럼 귀엽습니다.






똑순이보다 아빠가 더 잘 논것 같지요? ㅎㅎㅎ


놀이터를 떠나기 아쉬워하는 똑순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돌아오는 길, 
엄마아빠는 하드도 하나 사서 나눠먹으며
시원한 바람이 부는 동네골목을 천천히 걸어 집으로 올라왔습니다.

똑순이 태어나고 1년, 그새 참 많이 큰 것 같습니다.
조금 있으면 잘 걷는 똑순이 손을 한쪽씩 잡고
세 식구가 같이 걸어 집으로 돌아오게 되겠지요. ^^
문득, 참 고마워지는 날들입니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umma! 자란다2009. 6. 22. 10:53


똑순이가 걸음마를 합니다~!!!
그것도 아주 자~알 합니다. ^---------------------^
(엄마가 블로그에 소식 올리는게 늦었어요~^^;;)

수첩을 보니 첫 걸음마는 6월 5일로 기록되어있네요.
6/5 1~2 발짝
6/6 3~4 발짝
...
그 뒤로 매일 조금씩 더 늘어서 요즘은 혼자 일어서서 한 열발짝은 아장아장 걷습니다.






걸을 때는 항상 양손을 번쩍 듭니다! 그래야 균형이 잘 잡히나봐요~^^

뒤뚱뒤뚱, 아장아장, 콩콩콩콩 풀썩~
걸음마걷는 아기 모습처럼 예쁜게 또 있을까요..
보고만 있어도 절로 웃음이 납니다.
넘어지지 않을까.. 함께 마음졸이며 걷는 고 작은 몇 걸음이
우주에서 제일 대단한 사건같습니다.

걷는 것이 스스로도 즐겁고 기쁜지 몇걸음 걷고나면 얼굴 가득 자랑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엄마아빠를 바라봅니다. 짝짝짝! 스스로 박수도 쳐주고요~^^





이 엉거주춤한 자세는..? 걸으려고 일어서는 중입니다. 벌써 웃고있지요? ^^

걷는게 너무 좋은 우리 똑순이.. 아침에 눈떠서 저녁에 잠들 때까지 걷습니다.
중간중간 밥먹고, 간식먹고, 장난감들이랑도 놀지만
제일 좋아하는 것은 일어서서 걷는 일입니다. 





목욕하고 나와서 또 열심히 걸어다니고 있습니다~
걷는 모습이 꼭 춤추는 것 같습니다. ^^

걷는 즐거움에 푹 빠진 아이를 보며 자란다는 것이 참 기쁜 일이란 생각을 다시 합니다. 
엄마도 매일매일 '자라는 기쁨'을 느끼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하루하루 똑순이랑 같이 열심히 자라야겠습니다.  






사촌형아가 타다가 선물로준 나무애벌레~

더듬이를 꼭 붙잡고 일어서서는 옆으로 걸어가 혼자 애벌레를 탑니다. 우와~! ^^
엄마가 태워줘야할 줄 알았는데.. 아이는 엄마 생각보다 훌쩍 앞서서 크고 있습니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umma! 자란다2009. 6. 9. 21:37


비가 주룩주룩 내립니다.
아직 그럴때는 아닌 것 같은데.. 들리는 소리는 꼭 한여름 장마비같습니다.

오늘 문득 육아는 아이를 기다리는 일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요즘 기다리는 일은
똑순이가 마시는 물과 손씻는 물을 구분하는 것입니다.
아마, 지금도 구분은 하고 있겠지요. ^^;
그러니 다시 표현하면
똑순이가 마시는 물컵에 손을 넣지 않고,
목욕하는 욕조물을 마시려하지 않는 것입니다.

마시는 물컵에 손을 넣는건 물장난을 치고 싶거나, 컵 안에 떠있는 밥풀을 쥐고 싶어서인 듯하고요
목욕중에는 주변에 넘실대는 물을 한번 마셔보고 싶은가 봅니다.
아니면... 둘 다 똑같은 '물'이니 정말 구분을 못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ㅜㅜ

그럴때마다 '똑순아, 마시는 물에는 손넣는거 아냐~', '똑순아, 목욕물은 마시는거 아냐~~' 라고 얘기해주지만
음... 요녀석, 요지부동입니다.
호기심(혹은 장난치고싶은 요구)을 충족시켜주는 것과 생활예절을 가르치는 것 사이에서 엄마의 고민은 깊어집니다. 

다행히 처음보다 화는 덜 내게 되었습니다.
화낼 일은 아니다, 아기의 호기심이나 놀고싶은 마음이 생각해보면 얼마나 아이다운 것이며 반가운 일이냐..
그렇게 생각하니 유독 화가 나던 똑순이의 식탁위 행동들(물 만지기, 밥 쥐기, 엄마 수저 뺏기 등ㅠ)이
이해도 되고, 화도 나지 않게 되었습니다.  

호기심이 다 채워지면 그 뒤엔 자연스레 장난은 줄고,
어른들같은 기술이나 예절을 습득하려 노력하지 않을까요.

물론 예절은 지금부터도 꼭 필요한 것이니 
지나친 것은 제지하고 바로잡아 주면서
똑순이가 어른들의 행동을 보고 배워 제 몸에 익히기를 기다릴려고 합니다.

가끔은 내가 제대로 하고 있는걸까, 더 단호하게 대처해서
물컵에 손을 넣는 버릇(?)을 단번에 떼버려야 하는건 아닐까.. 고민도 됩니다.
휴.


기다리는 일이 세상에서 제일 쉽고도 어려운 일 같습니다.
아이를 잘 키우는 일은 세상 어떤 일보다 어려운 것 같고요..






 
돌잔치마치고 돌아와 열심히 기차놀이 중인 똑순이~ 언제 이리 컸는고..^^







하긴... 기다리고 보니 이렇게 '똑순아 뽀뽀~'하면 다가와서 입을 벌려 제 얼굴에 침을 무척 많이 묻히는 뽀뽀를 해주는 날이 오기도 했습니다. ^^
다음엔 어떤 날이 올지.. 기대하면서 기다려봐야겠습니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umma! 자란다2009. 6. 6. 11:17


아이를 낳아 1년을 키워 돌잔치를 하는 날.
이런 신기한 날이 제게도 왔습니다.






돌복을 차려입은 똑순이는 신이 났습니다. 상에 딸기도 있고, 떡도 있고.. 좋아하는 먹을 것이 많았거든요. ^^






돌상 앞에서, 할아버지 할머니와. 

똑순이 돌잔치는 연세대학교 근처에 있는 '석란'이라는 한정식 집에서 가까운 친지분들 모시고 치뤘습니다.
식사만 부탁드리고 돌상은 집에서 준비해간 음식으로 차렸고요.
석란은 오래된 한정식 집인데 음식이 깔끔하고 정갈했습니다. 
아기 손님이 많은(어른은 20명인데 5개월부터 36개월 사이의 아이들이 10명쯤 됐어요.. 똑순이 사촌 육촌들이 다 고만고만하거든요^^;) 돌잔치라 방을 좀 신경써주셨으면 한다고 말씀드렸더니
널찍하고 조용한 온돌방을 통으로 내주어 아주 편하게 잘 치뤘습니다.






돌잔치의 하이라이트~ 돌잡이를 하는데 올려진 것들이 너무 고전적입니다. ^^;;
엄마가 붓글씨 연습할때 쓰던 천자문책과 붓, 돈, 쌀, 대추, 실.
자.. 이중에 똑순이가 잡은 것은....? 






^^ 붓입니다. 한석봉 같은 문필가가 되려나~~






앗. 나 잘 쥔거야? 주위의 반응을 확인합니다. 딸기.. 안집은게 다행이라고 엄마는 생각했습니다. ^^;






쥔 붓은 앞에 두고, 어른들이 주신 선물을 이리저리 보고 있습니다. 아빠는 열심히 앞을 보자 하건만...
이날 사진촬영은 굉장히 힘들었습니다. (똑순삼촌께서 고생 많이 하셨어요^^;)


 



흡족해, 흡족해~~^^ 붓을 쥐던 때의 결기는 어디가고, 이 녀석.. 돈과 반지앞에 헤실헤실 입니다.






그러나 역시 금보다 강한 것이 있었으니... '딸기 줘~ 딸기 줘~~~'  딸기 앞에 당할 자 없습니다. 
아들, 셋이 모처럼 기념촬영 좀 하자! ^^
어찌어찌하여 똑순이도 이것저것 잘 먹고 돌잔치는 무사히 잘 끝났습니다. 
먼길 찾아와 다정하게 안아주고 격려해주신 어른들 덕분에 똑순이도 엄마아빠도 무척 행복한 날이었습니다.


+

지난 주 돌잔치 마치고는 한며칠 괜시리 피곤해 게으름 피우다 오늘에야 사진 정리하고,
잠깐씩이라도 지난1년 돌아보며 생각 정리해보려고 애썼습니다.

돌아보니 너무 찡한 순간이 많아서 어떻게 그 날들을 내가, 우리가 다 살아냈지 싶습니다. 

지난 1년동안 제가 한 일은
아침에 눈떠서 저녁에 눈감을 때까지, 아니 자면서도 아이 젖을 먹였으니 24시간,
아이랑 먹고 자고 논 것입니다. 
매일의 생활은 정말 단순했는데
그 하루하루는 얼마나 드라마틱했는지 모릅니다. 
지극한 행복과 지극한 고통이 늘 얼굴을 맞대고 있었고요. 


수많은 기억들이 아주 빠르게 찾아옵니다. 

수술대 위에 올라가 누웠을 때의 떨림,
배속 아이에게 건넨 마지막 이야기는 '아이야 무서워하지 말아라 엄마가 지켜줄께, 이제 세상을 만나자..'였던 것 같습니다.
아이에 대한 제 첫 기억은 마취에서 깨어나 아이에게 젖을 물리던 순간입니다.
내 가슴옆에 뉘이자마자 고 작은 입이 오물오물 젖을 찾아 물고 빨던 기억.
꽤나 강하게 콕콕콕 엄마젖을 빨아당기는 그 느낌이 참 놀랍고 찡했습니다.
신랑은 처음 아이를 받아안았을때 보았던 길고 큰 눈을 인상깊게 기억했습니다.


아이가 제 젖을 먹고 부지런히 자라는 동안 
아이도 저를 참 부지런히 키운 것 같습니다. 
서른해 짧은 인생중에 가장 열심히 살았던 1년 같습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새삼 알게 되기도 했고, 스스로의 변화에 놀라기도 했고요.

이 변화는 현재진행형이니 아이가 자라는동안 내내 저도 계속 변화하고, 함께 자라겠지요.
그것이 무척 기대되기도 하고 두렵기도 합니다.
그 변화와 자람의 방향이 더 깊고, 넓고, 따뜻하고, 바르고 강직한 쪽이기를 바랍니다.









똑순이는 나날이 의젓해지고 예뻐져갑니다.
작고 작던 녀석이 어느새 커서 아장아장 걸음마를 합니다.
이 녀석이 발버둥을 치고, 뒤집고, 기고, 일어서고 하면서 애써 자라는 동안
언제나 나를 향해 웃고, 손을 흔들고, 내 품에 달려와 따뜻하게 안겨주었습니다.

잠든 아이의 머리카락을 쓸어줄 때의 고요한 행복,
나를 가만히 쳐다보는 아이의 맑은 눈동자를 들여다보다 갑자기 울컥 하면서 눈시울이 뜨거워지던 기억,
언제까지고 행복해라, 빌어주던 순간들.
쌔근쌔근 잠든 아이의 숨소리, 살냄새, 젖냄새, 까르르 웃음소리, 보들보들한 아기살의 감촉..  
잊어버릴까 아까워 여기에 적어놓습니다.

'너는 그동안 내게 정말로 많은 기쁨을 주었단다' 
책에서 본, 어머니들이 다 큰 아이들에게 해주던 그 말들을
이제는 조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힘든 순간도 무척 많았는데.. 어째 지금은 기억나지 않네요.

참 행복했어요. 앞으로 더 행복하겠지요. 
이런 감정과 삶을 느끼고 살게 해준 아이에게 정말 고맙습니다. 
건강하게 잘 자라준 것도 정말 고맙구요.
아이 덕분에 사람이 자란다는 것, '삶'이란 것에 대해 전보다 훨씬 많이 생각해보고 또 공부하게 되는 것도 감사한 일입니다. 

아이의 첫 돌을 보내며 
앞으로 우리가 함께 걸어갈 많은 날을 그려봅니다.
사람을 키운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이제야 조금 알게된 초보엄마,
아이가 자라며 만나게될 많은 어려운 과정들을 어찌 잘 헤쳐나갈까 두렵기도 하지만 
우리가 함께 성장의 고통과 행복을 모두 달게 겪는 속에 
우리의 사랑도 점점 더 깊어질 거라 생각하며 힘을 냅니다.

이렇게 함께 있다는 것이 고맙고 또 고맙습니다.   








더하기.

똑순이 돌을 맞으며 블로그 이웃분들께 정말 많이 감사드리게 됩니다.
지난 1년 좌충우돌 초보엄마로 살며 힘들고 외롭던 순간에
블로그 이웃분들의 따뜻한 관심과 격려가 얼마나 큰 힘이 되었던지요..
블로그가 있어 답답할때 숨도 쉬고, 좋은 이웃들과 바로 옆집 사는듯 정을 나눌 수 있었습니다.
이웃들께서 똑순이 많이 예뻐해주시고 잘 자라라 늘 응원해주셔서 똑순이가 건강하게 잘 큰 것 같습니다.

이제 돌도 지났으니 똑순이네 세식구 모두 더 씩씩하게 알콩달콩 잘 자라겠습니다.
앞으로도 많이 지켜봐주세요, 아자아자~~!
마음으로나마, 멀리 계신 고마운 이웃들께 똑순이 돌떡을 보냅니다. 웅~~~ 진짜로 보내드려야하는데.. 안타까워요ㅠㅠ
저희집에 놀러오시면 꽁꽁 얼려둔 맛있는 돌떡들, 꼭 대접하겠습니다. ^^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