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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일기2009. 3. 10. 22:42


지난주 일요일, 3월 8일은 '여성의 날'이었습니다.

전세계 여성들의 해방을 위해 제정된 여성의 날을 맞아...
새댁도 육아와 살림에 평등하게 임할 것을 신랑에게 촉구하며 과감하게 현관문을 박차고 나가.. 려고 했으나
거듭되는 회유와 눈물과 반성과 다짐을 받고
혼자 외출하겠노라는 선언을 철회하고 세 식구 모두 함께 외출을 하기로 했습니다.

이 사태의 모든 책임은 전적으로 금요일 회사 회식후 새벽에 들어와 
토요일에 하루종~~일 작은방에서 잔 신랑에게 있음을 밝혀둡니다.

회식에는 새댁도 대찬성입니다! 모처럼 맛있는 것도 먹고 스트레스도 풀면 좋지요.
근데 토요일에 똑순이랑 새댁이랑 같이 안 놀아주고 '혼자' 하루종일 자서..
새댁도 급기야 일요일엔 나도 '혼자' 좀 쉬겠노라고 선언하기에 이르렀던 것입니다.
흠!!!

회사일이 많아 늘 야근하고.. 주말에도 자주 출근하고..
하루 종일 자주기라도 하지 않으면 그 피곤을 풀 길이 없다는걸 잘 알면서도..
똑순이랑 늘 둘이 지내는 새댁은 
주말만큼은 신랑이 똑순이랑 좀 더 놀아주고, 새댁이랑도 좀 더 얘기도 많이 나누고 같이 밥도 먹고.. 그러길 바라게 됩니다.
똑순이도 새댁처럼 아빠랑 좀 더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고 싶을 꺼예요.ㅠㅠ

사실.. 꼭 신랑에게 화가 나서 혼자 외출하려한 것은 아니예요.
너무 아이랑만 붙어지내다보니 가끔은 혼자 쉬고 싶기도 합니다. 마침 요즘이 좀 그랬고요.  
그래서 가끔 신랑은 새댁에게 혼자 잠시 나가서 영화도 보고, 사람들도 만나고 오라 합니다.
하지만 새댁은 똑순이랑 잠깐도 떨어져 있기가 어렵습니다.
모유는 유축해서 먹일 수도 있지만, 요즘은 똑순이가 잠이 오면 엄마품만 찾고, 잘 놀다가도 엄마가 안보이면 불안해해서 
신랑 혼자 똑순이 보기가 힘듭니다.
그런 줄 알면서도.. 이번에는 신랑에게 똑순이를 부탁하고 잠시 바람을 쐬고 오고 싶었던 것이지요.

아무튼 그리해서
혼자(미술관이 일산에 있어.. 가면서 명이님께 연락해볼까? 잠시 생각하기도 했더랬습니다 ㅎ) 가려던 미술관에 셋이 다 가게 되었습니다.
마침 아는 분이 표를 주신게 있었거든요.(안그랬음.. 사실 갈 생각을 못했을거예요ㅠ)







"엄마, 어디 간다고?"
그러고보니 똑순이의 첫 미술관 나들이입니다. 우와~~~ 똑순아, 아주 큰 그림책 보러가자~~^^


새댁의 여성의날 맞이 대투쟁의 결과로.. 
세 식구가 모처럼 문화생활을 하게 된 전시회는 고양 아람미술관에서 열린 "피사로와 인상파 화가들" 전 입니다.

고양 아람누리는 처음 가봤는데 주차장이 지하가 아니라 우선 맘에 들었고,
유모차나 휠체어가 다닐 수 있는 길이 참 잘 되어있어 좋았습니다.
연신내에서도 가깝고요.






일요일.. 12시쯤 도착한 미술관은 한산했습니다.
아이들을 데리고 온 부모님들, 데이트온 연인들, 혼자 여유롭게 그림을 보는 사람들..
조용하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그림을 볼 수 있어 참 좋았습니다.
똑순이가 엄마 배속에 있을때 신랑과 신랑 청년회 동료분들과 함께 '반고흐전'을 보러 갔었는데
그때는 사람이 너무 많아 우르르 몰려다니는 인파속에 끼어 후다닥 보고 나와 많이 아쉬웠었거든요. 


'빛에 의해 시시각각 변하는 풍경의 모습을 그대로 화폭속에 담고자 했던 인상파는
어두운 스튜디오의 낡은 아카데미즘을 거부하였고 종교나 역사의 굴레에서 벗어나
자신들의 눈을 풍해 보이는 풍경을 그리기 시작했다'
-전시회 팜플렛의 소개글 중에서


아마도 19세기 말쯤부터 20세기 초에 걸친 시대를 살았던 많은 사람들이 그랬듯이
화가들중에도 새롭게 열리는 '근대'라는 시대의 공기를 호흡한 사람들이 있었을 것입니다.
실내에서, 모델을 세워두고 그리는 정형화된 그림 그리기와 살롱에서의 전시회를 거부하고 
밖으로, 풍경속으로 들어간 사람들.  
세상이 모두 '혁명'에 빠져들던 시기니만큼 미술에서도 '혁명적 시도'들이 있었겠지요.. 
새댁이 보기에는 그저 한없이 차분해보이는 풍경 그림들이 당시로서는 무척 혁명적인 그림이었던 모양입니다.

그림에 문외한인 새댁의 눈에는 모든 그림이 참 아름다웠습니다.
숲과 마을, 풍경과 사람들..  아, 일하는 사람들. 
황석영의 소설 '오래된 정원'에는 이런 귀절이 나옵니다.
"이 세상 어디를 가서 누구를 만나 보아도 일하는 사람들이 가장 아름답습니다"

피사로를 비롯한 인상파 화가들의 그림에는 일하는 사람들, 농민들이 많이 나와서
새댁은 인상파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림을 보는 동안 똑순이는 엄마품과 아빠품에 안겨
잠깐씩 액자속에 들어있는 오래된 그림들을 보기도 했지만
주로는 그림보는 사람들을 신기하게 구경했습니다. ^^;

유모차에는 안 앉아있으려고 하는 통에 내내 똑순이를 안고 봤는데
마침 그림으로부터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게 하려고 설치해놓은 어른 무릎 높이의 양철 보호대가 있어
똑순이가 잘 붙잡고 서 있었습니다.
고슴도치 엄마눈에는 그 모습이 꼭 발레하는 소년같이 예뻐보였는데.. 
전시장 안에서는 사진을 찍을 수가 없어 그 모습을 담아오지 못해 아쉽습니다.





미술관 입구에 크게 프린트되어 있던 피사로의 '창 밖의 풍경, 에라니 쉬르 엡트'라는 그림 앞에서 똑순이랑 사진을 찍었습니다.
요녀석.. 엄마 볼을 잡아당기고 있네요. 아야야~~
햇살이 따뜻한 날, 모처럼의 외출에 똑순이도 신났습니다.








그림을 보고 나와 고양 아람누리 안에 있는 '산 레모'라는 이탈리아 음식점에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제일 싼 파스타가 13000원이나 하는 비싼 밥집이어서 새댁네 한달 부식비에 큰 타격을 입혔지만ㅠ
어린 아가를 데리고 들어서는 새댁네를 보고
얼른 작은 방으로 안내해주고 베이비체어를 가져다주어서 참 좋았습니다.

사람많은 곳에 가서 아가랑 밥을 먹으려고 하면 낯가림하는 똑순이가 울지나 않을까 불안하기도 하고,
또 이유식을 먹이다보면 아무래도 좀 부산스럽고 소란해 다른 손님들께도 미안해지는데 
아늑하고 독립된 공간을 주니 마음이 무척 편했습니다.
덕분에 똑순이도 즐겁게 이유식 먹고, 엄마아빠 밥먹는 동안 내내 잘 놀다 나왔습니다.
음식 맛도 아주 좋았어요~^^

고양 아람누리라는 문화공간도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번 전시회(3월 25일까지 해요!)는 입장료도 저렴한 편(어른 1만원, 영화 한편 보는거랑 비슷하지요, 똑순이랑 같이 볼 수 있으니 더욱 좋습니다^^)이었어요.
바로 건너에 일산 호수공원이 있어 산책도 하면 좋겠더라구요.
다음엔 도시락싸들고 와서 그림도 보고, 호수공원에도 가봐야겠어요.^^


+


똑순이도, 새댁도, 신랑도 모처럼의 문화생활과 외출로 행복한 '여성의 날'을 보냈습니다.
저는 행복했는데... 다른 여성분들도 행복했는지.
힘든 분들도 많을텐데.. 혼자 너무 편히 지내고 있다는 생각에 다시 마음 조금 무겁습니다.

여성이 행복해야 남성도, 아이들도, 지구인이 모두 행복해질텐데.. 
아자아자~!!!  여성이 행복한 세상을 조금씩 더 댕겨오기 위해 남성, 여성 모두 화이팅화이팅입니다~!!


덧.
'혼자 놀기'보다 '셋이 놀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셋이 같이 노니까 더 재미있고, 셋 모두에게 좋은 추억이 생긴 것 같아요.
하지만.. 사람은 누구나 때로 혼자있는 시간에 대한 아쉬움은 여전히 남습니다.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혼자 앉아, 정신없이 살아가고 있는 '내 삶'이란 것을 한번 멀찍이 떼놓고 바라보기도 하고, 잠도 한숨 자고.. 하는.
신랑에게도, 새댁에게도 모두 그런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