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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2.02 밥 한공기, 제 손으로 뚝딱! 하는 그날까지.. <다시 쓰는 이유식> 10
책/육아도움책2009. 12. 2. 15:08



이웃집에 놀러갔다가 전부터 읽어 보고싶었던 이유식 책이 있길래 얼른 빌려와 읽었습니다.
만 18개월을 꽉 채운 연수는 이제 거의 어른들과 같은 밥을 먹는 이유식 완료기지만 그래도 배울 것이 참 많은 책이었습니다.




다시 쓰는 이유식 - 10점
김수현 지음/넥서스BOOKS




"이가 나면 씹는 훈련이 시작된다... 씹는 훈련은 타액의 분비를 원활하게 만들어 소화 흡수 기능을 돕고 음식 맛에도 예민해진다. 뿐만 아니라 뇌의 혈액량이 증가해서 두뇌를 마사지하는 역할도 한다. 많이 씹는 아기일수록 사물의 인지능력과 기억력이 더 발달한다.. 씹는 훈련만 잘 해도 얼굴 모양새가 정리되어 예쁜 용모를 만들 수 있다. 씹는 훈련은 혀와 입 근육, 턱 관절을 단련해 말하는 능력을 향상시키고, 치열을 고르게 만드는 효과도 있다.(35~6쪽. 1장 이유식, 건강한 아기를 만드는 훈련 중에서)"


잘 씹기만 해도 이렇게 잘 클수 있다니! ^^; 
야채와 과일을 아삭아삭 오물오물 잘 씹어먹는 아이를 생각하며 흐뭇해하다가, 밥은 당췌 잘 씹지 않고 물에 말아줘야 후루룩 삼켜버리는 것이 생각나 마음에 먹구름이 또 슬며시 몰려왔습니다. 휴...



"아기가 엄마가 만들어준 이유식을 충분히 먹지 않는다면 이보다 더 속상한 일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위의 능력은 그야말로 위대해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느냐에 따라 커지기도 하고 작아지기도 한다. 식욕은 의욕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식욕부진, 소화능력 부진, 영양의 흡수능력 부진이 아기의 성장을 방해하는 가장 큰 원인들이다. 아기가 밥을 잘 먹으려면 아기가 삶의 의욕과 호기심을 갖고 즐겁게 생활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41쪽. 1장 중에서)" 

 
식욕은 의욕을 반영한다는 얘기가 인상적입니다.
저자는 생활 전반의 의욕을 얘기한 것이지만, 먹는 행위와 음식들에 대한 의욕과 호감에도 해당되는 얘기일 것 같아요.
반찬은 잘 먹으면서도 밥은 도무지 먹으려 하지 않는 아이 때문에 제가 요즘 사실 고민이 많답니다.
색깔과 질감, 맛이 다양한 반찬들과 달리 늘 한결같이 밍밍한 맛인 밥에는 흥미가 없는 걸까.. 밥은 제 손으로 마음껏 주무를 수 없어서 흥미가 없는건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반찬은 손으로 쥐고 먹어도 그냥 두는데 밥은 손으로 쥐지 못하게 하거든요.
아무튼 씹으면 씹을수록 은근한 단맛이 입안에 퍼지는 밥을 좀더 좋아하게 만들 방법이 없을까... 고민입니다.




"임신 전에 자주 끼니를 굶거나 흰 쌀밥, 흰 밀가루 등의 식품들을 즐겨 먹고 폭식습관을 가지고 있었다면 혈당이 빨리 올라갔다가 더 많이 떨어지게 된다. 이와 같은 현상이 반복되면 인슐린, 갑상선, 부신 호르몬 분비에 이상이 생긴다. 이것은 설탕이 많이 함유된 음식을 과잉 섭취했을 때나 섬유질 섭취가 부족할 때도 나타난다... (임신) 말기가 되면 아기의 췌장이 뱃속에서 형성되면서 엄마의 약해진 췌장을 대신(해 인슐린을 만들)하기 시작한다. 엄마의 약해진 신체 기관의 기능들을 아기가 대신하고 있는 것이다. 제대로 크지도 않은 아기의 췌장이 엄마를 대신해서 일하고 있다니, 이 얼마나 비극적인가!.. 그렇기 때문에 엄마가 되기 위해서는 임신 전부터 올바른 식습관과 생활습관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45~46쪽. 2장. 이유식, 기본부터 배우고 시작하자 중에서)" 


모체(엄마)의 저혈당증과 당뇨가 소아 당뇨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얘기였는데, 임신중에 아기의 신체 기관이 엄마 대신 기능하기도 한다는 것은 처음 들어본 얘기라 무척 놀라웠습니다.
아기들이 엄마 몸속에 있을 때부터 그 작은 몸으로 엄마의 버거운 짐을 함께 나눠져주고 있다니.. 얼마나 고맙고 미안한 일인지요. 모쪼록 더 건강해야겠다. 연수를 키우고 있는 지금도 그렇고, 언젠가는 낳을 둘째 아이를 생각해서도 내 몸을 더 잘 살피고 함부로 대하지 말아야겠다.. 생각했습니다.



"많은 이유식 책에서는 철분 결핍을 예방하기 위해 6개월부터 고기를 먹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고기는 늦게 먹일수록 좋다. 두 돌이 지나 먹여도 상관이 없고 더 커서 먹여도 상관이 없다. 영양만 생각하지 마라. 더 중요한 것은 아기가 육류 단백질을 소화시킬 수 있는 위장의 능력이 생기는 것이다. 더군다나 철분은 많은 양이 필요하지 않다. 결핍이 있을 때는 몸이 알아서 흡수율을 높인다. 철분과 단백질은 다양한 곡류와 채소, 해조류 등을 통해 얼마든지 섭취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아기가 자연식품을 다양하게 경험하고 먹는 일이다. (86쪽. 3장. 이유식, 재료를 바꿔라 중에서)"


보통의 이유식 책이나 소아과 권장사항과 다른 얘기라 눈길이 갔습니다. 이 책을 먼저 읽은 친구도 이 대목이 특히 고민이 많이 되더랍니다. 
동물성 단백질이나 우유.계란.밀가루에 들어있는 거대 단백질들은 아직 소화능력이 미숙한 아기의 위장에서 완전히 소화되지 못한채로 몸에 흡수되면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항원으로 작용한다고 해요. 그래서 아토피가 있는 아기들은 이런 식품들을 되도록 늦게, 조심해서 먹이지요. 우리 아이에게 눈에 띄는 아토피가 없다고 하더라도 너무 많이, 너무 일찍 먹이지는 않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왠지 '고기'와 '우유'를 먹이지 않으면 아이가 잘 크지 못할 것같아 전전긍긍하기 일쑤인 저부터 마음을 좀 느긋하게 가져야겠어요.
  



"이유식을 하는 기간 중에 소금으로 간을 하지 않는 것처럼 단맛도 철저히 금해야 한다. 이 시기에 아기가 단맛에 중독되면 크면서 더욱 달콤한 음식을 찾게 된다. 달콤한 음식에 중독되면 자연스럽게 밥을 멀리하게 된다. 편식을 하게 될 뿐만 아니라 소아 비만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꿀과 설탕, 과당이 들어간 음식은 소금으로 간을 한 음식처럼 멀리할 수록 좋다... 빵은 밥보다 먹기 편하고 부드러워 소화도 잘 될 것 같지만 사실 빵만큼 위의 기능을 나쁘게 하는 음식도 없다.. 술술 넘어가는 음식에 익숙해져 씹어야 하는 음식들은 먹지 않으려고 한다.. 이유식을 하는 가장 큰 목적은 씹고 삼키는 훈련을 통해 올바른 식습관을 기르고 밥을 잘 먹게 하는 것이다.. 아기들이 안 먹어도 되는 음식, 아니 먹어서는 안되는 음식을 쥐어주는 사람은 바로 부모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88~90쪽. 3장 중에서)"


이 대목에서 그만 가슴이 뜨끔합니다. 요즘 아이에게 빵을 자주 간식으로 주고 있었거든요. 생각해보니 달달하고 부드러운 간식으로 배를 채운 아이가 밥을 안먹으려 하는것은 당연한 일 같습니다.
제가 사탕과 과자, 시판 요구르트 같은 것은 잘 먹지 않다보니 아이에게도 거의 먹이지 않지만, 제가 좋아하는 과일과 빵은 떨어지지 않게 재어놓고 먹습니다. 그 정도의 단맛이라도 아이에게는 정말 큰 것인지라 아이는 밥대신 빵과 과일을 열심히 찾습니다. 밀가루 음식을 좋아하는 저는 실은 그것들을 잘 소화시키지 못해 위에 탈이 날때가 많습니다. 아이가 저를 닮았다면, 이 녀석도 엄마따라 빵을 즐겨먹다 위에 자주 탈나는 녀석이 되진 않을까... 걱정됩니다. '아이들이 나쁜 음식에 탐닉하는 가장 큰 이유는 부모 때문'이라는 글귀가 가슴을 쿵 치고 갔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듯이 우유는 칼슘과 영양이 풍부한 완전식품일까? 굳이 완전이라는 말을 붙이자면 우유는 완전가공식품이다. 치즈와 발효유조차도 발효식품의 이점보다는 가공식품의 허점을 더 많이 가지고 있다... 모유나 우유는 젖먹이 시절의 먹이일 뿐이다. 나아가 사람의 젖보다 소젖이 문제인 이유는 소젖은 송아지를 키우기 위한 것이므로 엄마의 젖과 비교해서 단백질과 칼슘이 많이 들어있다. 언뜻 생각하면 단백질과 칼슘의 양이 많아서 좋을 것 같지만 단백질과 칼슘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성장을 촉진해서 빨리 크고 빨리 늙고 빨리 죽게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소는 보통 5년 동안 성장해서 25년을 살다 죽는다. 하지만 사람은 20년 이상을 성장하고 100년 가량을 산다. 모든 생명체는 성장기의 다섯 배를 산다. 이제 부모는 선택할 때다. 빨리 덩치 크게 키워서 빨리 노화시킬 것인지, 아니면 천천히 크더라도 제 수명을 다 살게 도울 것인지. ( 93쪽. 제 3장 이유식, 재료를 바꿔라 중에서)"


분유와 우유를 먹고 쑥쑥 잘 크는 아이들을 본 우리 부모님 세대는 분유와 우유를 무척 좋아하십니다.
친정 엄마도 시어머님도 모유만 먹이겠다는 제게 왜 분유를 같이 먹이지 않냐고 성화셨고, 18개월인 지금은 젖은 언제 뗄거냐고 물으시고, 우유를 좀 많이씩 먹이라고 늘 당부하시지요.
그 마음을 저는 이해합니다. 가난하고 배고프던 시절에 잘 사는집 아이들이 떨어지지 않게 대놓고 먹던 분유가 얼마나 부러우셨을까요. 그걸 먹고 얼굴도 뽀얗고 살집도 튼튼하게 자라는 아이들을 보며 우리 아이에게도 먹이고파 얼마나 애쓰셨을까요.
시판 이유식에 대해서도 비슷하지요. 외제(?)인데다 값도 비싼 시판 이유식을 많이도 못사고 어쩌다 조금씩 사다 먹이며 더 먹이지 못하는 것을 미안해 하셨단 얘기도 들었습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고 이제는 어머니들이 집에서 직접 담근 된장, 직접 기른 야채들로 구수하게 끓여주시던 그 된장국이 얼마나 좋은 건강음식으로 각광받는지요. 모유와 엄마가 손수 만든 이유식이 아이를 튼튼하게 키워준다는 것도 알려졌구요.
우리 아이에게도 제 손으로 직접 만든, 천천히 숙성시킨 자연의 음식들을 더 많이 주고 싶습니다. 그래서 천천히, 제 속도대로 알차게 크는 아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간편한 간식이기도 하고, 왠지 안 먹일수는 없을 것 같아 저도 아이에게 우유를 먹입니다. 아이는 고소하고 배부른 우유를 아주 좋아합니다. 그래도 너무 많이 먹이지는 말아야겠어요. 흠. ^^;  



"모체는 젖과 알 등을 통해 체내에 축적되어 있는 다이옥신, 환경 호르몬, 중금속 등을 배설한다. 비극적인 일이다. 내 아기에게, 내 아기가 먹을 젖에 가장 많은 양의 노폐물이 배설되고 있다는 사실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모든 생명은 자식 앞에서조차 솔직하다. 자신이 살기 위해 생명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유만한 먹을거리가 없는 현실에 하물며 다른 동물들의 배설과 정화 장치까지 수행하고 있는 젖과 알을 먹일 이유는 더더욱 없다. 먹이 사슬의 위로 올라갈수록 오염물질의 농축 현상은 더 심해진다. 환경 오염 시대에 아기를 더 안전하게 키우고 싶다면 먹이 사슬의 아래에 있는 음식을 더 많이 먹여야 한다. (93~94쪽. 3장 중에서.)"


이 얘기도 무척 놀라웠습니다. 
모유수유를 하고 있는 엄마로써 좋은 먹거리를 먹으려고 애써야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가끔은 유혹을 참지 못하고 불량식품(? 맛있는 인스턴트들..ㅠ)을 먹곤합니다. 저는 제 몸이 최대한 나쁜 물질들을 걸러내고 젖에는 보내지 않을 거라고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이것참.... 젖을 통해 배설하고 있다니..ㅠㅠ 엄마의 갈길은 멀고도 험난합니다. 

 

"아기가 열이 나서 시름시름 앓고 눕고 싶어 하거나 업어 달라 안아 달라 보채는 시간 동안 아기들은 큰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이때 부모가 이 시간을 함께 곁에서 지켜주는 것이 중요하다... 나쁜 음식 때문에 설사를 하는 것이라면 빨리 배설하는 것이 좋다. 엄마는 아기의 몸에서 일어나는 모든 반응을 긍정적으로 해석해야 한다. 생명의 치유력을 믿지 못하면 늘 두려움과 불안감으로 살아가야 한다. (202~205쪽. 5장. 약보다 더 좋은 것은 아기의 자연 치유력 중에서)"



"어린 생명을 돌보는 일은 땅과 햇빛, 비와 바람이 싹을 틔우고 땅 위의 생명체를 키워내듯 마냥 주고 또 주는 일이다.. 아기의 탄생과 성장은 부모에게 되돌아봄의 시간을 준다. 부모 삶의 속도를 늦추게 하고 많은 것을 버리고 포기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것이 괴롭고 힘든 일일 수도 있지만 가족과 삶의 가치를 깨닫게 하는 소중한 시간이 되기도 한다. (저자 서문 중에서)"




이 책에는 보통의 이유식 책들을 채우고 있는 화려한 이유식 레시피들은 별로 없습니다.
아주 소박하고 단순한, 재료도 방법도 복잡하지 않은 이유식 레시피가 조금 있을 뿐이지요.
엄마가 만들기 쉽지만, 영양과 아이의 미감을 키우는 것에 대해서는 더 많은 고민이 담긴 그 레시피들은 귀하고 반가웠습니다. 
이 정도 레시피만으로도 사실 아기 이유식 기간을 충분히 보낼 수 있겠다 싶었어요. 응용도 쉽겠고요.

대신 이 책은 절반 이상의 분량을 '이유식'을 통해 아이가 어떤 것들을 배우고 얻어야 하는지, 
그걸 위해 부모들이 알아야할 식품이나 아이 성장에 대한 지식들을 알려주는데 할애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저처럼 완료기 아기를 둔 엄마가 뒤늦게(?) 읽어도 배우고 생각할 점이 많았어요.

연수가 밥을 잘 먹게 됐음 좋겠습니다.
달달한 빵과 과일, 우유나 엄마표 두유같은 음식들은 부드럽고 목으로 넘기기가 쉽지요. 배도 금방 부르고요.
이런 음식들 만으로도 조그만 아이 배를 그럭저럭 채워갈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입에는 조금 거칠고 오래 씹어야 삼킬 수 있는 현미잡곡밥 같은 것도 좋아하고, 잘 먹어줬으면 좋겠습니다.
제 손으로 밥 한공기 뚝딱! 하고 신나게 또 한나절 밖에서 뛰어노는 볼 빨간 소년으로 커주길 빕니다.
흔들리지 않되, 유연하게.. 엄마도 더 배워가면서, 뚝심있게 먹여봐야 겠습니다. ^^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