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사촌'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9.10.27 이웃사촌 이야기 18
신혼일기2009. 10. 27. 23:44



똑똑~!
아침 식사를 마치고 설겆이를 하는데 누군가 현관문을 노크했습니다. 
문을 여니 앞동에 사는 건우가 엄마손을 붙잡고 서있습니다.
'그릇 돌려주려고..'
건우엄마께서 수줍게 웃으며 건네주신 그릇을 열어보니..









와~~ 김밥입니다~!
갓 싸서 따끈따끈한 김밥이 한그릇 그득 들어있습니다.
넘 맛있어보여서 사진찍기전에 얼른 한개 집어먹고 말았습니다^^;

오랫만에 먹는 김밥은, 그것도 집에서 방금 싼 김밥은 참 맛있었습니다.
건우엄마의 음식실력이 워낙 훌륭하시기도 합니다.
연수는 처음 먹어보는 김밥이었는데, 안에 든 것들을 쏙쏙 빼먹는 재미에 빠져서 3개쯤 혼자 먹었습니다.

건우의 누나들중 누군가 오늘 가을소풍이라도 갔나봅니다. 
밖에서 일하고 공부하던 시절에는 툭 하면 사먹던, 무척 만만하던 음식중 하나인데
집에서 살림하면서부터는 먹기 어려워진 별식입니다.
모처럼 먹어보는 김밥은 넘 맛있어서 곶감빼먹듯 연수랑 저랑 하나씩 먹다보니 점심시간도 되기전에 동이 났습니다.
따뜻한 이웃의 정이 담긴 김밥을 먹고 오전내내 마음도, 배도 참 든든했습니다. 









실은 얼마전 비오던 날에 마침 집에 부추랑 오징어가 있길래 숭숭 썰어넣고 부침개를 부쳤었거든요.
쌍둥이네랑 건우네랑 조금씩 나눠먹었는데 부침개 담아갔던 그릇이 푸짐한 김밥을 담아 돌아온 것입니다.
히힛~~ 이럴땐 참 행복합니다 ^-----------------^ 

비오는 한낮에 함께 부침개를 먹자고 연락할 수 있는 이웃이 있어 참 좋습니다.
고만고만한 아이들을 키우는 힘듦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서
아이들 데리고 놀이터에 나가 얼굴만 봐도 좋은 사람들.

우리를 이웃으로 만들어준건 아이들입니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는 한 아파트에 살아도 바로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잘 몰랐는데
아이가 태어나 밖에 나가 놀 나이가 되면서부터 조금씩 '이웃'의 세계가 열리기 시작했습니다.

놀이터에서 만난 아기 엄마들, 할머니들과 인사를 하고, 아이들에 대해 얘기하기 시작했고
아파트 마당에 자주 나와 계시는 할아버지, 할머니께도 인사를 드리게 되었어요.
경비아저씨, 청소하시는 할머니와도 아이들을 사이에 두고 한두마디는 꼭 나누게 되었고요.
놀이터에서 늘 함께 노는 형아누나들과도 많이 친해졌습니다. ^^

그중에서도 연수와 개월수가 가까운 수진이, 준태, 건우와는 늘 함께 놀다보니
아이들도, 어른들도 서로 정이 많이 들었습니다. 
아이들이 처음 만나 함께 놀기시작했던 따뜻한 5월에
연수는 11개월, 쌍동이인 수진이와 준태는 13개월, 건우는 17개월쯤이었지요.

봄에 만나 여름을 함께 지나며 아이들은 서툴던 걸음마가 점점 완전해졌고, 
놀이터의 여러 기구들을 하나씩, 한명씩 차례로 마스터해가게 되었습니다.
제일 큰 형아인 건우가 기저귀를 떼고 쉬를 가리게 되는 과정도 신기해하며 함께 지켜보았지요.
뜀박질을 하고, 함께 강아지풀과 온갖 꽃들을 꺽고, 모래를 헤집으며 온여름내 아이들은 즐겁게 놀았습니다.









매일 같이 놀지만 사진은 정작 찍어놓은 것이 거의 없네요.
지난 여름에 찍었던 사진을 찾고 보니, 아고.. 얼마나 지났다고 아이들이 지금보다 많이 어려보입니다~ㅎㅎ

아기 하나 키우는 엄마보다 세배, 네배는 더 힘들 것만 같은 쌍동이 언니는 그래도 늘 씩씩하시고, 아이들에게도 다정하십니다.
언니는 요리 실력도 대단해서 김치도 쓱쓱 직접 담그시고, 이런저런 밑반찬도 대량(?)제작해 초보주부 새댁에게 늘 나눠주시지요.
언니 덕분에 밑반찬있는 밥상을 차리며 고마울 때가 한두번이 아닙니다. ^^;










돌아보니 여름내 우리 아이들을 키운건 놀이터 모래밭과 그 앞의 화단들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함께 놀았던 친구들과 이웃 아줌마들이 서로, 함께 키워준 것 같아요.

회사일에 바빠 하루 30분도 채 못놀아주는 아빠들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 지내다보니
어느새 아이들은 친구와 아줌마를 보면 반가워 소리도 지르고, 
엄마가 잠깐 옆에 없어도 아줌마들이 옆에 있으면 무서워하지 않고 잘 놀게 되었습니다.   

도시에서, 주위에 도움받을만한 가까운 친지없이 어린 아가를 키우다보면 문득문득 겁이 날때가 있습니다.
'신랑이 집에 없을때 내가 갑자기 아프면 어떡하나..'
이웃이 생긴뒤로 그런 걱정이 덜해지고 든든함과 고마움, 그리고 책임감이 생겨났습니다.
이제는 전화해서 급히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사람, 바로 곁에 있다가 달려와줄 수 있는 이웃이 생겼고,
나도 이들에게 그런 도움을 줄 수 있는 이웃이 된 것입니다.  










동이 2개밖에 없는 작은 아파트 단지안에서는 물자도 참 잘 돌아서,
지난 여름 포도철에는 아파트의 터줏대감이신 13층 할머니께서 '제부도에 포도사러 가려하니 필요한 집들은 얘기하라'고 벤치에 앉아 공지하신후
주문도 않은 우리집까지도 할머니가 사오신 제부도 포도가 여러송이 도착했습니다. ㅎㅎ
포도 좋아하는 연수는 신이 나서 까치발을 하고 포도를 끌어내려 호호호~ 웃으며 까먹었습니다.









13층 할머니가 좋아~ 포도를 나눠주신 건우엄마가 좋아~~ 포도가 좋아~~~^^










'음.. 제부도 포도도 맛있군~'
연수는 포도가 많이 나는 경북 상주에 친가를 둬서 그런가.. 포도 매니아입니다. ^^









'엄마도 사진만 찍지말고 얼른 나 좀 까줘봐요~' 두 손으로 와구와구 포도를 집어넣고 있습니다.
휴... 포도먹고 나면 그 옷도 빨아야겠구나~
빨래는 많아져도, 연수가 좋아하는 포도를 나눠주시는 이웃들이 있어 엄마는 참 고맙고 행복합니다. ^^ 



+


가끔 아이들 밥먹이다 지칠때는 서로의 집에 가서 밥 한그릇 더 올려놓고 한끼 뚝딱 함께 해결하기도 하고,
맛있는 것이 생기거나 시골에서 뭔가가 넉넉하게 올라오면 서로 나눠먹고,
새로 만든 반찬을 우리 아이가 잘 먹으면 작은 통에 담아'그집 아이도 먹여보라'며 갖다주기도 하면서
이웃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 일인지 실감하게 해주었던 고마운 사람들.

다행히 전세계약이 연장되어 이사를 가지않게 될듯 합니다.
처음 사귄 이웃들과 헤어지지 않는 것이 제일 기쁩니다.
이웃을 사귀고보니 참 좋아서 이제는 어디로 이사를 가더라도 꼭 이웃을 사귀고, 
꽁꽁 막힌 벽과 담을 넘어 얘기를 나누고 정을 나누며 아이들을 함께 키워가야겠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