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모차의 등장으로 우리 셋의 하루가 좀더 수월해지는 것과 때를 같이 해서.. 육아의 달인 김준철 선생님께서 회사일이 바빠진다며 육아와 가사에서 슬그머니 발을 빼시려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고있어 심히 우려스럽다..'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1.08.08 매일 조금씩 18
umma! 자란다2011. 8. 8. 22:36







매일 조금씩 나아지기..
두 아이와 함꼐 지내는 하루가 벅차고 힘들게 느껴질 때 마음속으로 외워보는 바램이자 다짐이다.

그리고 천천히.. 아주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 
지난번 포스팅을 하고난 다음날 연수와 연호는 믿을 수 없을만큼 오래 낮잠을 잤다.
밖에는 소나기가 세차게 쏟아지고 천둥이 요란한데
집안에는 51일된 연호와 38개월 연수가 내는 달콤한 숨소리만 가득했다.
오후2시쯤부터 6시까지 이어진 낮잠 동안 나는 함께 자다가 일어나 간식을 먹고, 저녁 준비를 했다.
그러고도 시간이 남아 오래오래 빗소리와 아이들 숨소리를 들으며 또 누워있었다.
왠지 이제부터는 좀 나아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좋아질꺼야.  

목요일부터는 연호를 유모차에 태웠는데 이럴수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아파트 마당에 내려서자마자 잠이 드는거다.
적당히 덜덜거리는 오래된 유모차에서 연호는 순하게 잘 잤다. 
그동안 바닥에 내려놓기만 하면 깨서 내내 팔에 안고 재우느라 팔이며 허리 다리가 정말 많이 아팠는데
이날 이후로 안아재우는 일은 거의 없어졌다.
졸린데 잠이 안들어 찡찡거리면 바로 유모차에 태워 아파트 마당으로 나온다.
한바퀴 돌다보면 연호는 금새 잠이 들어있고
연수는 신이 나서 이리 가자, 저리 가자 앞장서서 뛰어간다.

연호낳고 처음으로 연수와 놀이터에서 놀았다.
잠든 연호 유모차를 그늘에 세워놓고 연수 그네를 밀어주었다. 








"난다 난다 신난다~!! 엄마, 너무 신나!!"
"하늘까지 닿겠네, 하늘까지 닿겠네, 하늘까지 닿겠네~~!" 

신나하는 연수 모습을 보고있자니 마음이 뭉클했다. 
연호 낳고 조리하는 동안 몸도 힘들고, 어린 동생 돌보느라 늘 바빠 연수와 제대로 놀아주지 못한 것이 참 미안했다.
밝은 햇살 아래서 엄마가 밀어주는 그네를 타며 이토록 좋아하는 아이를 보니 
미안했던 마음도 조금 풀리고, 나 자신도 이만큼 움직일 수 있게 된것이 기쁘고 좋아서 가슴이 다 시원했다.

연수와 연호와 함께 밖에 나와 놀 수 있게 되어 정말 좋다.
지금은 아파트 놀이터밖에 못 가지만 연호가 조금만 더 크면 우리가 좋아하는 동네 뒷산에도 같이 갈 수 있겠지.
오늘보다 내일은 좀 더 많이 걷고, 좀 더 오래 놀고, 좀 더 크게 웃을 수 있을 것이다.

이 날 이후로 마음이 많이 밝아졌다.
유모차를 밀고 걸어다니는 것이 안하던 운동을 한 셈이 되어서 밤에 누워보니 늘 아프던 허리도 좀 덜 아프고
몸도 좀 가벼워진 것 같았다. (글쓰면서 생각해보니 연호를 덜 안고 있어서 그랬던 것 같다. ^^;;) 
산책후에도 연호가 유모차에서 한참은 더 자는 덕분에 연수와 나는 좀 여유있게 밥도 먹고, 청소랑 빨래할 짬도 생겼다.
오랫만에 연수에게 물감놀이를 꺼내줬더니 "엄마, 이제 다 나았어? 안 아파?"하고 물었다.
그동안 엄마가 아프니 차리고 치울 것이 좀 많은 물감놀이 같은 것은 엄마 다 나은 뒤에 하자고 달래왔기 때문이다.

수유간격이 좀더 벌어진 것도 참 반가운 일이다.
집안에만 있을 때는 아무래도 젖을 더 자주 먹이게 되는데, 젖먹고 좀 놀다가 밖에 나가 한잠 자고나서 다시 먹는 것으로 수유리듬이 조금씩 잡혀가는 것같아 다행스럽다.
큰아이가 있다보니 둘째는 밖에 빨리 나갈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그게 둘째에게도 좋은 일이 되기를 빈다. 시원한 공기를 쐬고, 볕도 좀더 받고.. 그래서 건강히 잘 커주었으면.. 
50일의 기적(?)인지, 그전에는 잘 안누워있던 아기침대에 누워 모빌도 한참동안 잘 보고 놀아서 그도 고맙기 짝이 없다.
이렇게 조금씩.. 나아지는건가보다. 









그래도 여전히 참 어렵다.
더 놀고싶은데 어린 동생이 칭얼대면 집으로 들어가야하는 것이 속상해서 연수는 여러번 울음을 터트렸다.
오늘처럼 비오는 날에는 유모차를 태울 수도 없어서 하루종일 셋이 집안에서만 복닥복닥 하느라
연호도, 연수도 제대로 낮잠을 못 잤다.
요즘 내게는 날씨가 제일 중요하다. 이제는 제발 비가 그만 왔으면..

흐린 날 지나면 맑은 날이 찾아오듯
어려운 날 지나면 좋은 날이 더 많아질 것이다.
지금은 우리 네식구 모두 서툴고 어렵고 힘든 날을 살아내고 있지만
천천히.. 조금씩 나아질 것이다.
연수 키울때 그랬듯이 지날수록 고맙고 예쁘고 벅찬 순간이 많아질 것이다.
그러니.. 견뎌야지.
엄마만 보면 좋아서 벙긋 웃어주는 연호랑 종일 조잘대고 장난치다 엄마에게 야단을 있는대로 맞아도 잠시 뒤면 "엄마가 좋아~"하며 꼭 끌어안는 연수가 있으니까.. 힘을 내야지.
저녁이면 힘들어 퉁퉁 부은 얼굴을 한 마누라가 기다리는 집으로 조금이라도 빨리 돌아오려고 종종걸음치는 남편이 있으니까.. 하소연도 하고, 수다도 떨면서 내일도 또 힘내서 살아야겠다.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