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정리 바다'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17.08.23 제주도 여행 그림 #6 7
  2. 2017.08.20 제주도 그림 여행 #5 6
  3. 2017.08.20 제주도 그림 여행 #4
  4. 2012.10.23 바람이 나를 밀어주네 2
여행하는 나무들2017. 8. 23. 10:33



'9시 20분.
봄이 이제 일어났을까?
제주에서 보낸 일주일이 나에게 꿈같았던 것처럼
오늘 아침 일어난 봄이도 우리가 없는 도미토리실을 보며
우리랑 놀았던 일이 꿈같진 않을까?
한번 꼭 안아주고 올껄..
어제 밤에 졸린 봄이에게 그저 "잘 있어, 봄아. 우리 또 놀러올께"하고 말만 한 것이 마음에 걸린다.

-2017, 8, 13 티웨이 비행기'






돌아오는 아침
비행기안에서 두 장의 그림을 그렸다.
봄이와 알렉스를 그리고 있는 나에게
옆에 앉은 연제가 바다 그림을 그려달라고 했다.

보지않고도 달물 바다가 슥슥 그려지게 살짝 손에 익었다는 것이
뿌듯하고 신기했다.
잘 그리진 못하더라도
좋아하는 풍경을 손이 기억해서 그릴수 있다는 것.

우리와 함께 놀았던 모든 사람들이 등장하는 바다.
스노클링하는 연수와 파도타는 연호, 신나게 노는 아빠, 연제,
의자에 앉아 쉬는 엄마,
모래놀이하는 봄이와 멸치 주워주는 유준이.
유니콘타고 노는 깨봉삼촌과
연제와 바다에서 놀면서 친해진 다섯살 친구들 서준이와 채미, 우리 아이들과 3일 동안 함께 넘 재밌게 놀아주셨던 채미엄마.
언덕위 달물에 있는 광호삼촌, 수지이모, 원이, 알렉스^^

이 모두가 등장하는 한 장의 그림을 아이들은 두고두고 펼쳐보며 한 사람 한 사람 찾아가며
추억을 되짚어보곤 한다.
보잘 것 없는 그림이라도 우리에게 소중했던 여행의 기억을 담고있어서, 되살려주어서 참 좋다.

여행을 다녀오고나니 여름이 거의 끝난 것 같았다.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분다.
짧지만 긴 여운이 남는 여행후에
우리는 한뼘씩 자란 마음으로
서로를 보듬고 일상을 살아간다.

고맙다.
모두 참 고맙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여행하는 나무들2017. 8. 20. 23:43



달물에서 바다로 가는 골목길에 작은 카페들이 있었는데
그중에 '책다방'이라는 이름이 붙은
예쁜, 너무 예쁜 제주 전통집이 있었다.
​며칠을 지나가며 입맛만 다시다가
떠나기 이틀전인가에 잠시 점심거리 사러나온 길에 들렀다.





작은 서가가 있고 편하게 앉아 차를 마시며 책을 읽을 수 있는 책다방.
한쪽에는 판매하는 책들이 진열된 작은 책장, 엽서들, 악세서리들이 있었다.
눈에 딱 띄인 책, 요즘 내게 딱 맞는 책 <그림 여행을 권함>(김한민, 민음사)을 샀다.
어쩜.. 이런 책이, 이 곳에, 이렇게 딱 있을까? ^^





그 책의 첫 부분을 읽는데 자기 '아바타'를 하나 그려보라고, 내 그림 속에 등장할 내 모습을 하나 정해보라는 말에
부끄럽지만 재미있어서 내 모습을 하나 그려보았다.
월정리에서 입고 다닌 원피스 차림으로,
실제보다는 통통해졌으면 하는 바램을 담은 동그란 얼굴을 한
마흔살 귀여운 아줌마에게
나는 '린'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




린을 그리고 나니
그 전까지는 어려웠던(?) 내가 등장하는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연제랑 바다에서 춤을 추었다.

린, 행복하길..!




(책다방은 사실 이렇게 예쁜 집인데 내 그림으로는 미처 그리지 못했다. 미안해요~^^;;)

Posted by 연신내새댁
여행하는 나무들2017. 8. 20. 22:50




바다 그림을 그려보는데 왜 이렇게 어려운지ㅠㅠ

연제가 생일선물로 받은 12색 색연필과
내 실력으로
에메랄드빛 월정리 바다를 그리겠다는 건
너무 큰 욕심이었지만..

그래도 바다 참 좋았다. ^^
그림 그리는 것도 좋았다.
머리를 편히 기댈수 있는 큰 캠핑의자에 앉아
바다를 보다가 낮잠 한숨 잘 수 있는 것도 참 좋았다.

아이들은 몇 날 몇일, 바다에서 지치지도 않고 잘 놀았다.
아빠와 수영하고 파도타기하고
아빠가 의자에서 쉴때는 저희들끼리 모래놀이하고
물이 빠진 바닷가 검은 바위 사이로 돌아다니며 달랑게, 소라게, 고동들을 찾았다.

일주일 동안 비오는 하루를 빼고
매일 가서 만났던 바다야
잘 있니?
우리는 여기 서울에서 또 평범한 하루하루를 잘 보내..
그래도 보고싶다.
이렇게 쓰고 있으니 다시 또 그립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여행하는 나무들2012. 10. 23. 20:23


밤새 바람이 정말 굉장했다.
월정리 전체가 날아가버릴 것처럼 굉장한 바람이 온밤토록 창밖에서 으르렁거렸다. 이게 제주바람이구나.. 자다깨서 잠깐씩 귀기울일 때마다 생각했다.
알고보니 월정리는 바람많은 제주 중에서도 특히 바람이 강한 길목..
달물을 지나가는 제주올레 20코스의 이름이 '제주의 바람을 만나러 가는 길'이란 얘길 나중에 들었다. 월정리 바닷가에는 풍력발전기도 아주 많고, 우리나라에 한군데뿐이라는 바다위에 세워진 풍력발전기도 월정리에 있다. 우리는 지금 그 바람 속에 있다. 

고단한 아이들은 다행히 아침까지 잘잤다. 5시반쯤 깨서는 그제야 바람소리를 신기해하고 따뜻한 이불속에서 셋이 꼭붙어 그림책을 한참 읽다가 해뜰때쯤 휴게실로 나갔다.

아침먹고는 역시나 바람때문에 오늘 일이 취소된 깨봉삼촌과 함께 가까운 용눈이오름과 비자림을 보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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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의 등성이에는 방목하는 제주마와 소들이 여러 마리 있었다. 
'음머, 음머~' 동물 좋아하는 연호가 소를 보고 눈이 동그레져서 반가워했고, 연수는 길가의 풀을 꺽어 "엄마, 소꼬리같지?" 하면서 제 엉덩이에 대고 졸랑졸랑 흔들었다. 
처음에는 재미있게, 기세좋게 올라갈만했다. ^^ 위에서 내려오시던 한 남자어른이 아이들을 보고 "애들이 날아갈지도 몰라요!" 하고 겁을 주고 가셨는데 나는 장난인줄로만 알았다. 그러기에는 그 분 표정이 대단히 진지했는데... 나중에 올라가보니 진짜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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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에 오르면서 옆을 바라보니 멀리 제주 동쪽 바다와 성산 일출봉과 우도가 보였다.







돌담으로 둘러쌓인 제주의 무덤이 연수 눈에 무척 멋있어보였나보다. 

"엄마, 나 저기서 사진 찍어줘!" 하더니 자세를 잡았다.

제주를 혼자 여행하던 처녀시절에 밭 가운데, 오름 등성이에 너무도 아무렇지않게 그 공간의 일부인듯 야트막한 돌담 하나만 두르고 포근하게 들어앉은 제주 무덤들이 내게도 참 신기했었다. 삶과 죽음이 처음부터 그렇게 붙어있다는 듯이, 생활의 일부인듯이, 바다에 전쟁에 많은 이들을 떠나보내야했던 제주의 아픈 과거가 그 소박하고도 많은 무덤들 속에 들어있는 것 같았다. 

제주를 그린 아이들 그림책 <시리동동 거미동동>에도 보면 '아빠의 부재'와 그 대신 아이가 사는 마을의 배경에 자리잡은 작은 무덤 하나가 나온다.  











한동안 깨봉삼촌이 밀어주는 유모차를 타고가던 연호도 나중에는 내려서 제 발로 걸어갔다.
17개월 우리 꼬마, 씩씩하게 오름도 올라보고.. 장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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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정말로 대단했다. 
세찬 바람을 타고 일렁이는 빛나는 억새와 마른풀들의 물결이 아름다웠다.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을 본게 얼마만이지.. 생각할만큼.
신나게 앞장서서 걸어가던 연수가 외쳤다. 
"엄마! 바람이 나를 밀어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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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을 타고 올라서본 용눈이오름의 깊고 부드러운 곡선은 지상에 있는 여러 풍경들중에 내가 본 제일로 뭉클한 풍경이었다. 

분화구라는 것이 어떤 느낌일지 잘 몰랐는데 그 크고 우묵하게 내려앉은 웅덩이를 바라보고 있자니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마른 가을풀들이 가득한, 굴러도 아주 푹신할 것같은 웅덩이여서 더 그랬는지도 모른다. 

엄마가 되고 나면 울기가 힘들어진다. 오래된, 부드러운 풀무덤으로 덮인 작은 분화구 앞에 서서 여기서는 울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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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걸음 더 내딛기 어려울만큼 세찬 바람을 뒤로하고 오름을 내려왔다. 

오름 정상을 한바퀴 돌며 멀리 바다를 보고싶었지만 그건 다음에... 아이들이 조금 더 큰 뒤에... 엄마는 아쉬움을 접고 후퇴했다.

바람에 연방 넘어지며 앙앙 울던 연호는 내려오는 길에 엄마품에 안긴채로 잠이 들었다. 

 

잠든 연호를 다시 유모차에 눕히고 연수 손을 잡고 걸어내려오면서 연수에게 "연수야, 아까 정말 날아갈 뻔했지. 잘하면 날 수 있었을지도 몰라" (옷자락을 잡고 팔을 펼치면 정말 날 수 있을 것 같았다. ^^) 하고 말했더니 

연수는 "난 날아가기 싫어. 난 엄마랑 언제까지나 같이 있을거야." 하며 내 몸을 꼭 붙들어 안았다.

정말로 날아갈 것처럼 센 바람이 무섭기도 했을테고, 늘 엄마와 함께 있고 싶어하는 다섯살 연수의 마음에 엄마와 떨어져 자기만 멀리 날아가는 것은 별로 하고싶지 않은 일인 것 같았다.

"그렇구나.. 그래, 엄마랑 언제나 같이 있자. 그럼.. 나중에 우리 같이 하늘을 날아보는건 어때?"

"어떻게? 엄마랑 같이?"

"응! 행글라이더같은 날개달린 작은 비행기도 있고, 낙하산같은걸 타고 날수도 있고.. 엄마랑 같이 타고 날면 재밌지 않을까?"

"음.... 좋아. 그럼 연을 탈 수도 있겠다! 엄마랑 연호랑 다같이 큰 연을 타고 날아가자~"

"그래. 좋아! 우리 나중에 꼭 그렇게 해보자!" 

^^ 

아이들이 자라는 동안, 언젠가 내 품을 떠나 저 혼자 훨훨 세상을 날아다니게 되기 전까지는

함께 손을 꼭 잡고 푸른 하늘을 날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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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자향 같기도 한 비자열매 향기가 은은하게 감도는 비자림은 산책하기에 참 좋았다.

천년 가까운 시간동안 살아온 크고 아름다운 나무들의 숲.

연수도, 연호도 산책로에 떨어진 돌멩이와 나무가지들을 줍고, 비자열매의 향기도 맡아보며 즐겁게 잘 걸었다.

닭뼈를 닮은 비자나무 잔가지를 연수가 주워서 보여주었다. 











비자림까지 오는 동안 차안에서도 곤히 잘 잤던 연호는 빵과 우유를 먹고는 기분좋게 비자림을 걸어다녔다.

제주에서 나는 화산석인 '송이'를 깔아놓은 길 위에서 제 마음껏 돌멩이를 줍고, 나뭇잎을 뜯어 내게 건네주는 어린 아이를 보고 있자니 

우리가 늘 놀던 아파트 놀이터의 폴리우레탄 바닥에서 잠시 떠나왔다는 사실이, 이런 시간이 우리에게 주어졌다는 사실이 새삼 신기하고 고마웠다.












연리지. 두 그루가 붙어자라는 나무.







'사랑해요' 

그전에도 연수와 연호가 가끔 내게 이 말을 해주곤 했다. 머리에 손을 대고 혹은 두 손의 엄지와 검지로 하트모양을 만들면서.

제주에서 지내는 동안 연수는 저 말을 참 자주 했다. 

바다에서 놀다가, 돌담 옆을 걷다가 "엄마, 사랑해~"하면서 내 다리나 목을 꼭 끌어안곤 했다. 

그럴때면 연수의 마음이 참 행복하구나.. 연수도 지금 나처럼 이 시간이 기쁘고 좋구나.. 느낄 수 있었다. 

엄마로 살아서, 아이와 함께 여행할 수 있어서 받는 가슴 뻐근한 선물이었다.








하루에 한번은 꼭 들리게 되는 월정리 바다.

제주에 있는 동안 외식을 거의 안했는데, 이 날 점심에는 내가 먹고싶었던 전복죽을 비자림 다녀오는 길에 느지막히 먹었다.

전복돌솥밥이랑 해서 아이들도 나도 아주 맛있게 잘 먹었다.

그리고 연수는 바다로 풍덩. ^^







바다야, 잘 있니.

연수가 매일 같이 뛰어놀던 바다. 제주를 떠나올 때는 '바다야, 잘 있어, 다음에 또 올께!' 인사하고 왔던 월정리 바다.


여행중에 매일 쓰려던 포스팅을 전화기가 버벅거려서, 졸리고 고단해서, 친구들과 수다떠느라... 못쓰고

인제사 다시 쓴다. 하루씩.. 쓰려고.

제주에서 보냈던 일주일의 시간이 쉽게 갈무리 되지는 않겠지만

마음안에 저 고운 모래의 감촉과 한밤중에도 들리던 파도 소리들을 잊혀지지 않게 담아두고 싶은 바램으로

조금씩 조금씩 정리해본다.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