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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04.14 농부

며칠전 잠들기 전에 연호가 말했다.

“엄마, 외할아버지는 참 힘들겠다.”

“왜?”

“외할아버지는 농부 일을 하시잖아.
오늘 학교에서 배웠는데 쌀을 키울 때 농부의 손이 여든여덟번 필요하대. 그것도 하루에!
그럼 이틀만 되도 백번이 넘는거잖아! 엄청 힘들겠지?”

그날 하남시 급식지원센터 선생님이 연호네 반에 오셔서 ‘쌀의 소중함’을 알려주고, 떡으로 만든 간식을 아이들과 직접 만들어먹는 식생활교육을 했는데 그때 들은 이야기가 생각이 난 모양이다.

“엄마, 농부들은 지금이 가장 바쁜 때래. 4월, 5월.. 왜냐면 음.. 어린이날에 조카나 뭐 친척들에게 쌀을 보내줘야 하니까.”

“응??? 연호야.. 쌀은 가을에 나는데..?”

“그래? 그럼 왜 바쁘지...?”

요 부분은 기억이 잘 안 났던 모양~^^;;;

봄에는 못자리를 준비하고, 모를 심어야하니까.. 한해 농사를 시작하는 봄은 농부에게 가장 바쁜 때이니까.
도시에서 나고 자라는 연호가 농촌의 봄을 알 수는 없겠지. 외할아버지를 따라 들에 좀 나가보면 알까.

“연호야, 엄마는 외할아버지가 농부여서 참 좋다.”

“왜? 쌀을 보내주셔서?”

“음..(이 녀석이 자꾸 쌀받는 생각을..^^;;) 쌀을 키우는건 가장 훌륭한 일이니까.”

“왜?”

“쌀을 먹어야 사람들이 힘이 나서 일도 하고, 공부도 하고, 놀 수도 있으니까.”

^^
졸린 연호는 뭐라고 좀더 종알거리다 잠이 들었고
나는 옛날 생각을 했다.

학교에서 나온 가정환경조사서의 아버지 직업란에 ‘농업’이라고 쓰는 것을
내가 살짝은 부끄러워했던 것이 언제까지였던가..하고.

회사원, 교사, 변호사 같은 도시 냄새가 나는 직업이 아닌 ‘농업’이라고 쓰면서 어릴때는 뭔지모르게 우리집이 촌이고, 부모님이 농사를 짓는다는 사실이 조금은 창피하게 여겨졌었다.
좀 큰 뒤에는 힘든 농사일로 우리들을 키워주시는 부모님이 감사했고,
식량을 키우는 농부라는 직업이 참 착하고 곱고 좋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지금은 농사지으시는 분들께 다 절하고 싶은 마음이다.

쌀 미 자에 여덟 팔 자가 두번 들어가는 것은
쌀을 한톨 얻으려면 농부의 손길이 여든여덟번 가야해서라고 이야기한다.
쌀 한톨을 키우기위해 흘리는 농부의 땀이 일곱 근이나 된다는 ‘일미칠근’이란 말도 있다.

아버지는 올봄에도 논에 나가시겠지.
이제는 아버지도 연세가 드셔서 제일 작은 두마지기 논에만 직접 농사를 지으신다.
그래도 평생 걸어오신 논둑길을 올해도 변함없이 정성으로, 천천히 걸으실 것이다.
5월에는 친정에 가서 아이들과 외할아버지와 함께 논 구경 다녀와야겠다.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