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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4.27 세 살의 봄 - 강릉일기(1) 4
umma! 자란다2010. 4. 27. 13:55








오랫동안 서울집을 비우고 연수와 강릉에 다녀왔습니다.
아직 대관령 꼭대기에는 흰눈이 녹지 않았고
그 바람이 내리부는 강릉에는 이제사 벚꽃이 만개하고 목련도 꽃망울을 터트리려하는걸 보고 왔는데    
3주만에 돌아온 서울은 벌써 봄꽃이 지고 있었어요.
어제 오늘 비오고 바람도 이렇게 부니 흰 꽃잎들은 남김없이 떨어지겠어요.




 


매화꽃 만발한 언덕에서 새들이 많이 울었습니다.
외할아버지 따라 밭에 나온 연수가 나무꼭대기를 쳐다보고 있네요.









외할아버지가 감자를 심는동안 연수는 옆에서 흙장난도 하고, 더러 거들기도 했습니다.







봄날의 촌은 한창 바빠서 아빠는 매일 논으로, 밭으로 다니시며 새로 심을 씨앗들을 살피고 흙을 고르셨어요.
연수도 덩달아 바빴습니다.








엄마도 농사일과 큰 살림으로 늘 바쁜데 막내딸이 공부하겠다고 어린 손주를 데리고 내려왔으니
그 녀석들 먹이고 보살피느라 3주동안 고생을 많이 하셨습니다.









나이가 이렇게나 들고, 이제는 내 아이를 낳아 엄마가 된 뒤에도
도움이 필요할 때면 엄마 품에 찾아와 기댑니다.
사람은 모두 따뜻한 보살핌, 누군가의 헌신과 희생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존재인가 봅니다. 
기댈 수 있는 엄마가 계시다는 것이 너무 고마우면서도 아직도 엄마를 힘들게 하는 것 같아 죄송했습니다.
 








세 살의 이른 봄날을 엄마의 고향집에서 보내면서 연수는 놀라울만큼 많이 컸습니다.
외가집 어른들의 다정한 손길 덕분이겠지요. 
처음에는 오랫만에 뵙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낯설어 엄마품으로만 파고들던 연수는
며칠 지나자 할머니를 따라 시장도 가고, 할아버지를 따라 밭에도 가며
1시간, 2시간씩 엄마와 떨어져 놀다오곤 했습니다.
덕분에 저는 서울에 있을때보다 책보고 글쓸 시간을 좀더 얻을 수 있었지요.

차면서도 부드러운 봄바람이 아이를 쓸고 지나갈 때마다 
매일매일 조금 더 단단해지고 여물어지는 아이는 
논문의 더딘 진척과 서울과 강릉에서 저때문에 고생하는 가족들에 대한 미안함으로 괴로운 엄마에게
제일 고마운 응원이 되었습니다.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