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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5.25 평화 기다리는 날들 10
umma! 자란다2011. 5. 25. 23:00









예정일이 보름 앞으로 다가왔다.
둘째는 좀 일찍 낳는다고도 하고, 나도 그리 되길 바라고있어서 요며칠은 아기맞을 준비를 매일 한두가지씩 했다.

연수가 입던 배냇저고리와 천기저귀들을 꺼냈다.
아기시절의 옷들에서는 아기 냄새가 났다. 작은 옷에 배인 그 시절의 향기를 맡고있자니 마음이 뭉클했다.
천기저귀는 작년 가을까지도 연수가 썼던 것들이다.
'드디어 끝이다, 기저귀빠는 날들이여, 안녕~~!'하고 감개무량해했던 것이 그리 오래지않은데 다시 꺼내니 웃음이 난다. 
바쁘구나.. 우리집 기저귀들. ^^
연수 궁둥이에 발진 한번 안나게 잘 지켜주었던 고마운 기저귀들... 평화 궁둥이도 잘 부탁해~!
형아의 건강한 기운이 고스란히 묻어있는 기저귀를 차고 평화도 탈없이 잘 자라주었으면 좋겠다.











진통오면 병원에 들고갈 가방도 싸두고, 산후조리 도와주실 분들과 연락도 다 하고..
마침 기간이 끝나가는 내 운전면허 적성검사까지 토요일에 무사히 마치고 나니
'아 이제는 평화가 언제 태어나도 되겠다' 하는 안도감이 들었다.
'아.. 다음주에 연수 생일파티 해줄때까지만 기다려주면 좋겠는데...' 하는 생각이 얼른 뒤따라 들었지만..^^

연수도 엄마와 함께 동생맞을 준비를 많이 했다.
내가 아기옷을 정리하면 저도 돕겠다고 하면서 실은 개켜놓은 것들 죄다 펼쳐놓고 기저귀 담아놓은 큰 바구니를 거실로, 놀이방으로 자꾸 밀고다니고...  
그래도 대견하다. 엄마가 평화낳고나서 할머니가 와계신 동안에는 할머니랑 둘이 놀이방에서 자겠단다.
'할머니가 정말 좋아하시겠다~^^'했더니 '응! 연수는 할머니랑 전화하는건 싫지만 같이 자는건 좋아~'하고 안 물은 말까지 덧붙였다. 그래.. 곧 전화도 좋아하며 잘 하는 날이 오겠지..^^;











둘째때는 병원도 훨씬 뜸하게 가고 태담일기도 달랑 한편밖에 못쓰고 초음파사진마저 제대로 모아놓지 못했지만...
만삭사진만큼은 찍고 싶었다. 
아이키우는 것이 고맙고 행복해서 가능하면 셋째도(꼭 딸로!!^^) 낳아야지.. 생각하고는 있지만 사람일은 또 모르는 것...
이번이 내 생애 마지막 임신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평생에 다시 없을 만삭시절 사진을 꼭 찍어두고 싶었다. 
그런데 여차저차 바빠 아직까지 찍지 못했다. 
아쉬운데로... 남편이 찍어준 만삭의 공원나들이 사진으로 대신해야할까보다.
얼굴에도 살이 쪄서 그런가.. 사진찍을때마다 눈이 잘 안 떠진다. 눈뜬 사진이 없다고 김작가님한테 한소리 들었다. 
나도 안뜨고싶어 안뜨는게 아니라구...  


















버스타고 지나갈 때마다 연수가 늘 들려보고 싶어하던 '딸기버스'에 왔다.
올림픽공원 평화의문 근처에 만들어진 조그만 쉼터인데 미끄럼틀달린 딸기버스랑 시소만 달랑 있는 조그맣고 낡은 놀이터지만 연수는 정말 좋아했다. 

둘째 출산이 다가오니 첫아이가 왠지 더 애틋하고 짠하다.
동생이 태어나고나면 큰아이도 아직은 어리디 어린 아가일 뿐이란걸 깜빡 잊고 
큰아이에게 더 의젓하게 굴어주기를, 힘든 엄마를 좀 이해해주기를 바라게 된다고 그래서 혼내고 야단도 많이 치고 하다가
깊은 밤에 잠든 큰아이 보고있으면 그렇게 미안하고 짠할 수가 없다는 얘기를 선배맘들께 많이 들었다. 
나도 그럴 것 같다. 
'아직 이렇게 작은 아인데.. 내 큰 아이도' 하면서 잠든 큰 아이 얼굴이며 발을 쓸어주게 될 것 같다.
어린 동생에게 밀려 엄마 품에도 오래 안겨보지 못하고, 혼자 많은 것들을 견디고 해나가길 기대받으며 힘들 때도 많겠지.. 
그래서 평화가 태어나기 전에, 아직 시간이 있을때 
연수가 가보고싶어했던 곳도 많이 가보고, 많이 안아주고 놀아주고 싶었다.
임신기간이 거의 끝나가니 마음만큼 연수에게 잘 해줬었나... 돌아보게 된다.














얼마전부터 연수가 사진찍을때 'V'를 하는데 꼭 양손으로, 눈을 윙크하듯 찡그리고 한다. 귀엽다. ㅎㅎ
 








연수가 꼭 타보고싶어하던 올림픽공원의 호돌이열차도 세 식구가 함께 타보았다. 아, 평화까지 네 식구가 함께. ^^
몹시 덜컹거려서 엄마와 평화는 함께 흔들리는걸 견디느라 아주 긴장해야했다. ^^;;;









또 감았다, 눈...ㅜㅜ

유채꽃밭, 청보리밭... 아름다운 5월을 마음껏 눈에 담고 아이를 낳을 수 있어서 기쁘다.
연수낳고 병원오갈때 길가에 예쁘게 핀 장미꽃 보면서 참 좋아했었는데 평화도 같은 6월이다.
우리 아이들.. 참 좋은 계절에 태어나는구나.

  







마음을 편히 가지려고 노력중이다.
처음 해보게될 진통이 걱정스럽기도 하지만.. 내 몸에 깊이 각인되어있을 우리 엄마와, 엄마의 엄마와, 또 그 엄마의 엄마의 엄마의 힘.. 모든 엄마들의 힘을 믿고 싶다.
스스로 자기 길을 열고 나오는 아기의 강인한 생명력도 믿고...
그래서 우리의 만남이 고통스럽지만 가장 평화로운 생명 본연의 일이 되기를 빌고 있다.

평화를 기다리는 날들이 이렇게 흘러간다.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