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그림'에 해당되는 글 24건

  1. 2018.11.30 가방 1
  2. 2018.11.30 깨달음
  3. 2018.11.11 낙엽 1
  4. 2018.10.20 가을 한 때
  5. 2018.10.06 도시락
  6. 2018.09.29 마을 아이들
  7. 2018.08.13 제주에서 그림 1 2
  8. 2018.08.07 제주 여행
  9. 2018.07.28 여행
  10. 2018.07.10 망월천 다리 풍경 2
오늘 그림2018. 11. 30. 10:29



연호가 팔을 다쳐서 요즘 내가 가방을 들어준다.
학교갈 때와 끝나고 집에 올때.

같이 하교하는 연호 친구들 가방도 내가 든다ㅠㅠ
“이모, 제 가방도 들어주세요~! 휙~!”

가방에서 풀려난 아이들은 한껏 자유롭게 활개치며 이리 뛰고 저리 난다.

가방을 메고 들고 따라가며
‘가방은 멍에구나. 인생은 자유로와야하고.’
낑낑거리는 와중에 생각한다.

그러니 욱, 너도 예쁜 가방 있는 곳에 멈춰서서 구경하는 일을 좀 그만 해..^^

Posted by 연신내새댁
오늘 그림2018. 11. 30. 10:21

Posted by 연신내새댁
오늘 그림2018. 11. 11. 22:41




단풍이, 낙엽이 얼마나 예쁜지..
방금은 커튼을 치며 어두운 아파트 정원을 내다보는데
가로등 불빛 아래 빨간 나뭇잎이
가지에 딱 몇개 매달려있는 것을 보았다.
검은 어둠속에서 빛나는 빨간 잎들.
정말 아름다운 빛깔이었다.

낙엽들은 이제부터가 새로운 삶, 여행일지도 모른다.
제가 자랐던 나무를 떠나서
익숙한 자리를 벗어나
다양한 색깔을 지니며 자라온 시간을 뒤로 하고
훌쩍 뛰어내려서 세상 곳곳으로..

아이들 노는 놀이터 옆 벤치에 앉아
나는 한참동안 나뭇잎의 여행 이야기를 생각했다.

비가 오고나니 우리집 창문 가까이 있는 나무들은 모두 잎이 떨어졌다.
미세먼지가 너무 심한 요즘이라
안그래도 귀한 비가 더 고맙고 반갑다.
몇번 더 비오고나면 가을도 끝나있을 것이다.
낙엽들은 먼 여행을 하겠지.

남은 가을, 다가오는 겨울
부디 먼지 덜한 날들이었으면 좋겠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umma! 자란다2018. 10. 20. 21:26



친정 부모님들이 홍시와 밤, 김치 등 가을 먹거리를 풍성하게 담아서 택배를 보내주셨다.
아이들 맛 보여주라고..
제 때에, 그 계절의 맛을 보여주고 싶으셔서.
지금 한창 자라고있는 밭의 배추와 무를 솎아서 담근 김치까지.
시댁에서는 햇고구마를 한 박스 캐서 보내주셨다.

덕분에 신도시 아파트, 텃밭농사도 안짓는 우리집 베란다에도 가을이 도착했다.





아이들 키우는 일이 참 쉽지 않다.
제 때에 무언가 필요한 것들을 잘 채울 수 있도록 보살피고 가르치는 일을
나는 잘 하지 못해서
우리 아이들은 공부며 생활습관, 건강.. 여러모로 허술하고 부족한 면이 많다.

그래서 아이들을 두루 잘 보살피는 주위의 언니들이나
후배맘들을 보며 참 대단하다.. 생각하고 반성할 때가 많다.
도시의 복잡하고 바쁜 삶속에서
아이들 키우며 살뜰하게 살림하며 살아가는게 참 쉽지않은데
어떻게 그렇게 잘 해내시고들 계실까..
정말 부지런히 애쓰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을 살수록 느낀다.





음식이 때가 있듯 아이들 키우는 것도 다 때가 있겠지..
지금 우리 아이들은 어떤 때인지..
가을 햇볕 아래 많이 뛰어놀며 알밤처럼 영글기도 해야할 때이고
편식하는 습관을 이제는 고쳐야할 때이고..
또 어떤 때일까.
내가 놓치고 있는 때는 무엇일까..
아이들에 대해서도, 나에 대해서도.

곰곰히 생각해본다.





부족한 것은 부족한 것이고
우리가 함께 바라보는 이 가을은 참 아름답다.
마음에 이 한 때를 잘 간직하자.
아쉬움도, 희망도, 보살펴주시는 사랑도, 함께 살아가는 오늘 속에 녹아들던
빛나는 가을을.



Posted by 연신내새댁
오늘 그림2018. 10. 6. 09:53




가끔 장을 봐가지고 오는 큰 마트앞 버스 정류장 근처에
여성 의류를 파는 작은 노점이 있다.
행거 두 개 정도를 놓고 블라우스나 조끼, 치마 등을 걸어놓고 판다.
파라솔도 없이, 나무 그늘에 의지해
정류장에 사람이 많은 낮시간에만 차려지는
작은 노점이다.
그래도 2년 가까이 버스를 기다릴때마다
거의 늘 보았으니 그 자리에서 꽤 오래 장사를 하신 것 같다.

어제도 장바구니를 들고 버스를 기다리며 서있는데
버스 정류장 끝으로 스타렉스 봉고차 한대가 와서 섰다.
살짝 흠간 곳이 보였다.
아저씨가 내리시는데 손에 하얀 스타로폼 도시락을 들고 계셨다.
왕만두 같은 것을 사면 담아주는 그 스티로폼.

순간적으로 알았다.
옷가게 아주머니의 점심 도시락이구나.

행거옆에 서계신 아주머니 옆으로 등받이없는 플라스틱 의자가 하나 있었다.
물통이 있는 그 의자 위에 아저씨가 도시락 봉지를 놓으시는게 보였다.

내가 탈 버스가 와서 얼른 버스에 오르며
그 작은 가게 풍경을 그리고 싶다.. 생각했다.






서로 보살피며 살아가는 세상 모든 관계들의
애틋함이 찡하게 다가오는 가을이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이웃.동네.세상2018. 9. 29. 23:16



우리 단지 안에 작은 축구장이 있다.
손바닥만한 크기에 바로옆에 아기들 놀이터가 붙어있지만
초등1,2학년 정도의 어린 아이들은 자주 어울려
축구도 하고 야구도 하고 공가지고 할수 있는 것은 다 하며 논다.

2년 전에 모두 같이 이사온 아이들.
낯설고 서먹한 동네와 친구들, 어른들 사이에서
조금씩 조금씩 어울려 놀다보니 이제는 제법 아는 얼굴도 많아졌고
많이들 모여 잘 논다.

큰 아이들은 운동기구가 있는 배드민턴장 쪽에서 발야구도 하고 피구도 하느라
가끔 오후 늦게 떠들썩할 때도 있다.

학원을 많이 가고, 스마트폰을 많이 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아이들은 짬짬히 용케 틈을 내어 뛰어논다.
놀고 있는 아이들이 있으면 곁을 맴돌다가 끼어서 논다.
숨이 차게 이어달리기도 해보고, 자전거 경주도 한다.

아파트 단지들 입구에 작은 상가가 있고
작은 소아과병원과 약국, 학원들, 슈퍼, 부동산들, 떡볶이 가게가 있는데
가끔 아이들끼리만 온 것을 본다.
집에서 멀지 않고, 늘 동네 어른들이 오가는 곳이니 아이들끼리만 보내도 조금은 안심인 곳들.
떡볶이집에 앉아 간식을 사먹는 남매도 있고 친구들끼리도 곧잘 있다.

소아과 병원에도 혼자 카드를 들고 오는 초중등 아이들이 가끔 있다.
혼자 와서 진료를 보고 처방전을 받아 약국에 가서 약을 지어간다.
연수 학교 친구 아이도 혼자 왔길래 나와 같이 얘기하며 조제약을 기다렸다.
그 엄마도 동네에서 뵌 적이 있는데 아마 직장을 다니시는 모양이다.
많이 아픈건 아니지만 그래도 낮에 병원다녀와 약을 지어놓으면 안심이 될 것 같은 부모님 마음이 이해된다.

더운 날 같이 더워하고 추운 날 같이 추워하며
함께 크는 마을 아이들.
놀기 좋은 가을이 왔지만 아침저녁 쌀쌀해진 날씨에 기침하는 아이들이 많다.
우리 꼬마들도 콜록, 쿨쩍.
다들 많이 아프지말고 잘 나아서
친구들과 건강하게 잘 뛰어놀았으면 좋겠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여행하는 나무들2018. 8. 13. 11:40




제주에 가기전에 나는 좀 많이 우울해하고 있었다.

나이든다는 것이 슬프고, 삶은 자꾸 어렵고 두렵게 느껴졌다.
크고 작은 일들이 힘에 부쳤다.

월정리 바다는 정말 아름다웠다.
언제 봐도 곱지만 유난히 잔잔하고 푸르고 반찍이는 날도 있다.
아이들과 처음 바다에 간 날이 그랬다.
예뻐서 행복했다.
파도을 맞으며 물 속에 앉아있는데
파도처럼, 삶에서 닥치는 여러 일들도 그렇게 맞고 넘겨야겠다는 담담한 용기 같은 것이
마음안에 천천히 채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월정리를 우리에게 알려주고
우리가 여름이면 그 바다와 제주와 그 친구들 속에서 쉬었다 갈 수 있도록 해주는
‘달에 물들다’ 스쟈와 널븐. 예쁜 아이들 봄이와 원이.

제주에서 이들과 함께 보낸 시간 덕분에
나는 마음이 많이 따뜻해졌고 단단해져서 돌아온 것같다.




여름이, 한낮의 열기는 아직 뜨겁지만
절정은 지난 것 같다.
덜 무섭고, 더 견딜만하게
계절은 가을로 접어들 것이다.

나도 조금더 깊어져보겠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여행하는 나무들2018. 8. 7. 12:04



여름, 다시 제주에 왔다.
친구들을 만나고 쉬고 행복해지려고.
그림을 그리고.



나는 연제를 그리고 연제는 나를 그렸다.







비행기 창문으로 본 구름 풍경.
참 신기하다. 구름들 저 끝에 존재하는 경계선.
내가 살고있는 세계를 손바닥만하게 내려다볼때의 마음.

떠나서 좋다.
잠시 떨어져서 볼 수 있어서.
한 숨 돌리고, 한 템포 끊고
멈춰서 생각할 수 있어서.
바다가 보이는 동네에 와서.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Posted by 연신내새댁
여행하는 나무들2018. 7. 28. 20:05

어린 아기들을 키우며 전업주부로 살다보니
동네를 벗어나는 일이 많지 않다.
걸어다니거나 자전거를 타고 움직일 수 있는 정도의 거리 안에서 하루를 보낸다.

그러다 어느 날 약속이 있어
지하철을 타거나 잠깐이라도 버스를 타고 앉아있으면
익숙한 공간을 벗어나
낯선 차림의 사람들 속에 섞이게 되는 것이
멀리 여행이라도 떠난듯 신기하고
정겨운 감정이 들게 한다.





지하철을 타고 꽤 한참 갔던 봄 어느날,
일곱살쯤 되어보이는 여자아이를 데리고
베낭을 메고 장화를 단단히 챙겨신고 지하철여행에 나선 듯한 어떤 엄마를 보고 그렸다.

오늘은 아이들과 기차를 타고
내가 나고자란 고향도시로 간다.

기차가 출발하고 창밖 풍경을 보고 있으니
마음이 설레어왔다.
맞아.. 삶은 설레어야 하는 것이지..!
오랫만에 두려움을 이겨내는 설레임이 느껴졌다.
그래서 여행이 필요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일상을 꽉 붙잡고 있는 단단한 두려움을 뚫고나올
작은 새싹같은 설레임을 찾기 위해서.




Posted by 연신내새댁
오늘 그림2018. 7. 10. 10:49



주말에 하늘이 너무 깨끗하고 푸르러서
아이들과 자전거와 인라인을 챙겨 집 옆 호수공원에 나갔다.
아이들은 잠자리를 잡으러 뛰어다니고
나는 그늘 벤치에 앉아 그림을 그렸다.

공원이 이만큼 정리되는데 2년의 시간이 걸렸다.
아직도 군데군데 공사중이고, 호수 옆으로도 크레인이 높이 서있는 건물 공사장들이 많다.
그래도 자전거를 타고 그림을 그릴 수 있을만큼은 시간이 흘렀구나..

연제가 풀숲에서 아기 방아깨비를 찾아서 같이 놀았다.
‘또미’라고 이름도 붙여주고 한참 손바닥에 올려놓고 구경한 뒤에 풀밭에 놓아주며
“여름동안 풀 많이 먹고 잘 지내~” 인사했다.

한참 그리다 운동끝난 아빠와 만나 점심먹으러 가느라
스케치북을 접었다.
집에 와서 펴보니 다 못그린 그림이 좀 허전하다.
바 안올때 아이들이랑 다시 가서 마저 그리든지 사진이라도 찍어와야지.
또미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





그림의 빈 자리들을 조금씩 더 채워넣고 있자니
아이들이 자기들도 그려달라, 자기도 그리고 싶다.. 요구가 점점 많아져서 결국 같이 그린 그림이 되었다. ;; 구름은 연수연제 작품^^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