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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8.01 무더위 10
하루2013. 8. 1. 21:00


밤에도 무더운 열대야가 시작되었다.

오늘 낮에는 어찌나 더운지 아이들이 모두 낮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덕분에 세 녀석 모두 8시 무렵에 기진맥진해 곯아떨어졌다.

제일 늦게 잠든 연수가 나와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다 잠든게 8시 반.

집에 있는 문이란 문은 모두 열어놓고 조금이라도 시원한 밤바람이 들어와주기를 바라고 있는터라 

아이들이 깰까봐 조용조용 어질러진 집을 정리하는데 등줄기에서 땀이 흘렀다.

오늘따라 연수가 무슨 마트놀이를 한다고 연호랑 둘이 장난감을 있는대로 거실에 늘어놓아서 혼자 왔다갔다하며 치우는데 30분은 족히 걸린 것 같다.ㅠ

그래도 둘이 그러고 신나게 노는 사이에 잠시 나는 연제 젖먹이며 집에 오는 시사주간지를 훑어보는 여유도 누리긴 했다. 

연제 젖먹여 재우며 책을 읽으니 잠깐 더위도 잊혀지고 그 사이 해도 많이 떨어져서 그 뒤엔 아이들과 과일 좀 챙겨먹고 놀이터에 다녀오기도 했다.


휴.... 덥다.

에어컨 좀 틀면 시원할텐데 괜히 애들 고생시킨다 싶기도 하지만 더위도 겪어보고, 추위도 좀 겪으면서 자라고 여물고 하는 거라고 생각하는 엄마 때문에 울 꼬맹이들 땀 깨나 흘린다.

연수가 엊그제부터 기침을 좀 콜록하고 연호도 이따금 기침을 해서 사실 에어컨을 틀기도 그렇다. 

그리고 나는 왜 선풍기도 끄고 나야 밖에서 불어들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그제야 느껴지는 것 같을까.

고요하고 덥고.. 그럴 때 불어오는 가느다란 한 줄기 바람의 시원함. 그 맛이 좋다. 


그동안은 덥다해도 긴 장마 속이라 비오면 좀 시원해지고, 밤으로는 또 서늘해서 문 열고 자다가 한밤중에 추워 닫고 자곤 했다.

아직도 비는 더 올 것 같지만 그래도 지금부터 8월 15일께까지, 

절기로는 입추가 들어있지만 그래도 한 보름은 넘게 이제 불볕더위의 날들일 것이다.

이 날들을 우리는 꼬박 서울에서, 세 아이와 꼭 붙어서 살아내야 한다. 왠지 비장한 결의가 선다.ㅜ 

그 뒤엔 강릉에 갈 거니까.. 그러니까 그 일주일간의 휴가 전까지.. 잘 버텨야지.

강릉에서 돌아올 때쯤, 처서쯤 가면 열대야는 끝날까.. 절기는 참 신기하게도 잘 맞지만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의 시대에는 그마저도 흔들릴까봐 두렵다. 


오늘 저녁에는 입맛없는 애들에게 맛있는 것도 해줄겸, 주말에 먹었던 크림스파게티 재료들의 유통기한이 낼까지인 것도 생각나서 스파게티를 만들었다.

놀이터에서 뜨거워진 애들을 욕조에 물받아 집어넣어놓고 

연제 업은 채로 야채썰고 면삶고 볶고 지지고.. 하는데 날은 덥고 연제는 울고.. 아주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중간에 애들 씻겨 내놓았더니 배고프다고 빨리 달라고 아우성이고, 젖먹여 눕혀놓은 연제는 빨딱 뒤집고는 비오듯 땀을 흘리며 힘들다고 앙앙 울고... 

그 와중에도 스파게티 소스를 휘저으며 이게 참 뭐하는 짓인고... 싶었지만 

다행히 오늘은 폭발 일보직전에서 몇 번 참고 위기의 순간들을 그럭저럭 넘겨서

평화롭게..... 평화롭게... 세 녀석 데리고 앉아 크림소스 스파게티를 식빵 찍어가며 맛있게 먹었다.

정신없이 만들었어도 맛은 아주 좋았다.

애들도 잘 먹고, 나도 잘 먹고.. 연제도 수유쿠션에 누워 '오늘 젖은 크림맛이네~~'하며 먹었을 것이다. ㅎㅎ


어찌어찌 울며 구르며 지나가는 이 여름도 언젠가는 끝날 것이다.

어린 것들은 한번이라도 더 엄마 살에 제 살을 붙여보려고 다투어 매달리고

어제는 하루동안 흘린 땀을 씻지 못하고 잔 덕분에 머리속에 땀띠가 돋았다.

오늘도 오후부터 쌓인 설겆이거리가 개수대에 가득하다못해 넘치고 있지만

더워서 문도 못 닫는데 설겆이 소리에 애들 깰까봐, 애들깨면 봐달라고 부탁할 수 있게 야근하는 남편이라도 돌아오고 나면 그때 설겆이도 하고 시원하게 목욕도 해야지...

하는 핑계를 대고 이렇게 블로그를 쓰고 있다. 

글 쓰는 것도 덥다... ㅜ


연호가 연제만 했던 시절이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벌써 잘 기억나지 않는 것처럼

지금 이 날들도 금방 지나가고, 금방 잊혀질 것이다.

연호 태어나 5개월 무렵은 겨울이었을텐데 그 겨울을 우리가 어찌 보냈더라.. 궁금하고 그립다. 

그런 것이다. 연제와 함께 보내는 이 뜨거운 첫 날들도 그렇게 그리워질 것이다.

그래서 적어놓는다. 아이들하고 나하고 남편하고 이렇게 살았다고.. 나중에 알 수 있게. 

5개월을 꼭 채운 연제는 정말 예쁘다. 젖살이 통통하게 올랐고 되뒤집기를 해보려다 뱅글뱅글 도는 모습도 얼마나 기특하고 귀여운지 모른다.

26개월 연호도 너무 예쁜 시절이고, 너무 화만 내고 야단만 자꾸 치게돼서 미안하면서도 보고있으면 성질나는 장난꾸러기 연수도 아직은 어리고 귀여운 여섯살이다.


더운 여름, 집에서 지지고 볶는 평일 하루는 이렇게 지나갔고, 

어느 주말 하루는 아이들이 고대하던 물놀이를 다녀오기도 했다.

튜브도 장만하고, 그늘막용 작은 텐트까지 하나 장만해서 엄마는 그 안에서 연제 젖도 먹이고 

강바람 맞으며 우리 가족의 첫 텐트 안에 누워 하늘에 구름을 바라보던 행복한 시간도 있었다.

그러니까 너무 툴툴대지 말고 살아야지.. 성질나더라도 참고..ㅠ

우리들의 여름이 이렇게 가고 있다.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