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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12.08 눈오는 날 2
umma! 자란다2011. 12. 8. 20:32








눈이 올거라는 예보가 있었던 날, 엄마는 떡집에서 찾아온 가래떡을 써셨다.
떡써는 할머니 곁에 자리잡고 앉아서 연수는 말랑한 떡국떡을 많이도 집어 먹었다.









비로 시작된 눈은 금세 굵어지더니 순식간에 하늘을 가득 메워버렸다.
이런 기세면 금새 쌓일 것이다.
멀리 보이는 땀봉의 키큰 소나무들도 곧 하얗게 눈을 덮어쓰겠지.








연호가 잠시 잠든 사이, 집안에서는 아빠엄마가 연호 보행기를 조립하느라 바쁘셨다.
자다 깬 연수가 멍하니 쳐다보고 있다.









연호를 앉혀놓고 외할아버지는 무척 흐뭇해하셨다.
아빠는 나이가 드실수록 손주들을 더 예뼈하시게 되는 것 같다.
예전부터도 손주들을 참 귀하게 대하시고 살뜰히 보살펴주시는 다정한 할아버지셨는데
다섯번째 손주인 연호를 대하시는 모습을 보니 해가 갈수록 더 애틋해지시는 아빠의 사랑이 느껴진다.








외할아버지 품에 안긴 연호,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보는 눈.






 

아이들이 모두 잠든 밤.
엄마가 거실 창문을 열어보시더니 깜짝 놀라'욱아 이 눈 좀 봐!' 하며 옆에 앉은 나를 불렀다.
잠옷 입고 팔을 휘휘 크게도 젖던 엄마 모습, 얼마나 귀엽고 재밌던지.
찍을 수 있었다면 그 모습을 찍어놓을껄.. 머리속에 오래 기억해놓고 싶다.









아이들 곁에 가 누워서도 한참은 잠이 들지 않았다.
고향집 마당에 내리는 눈.
친정집 마당에 눈 쌓이던 밤..
고요하고 포근하고 추운 이 광경도 오래 기억하고 싶었다.

지은지 25년된 오래된 주택인 외가집에서
아이들은 아파트에서 하듯이 이불을 발로 차내고 이불 밖으로 굴러나왔다가도
살풋 잠이 깨면 서늘한 공기에 놀라 후다닥 이불 속으로 돌어가곤 한다.
그래도 아이들은 감기 걸리지않고 씩씩하고 나는 서울에서 걸려왔던 감기가 다행히 다 나았다.

밤새 코끝을 감도는 찬 기운.
두꺼운 이불깃을 끌어올리면 얼굴을 덮혀주는 포근한 온기.. 사르르 밀려오는 잠.

외가집의 겨울밤이 깊어간다.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