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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9.17 한 시절 10
umma! 자란다2013. 9. 17. 22:28






연제가 만 6개월을 꼭 채우고 7개월에 들어섰다.

이번 달부터는 이유식을 먹기 시작했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엄마젖만 먹다가 이제 불을 써서 익힌 세상의 음식들을 직접 먹게 된 것이다.
유아기의 제일 처음 한 시절이 끝난 것같다.

모유만 먹을 때의 아가들 특유의 똥냄새가 있다. 
고 시절의 아가 똥냄새는 (엄마니까 콩깍지가 씌어서 그렇겠지만) 시큼하면서도 달달하다. ^^;; 
세상의 음식이 섞이면 섞이는대로 똥냄새는 달라진다. 

예전에 어디선가 아기들이 익힌 음식을 먹기 전까지는 하늘의 말을 알아듣는다는 얘길 들은 적이 있다.
그러니까 엄마젖만 먹는 시절의 아기들은 몸은 이 세상에 왔지만 아직 마음은 저 하늘에 떠있는 천사같은 존재라는 것이다.
자연과 아주 영적인 존재들과 교감할 수 있는.
그러다가 불에 익힌 세상의 음식을 먹게 되면서부터 차츰 하늘의 언어는 잊어버리고
인간 세상의 사람들이 쓰는 말을 익히게 되고, 땅에 발을 붙이고 살아가게 된다는 얘기. 

무슨 그런 말을~ 하고 웃어버릴 수도 있지만 
나는 왠지 그 얘기가 마음에 와닿았다.
아이들은 어른이 된 우리의 지각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아주 신비로운 존재들인 것 같다.

아가들이 입술을 붙여서 '부우우~'하고 소리를 내는걸 내 고향인 강릉말로는 '투랭이'라고 부르는데 
할머니들은 아가들이 투랭이하는걸 보면 
'아고, 비가 올려나, 바람이 불려나.. 요녀석이 투랭이를 하네' 하고 꼭 말씀하신다.
그리고 정말 꼭 바람이 세게 불거나, 비가 온다. ^^

세 아이 키우는 동안 늘 그랬다.
참 신기했다. 
아기들은 습도나 바람의 변화를 아주 예민하게 알아차리는 센서라도 있는걸까? 
무튼 우리가 아무 것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요 어리디어린 아가들이 실은 어른들보다도 훨씬 많은 것을 느끼고, 교감하고, 표현할 수 있는 천사들일지도 모른다. 
나는 왠지 그런 것만 같다.

그래서 연제가 이제 6개월을 잘 채우고 7개월차에 들어선 것이 
너무 고마우면서도 왠지 아쉽기도 하다.
한 시절이 끝났구나.. 싶어서.
가장 작고, 가장 여리고, 가장 고물고물하고, 안고있으면 너무 작아서 품 안에 쏙 다 들어오고, 여기를 맡아봐도 저기를 맡아봐도 보드라운 아기 살냄새에 젖냄새가 가득해서 고 작은 품에 마냥 얼굴을 파묻고 싶어지게 하던 
우리 고운 막내 아가가 어느새 이만큼이나 컸다.













연제는 참 잘 웃는다.
엄마를 보면 벙글벙글, 순한 얼굴에 가득 웃음이 퍼진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내 마음에도 따뜻한 기운이 가득 퍼진다.

통통하고 키도 크고 펄쩍펄쩍 뛸 때보면 힘도 센 우리 아기.
아직 기지는 못하고 이리 저리 뒹굴뒹굴 굴러다니는 연제.
지난 여름 요녀석 안고 업고 지내느라 땀깨나 흘렸지만 
지나고보니 또 참 좋은 시절이었다. 
연제도 엄마와 형아들 가운데서 낑낑거리며 자라느라 참 애썼다.
지금까지 건강하게 잘 자라준 것이 고맙기만 하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순하게 밤잠 낮잠 다 잘 자주고, 젖도 잘 먹고, 엄마만 곁에 있으면 언제든 큰 소리없이 잘 있어준 연제.

가을, 겨울이 지나는 동안 우리 아기는 또 얼마나 예쁘게 자랄까.
이제는 이 날들이 짧은 것을 알겠다.
꿈같이.
꿈같이 짧은 시절인 것을 알곘다.
고운 가을이 가고, 추운 겨울이 오고, 썰매를 타고 따신 차를 마시며 봄을 기다리다보면 
어느날 봄이 오고 연제도 첫 돌을 맞을 것이다. 돌 지나고나면 또 쑥 크지.. 그러면 아기시절도 금방이지..

그 시절동안 연제는 한가지씩 곡식과 야채들을 점점 더 많이 먹어보게 될테고, 
기어다닐 수 있게 될 거고, 어느 날은 일어서고 걷겠지.
참 경이롭다.
인간의 성장이..
모두 이렇게 경이롭게, 곱게, 애써 성장한 존재들인데 아끼고 예뻐해줘야겠다.
부족하다 싫어하지말고, 못났다 미워하지 말고..
오늘도 엄마한테 이래저래 혼나느라 정신없었던 연수도 미안하고, 안아달라 업어달라 매달리는 연호를 더 많이 안아주고 놀아주지 못한 것도 미안하다.ㅠㅠ
다 이렇게 예쁘게 자랐던 아이들인데, 엄마가 세 아이 돌보는게 힘에 부쳐 잘 웃지도 못하고, 행복하게 같이 놀지도 못하니 참 미안한 시절이다.
이 시절이 지나가면 또 좋아지는 것도 있겠지..
아쉬운 것이 있는만큼, 잃는 것이 있는만큼 나아지고, 또 얻는 것도 있을 것이다.
 
연제가 올 여름에 입었던 아기옷들은 아마 내년 여름에는 다시 입기 힘들 것이다.
그래서 요즘 연제 여름옷을 하나씩 빨아넣을 때마다 마음이 뭉클하다.
안녕.. 우리 아기 입었던 고운 아기옷아, 안녕.
우리 아기 잘 크게 돌봐줘서 고맙다..

그렇게 안녕하고, 
새로운 시절로 가는 것이다.
아기들은 자라고, 엄마도 함께 자란다.
가장 고달프고, 조심스럽고, 어렵고.. 그래서 가장 애틋하고 아름다웠던 연제의 갓난아기 한 시절이 이렇게 끝나간다.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