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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5.29 연수의 세돌 생일 11
umma! 자란다2011. 5. 29. 01:16









지난주 목요일에 연수의 생일잔치를 했다.
연수 생일은 원래 6월 3일이다.
이 날 엄마친구들과 연수친구들이 우리집에 놀러왔는데 친구들이 같이 노래도 불러주고 케잌도 먹으면 좋을 것 같아 조금 일찍 당겨서 조촐한 잔치(?)를 열었다. 
준비한 것은 케잌과 고깔모자뿐이지만 우리 꼬마들은 모두 아주 즐거워해주었고, 많은 친구들과 이모들께 축하받을 수 있어 연수도 엄마도 더 기쁘고 고마운 생일이었다.









연수가 자기는 네 살이니 초를 네 개 켜야한다고 주장해서 그렇게 했다. ^^
내 첫 아이가 어느새 36개월, 세 돌을 꽉 채우다니.. 생각할수록 신기하다.









식탁위에 올라가 케이크의 달달한 잼과 크림을 찍어먹고 있는 개구장이들. ^^



이 날은 원래 얼마 안남은 새댁과 평화의 출산을 격려해줄겸 모처럼 다같이 얼굴보고 밀린 이야기도 실컷 나눌겸 블로그 이웃인 살림님, 고래님, 토토님이 멀리 강일동 우리집까지 와주시기로 한 날이었다. 
살림님네 아기인 희범이와 고래님의 아기 윤우는 연수와 같은 해에 태어난 동갑내기들.
강일동으로 이사온후 제일 자주 만나고, 서로의 집에도 찾아가본 유일한 친구들이다.
연수에게도, 엄마에게도 참 귀하고 힘이 되는 친구들인 것이다. 

아이 넷을 데리고 먼길 오고가며 모두 고생을 많이 하셨지만
(특히 가장 어린 민하를 데리고 멀리 금천구에서 지하철을 타고오신 토토님...ㅠㅠ 가실떄는 그래도 아빠가 퇴근길에 데리러오셔서 다행이었지만, 역시 먼길이라 가시면서 힘드셨을까 걱정이예요.)  
모처럼 한나절 같이 밥해먹고, 아이들 어울려노는 것 보아가며 요즘 마음에 담고있던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끝도 없이 풀어놓을 수 있어 얼마나 좋았는지 모른다.

'아유~ 그래서 내가 얼마나 속상했던지...'하는 푸념과 하소연과 고민이 쉼없이 쏟아져나오고  
'맞아맞아', '어머, 나도 그런데~', '그 맘 알지, 알아~'하는 공감과 위로와 다독임이 여기저기서 다정하게 튀어나왔다.
'잘 될꺼야, 너무 걱정마..'하는 격려와 응원에 응어리졌던 마음이 스르르 풀리고 새로운 용기와 희망이 새록새록 솟아올랐다.
그런 푸근한 수다가 서너살배기 아기를 키우는 고단한 엄마들, 서른 중반 삶의 고비를 넘어가는 우리들의 오후를 따뜻하게 적셔주었다.











나는 요즘 경쟁심이나 승부욕이 강한 연수의 성격, 그리고 그런 성격때문인 것으로 짐작되는 거칠고 예민한 행동들 때문에 고민이 참 많았다. 놀이터에서 만난 친구 형아들에게도 때때로 거칠게 대할 때가 많고, 우리집에 놀러온 동생들이나 친구들을 때리거나 울리는 일도 잦아서 나는 적잖이 놀라고 당황하고 있었다. 아이가 뭔가 잘못크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에 불안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 날 엄마들과 함께 얘기를 나누면서 불안했던 마음도 많이 풀리고 걱정도 덜하게 되었다.

'연수가 왜 그러는지 모르겠어요....'라고 고민을 한참 털어놓다가 문득 '아 그러고보니 나도 어릴때 좀 그런 성격이긴 했는데..'하는 얘기가 나도 모르게 불쑥 튀어나왔다. 
참 뭐든 잘해내고 싶었고, 어른들과 친구들로부터 칭찬받고 인정받고 싶어했던 아주 어린 꼬마여자아이가 기억속에 살아났다.
그래... 지금 연수도 그런 마음일 수 있겠구나... 연수가 어린 시절의 내 성격과 비슷한 걸수도 있겠다.. 하는 생각이 그제서야 슬며시 떠올랐다. 

이날 엄마들이 얘기해준 것처럼 연수는 남자아이인지라 그 표현이 더 거칠게 나타날 수는 있을지언정 연수가 왜 그러는지, 어떤 마음인지는 좀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제는 뭔가 풀릴 것 같다.. 싶었다. 연수의 마음을 엄마가 조금 더 이해하게 되었으니, 연수도 저를 바라보는 엄마 마음의 변화를 금세 알아차리고 더 편안하게, 더 안온하게 제 행동을 스스로 조금씩 조절해갈 수 있을 것이다.
엄마가 이해해주고, 잘 할 수 있을꺼야.. 하고 믿고 바라봐주는 눈빛을 아이들은 정말 잘 읽는 것 같다.
그렇게 되면 아이들 마음속을 흔들던 불안하고 거친 충동도 훨씬 덜해지고 스스로 안정과 균형을 찾아간다는 것을 나는 지난 육아기간 동안 조금씩 더 분명하게 느껴왔다. 
엄마 마음이 평화로와지면 아이도 곧 평화로워지고, 도저히 풀릴 것 같지않던 문제들도 어느새 스르륵 풀려가곤 했던 것이다.  

이 날 함께 만났던 엄마들이 지난 몇달동안 연수를 함께 보면서 느끼고 생각한 것들을 얘기해주는 것을 들으며 나는 이 분들의 존재에 정말 깊이 고마워하게 되었다. 
나 혼자만, 또 늦은 밤이나 주말에만 연수를 보고 그 외에는 주로 내가 하는 이야기를 통해서 연수에게 있었던 일들과 행동을 전해듣는 남편과 둘이서만 의논할 때보다
연수에 대한 훨씬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이 너무 고맙고 든든했다.

특히 그들은 모두 연수 또래의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들이기 때문에 자기 아이뿐만 아니라 아이의 친구, 혹은 형이 되는 연수를 바라보는 시선도 굉장히 진지하고 애정이 깃들이 있어서 
주관이나 감정이 많이 섞인 엄마 혼자의 생각보다는 훨씬 객관적이고 균형잡힌 의견을 들을 수 있었다.
그래서 아이 하나를 키우는데 있어서 따뜻한 이웃들, 또래집단, 마을 어른들처럼 지속적인 관계들이 얼마나 필요한지 이번에 더 절실히 느끼게 되었다. 
 
집도 더 가까이에 모여있어서 더 자주 어울릴 수있으면 참 좋으련만... 먼 거리가 안타깝지만 이렇게라도 종종 얼굴보고 서로의 고민을 얘기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블로그의 글을 통해 접하는 이 분들의 육아와 인생에 대한 이야기만으로도 새댁에게 큰 힘과 배움이 되지만
그에 더해 직접 만나 함께 만나 놀면서 의논도 하고 조언도 얻을 수 있어 정말 고맙다는 생각으로 가슴벅찬 날이었다.    











며칠전 살림님, 희범이와 함께 올림픽공원에 놀러갔을때 연수가 내 디카로 두 사람의 사진을 찍은 것이다.
살림님의 자상한 미소와 희범이의 예쁜 얼굴을 잘 담아냈네~. 흠.... 나보다 잘 찍는 것 같다...--;;;











이 사진은 지지난 주에 고래님댁에 놀러갔을때 내가 찍은 윤우 사진.
우리 텃밭에서 뜯어간 상추로 살림님이 맛있는 '상추 겉절이'를 해주셨고, 윤우는 자기집에 놀러온 이모들과 친구들을 특유의 차분하고 온화한 태도로 따뜻하게 맞아주었다. ^^

(정작 우리집에서는 사진찍을 정신도 없이 수다떨기 바빠서.. 예전 사진들을 올렸다. 토토님이랑 민하 사진을 제대로 못 찍어놓은게 넘 아쉽네..ㅠㅠ 담에 만났을 때는 꼭 예쁜 민하 사진도 담아야지~!)











우리집 개구쟁이 김연수. 
친구들과 장난감 문제로 제일 자주 투닥거리고, 밀고 뺏고 때리는 문제행동도 제일 많은 녀석이지만(ㅠㅠ)
그래도.. 사랑한다, 우리 개구쟁이.
부디 이 시절을 잘 지나 친구 귀한줄 알고 배려하고 나누고 사이좋게 놀 줄 아는 의젓한 소년이 되어주길...
엄마는 믿고 또 응원할께.

연수의 만 세살 생일은 내가 엄마가 된지 만 3년이 되는 날이기도 하다.
3년.. 이제 겨우 3년이 지났구나. ^^
언제 벌써 3년이나 됐나 싶게 여전히 참 우왕좌앙 미숙하고 부족한 초보엄마지만
그래도 그런 내 곁에서 이만큼 자라준 아이가 고맙고, 엄마로 살 수 있게 해줘서 너와 함께 성장할 수 있게 해줘서 더없이 고맙고 기쁘다.

지난 3년을 돌아보니
우리 이야기를 담아온 블로그를 통해 여러 이웃들의 관심과 애정을 받았던 것, 좋은 친구들을 많이 사귄 것..
덕분에 앞으로 엄마도 너도 더 든든하고 행복하게 성장할 수 있을거란 기대가 들어서 두루두루 참 좋은 생일이구나.
고맙다, 연수야.
고맙습니다, 모두들....^^
엄마 4년차의 새댁, 이제는 두 아이의 엄마로 또 좌충우돌 눈물콧물 빼겠지만... 더 힘내서 더 행복하게 아이들과 잘 살아가겠습니다. 꾸벅.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