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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7.04 6월의 일상 6
umma! 자란다2012. 7. 4. 23:02

6월에 찍은 사진들을 한꺼번에 정리했다.

사진이 우리가 보낸 시간들의 전부는 결코 아니지만

사진으로 남은 순간들은 오래 돌아볼 수 있어서 조금 특별한 기억이 된다.

뒤늦게라도 블로그에 올려두는 이유다.

 

 

 

 

 

 

6월은 우리집에서 특별한 달이다.

두 아이들이 모두 6월에 태어났기 때문이다.

6월은 연수의 생일파티로 시작됐다.

 

한 동네에 살고있는 연수의 친구 세 명을 초대해서 조촐한 생일파티를 열었다.

아이들과 저녁삼아 먹으려고 잡채를 했는데 더운날 부엌에 오래 서있으려니 좀 힘들었다.

그래도 연수 친구들과 친구엄마들이 우리집 거실에 빙 둘러앉아 

한 목소리로 연수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주는 것을 듣고 있으니

순간 어찌나 뭉클하고 고맙던지...

아침부터 종종거리느라 힘들었던 마음이 다 날아갔다. 

 

 

 

 

 

고맙다, 연수야.. 건강하게 잘 커줘서.

고마워요, 모두들.. 함께 마음모아 축하해줘서.

 

 

 

 

 

 

연수 생일 지나고 열흘쯤 후에 연호 생일이 있었다.

돌잔치는 주말에 어른들 모시고 따로 하게 되어있어서 이 날에는 간단하게 찰밥과 미역국만 끓여서

식구들 먹기전에 삼신상을 먼저 잠시 차렸다.

친정엄마는 가족들의 생일마다 찹쌀에 팥넣고 만드는 찰밥을 해주셨다. 수수팥떡과 비슷한 의미랄까..

그래서 나도 우리 가족의 생일에는 찰밥을 꼭 한다.

아침은 그리 먹고, 저녁에는 퇴근하는 아빠 마중을 나갔다가 빵집에서 케잌을 하나 사와서

네 식구가 연호의 첫 생일 축하노래를 불러주었다.

 

 

 

 

 

 

연수는 연호 생일케잌에 붙어있던 리본이 예쁘다고 제 머리에 저렇게 두르고

거기에 케잌칼까지 꽂아서는 인디언이라며 까불거리고 뛰어다녔다.

동생 생일이라 케익을 먹게 된 것이 너무도 신난 어린 형아 인디언~!

 

 

 

 

 

 

'우리 형아 뭐하는 거지..' 신기하게 구경하는 연호. ^^

몇번 보고 나더니 연호는 이제 어디서건 케잌만 나오면 손뼉도 알아서 치고, 후우~ 불어 촛불끄는 흉내를 낸다. ㅎ

 

 

 

 

 

 

6월 어느날, 딸기를 강판에 갈아 플레인 요구르트랑 섞어주었더니 너무 신나서 잘 먹던 연호.

 

 

 

 

 

형아도 물론~~~! ^^

 

 

 

 

 

 

둘이 본격적으로 같이 물놀이를 하는 날들도 시작되었다. 

 

 

 

 

 

 

하루에 옷을 너무 여러벌 적셔서 가끔 한숨이 나온다는 것만 빼면

나는 물놀이에는 관대한 편이다. 더우니까..... ^^;

그래도 가뭄들 때는 물을 너무 함부로 쓰는 것 같아서 걱정, 장마질 때는 빨래가 너무 많이 나올까봐 걱정이긴 하다.

얘들아... 부엌 물놀이는 좀 자제하자. 

 

 

 

 

 

 

베란다 텃밭에서 수확한 상추! ^^

어느날 점심에 냠냠 맛있게 쌈싸 먹으니 어찌나 뿌듯하던지~!

 

 

 

 

 

 

토마토 심고나서 내친 김에 제대로 베란다 텃밭을 해보리라 하고 집에 있던 작은 화분들에 배양토를 채워 상추 모종을 여러개 구해 심었다.

호박이랑 쑥갓도 심었다.

연호 낮잠잘 때 짬짬히 연수랑 함께 만드는 과정이 살짝 힘들기도 했지만

아이들과 함께 매일 물 주고 잘 크나 지켜보는 즐거움이 컸다.

 

 

 

 

 

 

살짝 높은 선반에 있는 채소 화분들에 물을 주기 위해 근사한 철제 사다리도 하나 샀다. ^^

배보다 배꼽이 훨씬 큰 꼴이지만 작은 아파트에서 어딘가 사다리 놓고 올라갔다 내려왔다 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무척 즐거웠으니 그것으로 제 값은 충분히 한 것 같다.

 

하지만 방울토마토 세 개 따 먹고, 상추 몇 잎사귀 뜯어먹은 것으로 아쉽지만 우리의 베란다 농사는 끝날 듯 하다.

4층 우리집 베란다로는 밤에도 가로등 불빛들이 너무 환하게 비쳐서 토마토가 키만 쑥쑥 크고 꽃을 잘 피우지 못했다.

어쩌다 꽃이 피어도 벌이 없으니 열매도 잘 달리지 않았다.

호박꽃도 많이 피긴 했지만 열매는 맺지 못했다.

방충망을 열어놓아도 벌이 작디작은 우리집 꽃들을 찾아 들어오긴 어려워보였다. ㅜ

열매맺는 작물들은 작은 땅뙈기라도 햇살과 바람과 어둠이 충분하고 곤충들이 마음껏 오고갈 수 있는 곳이라야 살 수 있다는 것을

비싼 수업료를 내고 배운 셈이다.

그래도 이 녀석들이 자라는 것을 지켜보는 동안 참 많이 행복했고

연수는 살아있는 생명들을 정성껏 돌보는 일도 해보았고

좋은 흙과 화분들도 많이 생겼으니 얻은 것이 많다.

가을에는 저 화분들에 작고 예쁜 나무들을 심어 키워봐야겠다.

그 녀석들도 어려운 환경에서 고생하겠지만...ㅠㅠ 그러고보면 집안에서 크는 화초들은 참 무던하게 잘 커줘서 우리가 잘 모르는 것이지 참 자연스럽지 못한, 사람 위주의 공간에서 사람에게 즐거움을 주기위해 또 제 생명을 지키기 위해 참으로 힘들게 애써 살아주고 있는 것 같다. 고맙고 미안하다.

 

 

 

 

 

6월을 지내면서 연호는 부쩍 많이 컸다.

5월에 한참 두 손으로 땅을 짚고 엉덩이를 하늘 높이 들어올리는 자세를 하고는 낑낑 거리길래 왜 저러나.. 했더니

그게 일어서려는 준비 과정이었다.

어느 순간 두 손으로 땅을 힘차게 밀어내더니 허리를 쭉 펴고 제 두 발로 단단히 땅을 딛고 서서 우리를 깜짝 놀라게 했다.

그 순간 연호 얼굴을 가득 채우던 뿌듯한 미소라니~!

아이들이 자라는 모습은 참으로 감동적이다.

작고도 큰 성장의 한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겪는 진통, 노력, 그리고 마침내 하고싶어 애쓰던 성장을 해냈을 때의 기쁨.

이 모든 시간에 함께 할 수 있어서, 곁에서 지켜보고 같이 감동할 수 있어서 고맙고 또 고맙다.

 

혼자서도 잘 서고, 무엇을 붙잡고도 잘 서고

저 날은 살짝쿵 위험하게도 쌀독을 붙들고 일어섰는데

만지면 시원하고 두드릴때 소리도 맑은 장독이 좋은지 한참을 저기서 놀았다.

  

 

 

 

 

 

6월에 서울은 참 지독하게도 가물었는데 연수가 왜 비옷을 입고있을까요? ㅎㅎ

외가집이 있는 강릉에는 흐리고 춥고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이 많았다고 해서

강릉에 가져갈 옷가방을 챙기는 엄마 곁에서 비옷을 입고 노는 중입니다~~! ^^

 

찰밥과 미역국과 잡채를 두 번씩 만들고

많고 적은 손님들을 청해 식사를 함께 하고 따뜻한 축하와 격려를 받으며 6월을 지내는 동안

나는 행복한 감회에 젖어 울기도 하고 웃기도 많이 웃었다.

날은 뜨거웠고 연호는 돌을 앞두고 모세기관지염을 한차례 앓느라 고생도 했고 그게 나은 뒤에는 저 혼자 일어서서 엄마를 향해 한발짝 걸음을 떼는 멋진 성장을 보여주었다.

나는 연호 감기가 다 나을 때쯤 연호 앓던 감기를 그대로 옮겨받아 돌잔치 직후에는 잠시 앓았다.

봄과 여름의 입구까지 우리 모두 애썼고, 그래서 조금 아니 꽤 많이 지쳤있었다.

다행히 우리에게는 이럴 때 찾아갈 수 있는 곳이 있다.

6월의 마지막 날, 우리는 강릉에 내려왔다.

우리는 지금 외가집에 있다. ^^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