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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3.08 새 놀이터 탐방 6
umma! 자란다2011. 3. 8. 22:30









새집에서 바로 내려다보이는 앞마당에 작은 인공냇물이 있다.
지금은 겨울이라 물을 틀어놓지 않은 모양인데, 얼마전 내린 비로 빗물이 고여 며칠동안 연수의 좋은 놀이터가 돼주었다.

"엄마, 저거 뭐야? 저 밑에, 돌 많은데, 저기."
"응.. 작은 냇물이 있네."
"냇물? 그럼 징검다리도 있어?"
"음.. 아.. 냇물 옆에 쭉 놓은 돌이 꼭 징검다리 같기도 하다."
"다람쥐가 다닐 수 있겠네?" ('다람쥐가 건너갈 수있게 징검다리를 놔주자'하던 그림책을 보고 하는 얘기다)
"글쎄... 다람쥐도 다닐 수 있겠지.^^;"

이사온지 얼마지 않아 이 냇물을 발견한 연수는 아침을 먹고나면 거실 창에 붙어서서 "엄마, 징검다리에 가자~, 가자~~"하고 연신 졸랐다. 
아직은 바람이 차고, 여기저기 계속 공사가 진행중인 새 아파트 단지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은 더 황량하게 느껴져서 
자꾸 움츠러드는 엄마와 달리 연수는 새로운 공간을 여기저기 탐색하고, 나가 놀고 싶어 몸이 근지러운 것만 같다. 











필시 물에 들어가려할 것같아 장화를 신겨 나오길 잘했다. 
얼음이 살짝 언 물속으로 성큼성큼 걸어들어간 연수는 돌도 주워오고, 깨진 얼음조각도 엄마에게 주워다주며 신나게 놀았다.  
새단지를 청소하느라 분주하신 경비아저씨들과 오가는 어른들이 우리를 보고 웃기도 하고, 춥다며 얼른 들어가라고 일러주기도 하셨다.
혹시나 연수 또래의 아이들과 엄마가 나와노는가 싶어 흘깃거려봤지만 아직은 추워그런가 잘 보이지 않았다.











"엄마, 얼음이야, 얼음~!! 엄마도 물에 들어와!"
요즘 뭐든지 제가 하는 것은 엄마아빠도 다 같이 하면서 놀기를 바라는 연수는 내게도 물에 들어오라고 성화였다.
장화를 안신어서 못 들어간다했더니 '엄마 장환 어딨어?'하고 묻는다.
없다고 했더니 다음에 마트에 가서 엄마도 장화를 사란다. 연수꺼랑 똑같은 별무늬 장화로 사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그래~ 하고 웃었다. ^^ 
어느새 이렇게 컸나.. 내 어린 아기. 조잘조잘 말도 잘한다.
덕분에 조만간 커플장화를 맞춰 신고 동네 개울에서 첨벙거리게 생겼다. 평화가 태어나기 전에 그럴 날이 있어얄텐데..











연수가 주워준 얼음조각과 돌들.
나중에는 이 큰 돌에 자리가 모자라서 이쪽 저쪽 큰돌마다 작은 돌들을 하나씩 올려가며 놀았다.
하루에 한벌씩 장갑을 흠뻑 적셔가며 들어오긴 했지만 워낙 물놀이 좋아하는 아이이고 조약돌과 얼음은 여지껏 자주 볼 수 있었던 것도 아니어서 잠깐씩이라도 맘껏 놀게 해주었다.
큰 돌위에 앉아 등허리로 따뜻한 햇볕을 받으며 아이가 가져오는 것들을 '참 이쁘네'하며 바라보고, 
같이 서서 조약돌 던지기도 하면서 실은 나도 참 좋았다. 징검다리.. 새로 사귄 좋은 친구처럼 든든하고 고맙다.  











징검다리를 지나서 작은 길을 건너가면 우리가 '벌레 놀이터'라 이름붙인 작은 놀이터가 나온다.
큰 애벌레 의자가 있고, 작은 애벌레 모양 놀이기구들도 있어서 그리 부른다.
날로 몸이 무거워져서 제 힘을 다 받아주지 못하는 엄마랑 같이 지내다보니  
놀이터에만 나오면 못 다 쓰는 힘을 다 쓰겠다는 듯 뛰고 매달리고 기어오르기 바쁘다.











새로 만든 놀이터라 신기한 기구도 많았다.
처음 이 놀이터에 왔을때 '두레박'이 설치돼 있는 걸보고 나는 속으로 '대박이다!'를 외쳤다.
연수와 재미있게 본 그림책중에 <풍덩!>이라고 늑대와 돼지와 토끼들이 차례로 깊은 우물에 빠졌다가 두레박을 타고 올라오는 얘기가 있는데 아무리 그림책으로 읽어도 연수에게는 두레박의 원리(?)라는게 실감나게 느껴지지 않았을 터였다.

놀이터에서 직접 두레박을 끌어올리고, 내리며 연수와 나는
"돼지가 올라가요~ 늑대가 내려가요!", "성공이예요! 토끼가 올라가요~" 하고 그림책 대사들을 읊어가며 신나게 놀았다. 
어린 시절에 내가 집에서 쓰고 보며 익혔던 우물이나 두레박이나 펌프같은 것들을 이제는 생활에서 접하기 어려운 내 아이가
이렇게 놀이터에서라도 그런 것들을 접할 수 있는 것이 참 반가웠다. (우물이나 펌프도 있으면 좋을텐데.. ㅎㅎ)











끝까지 올라간 두레박. 됐어요, 성공이예요~! ^^











어느새 만 33개월을 꽉채운 개구장이 연수는 미끄럼틀도 얌전히 타는 법이 없다.
엎드려서도 타고, 누워서도 탄다.. 할 수만 있다면 다른 어떤 신기한 포즈들도 다 해보고 싶을 것이다.
그 모험심이 부럽다.
이제는 겁이 많아져서 제일로 안전한 자세로만 삶의 징검다리들을 조심조심 건너려하는 엄마와 달리
새로 시작하는 연수는 다리에 멍이 좀 들고, 손가락 어디쯤을 살짝 다칠지언정 조금이라도 신기하고, 새롭고 재미있는 것을 찾아 해보려고 열심이다. 
그래... 너에게는 그런 시간이 더 많이 필요하겠구나. 어쩌면 엄마에게도. 
 

어느새 새 아파트에서도 '징검다리 - 벌레놀이터 - 배놀이터'로 이어지는 연수의 바깥놀이 코스가 만들어졌다.
예전 집 놀이터에서는 못 보던 기구들이 많아 아직은 심심한줄 모르고 잘 논다.
엄마도 새로운 놀이터들이 좋지만, 예전 아파트는 두 놀이터가 모두 모래놀이터여서  
여름이면 모래놀이장난감들을 가지고 나와 모래를 담고 두드리며 한참씩 놀 수 있었는데 여기서는 아직 모래놀이터를 못 찾아 아쉽다. 
이제 날이 좀더 따뜻해지면 연수와 아파트 단지를 벗어나 길건너 주택가 놀이터에도 가보고, 
동산이랑 근처 들판으로도 나가서 흙냄새, 풀냄새를 더 많이 맡고 다녀야지..

오늘 나가보니 바람이 여전히 차긴해도 언뜻언뜻 봄기운이 실려오는 것도 같았다. 
따순 봄이 어서 시작되었으면 좋겠다.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