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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2.26 봄, 잠 6
umma! 자란다2010. 2. 26. 23:31









저녁이 되면 연수를 재우느라 한 30분쯤 어두운 방에 누워 옛날 얘기도 하고, 자장가도 부른다.
그도 지치면 뒹굴뒹굴 이불위를 굴러다니는 연수 옆에 그냥 가만히 누워 있는다.
보드라운 아이 머리카락을 만져보기도 하고, 내 곁에 와서 툭툭 치고 가는 아이 발바닥의 힘도 가늠해보면서.

얼마나 지났을까.. 고놈 참 잠 안드네.. 하는 생각이 막 들려고할 때쯤
아이의 움직임이 멈추고 숨소리가 차츰 고르러지다가 마침내 달큰한 한숨이 후~하고 터진다. 
하루종일 뛰어놀아 고단한 아이의 몸에 편안하게 잠이 깃드는 순간.
나도 그냥 그대로 누워 함께 잠들고 싶어진다.
아직은 이른 밤, 남은 할 일이 많은데 곤히 잠든 아이 옆에서 나도 그냥 자버리고 싶다.

낮에는 그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잔다.
하루 한번 달게 낮잠을 자는 연수가 엄마젖을 먹고 스르륵 잠이 들면 젖주다 졸려버린 나도 옆에 누워 자는 것이다.
1시간쯤 자다 나 혼자 먼저 일어날 때도 있고, 많이 피곤한 날에는 둘이서 세상 모르고 2시간이고 3시간이고 잔다.

아이 옆에서 낮잠자는 행복이 얼마나 달콤한지 경험해보지 않은 분은 정말 모르리라.
달게 자고 일어난 아이 모습처럼 예쁜건 세상에 또 있을까.
잘 자고 일어난 아이의 깨끗하고 깊은 눈, 발그스레한 두 뺨, 품에 와서 안기는 따뜻한 몸, 땀에 젖은 머리칼..
엄마도 함께 고마운 휴식을 취하고나서 만나는 아이 모습인지라 더 반갑고 고맙다.

세상 어떤 바쁘고 중한 일이 있어도 이 행복과는 바꾸지 않겠다는 굳은 결심을 하고 자리에 누울 때는 쾌감마저 든다.
하지만 이런 날들이 그리 길 수야 있으랴..
아이는 자라고, 엄마도 그와 함께 또 새로운 날들을 살게 될테니
아직은 어린 아이 옆에서 함께 낮잠자는 날들의 행복은 내 인생에서 아주 짧을 것이다. 그러니.. 더 고맙게 누려야지.. 

우리나라에도 시에스타 같은 낮잠시간이 있어서 모두 오후가 되면 한잠씩 낮잠을 잘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가게도 문을 닫고, 직장인들도 그 시간만큼은 라꾸라꾸 같은 간이침대에서라도 한잠씩 자고 일어날 수 있다면..

천사같이 매혹적인 얼굴을 하고 자는 아이의 새근거리는 숨소리는 바로 곁에서 못 듣더라도
모두들 그렇게 좀 쉬고 일어나면 오후와 저녁이 얼마나 생기넘쳐질까.
고단한 애기엄마는 그 낮잠의 힘으로 남은 하루를 버틸 힘을 얻는다. 
  
요며칠 날이 따뜻해 연수와 나는 밖에서 오래 뛰어놀았다.
오늘은 처음으로 좀 떨어진 우리집 앞산에도 올라갔다.
비록 산입구의 나무계단에서 오르락내리락만 하다 돌아왔지만 아파트 마당에서는 듣지 못했던 신기한 새의 울음소리도 듣고 주택가와는 사뭇 다른 산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연수는 제법 긴 나뭇가지를 주워서 집까지 고이 모셔왔다.
자주 가서 천천히 걷다보면 언제가는 우리 앞산인 봉산을 따라 서오릉까지도 가보는 날이 오겠지..

밖에서 잘 놀고오면 연수는 밥도 더 잘 먹고 잠도 더 잘 잔다.
먹을 것을 부쩍 많이 찾는 연수는 아마 나무들처럼, 풀꽃들처럼 다른 모든 생명들과 함께 이 봄에 쑥쑥 많이 자라려나 보다.  
덕분에 엄마도 힘이 많이 필요해졌다.
방안에서 꼼짝 못하던 겨울보다는 한결 수월하게 연수와 놀 수 있고, 하루종일 바깥공기를 쐴 수 있어 무척 신난 엄마지만
많이 걷고 햇볕과 바람을 많이 쬔 몸은 더 자고 싶다고 아우성이다.
그러나 밖에 오래 나가있다보니 집안일은 더 밀리고, 논문을 위해 해야할 공부도 많다.

내가 지금 할 수 있는걸 하려고 하는걸까.. 
아이를 키우는 일은 내 모든 에너지와 사랑을 온전히 쏟을 것을 요구한다.
온 힘을 다해 아이와 하루를 보내고난 뒤에 맞는 짧은 밤시간, 내게 과연 다른 일에 쓸 에너지가 남아있는걸까..
블로그를 쓰고, 육아책을 읽으며 보내온 지금까지의 밤들은 즐겁고 푸근한 휴식과 재충전의 시간이었다.
하지만 오랫만에 전공책을 다시 잡아보니 머리는 잘 굴러가지 않고 진도는 더디기만 하다. 
아이에게 마음을 온통 내준 요즘의 나에게 전공공부는 가당치고 않고, 의미도 없는 일이 아닐까..
어떤 밤에는 그런 생각으로 자신이 없어지기도 하고, 우울해진다.
하지만 어떤 밤에는 이 고단한 상황도 즐겁게 즐겨야하리란 생각도 한다. 
출산으로 미뤄진 논문을 끝내는 일은 내 인생에서 분명 의미있는 일이다. 좋아하는 공부이니 진척이 더디더라도 그 과정 자체를 즐겨보자... 그리고 끝난 뒤에는 마음껏 놀자! ^----------^;;

애초부터 놀면서 공부하자는 주의였던 나는 요즘에도 주말마다 꼬박꼬박 아이와 신랑과 함께 놀러가고
평일에는 그 후유증으로 공부를 제대로 못하고 있으니 과연 언제 논문이 끝날지는 정말로 미지수다...
그래도 하루빨리 마음편히 놀고 싶으므로- 
봄, 졸린 눈을 비비며 조금이라도 더 공부하고 잘 일이다.

아아자아아아아아아아~~~~~~~! 엄마야, 화이팅!!!!




  




근영언니가 '연수만한 아이들이 참 좋아한다'며 싸준 '볼텐트'.
텐트를 '연수 집'이라 말해주었더니 연수는 '집~ 집~'하며 정말로 좋아했다. 밥도 제 집에서 먹고, 책도 그 안에서 읽는다. 엄마도 꼭 초대(?)한다. ㅎㅎ
안그래도 연수 장난감에 포위당해 날로 좁아지는 작은 거실이 '연수집'으로 또 이만큼 줄어들었지만, 행복해하는 아이를 보니 참 좋다. 언니 고마워요~~!
그나저나 누워있는 연수를 보니 에궁... 엄마도 그만 가서 눕고싶고나...^^;;;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