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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11.18 딸 같은 아들 6


1. 딸 같은 아들



일전에 사촌여동생이 우리집에 놀러왔을 때 일이다.

커피를 마시며 이런저런 얘기를 하던 끝에 동생이 물었다. 



'언니는 딸 욕심 좀 나겠어요?'



'글쎄.. 예전에는 딸을 꼭 낳고 싶었고 딸이 없어서 아쉽단 생각도 많이 했지.. 

근데 이제는 괜찮아.

딸은 자라서도 엄마랑 다정하게 얘기도 많이 나누고 같이 오손도손 친구처럼 지낼 수 있고해서 좋다고들 하잖아.

엄마 마음도 잘 이해하고.. 

그러니 아들을 좀 그렇게 키워보지 뭐... 

아들들이 워낙 크면 무뚝뚝해진다고는 하지만 안그런 아들도 간혹 있겠지.

난 아들이 셋이나 되니(ㅜㅜ) 그중에 한 명 정도는 딸같은 아들도 생기지 않을까? ^^;;;'



'맞아요, 언니. 꼭 있을거예요.ㅎㅎ'



그런데 엄마와 이모 얘기를 열심히 듣고 있던 연수가 얼른 끼어들었다. 



"나! 나! 내가 딸같은 아들이잖아! 내가 그런 아들이 될꺼야~! "



'으... 으응~? 그..래... 우리 연수가 그렇지... 지금도 엄마랑 얘기도 많이 하고...^^;;'


 

ㅎㅎㅎ

내심 지금도 꼭 딸같이 성격이 다정한 연호나 고물고물한 갓난아기인 연제에게 기대를 걸고 한 말인데...

그런데 '친구같은 아들 여기 있는데 엄마는 어디서 찾고 있는거야?'하는 눈빛을 하고 

나를 빤히 바라보는 연수의 얘기를 듣고보니 순간 미안했다. 


걸핏하면 짖궂고 얄밉고 극성맞은 장난으로 엄마를 화나게 하는 못 말리는 개구장이. 

또래 엄마들끼리 마주 앉으면 '아, 정말 내 스타일 아닌데~~'를 연발하게 만드는 여섯살 사내아이.


하지만 어느새 많이 자라 엄마를 도와주고 힘든 엄마를 위로해주기도 하는 우리 큰아들.

네 얘기에 웃고 네가 보여주는 빛나는 성장의 모습들에 감탄하고 고마워하는 순간도 정말 많은데 

그만 엄마가 그런 것들을 생각 못했네..

태어난 그 때부터 지금까지 너는 줄곧 엄마 곁에서, 엄마의 제일 좋은 친구인데

엄마가 깜빡 잊고 있었네.


먼훗날에 친구돼주길 기다리지 말고 지금 네가 내 곁에 있을때 오손도손 아웅다웅 다정한 친구로 지내야지..

어느새 많이 큰 네 에너지를 받아주는게 힘에 부친다고, 

여섯살 네 행동이 엄마 마음에 안 든다고,

동생들 돌보느라 바쁘고 힘들다고,

 지금은 '엄마, 나랑도 놀아 줘~' 매달리는 너를 버거워하고 '그래, 놀자, 응응' 건성으로 대꾸할 때가 많았구나..ㅜ  


미안하다, 연수야. 


너와 나누는 이야기, 밝게 웃는 네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엄마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고맙다.

지금까지 딸같은 아들로 자라줘서. 

앞으로도 잘 부탁해. 

^^










2. 잘 안 되면



예전에 친정에서 받아온 늙은 호박을 어제서야 잡았다.

오늘 아침에 노란 속살을 칼로 썰어 삶고, 밤부터 불려놓은 찹쌀을 갈아 넣어 호박죽을 끓였다.

엄마의 요리에 늘 관심이 많은 연수가 옆에 와서 물었다.



"엄마, 호박죽 할 줄 알아? 이렇게 하는거 맞아?"



'...아마 맞을껄?'



"전에 해봤어?"



잘 생각이 안난다. 예전에 해 봤던가..?



'잘 모르겠네.. 근데 이렇게 하면 될 것 같아. 호박 삶고, 쌀 넣고..' 



"잘 안되면 어떡해?"



'글쎄...'



걱정이 되었다. 

진짜 이렇게 하는게 아니면 어쩌지? 이상하게 되는거 아냐.. 불안이 스물스물.. 피어오르는 순간, 

연수가 씩씩하게 말했다.



"다시 또 해보면 되지!" 


^^



여섯살, 멋지구나.

그래, 이번에 잘 안되면 다음번에 다시 또 해보면 되지. 

그때는 좀 더 잘 할 수 있을거야, 이번에 해보면서 배운 것이 있을테니까..



아마도 '엄마, 나 이거 만들어줘, 저것 좀 그려줘~'하고 연수가 조를때마다 

'니가 해봐, 엄마 지금 동생보느라 바빠..'하면 

 '난 잘 못한단 말이야, 잘 안돼~, 엄마가 해 줘~~!'하고 찡찡거리는 연수에게 내가 '자꾸 해보면 돼, 그럼 잘 할 수 있게 될꺼야'하고 말하며 연수의 청을 못 들어준 것이 

세뇌되다시피 한 결과(ㅜㅜ)로 짐작되지만....



그래도 오늘 아침, 네게 그 말을 듣던 순간의 엄마 기분은 무척 시원+상쾌했다.

고맙다, 연수야 :) 




+ 오늘 호박죽은 너무 연하게 되었다. 담엔 호박을 더 많이 넣어야겠다는 교훈을 얻음..^^ 

그래도 수호제 모두 잘 먹어주어 다행. 흐뭇~







(자자~, 셋중에 누가 딸같은 아들이 될까? 엄마의 귀염둥이들, 저요! 저요! 해보세요~ㅎㅎ) 






(엄마, 꿈이 너무 큰 거 아냐~~ 우린 그냥 아들들일 뿐이라구~!! -.,-)






++ 오늘 우리 동네에 첫 눈이 왔다.
회오리같은 바람에 날려온 짧은 눈보라였지만 아이들도 나도 모두 아주 행복하게 첫눈을 맞았다.
거실 창문을 열고 손바닥에 내려앉은 눈을 먹어보다가  
나중에는 삼형제 모두 저 위의 사진처럼 모자쓰고 장갑끼고 연제는 아기띠에 방한덮개 씌워 꽁꽁 싸매고 아파트 마당에 나가 눈속을 잠시 뛰어다니다 왔다. 
첫눈도 오고.. 겨울이구나.
종일 아이들과 지지고볶고 힘은 들지만.. 그래도 추운 날, 따뜻한 집에서 예쁜 아이들과 함께 끌어안고 지낼 수 있는 것이 얼마나 고맙고 좋은 일인지. 
맛있는거 많이 해먹고 성질 좀 덜 내고 재미지게 지내봐야겠다. 
핸드폰이 고장나서 한동안 가족들말고는 연락이 안되게 생겼다.
혹시 가까운 지인들께서는 연락주실 일있음 블로그로 주세요..^^ 
(집에 놀러오는건 연락 안하고 암때나 그냥 오셔도 되고요. 우린 늘 집에..^^;;)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