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수 46개월 연호 10개월의 날들'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2.05.08 다섯살 두살, 같이 자란다
umma! 자란다2012. 5. 8. 21:23

 

 

 

카메라에 들어있던 4월 사진들을 오늘에야 정리했다.

고작 한달 안쪽인데도 아주 오래전 일 같다.

하루하루는 그닥 별다른 일 없이

주로는 심심하게 가끔은 신나게 흘러가는 것 같은데

그러는 중에도 아이들은 참 무럭무럭 자라는 모양이다.

사진으로 찍어놓고 보면 어제가 다르고 오늘이 다르니 말이다.

 


 

 

 

 

연수는 4월에 치과치료를 했다.

이가 빨리 나기도 했고, 촘촘히 붙어있기도 해서 '어머니께서 양치를 꼼꼼히 해주셔야한다'는 치과 선생님들의 충고를 여러번 들었음에도

연수가 워낙 양치를 싫어한다는 핑계 하나,

연호 태어난 후로는 펄펄 뛰는 연수 쫓아다니며 이 닦일 정신이 없었다는 핑계 둘,

달달한 간식을 워낙에 좋아한다는 (엄마랑 연수 모두ㅠㅠ) 핑계 셋... 해서

결과는 아랫니 어금니 양쪽에 모두 갈색 충치가 크게 생겼고 연수는 이가 아프다며 울었다. 

 

 

어금니 한쪽을 신경치료하고 은니로 씌웠는데 어찌나 아파하고 힘들어하는지

치료받는 아이도, 지켜보는 나와 연호도 모두 진이 쏙 빠졌다.

그래서 결론은 한 쪽만 치료받고 나머지 한 쪽은 잘 달래며 살아보자는 것.

하루에 세번씩, 밥먹자마자 양치하는 지극히 당연한 일을 이제사 우리는

치과에 가지 않기위해 필사적으로 하는 중이다. ㅠㅠ

다행히 그 이후로 치료 안받은 어금니가 아프진 않고 있다.

속으로야 점점 더 썩고 있겠지만 안 아픈 동안은 버티다가 나중에 아주 아프면 그때 가서 뽑던지.. 치료를 하던지.. 해야겠다.

그땐 연수도 좀 더 커있을 테니 힘든 치료를 조금은 더 견딜 수 있겠지..

 

 

 

 

 

 

 

 

 

창가의 아이들.

가끔 우리 아이들을 그렇게 불러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아침 일찍 밥달라고 찾아온 비둘기들에게 쌀을 뿌려주는 일을 시작으로(이건 연수 일이다)

시시때때로 창밖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고, 날로 잎이 무성해지는 나무들도 구경하고

하늘의 구름과 별과 달을 구경하는 아이들.

 

연수는 가끔 아래윗집에 사는 누나형아들이 지나가면 큰소리로 부르고

이웃집 아줌마들도 불러 '누나, 냇가에 산책다녀오는거야?', '현수 아줌아, 우리 여기 있어요, 4층에!' 등등 열심히 쫑알거린다.

연수 얘기를 아줌마누나들이 잘 못 알아듣는 눈치일 때는 말하는 연수도, 듣는 사람들도 답답해해서 거실에 앉아 듣는 내가 다 조바심이 난다.

이웃들을 향해 말하고 싶어하는 연수를 보며 연수가 종일 말하는 사람이 엄마 밖에 없다는 사실이 안쓰럽기도 하다.

가끔 연수 친구 소정이가 지나가다가 '연수야~' 하고 열심히 마당에서 부를 때도 있다. 참 반갑다.

연수는 누가 우리집에 놀러오는걸 참 좋아한다. 이 글을 보고 있는 블로그 이웃님들, 우리집에 놀러오세요~! ^^

 

 

 

 

 

 

 

형아는 곰돌이 어부바한 채로 무슨 포즈인지 무튼 멋지고

연호는 '까꿍'을 하고 있네. ^^

눈대신 귀를 가리는게 연호의 까꿍.

 

아침에 형이 창가에 서서 출근하는 아빠에게

'아빠, 안녕~! 오늘 저녁에 일찍 와? 일찍 올거 같으면 우리한테 일찍 온다고 꼭 전화해야돼~!!'하는 긴 인사를 온 동네가 떠나가라 고래고래 외치는 동안

연호는 형 옆에 딱 붙어서서 '으응~! 어어~~! 파~!!' 하고 덩달아 외치며 저도 안녕을 하느라고 작은 손을 나풀나풀 흔들곤 한다.

가끔은 연호 혼자서도 창밖을 내다보며 무어라무어라 곤지랑거리고 소리치기도 하고..

우리 아들들은 창을 사랑하는 소년들... ㅎㅎ 낭만적이기도 하여라.

 

 

 

 

 

 

 

 

4월에 연수가 암사어린이극장에서 하는 '빵꾸똥꾸의 괴물 마을'이라는 인형극을 아빠랑 함께 보고 왔는데

거기서 인형들이 저런 상자 가면을 썼던 모양이다.

마땅한 택배 상자를 보자 빵꾸똥꾸 가면을 만들어달라고 졸랐다.

구멍 네 개(눈 두개, 팔 두개)만 뚫으면 완성되는 초간단 가면으로 한달 내내 잘 놀았다. ㅎㅎㅎ

 

형이 벗어놓으면 연호도 그 속으로 기어들어가고

둘이 서로 구멍으로 손 집어넣고, 간질르고 하며 정말 잘 놀아서

비싼 장난감보다 훨씬 좋다~ 지켜보며 무척 흐뭇했더랬다.

지금도 우리집 거실에 잘 모셔져 있는데 많이 낡았지만 그래도 한 달은 더 쓸듯. ㅋㅋ

 

 

 


 

 

 

 

 

11개월을 채워가는 연호.

요즘 연호의 돌잔치할 음식점을 알아보는 중이다.

연수 때처럼 가까운 친지분들만 모시고 식사 한끼 하면서 내가 간단히 돌상차려줄 생각인데

멀리서 오시는 어른들께 맛있는 식사를 대접하려하니 음식점 정하는데 조금 마음이 쓰인다.

직접 가보고 먹어보고.. 하느라 요즘 입이 호강이다. 

좋기도 하지만 어렵게 찾아갔는데 마음에 안들고 하니 '이것도 힘들구나' 싶었다.


마지막으로 갔던 집에서 예약시간 기다리다 지쳐 잠든 연호를 아기띠에 안고 가만히 앉아 생각해보니

이 아이를 낳고 1년이 흐르는 동안 참 행복했구나..

첫아이 키울 때는 힘들다는 생각도 참 많이 했던 것 같은데

둘째 이 녀석 키우는 동안은 힘들단 생각은 거의 못하고 마냥 이쁘고 좋고 고맙기만 했구나... 싶었다.

 

세상에 수월하게만 크는 아이가 어디 있겠으며

연호 키우는 짧은 1년 사이에도 아파서 마음 졸이던 날도 있었고, 내 몸이 몹시 고단해 괴로운 날도 있었지만

그래도 연호 하면 젖먹고 순하게 잘 자던 모습과 나를 향해 언제나 벙글벙글 웃어주던 모습만 생각난다.

이 아이 꼬물거리던 몸짓, 통통한 몸으로 뒤집고 앉고 하느라 애쓰던 모습, 제 형과 까르륵 거리며 놀던 일들만 기억나서 참 행복했다.

고맙다, 연호야.

지난 일년 엄마를 더없이 행복하게 해주서 정말 고마워.

 

 

 

 

 

 

 

 

 

아기 연호가 어느새 이만큼 커서 형아랑 같이 큰 욕조에서 목욕을 한다.

둘이 나란히 서 있으면 형아가 월등히 커서 비교가 안되지만

이렇게 욕조에 앉아있을 때는 제법 등짝도 엇비슷해 보이는 것이 연호 녀석 참 튼실하다. (몸무게는 연호 11킬로, 연수 17킬로~)

 

연호는 요즘 어디든지 기어오르려고 애쓰고

하루가 다르게 말귀를 잘 알아듣고 새로운 행동들도 배우는 중이라 그 모습을 엄마아빠가 재미있어할 때가 많은데

연수는 아무래도 그게 좀 질투가 나는 모양이다.

연호가 하려는 것은 뭐든지 제가 먼저 차지하고, 엄마아빠가 재미있어하는 연호 행동은 꼭 따라해본다. 

그 모습을 보고있으면 웃음도 나고 찡하기도 하다. 

연수도 이렇게 연호만 할 때가 있었지.. 어느새 훌쩍 커버렸지만 네 마음속에도, 엄마 기억속에도 너의 아기 시절은 여전히 남아있지.

연호로 인해 연수도 어쩌면 그 시절을 다시 한번 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마음껏 추억하고, 그 시절로 돌아간듯 엄마에게 어리광도 부리고 안아달라 매달리기도 하고 그래서 저도 동생처럼 엄마품에 종일 안겨지내던 젖먹이 시절같은 포근함도 느껴보면서

그렇게 형이 된 첫날들을 살아낼 수 있다면 그도 좋겠지...

내가 더 마음을 넓게 갖고 두 아이를 다 품어줄 수 있으면 좋을텐데 현실은 연수에게 자꾸 화내고 '너는 엄마 힘든것 좀 알아주면 안되냐'는, 다섯살 아이에게는 터무니없는 요구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ㅠ 

 

 

 

 

 

 




연호가 덩치도 제법 커지고 움직임도 많아지고 하니 연수가 보기에도 동생이 '마냥 아기'이던 시절은 지난 것 같은지

비슷하게 친구처럼 몸으로 부딪히면서 놀려고 할 떄가 많다. 

장난으로 골려줄려고 슬쩍 밀 때도 있고 연호 때문에 속상한 일이 생겼을 때 참지 못하고 콩 때리기도 한다.

그럼 연호는 '앙!'하고 울면서 엄마를 찾는다.

두 아이 사이에서 나도 속이 상한다. 

큰 놈 야단치고 작은 놈 달래고, 큰 놈 위로하고 작은 놈 타이르고... 

떼놓고 돌아서면 엄마 속은 아직 안 풀렸는데 조금 있으면 저희들끼리 또 깔깔 웃고 논다. 

맞고 울고 했어도 형이 좋고, 동생이 좋은가보구나. 

 

연수에게 너무 좋은 형이 되라고 다그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때리지 말라고, 말로 잘 타이르라는 정도만 계속 이르고 그 이상은 바라지 말아야지..

좋은 형, 좋은 언니 노릇은 서른 몇살이 된 우리들에게도 사실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좋은 동생 노릇은 또 어디 쉬운가..

그런건 나이들수록 더 어려운 일인지도 모른다.

함께 자라는 어린 시절동안은 함께 있어 즐겁고 행복한 기억들이 많아지는 것. 많이많이 같이 놀고 그래서 서로를 참 좋아하는 것.. 그렇기만 했으면 좋겠다.

 

 

매일은 지지부진한 것 같아도

시간이 한 묶음 흐르고 나서 보면 아이들은 쑥 하고 많이 자라있다.

언젠가는 연수가 의젓하게 형 노릇을 하고, 연호와 연수가 말로 대화를 하고, 다투고 화내다가도 손잡고 다독여줄 줄 아는 그런 형제들이 되어있을 것이다.

그러니 그 시간동안 내가 할 일은..

아이들의 빛나는 모습들을 더 많이 지켜보는 것, 우리가 함께 지내는 이 날들의 행복을 더 많이 느끼는 것,

'너희들이 참 좋아' '고마워' '사랑해' 더 많이 말하는 것.

 

그런 5월을 살아야겠다.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