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살 연수'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3.04.26 여섯살, 다 아는 나이 2
  2. 2013.01.09 눈이 녹지않는 겨울 2

 

 

혼자 아이들 재우는 저녁이면 늘 참 정신없다.

누워서 연제 젖물린 채로 연호 그림책 읽어주다가 연수 옛날이야기도 들려주다가

한 녀석이 물 찾으면 얼른 일어나 부엌에서 물 가져다주고, 어느 녀석이 또 어디가 아프다고 울어대면 거기 들여다보고 문질러주고 약발라주고, 그러다 또 갓난쟁이 젖주고..

 

며칠전, 연제 재우고 뒤이어 졸려서 엄마 찌찌 찾는 연호에게 연제 다 먹고난 빈젖 물려서 겨우 어린 두 녀석을 재워놓고 나니 

그제야 한숨이 쉬어지면서 그동안 저만치에서 혼자 뒹굴뒹굴 뒤척거리고 있는 연수가 보였다.

연수 곁에 가서 "연수야, 잘 자라.. 좋은 꿈 꾸고... 내일도 재미있게 잘 지내자.." 얘기하며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어느새 쑥 커서 엄마가 동생들 돌보느라 종종거릴때 저도 봐달라고 보채지않고 혼자 조용히 기다릴 줄도 알게된 첫째..

안쓰럽고 고마운 마음에 연수에게 팔베게라도 해주려고 무거운 몸을 움직여 팔을 뻗는데

'으앙~'하면서 연제가 다시 깼다.

에고... 몸보다 마음이 더 고단해지는 그 순간

연수가 하던 말.

 

"에구.. 엄마는 정말 쉴 틈이 없구나.."

 

그걸.. 아는거야? 여섯살, 우리 아들. 벌써 그걸 알 나이가 된거야..?

 

연수가 연제만큼 작은 아기였던 시절을 기억한다.

연호만큼 커서 걷고 뛰고 깔깔깔 웃던 날들도..

그렇게 작디작던 내 첫아기가 언제 이렇게 많이 컸나... 잠든 연수 바라보면서 많이 생각하는 요즘이다.

 

그렇지만 이렇게 한순간 더없이 철든 것같은 멘트를 날려 엄마 마음을 뭉클하게 만들던 우리 큰형아도

여전히 쪼그맣고 아직도 크려면 멀고 멀었다는 사실을 새록새록 확인시켜준다. 

얼굴에 '개구쟁이' 이렇게 써있는 여섯살 김연수.

유치원형아들에게 배운 '바보 똥개 멍청이'같은 말들이 재밌어서 죽겠다는 표정을 하고

엄마아빠동생들에게 한번이라도 더 써보지 못해 안달이고

요리조리 집안을 돌아다니며 '이 장난을 치면 엄마 반응이 어떨까?' 시험해보고 싶어 못 견디겠다는 듯

얄미운 장난이 끝이 없다.

만화에서 보고들은 버릇없는 표현들을 엄마아빠할머니께 연발하고, 조금만 제 맘에 안들면 버럭버럭 소리지르며 얼마나 불같이 펄펄 뛰는지...

천방지축 야단스럽게 커가는 남자아이 보고있기가 참 쉽지 않다.

 

며칠전에는 기어코 엄마 마음에 근심과 걱정이 깊어지다 못해 이대로두면 안되겠다 싶어 처음으로 회초리를 들었다.

가느다란 회초리로 종아리를 딱 두대 맞고 나서 연수는 엉엉 울었다.

무슨 뜻인지도 모르면서 형아들이 쓰는 욕을 배워하는 연수에게 '그런 말을 들으면 다른 사람들이 마음에 상처받는다, 네 마음도 미워지고 듣는 사람도 마음이 아파서 잘 지낼 수가 없게되니 쓰지 말아라'하고 얘기했는데도 저는 재미삼아, 또 뭔가 속이 상할 때 엄마와 동생에게 거칠게 그 욕을 쓰며 화를 내기에 그대로두면 어른들 앞에서도 큰 실수 하겠다 싶어 강하게 안된다고 알려주려다보니 회초리를 들게 되었다.

한참을 서럽게 울고난 뒤로 연수는 그 말은 다시는 쓰지 않았다.

엄마가 혼냈던 그 표현만큼은 잊어먹은 것처럼 연수 입에서 사라졌다. 정말 잊어버린 것일지도 모르겠다. 회초리 자체가 연수에게는 큰 충격이었던 것 같고, 어린 마음이 무섭고 아픈 기억을 잊으려고 노력한 결과 회초리를 불러온 그 말 자체도 잊어버린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회초리를 들고나서 나도 마음이 무척 아프고 무거웠다. 다른 방법으로 따끔하고 엄하게, 분명하게 인지시켜줄 수 있었으면 좋았으련만... 매에, 폭력에 기대고만 것이 부끄럽고 미안했다.

연수가 그 뒤로 저 혼자 1인2역을 하며 '너, 김연수, 네가 잘못했으니 너는 맞아야해!'하고 말하며 저를 회초리로 때리는 시늉을 하는 모습도 보고, 연호에게도 '너 한번만 더 잘못하면 형아한테 맞는다~'하고 엄포놓는 것을 보며 그 일이 연수 마음에 남긴 큰 그림자를 느낄 수 있었다.

오늘 저녁먹다가 그 얘기가 다시 나왔다. 산후도우미 아주머니께서 '엄마가 연수 잘 되라고, 잘 크라고 그때 연수 때린거야..'하고 말씀하셨다. 그러자 연수는 혼잣말하듯이 뭐라 궁시렁거리며 제 방으로 갔는데 나는 그 말을 알아들었다.

연수가 한 말은 '그래도 말로 해야지..'. --;;;

 

여섯살은 이제 다 아는 나이인갑다.

엄마가 잠시도 쉴 틈없이 힘들다는 것도, 때리지말고 말로 가르쳐야한다는 것도, 갓난아기 동생이 큰형아가 곁에 오면 편안해한다는 것도...

연제는 연수 목소리가 들리면 웃으면서 큰형아를 찾는다. 편안해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작은 형아는 아직 어려서 제 곁에 오면 어른들도 혹시 아기를 잘못 건들까봐 불안해하고 또 실제로 위험하게 찔러보고 깨무는 때도 있어서 연제도 그 기척을 아는지 작은 형아가 곁에 오면 금새 울음이 터지고만다.

그 얘기를 연수가 했다. "엄마, 연제는 큰형아가 좋은가봐.. 큰형아는 아프게 안 하니까 큰형아가 옆에 오면 울지않고 가만히 있나봐~"   

그걸 아는구나.... 나는 또 연수한테 놀랐다.

 

많은 감정을, 많은 느낌을 이해하고 알아가고 있는 여섯살 연수야..

너를 품어주고 네 마음에 고운 날개를 달아주려면

엄마도 더 크고 넓고 따뜻하고 단단한 마음을 가진 어른이 되지 않으면 안되겠구나.

소리지르고 놀 때보면 거칠고 개구진 독불장군이지만

네 마음속에는 여리고 곱고 보드라운 구석들도 참 많다는걸 엄마는 알지...

오늘밤, 창 밖은 깜깜해서 무섭다며 엄마 곁으로, 잠든 연제 곁으로 다가와서 연제 작은 손을 한참 어루만지고 엄마 팔끝을 베고 잠든 연수야.

고맙다. 미안하고.. 사랑한다.. 얘야.    

 


 


Posted by 연신내새댁
umma! 자란다2013. 1. 9. 21:04







춥다.
추운 날들이다. 

어린 아이들과 지내다보니 바깥바람도 잠깐씩 밖에 안 쐬고, 그나마도 아주아주 따뜻하게 중무장하고 나서곤해서 사실 추위를 많이는 못 느끼고 지낸다. 
그래도 우리가 강릉에서 지내는 동안 내렸다던 눈이 아직도 녹지않고 그대로 곳곳에 쌓여있는 하얀 풍경을 매일매일 대하다보니 '이번 겨울 정말 춥구나..' 생각하게 된다.  

강릉에서 돌아온 지난 일요일.
눈이 반가운 아이들을 데리고 집 옆 냇가로 눈썰매를 타러 나갔다.

여섯살, 세살이 된 아들 둘을 한 썰매에 태우고 아빠가 걸어간다.
젊은 아빠의 이 뒷모습을 아이들은 기억할까. 
선명한 영상으로는 아니더라도 맑고 차갑고 즐거웠던 이 날의 공기와 함께 
아이들 마음속에 오래오래 그 기운은 남아있을 것이다.

둘이 합쳐 이제 30kg을 넘어선 아이들을 태우고 걸어가면서
"에구구~ 이 녀석들아, 아빠가 이렇게 태워줬던거 나중에 커서 꼭 기억해야해~~" 라고 당부인지 푸념인지 모를 얘기를 하던 남편.
많이 힘들었을텐데 그래도 눈 좋아하는 마누라와 아이들을 위해 한참을 즐겁게 놀아주었다.
여보, 아이들은 아마 잘 기억할꺼야... 그리고 아이들보다 이 순간들을 더 잘 기억해야하는건 우리들이 아닐까.
우리가 아이들 덕분에 참 행복하고 즐거웠다는걸 말이야..
무튼 나중을 대비해 이렇게 사진도 찍어놓고 블로그에도 올려놨으니 늙어서 가물가물하면 다시 뒤적여보자구~ㅎㅎㅎ   











해가 바뀌어 세 살이 된 연호는 요즘 정말 하루가 다르게 눈빛이 영글어지고 있다.
말귀도 잘 알아듣고, '이렇게 하자~'하면 제 뜻에 맞을 떄는 고개를 끄덕이며 '네'하고 대답도 하는데 그 모습이 얼마나 예쁜지 모른다. ^^ 
의사 표현도 분명해지고, 자기 주장도 강하고, 장난도 제법 치고, 말과 행동이 하나하나 여물어지고 있다는게 느껴진다. 
19개월을 다 채워가는 연호를 보며 아기가 아이가 될 때, 그 순간이 이렇게 빛나는구나.. 새삼 알아가고 있다.  










눈밭에 나가서도 이제는 형아보다 더 오래 놀고 싶어하는 연호. 

모래놀이 삽으로 눈을 떠서는 엄마와 함께 눈산을 만들며 좋아하는 연호를 보고 있자니 

작년 겨울, 연수가 노는 곁에서 연호를 아기띠에 안고 발 시려울까봐 종종거리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일년이 지나니까 이렇게 달라지는구나... 내년 겨울에는 또 어떤 모습일까. 

그떄는 두 형아가 신나게 놀고, 나는 그 곁에서 어린 바다를 아기띠에 안고 종종거리겠구나... 잠시 또 딱한 마음이 들었지만 

어차피 지나가야하는 날들... 

즐거운 마음으로 아이들도, 나도 신나게 지내는거다. 많이 웃고, 행복한 순간들을 만들고 느끼면서.. 그렇게 지나가는거다.

   













여섯살 형아가 세살 동생을 눈썰매에 태워준다.
아직은 장난꾸러기라 동생이 무서워하는줄 뻔히 알면서도 쌩쌩 빨리 달리다 결국은 버둥거리던 동생을 썰매에서 떨어뜨리기 일쑤지만.. 
일곱살이 되면 훨씬 더 잘 태워줄 수 있겠지. ^^ 
그떄는 연수랑 연호가 함께 더 잘 놀겠지.. 바다가 태어날 떄가 다가올수록 연호 곁에 연수가 있다는 사실이 든든하고 고맙다. 
 











지난 한 해동안 아이들과 거의 매일 나가서 유모차 타고 자전거타고 걸으며 산책하던 냇가길. 

그 길이 눈으로 하얗게 덮히자, 어디 사람많고 북적거리는 놀이동산 눈썰매장보다 백배는 훌륭한 천연 눈썰매장으로 변신했다.

냇가옆 비탈의 잔디밭은 곳곳에서 눈썰매타는 형아누나들의 함성으로 들썩거리고, 
우리처럼 아빠가 아이들을 눈썰매에 태우고 천천히 결어가는 풍경도 자주 만날 수 있다.

혹한속에 힘들게 지내는 분들을 생각하면 마음 아프지만
춥고 눈이 많다는 이번 겨울은 눈썰매 좋아하는 우리 동네 꼬맹이들에게는 참 즐거운 시절이 아닐 수 없다.

동네친구형언니동생들과 한참을 놀다가 옷이 젖고 배가 고프면 바로 옆에 있는 따뜻한 집으로 언제든 뛰어들어가면 되고
썰매가 없으면 두툼한 종이박스 한장 깔고 미끄러져도 씽씽 잘만 내려간다. 

동네 빵집에는 눈썰매를 타다 들어온 가족들이 곳곳에 썰매를 세워놓고 따뜻한 차와 빵을 사먹고, 
길에도 썰매든 사람들이 많아서 적어도 이 냇가길 근방에서는 썰매가 이 겨울의 중요한 운송수단같이 여겨질 정도다. ^^

그 모습을 보며 어린 시절에 읽었던 '핀란드 소녀'란 책이 떠올랐다.
발목, 아니 허리까지 올라오는 눈이 일상인 핀란드의 겨울. 
스키나 썰매를 타고 전나무 가득한 숲속을 오고가는 말괄량이 소녀가 첫사랑을 겪으며 성장해가는 이야기였던 그 책을 읽은 후로 내가 여행가보고 싶은 첫번째 나라는 '핀란드'가 되었었다. 
쨍하게 더운 날도 좋아하지만 쨍하게 추운 날도 좋아하는 나는 눈까지 많이 오면 대책없이 참 행복해지는 사람이라
한파 속의 이 서울이 어려운 상황에 있는 이웃들에게는 얼마나 무서운 것일지 마음 한켠 무겁게 느끼면서도   
아이들과 눈속에서 어울리는 동안은 이 재미있는 눈이 녹지않게 해주는 추위가 고맙기도 했다.

사실 제도가 문제지 날씨가 문제랴... 
날씨가 아무리 매섭고 독하다 해도 사회가 따뜻하면, 함께 고루 잘 살 수 있게 보살피고 보장하는 사회라면 
극한의 상황에 내몰리는 사람없이 춥다, 춥다 해도 같이 어깨 다독여가며 지나갈 수 있는 추위고 계절일텐데...
아는 분이 어머니가 많이 아프셔서 병원에 입원하셨다 한다. 아픈 분도 걱정이고, 수술비며 간병비도 걱정해야하는 처지로 이 추위속에 일터와 병원을 오갈 그 분을 생각하니 마음이 무거웠다. 
살을 에는 바람속에 고공농성을 하는 노동자들은 또 어떻고.....  

 








집에서 꽤 멀리 떨어진 빵집까지 가서 몸을 녹이고 돌아오는 길.
연호는 이제 덜컹거리는 썰매를 그만 타고 싶은지 걷다가 안아달라고 했다가를 반복해서 아빠가 전담하고, 
나는 연수와 함께 천천히 걸어왔다. 
연수도 많이 고단했던터라 저는 계속 썰매를 타고 가겠다고 고집부리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왠걸.. 엄마가 힘들어서 썰매를 끌어주기 어렵다고 하니 그럼 제가 썰매를 끌고 가겠다며 엄마 가방도 썰매에 실으라고 했다. ㅠㅠ 
걷기운동삼아 슬슬 뒤따라 걸을 생각으로 나선 길, 눈이 제법 많아 미끄럽지않고 오히려 푹신해 걷기에는 좋았지만 
나 한 몸 중심잡고 잘 걷는데도 조심해야했던지라 연수가 이렇게 앞장서 썰매와 가방까지 맡아서 걸어가주니 정말 고마웠다.


엊그제는 연수연호와 눈덮힌 놀이터에서 한참을 재밌게 놀았는데 
연수가 눈케이크를 만든다며 큰 눈더미를 쌓고는 나뭇잎으로 장식하고, 가는 나무가지들을 여러개 주워와서 초처럼 꽃아놓은 것을 보며 속으로 많이 놀랐다. 
어느새 이렇게 컸을까.. 
늘 작고작은 것 같던 내 첫 아기가 어느새 이렇게 예쁜 것들을 만들어내서 엄마를 깜짝 놀라게 할 수 있을만큼 자랐을까. 
연수의 요즈음은 매일 나를 놀라게 하는 날들이다.

....



어제도 연수 축구교실 다녀오며 눈쌓인 아파트 놀이터에서 한참 재미있게 놀다 들어왔다.

그랬더니 오늘은 아이들도 나도 몸도 좀 고단하고 또 날도 훨씬 추워졌다 해서 

오늘은 종일 집밖에 나가지 않고 안에서만 놀았다.  

그래도 아이들은 잘 놀고, 밥도 잘 먹고 나도 몸이 덜 고단한듯 했으나

저녁때 쯤되니 뭔가 마음이 더 쉽게 지치는 것 같았다.


종일 아이들의 에너지를 작은 집안에서 받아가며 지내는 것이 참 쉽지않다. 

바깥바람은 아이들에게도 필요하지만, 어른인 내게 더 절실하다.

이런 날은 아이들이 어서 잠들고, 어른으로서의 내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되기를 더 절실히 바라게 된다.

다행이 오늘은 두 녀석 재우고 나오니 8시 반. 

블로그도 쓰고 책도 보고 그리운 사람들 소식들으러 온라인 공간이나마 찾아가 볼 수 있을만큼 시간이 생겼다.

어른인 내가 아이들과만 시간을 보내다보니 밤에 잠깐, 혼자서라도 이렇게 어른의 마음으로, 어른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이 얼마나 귀중한지 모른다.


내일은 다시 축구교실 가는 날. 오전에는 아이들과 목욕을 하고.. 

매일매일 큰 일없이 평범한 일상의 작은 변화들로만 채워지는 단조로운 날들. 

그러나 모두 무탈하게 잘 자라고 있으니 이보다 더 고마울 수 없는 날들이다. 

다만 그 속에서 내가 너무 답답해지지 않도록 내 마음을 시원하게 하고, 여러 생각들을 하면서 지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엄마가 마음이 시원하면 아이들에게도 그 신선하고 좋은 기운이 전해질테니..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