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감기'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9.08.17 아빠가 있는 시간 12
  2. 2009.05.24 똑순이의 돌앓이, 엄마의 돌앓이 30
umma! 자란다2009. 8. 17. 23:10








무척이나 뜨거워던 지난 주말, 새댁과 똑순이는 여름감기를 앓았습니다.
토요일 오후부터 열이 났던 똑순이는 다행히 그날밤까지만 열이 나다가 괜찮아졌습니다.
다른 증상은 없고, 잠시 열만 났다 가라앉았고 그후론 잘 놀고 컨디션도 괜찮지만
새댁이 계속 감기에 걸려있는 상태라 엄마한테 옮아 다시 아프면 어쩌나.. 걱정하고 있습니다.

새댁은 하루밤 춥게 자고나서 콧물을 훌쩍거렸었는데 지금은 콧물은 낫고
대신 목에 가래가 살짝 생겨 간질간질합니다. 가끔 터지는 기침이 괴롭고요..
새댁은 열은 나지 않는데.. 열까지 났으면 신종인플루엔자 검사를 받고왔을 것입니다.
그래도 아직 다 나은게 아닌지라.. 겁많은 새댁은 떨고있습니다.ㅠ

회사일이 바빠 주말 이틀 모두 출근을 했던 신랑은 오늘은 오전엔 집에 있다가 점심먹고 회사로 갔습니다.
오전에 제가 몸이 많이 힘들어서 '월차를 쓸 수없냐'고 했더니 '가기는 꼭 가야한다'며 좀 늦게 가겠다고 하더군요.
아침을 먹은후 신랑은 똑순이를 데리고 아파트 마당에 내려가서 한참을 놀고 왔습니다.
그 사이 저는 자리에 누워 쉬었고요.

똑순이없는 집에 혼자 누워있어본 것이 너무 오랫만이라 
아무 기척도 들리지않는 휴식이 어색했습니다.
그래도 아침 나절, 혼자 누워있는 이부자리는 참 아늑해서 아픈 몸과 고단했던 마음이 조금씩 풀려가는 것 같았습니다.
설풋 잠이 든것 같았는데 멀리 밖에서 아기 우는 소리에 퍼뜩 깨서 '우리 똑순인가' 걱정했는데 
나중에 물어보니 아니었어요..
 
잘 놀고 들어와서 엄마를 찾던 똑순이는 엄마 얼굴 몇번 부비고, 젖을 먹고는 금세 잠이 들었습니다.
새벽까지 일하고 들어와 고단하던 신랑도 자고, 두 사람이 자는 곁에 누워 아픈 새댁도 자고...
세 식구가 오랫만에 짧고 단 낮잠을 잤습니다.

일어나서 신랑은 밀린 설겆이를 해주고
새댁이 국수를 삶는 동안 똑순이를 데리고 욕실에 들어가 같이 물장구를 치며 목욕을 했습니다.
점심식사를 준비하는 제 등뒤로 똑순이의 까르륵 까르륵하는 웃음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아. 이제야 뭔가 제대로 되었다...!
모든 것이 있을 곳에 있고, 따뜻하고 행복한 기운이 우리를 감싸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뭔가 모르게 불안하고, 삭막했던 공기가 촉촉하고 밝고 포근하게 바뀌었습니다.
똑순이도 모처럼 아빠랑 노는 것이 좋은지 웃음소리가 커지고, 표정도 한층 환해진 것 같습니다.
평소에도 아빠는 아침 출근전에 길어야 1시간, 짧으면 20분정도 밖에 못 보는 사람입니다.
그래도 주말에는 같이 놀고, 같이 밥먹고, 같이 부대끼고 뒹굴거리고 외출했는데
이번주에는 그나마도 못 보다보니 똑순이도, 엄마도 어딘가 모르게 날카로와지고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너무 더웠던 요며칠간 똑순이는 잠시 열이 나기도 했지만, 건강할 때에도 밤잠을 잘 못 이뤘습니다.
자주 깨고, 울고, 계속해서 젖을 찾고...
새댁도 너무 더워 괴로웠는데 어린 아기는 오죽했을까요.
'숨막히게' 더웠던 어제 밤에는 거의 1시간 간격으로 깨서 우는통에
우는 똑순이를 달래야, 부채질 해주랴, 젖주랴... 새댁 혼자 아주 진땀을 뻈습니다.
그런 순간에 부채질이라도, 하다못해 '얘가 오늘 왜이럴까, 날 정말 너무 덥다'고 같이 얘기라도 나눌 신랑이 곁에 없다는 것은 
그 밤을 더 덥고 숨막히게 하는 속상한 일입니다. 

생각해보니 작년 이맘때, 똑순이가 태어나고 두달가량이 신랑이 유일하게 저녁 7~8시쯤 퇴근해
우리와 함께 저녁시간을 보냈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때 하루종일 갓난아기와 씨름하고(우는 똑순이를 거의 하루종일 안고, 젖을 먹이는 일이 반복되던) 난 새댁에게
신랑의 이른 퇴근은 유일한 희망이었지요.
돌아보니 그 시절이 참 애잔합니다.

신랑의 부재가 길어지면 혼자 계속 똑순이를 돌보는 새댁의 긴장과 피로도 높아집니다.
아침 시간 잠깐이라도 신랑이 똑순이와 함께 놀 때, 
새댁은 잠시 마음에 여유와 쉼표가 찍히는걸 느낍니다. 
나 말고도 이 아이를 책임지고, 사랑해주고, 살을 부대끼며 놀아줄 수있는, 그렇게 믿고 맏길 수 있는 어른이
한명 더 있다는 사실이 주는 위안과 안심은 정말 큽니다.

할아버지 할머니같이 다정한 어른없이, 엄마아빠와 단촐하게 셋이 사는 아이들..
아빠들은 대개 일로 바쁘니 엄마 혼자의 보살핌만 받고 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엄마도 일을 하면 보육기관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게 되니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은 정말 짧을 것입니다.
아이들은 다정하고 친밀한 어른들과 얼굴을 맞대고 일상적으로 부대끼며 사랑받고, 배우고, 뛰놀며 자랄수록 행복할텐데...
아파트 마당에 나가면 경비원 아저씨들, 이웃 할머니 할아버지들, 또래 친구들과 그 엄마들..
이렇게 똑순이가 얼굴 볼 수있는 어른들이 계시긴 하지만 
한집에 같이 살며 따뜻한 사랑을 느끼게해줄 수 있는 어른의 존재가 아쉽습니다. 

'아빠가 있는 시간', 
가족이 함께 있어 행복하고 충만한 시간.. 
소중한 인생의 하루하루를 따뜻하고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이런 시간이 너무 절실합니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umma! 자란다2009. 5. 24. 21:31


똑순이의 첫 돌이 열흘쯤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음력 생일은 어제여서 세 식구가 미역국 끓이고, 얼려놨던 팔시루떡 녹여먹으며 음력생일날을 보냈습니다.

벌써 돌이라니.. 기분이 참 묘합니다.
시간이 넘 더디게 가는 것 같던 힘든 순간도 많았는데
이렇게 지나고 보니 1년이 너무 짧았던 것도 같고요..
어느새 훌쩍 커버린 똑순이를 보며 '이렇게 큰 애가 정말 내 배속에 있었나' 싶기도 합니다. ^^ 

1년 사이에 똑순이, 몸무게는 3배쯤.. 키는 30cm 좀 안되게 컸습니다. 
아주 작고작은 애기였는데요.. 지금도 작지만 그래도 엄마 눈에는 너무 금세 쑥~ 큰 것 같아
생각하면 조금 어색하고, 신기합니다. 

그런데 요녀석, 요즘 좀 많이 아팠습니다. 
지금도 감기가 다 낫질 않았어요ㅠㅠ
3주전쯤 걸린 콧물기침감기가 거진 다 낫고, 밤에만 조금 기침을 하길래 괜찮겠지 했는데
그게 일주일을 넘게 가더니 지난 주 후반쯤부터는 열이 나면서 다시 심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사이에 병원진찰도 계속 받고, 약도 계속 먹었는데 증상이 다시 심해지니 
새댁, 많이 당황했습니다. 
열이 많이 올라 괴로워하는 똑순이를 시원하게 해주다가, 
다시 재채기하면서 콧물이 흐르면 넘 추운가 싶어 따뜻하게 해주다가... 
방 온도, 습도 제대로 맞추기가 어려워 쩔쩔매다가 갑자기 자신감이 뚝 떨어지면서 스스로에게 화가 났습니다.  

'똑순이가 벌써 돌인데... 엄마가 된지도 1년이 다되가는데 아직도 방안 온도 하나 못맞추나..' 싶어서요...ㅜㅜ
마음이 헝클어지니, 몸도 힘들어지고,
아픈 똑순이 챙기다보니 집안일은 한없이 밀리고 쌓여,
매일 밤늦게 야근하고 들어오는 신랑에게 거의 매일 화를 내다시피 했습니다.

목안이 좀 부은 똑순이는 밥도 잘 안 먹으려 하고, 
기운없이 새댁에게만 붙어있으려고 해서 한 이틀은 잠잘때 빼고는 거의 하루종일 새댁 등에 업혀 있었습니다.
너무 오래 약을 먹다보니 첨엔 좋아하던 약병을 잠깐은 도망다니기도 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니 내가 잘 보살피지 못해 아기가 이렇게 오래 아프고,
오래 약을 먹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마음이 너무 아팠습니다. 아이키우는 일의 무서움도 한번더 실감했고요..
아이들은 아프면서 자라는 것이니 자책이나 쓸데없는 걱정은 말라는 신랑의 당부가 힘이 좀 되었습니다.

다행히 똑순이가 어제 아침부터는 많이 나아져서 좀더 잘 놀고, 밥도 조금씩 더 먹고 있습니다.  
새댁도 한숨돌렸지만 계속 긴장이 됩니다. 부디 이대로 잘 나아야 할텐데...





 + 며칠전 후배가 '지천에 흔한 들꽃이 제일 예쁘죠'라며 애기똥꽃을 핸드폰으로 찍어 보내주었습니다.
   일주일에 사흘, 시골에 내려가 농사를 짓기 시작한 후배의 텃밭이 몹시 궁금합니다.   



똑순이는 아파서 그런가, 아님 요맘때 아기들이 다 그런지
많이 앓고 난 뒤에는 한층 떼가 심해졌고, 행동에서도 약간의 퇴행이 나타났습니다.
혼자 잘 하던 것도 엄마랑 꼭 같이 하려하고, 엄마가 잠시만 안보여도 소리를 크게 지르며 웁니다.
밥 대신 미음이나 엄마젖을 더 먹으려하고요...ㅜ
며칠간 엄마가 자기를 몹시 측은해하고, 되도록 모든 요구를 다 들어줬다는 것을 눈치채서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는 좀 능숙해졌다 싶었는데..
똑순이의 생활리듬도 거의 일정하고 잘 먹고 잘 놀고 잘 자는 아이 덕분에
'나도 이제 좀 초보엄마 시절은 끝나가다부다' 내심 반가워하고 있었는데..
똑순이의 감기와 퇴행을 겪으며 육아는 정말 언제나 새로운 도전, 새로운 고비를 맞는구나... 절감하고 있습니다.


돌아오는 주말에는 가까운 친지들 모시고 식사하면서 똑순이 첫 생일잔치를 할 예정입니다.   
생일 초대 전화를 하며 똑순이가 아프다고 걱정을 하자 친지들께서
"원래 돌때쯤되면 아픈 아가들이 많아요, 그래서 꼭 돌잔치때 아가 컨디션 안좋아 고생하고 그러거든요",
"똑순이가 돌앓이하나보다~" 하는 얘길 해주셨습니다. 
정말 그런걸까.. 그 얘길 들으니 조금은 마음에 위로가 되었습니다.

1년전 요맘때.. 우리 둘 다 새로운 세상을 만나느라 참 힘들었는데,
아마 똑순이 몸이 그 때를 기억하고 이렇게 아픈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지난 1년 열심히 자라느라 힘들었다고, 
더 크게 자라기위해 잠시 더 쉬고, 앓고, 투정부릴 시간이 필요한 걸지도 모르겠다.. 생각해봅니다. 
덕분에 엄마도 엄마 1년을 마무리하는 진통을 세게 앓고 있습니다. 
잘 앓고, 툭툭 털고 일어나 더 씩씩하게 잘 자라는 똑순이와 엄마가 되야겠습니다. 


 
  


똑순이와 새댁이 고전하는줄 어떻게 아시고.. (텔레파시가 통하는게 틀림없슴다.. 아님, 토댁님이 독심술을? ^^;)
토마토새댁님께서 맛있는 토마토를 한아름 보내주셨습니다.
아고... 늘 받기만해서 어쩌나... 언니, 넘 감사해요ㅠㅠ







탱글탱글.. 참 예쁘기도 하지요?
(신랑 카메라가 잠시 대여중이라 새댁의 똑딱이로 찍었더니 색감이..ㅜ 실제는 이보다 훨씬 맛있게 생겼습니다~~!!)
싱싱한 토마토처럼 똑순이랑 새댁도 더 씽씽~하고 건강해져야겠습니다. 
자~~알 (나눠! 넘 많아요~) 먹겠습니다!!! ^^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