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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mma! 자란다2013. 11. 15. 01:32







우리 큰아들. 
연수.
어느새 여섯살의 가을을 맞고있는 65개월 큰 형아.

개구장이도 보통 개구장이가 아니고
촐싹거리고 까불기로 이보다 더한 녀석을 여지껏 엄마는 본 적이 없다.

뭐든지 저부터 제일 먼저, 제일 많이, 제일 큰 걸로 주기를 바라는 
욕심도 투정도 울음도 많은 첫째.

동생들 때리고 울려서 엄마에게 호되게 혼나고
까불고 장난치다 혼나고 
밥 잘 안 먹는다고 또 혼나고... 

하루종일 혼낸 기억밖에 없어 미안해지는 밤. 
'나도 한 살 아기가 되고싶다.. 나도 엄마 옆에서 자고 싶다..'  
엄마 양 옆을 차지한 동생들에게 밀려 멀찍이 저 혼자서 뒹굴거리
'엄마 옛날얘기 하나만 해줘~, 해줘~, 응, 하나만~'
조르고 졸라서 듣는 옛날얘기 하나에 스르르 잠이 드는 아직은 어린 내 큰 아기.










우리 둘째, 연호.

세번째 가을이구나, 29개월 연호에게는.


어리광도 많고 애교도 많고 요즘들어 부쩍 동생 샘도 많이 낸다.

엄마가 동생을 내려놓기만 하면 얼른 달려와 엄마품을 제가 차지하고 

엄마 찌찌도 만져보고 아기처럼 안아달라 조른다.

이제 많이 컸는데 왜 그럴까.. 동생 때문에 더 그런가.. 걱정하다가 

문득 연수가 지금 연호만 했던 떄를 생각해보니

그때 연수는 더 아기같았다는게 기억났다.

더 많이 업고 다녔고, 안아주었었다. 

하루종일 연수만 데리고 같이 놀고, 눈 맞추고, 얘기했었지.. 


연호는 훨씬 더 어렸을 때부터 혼자 걸었고, 혼자 밥을 먹었고, 혼자 쉬도 가릴 수 있게 되었다. 

둘째여서, 일찍 동생이 생겨서

본래도 찬찬하고 다정한 성격의 연호는 

어린 녀석이 참 일찍도 엄마 말을 잘 들어주고, 형아를 따라 배우며

온 힘을 다해 참 열심히 자라고 있다.


가을들어 감기 앓는 날이 많아지니 엄마가 손으로 제 이마를 짚어볼 때가 많았다. 

어느날 잠자리에 누웠는데 연호가 내 옆에 와서 눕다말고 

내 이마를 짚어보고 내 얼굴과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내가 제게 그러듯이, 꼭 그렇게.


이 아이가 좀 어리광을 부리고, 

이제는 고집이 세져서 제 뜻대로 안된다고 울기도 하고, 

형아따라 이리 뛰고 저리 뛰며 개구진 장난을 심하게 치더라도

나는 더 안아줘야겠다.

여섯살 형아에게 하듯이 그렇게 무섭게 화내지 말고..

형보다 훨씬 일찍 엄마 품을 동생에게 내어주고 작은 형이 된 

아직 어리디 어린 나의 둘째 아기에게. 


 








9개월 연제. 첫번째 가을.

하얗고 예쁜 아랫니 두개. 


가을 시작될 때쯤 배밀이로 살살 긴다 싶더니 

어느새 온데 사방 못 기어가는 데가 없고 

붙잡고 세워주면 좋아서 펄쩍펄쩍 뛴다.

오늘은 빨랫대를 붙잡고 드디어 혼자서 일어섰다.


셋째는 얼마나 빨리 크는지.. 

이 아이 자라는 모습을 미처 내 마음에 다 담아두기도 전에 훌쩍 다 자라버릴 것 같아 무서울 정도다.

이렇게 예쁜데.. 갓난아기 이 모습도 금방 지나가겠구나.



얼마전부터 연제가 '음마, 음마' 하고 나를 부른다.

블로그를 처음 쓰던 무렵에 

연수가 꼭 지금 연제만 했던 시절에 나를 보고 '음마, 음마' 하는 그 소리가 좋아서 

육아일기 쓰는 카테고리의 제목을 'umma(음마), 자란다'로 지었었다.

음마, 음마 하는 아기 연수도 자라고, 엄마인 나도 아이키우며 자라는 이야기를 써야지.. 했었다.


그 사이.. 아이들은 참 많이 자랐다.

하나였던 아이가 셋이 되었고, 걸음마도 못 하던 아기 연수는 어느새 저렇게나 잘 웃고 잘 뛰는 큰 형아가 되었다. 

나는, 엄마 전욱은 많이 자랐을까.


아이가 셋이라 정신없다고, 그저 하루하루 밥하고 치우며 사는 것만 해도 바쁘다고 

어느틈엔가 좀 게을러져 있었던 것 같다.

손은 더 빨리 움직이고, 몸도 더 바쁘게 움직여서 

세끼 밥도 차려내고, 설겆이며 청소, 빨래도 어찌어찌 해내며 살고있기는 하지만 

그래서 힘들다고, 어쩔 수 없다고 핑계대며

아이들 키우며 함께 '자라는' 일에는 게을러졌던 것 같다.


그러다보니 마음은 점점 팍팍해지고, 그저 매일매일의 삶을 어찌어찌 살아낸 것만으로도 다행이다.. 하며 

실은 좀 대충대충 넘어가고, 조금이라도 몸이 편안한 쪽으로 안주하기도 했다.



아이를 키우는 일은 한 인간의 온전한 성장 과정을 다 함께 겪는 일이어서

몸과 마음의 건강한 성장을 두고 공부하고 성찰하고 실천할 일이 정말로 많은 것 같다.

그건 일하는 엄마든, 나같은 전업맘이든 똑같아서 누구라고 더 많이 하고 누구라고 적게 해도 되는 그런 일이 아니다.

한 생명을 세상에 내어놓고,

그 생명이 자라는 과정을 함께 지켜보고 겪어가는 사람으로써  

보살피고 지키고 격려하는 일을 맡은 사람으로써 

알아야할 것들을 배우고 실천하려고 노력하면서 함께 성장해야한다.


그저 손만 빨라지고, 눈매는 날로 매서워지는 엄마가 되고 싶지는 않다.

몸만 바쁘고 마음은 불행한 엄마이고 싶지도 않다.

아이가 많아도 한 명 한 명, 그 시절에 맞는 정성어린 보살핌을 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어린 연제를 조금 더 세심하게, 조심스럽게 보살피고

연호를 더 많이 안아주고 연호 수준에 맞는 놀이를 더 많이 같이 해주고

연수 얘기를 더 귀기울여 들어주고 개구진 장난들을 더 너그럽게 대해줄 수 있었으면.. 


아이들의 건강을 어떻게 보살피면 좋을지, 

아이들을 어떻게 키우면 좋을지 

무엇을 가르치고, 무엇을 가르치지 말아야할지 

더 잘 알고, 중심을 잡고, 든든하고 차분하게 실천하며 살 수 있었으면. 


아니 아니, 그 모든 것을 다 하진 못하더라도 

그저 아이들에게 화를 덜 내고 

더 많이 웃어주고 사랑한다 말해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나도 조금 더 행복하게 육아를 하고,  

아이들도 행복하게 자랐으면 좋겠다. 


세 아이를 키우는 동안 내 품도 그만큼 넓어지고 깊어졌노라고 

나중에 돌아보았을 때

'너무 힘든 시절이었어'하는 푸념과 원망만 남는게 아니라 

'참 좋은 시간이었어, 많이 자랐어..'하고 고마워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함께 자라는 행복

그 행복을 찾아 

서른여섯 엄마도 조금 더 힘을 내야지, 자라려고 노력해야지..

마음먹어 보는 가을이다. 








+ 얼마전에 가을여행을 함께 갔던 기동선배와 발랄 부부가 아이들과 우리 가족 사진을 이렇게 예쁘게 찍어주었다.

정말 고맙습니다. ^^ 우리 같이 좋은 친구하면서, 오래오래 함께 아이들 키우고 같이 지내요.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