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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7.15 달콤한 육아, 서형숙의 <엄마학교> 14
책/육아도움책2009. 7. 15. 11:25


장마비가 어떤 때는 세차게 어떤 때는 부슬부슬... 하루종일 쉼없이 내렸습니다.
이런 날은 똑순이랑 둘이 아파트 마당에도 못 나가고 작은 집안에서 뱅글뱅글 돌며 놉니다.
습도도 높고, 날도 더운데 잠시도 쉬지않고 열심히 움직이니
똑순이 작은 몸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온통 땀투성이입니다.

옷을 두 번이나 갈아입고,
오후엔 한바탕 시원하게 목욕도 했지만 금세 또 땀으로 다 젖었습니다.
저 작은 몸 어디서 그렇게 많은 에너지가 뿜어나오는지... 나이든 엄마가 따라가기 벅찹니다.

집안에서만 노니 답답할 법도 한데 엄마만 옆에 있으면 똑순이는 오케이인가 봅니다.
같은 책을 여러번 읽어도 좋은지 계속 읽어달라 하고, 엄마가 기타를 치면 저도 퉁퉁 두드리고 줄도 튕겨보고
욕실, 부엌, 베란다.. 어디든 졸졸 따라다니고, 때론 앞장서서 끌고 다니며
비오는 하루를 지겹지도 않게 꽉 채워 놀았습니다.

그렇게 오늘치 에너지를 다 쓴 뒤에는 저녁먹고 엄마옆에 누워 뒹굴거리다가
종당에는 강아지처럼 엄마 여기저기를 물어뜯기도 하고 낑낑거리다 스르르 잠에 빠져들었습니다. 
세상을 만난지 13개월하고 열흘째의 하루가 저문 것입니다.

자고있는 아이는 뽀송뽀송합니다.
온 집안이 눅눅한 장마철, 똑순이는 지금 우리집에서 유일하게 뽀송뽀송한 존재입니다. 
잠들기 전에 옆에 누워 '아', '호', '푸' 같은 소리를 내보느라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작은 입을 고물거리는 아이를 보고 있자니
내가 낳았지만 볼수록 참 신기한 것이, 
생활과 삶에 대한 크고 작은 고민들, 몸의 고단함은 잠시 다 잊고 '이 녀석 참 이쁘구나'하는 생각만 머리속에 떠올랐습니다.     
 


엄마 학교 - 10점
서형숙 지음/큰솔


<엄마학교>의 책소개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밥 짓는 법을 배우는 것처럼 엄마 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엄마 되는 법을 몸에 익히면 아이 기르기가 수월해진다.
아이를 보는 눈이 달라져서 아이랑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진다... 엄마도 행복하고, 아이도 행복해지는 방법을 함께 찾아보자.'

엄마라는 것은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 갑작스레 나에게 '주어진' 이름이자 역할같았습니다.
임신기간 동안 나름대로 태교라는 것도 하고, 출산준비도 이것저것 한 것같은데
막상 아이가 태어나고 난 뒤에는 모든 것이 처음해보는 일, 낯설고 힘든 순간의 연속이어서
감정 또한 당황스러움과 버거움으로 쉽게 지치곤 했습니다.

아이는 너무 예쁘고 소중했지만, 초보엄마에게 육아는 참 어렵고 막막한 일이었던 것입니다.
특히 아이들의 행동과 마음을 이해하고, 보듬고,
맺힌 것은 풀어주고 막힌 것은 터트려 마음껏 발산되게 하는 일 같은 것은 정말 너무 어려워서
아기가 울면 엄마도 같이 울고싶어 지는것말고 달리 어떻게 해야할지 잘 모를 때가 많았습니다.

<엄마학교>는 새댁이 가입해있는 생협의 소식지에서 같은 이름의 강좌가 열린다는 안내글을 몇번 보고 뭘까 궁금해하던 차에
미탄님이 블로그 댓글로 '이미 읽어봤겠지만 <엄마학교>에 보면 이런 귀절이 있지요..'라며 알려주신 덕분에 구해서 읽게된 책입니다.
 
이 책을 읽으며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은 어느 부모나 같겠지만
그 마음을 제대로 아이에게 전하는 법은 배우면 배울수록 나아지는 것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게 저자가 말하는 '엄마되는 법'인듯 하고요.

'아이가 필요로 하는 순간엔 하던 일도 멈춘다'
첫 장의 첫 단원 제목이 새댁의 마음을 콕 찔렀습니다.
아이가 왠지 내게 자꾸 매달린다 싶던 때, 매달림이 곧 칭얼거림으로 바뀌어서 아이도 저도 무척 힘들어지던 순간들을 곰곰히 돌아보니
그 때 내가 하고있던 일을 일단 계속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아이가 뭘 하고싶은지, 아이에게 어떤걸 해줄수 있을지 살펴보지 않고 무조건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하고 있었다는걸 알았어요.

아이가 나를 필요로 하는 순간, 내가 사랑하고 보살피고 보호하고 있는 작은 존재가 나를 찾는 순간.
우선 우주에서 제일 중요한 일처럼 그 아이와의 소통에 주의를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고있던 설겆이, 빨래, 요리를 일단 멈추고 아이와 눈을 맞추고 뭘 원하는 것인지 주의깊게 듣는 것,
그리고 그에 대한 대책을 취한 뒤 다시 일손을 잡는 것.

어찌보면 참 쉬운 일같지만 엄마랑 종일 같이 놀고싶은 아이와, 집안일은 늘 밀려있는 새댁에게 
'아이의 요구에 대한 집중과 소통, 그리고 대책을 최우선으로 놓고 살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건성으로 하는 대꾸나 짜증섞인 야단이 아니라 진지한 관심을 전제로 한 대화...
노력하고 있지만 어려울 때가 더 많습니다.

무엇보다 이것은 아이의 마음이 중요한 것이어서
엄마가 자기를 정말로 귀한 존재로 생각하고 존중하고 있다고 느끼느냐,
그래서 이 어린 것이 안심하고, 행복하고 평화롭게 즐거운 마음으로 자라고 있는가.. 하는 것은
아이밖에 모르는 일일 것도 같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가 함께 있는 순간에 더 서로에게 집중하고, 공감하려고 애쓰는 것이 서로를 더 행복하게 해주는 것만은 틀림없습니다. 
새댁도 똑순이도 같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순간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엄마학교>는 이런 마음자세를 바탕으로 아이와 함께 지내온 한 엄마의 20년정도의 생활 이야기가 들어있어
초보엄마 새댁에게는 참 유용한 책이었습니다.
유아기보다는 청소년기 이야기가 더 많아 똑순이가 큰 뒤에 다시 읽어보면 또 새롭게 다가오는 부분도 많을 것 같구요.
사교육 없이, 그리고 공동육아나 대안학교같은 대안적 틀이 아닌 공교육 속에서도 
아이를 꿈과 실천력을 모두 가진 사람으로 키워낸 이야기가 부럽기도 하고, 생각할 거리도 많이 던져주었습니다.

다정한 엄마되기, 영리한 엄마되기, 대범한 엄마되기, 행복한 엄마되기.. 
모두 4장으로 구성된 책을 쭉 읽는 동안 육아전문가의 책과는 또다른 구체적인 '실전육아 20년'을 짧게 응축해서 전해주는
선배엄마의 따뜻하고 구체적인 조언들이 새댁의 마음을 든든하게 해주었습니다.
대략은.. 이런 마음으로 아이랑 함께 자라가면 되겠구나.. 감을 잡을 수 있었달까요.

매일매일 부딪히는 현실은 책보다 훨씬 힘이 세고, 어려운 문제를 던지지만
그래도 읽기전보다는 마음이 한결 단단해졌습니다. 
아이야, 너를 사랑한다.. 이 마음 하나만 네게 제대로 전해줄 수있다면
우린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따뜻한 사람들로 함께 자랄 수 있을꺼야.

끝으로.. 이 책은 제목과 달리 '아빠'들도 꼭 읽어야하는 책이란걸 재삼!!! 강조하고 싶습니다. ^--------------^
엄마만 알고있기엔 넘 아까운, 아빠들도 꼭 읽고 마음자세를 가다듬어야할 얘기들입니다. (응? 똑순아부지~? ^^)
그러고보니 이 책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은 아빠의 역할에 대한 서술이 넘 적다는 것입니다.
두 아이의 엄마인 저자의 경험을 돌아보고 정리한 책이다보니 그럴수밖에 없겠지요.
우리 사회가 아직도 '육아'는 대부분 엄마의 몫으로만 돌리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겠고요.  
그래서 '아빠학교' 혹은 엄마아빠의 육아경험을 모두 담은 '부모학교'가 아쉬워집니다. 
건강한 육아철학으로, 신명나고 진지하게 아이들을 '함께' 키워낸 엄마아빠가 사이좋게 같이 쓴.. 그런 육아도움책도 찾아서 읽어보고 싶습니다.  


   
  

+ 지난번 영광 여행때 히로미님이 찍어주신 똑순이 사진입니다.
영화 '기쿠지로의 여름'을 연상시키는 저 커다란 잎은 실은 '오동잎'이랍니다~^^ 
오동잎 양산을 쓰고 닭과 염소들을 구경했던 똑순이 생애 두번째 여름.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