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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12.27 75살과 105살 10



연수가 외사촌누나와 전화통화를 하며 자랑했다. 


'난 이제 다섯살된다~!'


전화를 끊은후 내가 말했다.


'연수가 다섯살 되면 예원이누나는 일곱살이 되겠네.'

'연수가 일곱살이 되면?'

'그럼 예원이 누나는 아홉살이지.'

'연수가 아홉살이 되면?'

'그럼 누나는 열한살.'

'연수가 열한살이 되면?'

'열세살'


.... (두 계단씩 계속 올라간다.ㅠㅠ 그 사이 연호는 집전화기를 맛있게 맛있게 빨았다.ㅜㅜㅜㅜ) 


'연수가 마흔 다섯살이 되면?'

'그럼 누나는 마흔 일곱살이지.'
 

말해놓고보니 그 나이가 참 까마득하다.
아직 나도 못 되어본 나이. 
내 아이가 그런 나이가 되는 날이 있을 것이다.


'와.. 연수가 마흔다섯살이 되다니.. 그럼 엄마는 몇살이지.. 헉. 칠십다섯살이잖아? --;;;'

'그럼 연수가 칠십다섯살이 되면 엄마는 몇살이야?'

'음... 그럼 엄마는.. 백다섯살? 아고... 그 때는 엄마는 없겠다. 어떻게 백다섯살까지 살겠어.' 

'안돼.. 아빠 회사가고나면 엄마가 나랑 놀아줘야지'


ㅎㅎㅎㅎ 


'연수야. 그때는 연수한테 친구가 많을꺼야.. 부인이랑 아이들도 있을껄.. 그 사람들이랑 놀면 되지..'

'안돼.. 엄마랑 놀아야돼.' 

'엄마랑 놀아야돼?'

'응. 엄마랑'


생각해봤다. 칠십다섯살이 된 연수가 백다섯살이 된 나와 함께 노는 장면을.


'그래. 엄마 그때까지 살께. 엄마가 백다섯살됐을때 연수가 엄마랑 놀아주면 엄마는 참 좋지.'

'근데 뭐하고 놀지?'

'글쎄... 그림책도 보고 폴리 놀이도 하고 그러지 뭐'

'그럼 폴리, 헬리가 두 개씩 있어야겠다. 엄마꺼도 있어야지!' 

'그...럴까?'

'응! 오늘 엄마 헬리 사러가자!'

'으응...? 오늘은 저녁이 다됐는데 어떻게 가.. 그리고 백다섯살까지는 아직 엄청 많이 남았으니까 천천히 사도 돼..'

'아냐. 오늘 있어야해! 오늘 사러가자!!'



백다섯살된 엄마와 칠십다섯살된 아들이 폴리, 헬리 장난감을 가지고 다정하게 노는 장면을 그려보았다.
재미있을 것도 같다. 그때는 내가 더 애기처럼 되어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연수에게 폴리놀이 해달라고 조르면 어쩌지.

문득 오늘 아이와 더 많이, 더 성심껏 놀아주지 않은게 후회되었다. 
지금, 더 많이 놀아줄께. 
언제나 엄마와 더 놀아주고 싶어하는 연수.. 고마워.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