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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3.24 더 놀아주지 못해 미안해! 16
umma! 자란다2009. 3. 24. 21:23


태어난지 295일쯤에 접어든 똑순이,
의사표현이 굉장히 분명해졌습니다.

주로 '놀아달라'는 표현을 열심히 합니다.

아직 할 수있는건 별로 없지만, 엄마가 책을 읽어주면 좋아하며 듣고, 헤헤 웃기도 하고 책장을 제가 넘기기도 합니다.

여기저기 손짓하며 데려다달라 하고, 장난감들 들고 짝짜꿍 하고, 이것저것 손에 집히는데로 만지고 빨며 탐구하고... 

노는 재미에 점점 푹 빠져가고 있습니다. 

그런 똑순이에게는 엄마아빠가 제일 좋은 친구인데.. 아, 이 친구들이 넘 바쁜 것입니다. ㅠ


새댁이 부엌에서 일을 하고 있으면
똑순이는 거실에 앉아 연신 "음~~무~~" 하고 엄마를 부릅니다.
새댁, 손으로는 하던 일을 계속하며 똑순이를 쳐다보고
"응응!! 똑순아, 엄마 금방 요거만 다하고 갈께~" 하고 얘기하면
잠깐 수긍하는가 싶지만
이내 몇 걸음 기어와 앉아서는 (거실과 부엌의 중간쯤으로) 양팔을 활짝 펴고 엉덩이를 치켜 올린, 반쯤 일어선 자세로 잉잉 웁니다.
'일하지 말고 이리 와서 나랑 놀아줘~' 란 뜻입니다.

"그래그래, 미안미안.. 엄마 이제 다했어, 조금만 기다려줘~~"
열심히 말해보지만 더이상 기다릴 수 없는 똑순이,
씽크대까지 기어와 엄마 다리를 붙잡고 일어서서
안기려고 애씁니다. 
자기를 안고 얼른 놀러가자는 것이죠.

에효...
조그만 요녀석 하나 돌보고, 단촐한 세 식구 살림인데도
왜이리 할 일이 많은지..
요즘은 거의 하루종일 똑순이랑 실랑이 합니다.

응응, 엄마 빨래만 하고,
응응, 엄마 설겆이 금방 할께,
그래그래, 엄마가 밥해야 똑순이랑 아빠랑 엄마랑 냠냠 먹지~~~

매일 어른의 세끼 식사, 똑순이의 세끼 이유식과 두 끼 간식을 만들고, 먹고, 치우다보면 하루가 금방 끝나있습니다. 
그 짬짬이 하루 1~2번쯤 세탁기에 빨래를 돌리고, 널고, 개고.. 
하루나 이틀에 한번하는 똑순이 목욕, 양치 두번,
2~3일에 한번쯤 하는 방바닥 걸레질과 일주일에 한번쯤 몰아서 하는 다림질, 욕실청소..

써놓고 보니 그렇게 많지도 않은것 같은데..
막상 하려고들면 왜 그리 많고 바쁜지- 휴---ㅠ


제 책과 장난감들을 꺼내놓고 아까부터 엄마를 부르는 똑순이에게 "금방 갈께~"만 연신 외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에
오늘은 문득 참 미안했습니다.
더 많이 놀아주지 못해서 미안해..
모두 다 똑순이와 우리 식구들의 생활을 위해 꼭 해야할 일들이지만, 
때로는 무엇보다 똑순이의 요청을 제일 먼저 들어줘야겠다고 마음먹어 봅니다.

에고...
하지만 내일도 똑순이는 여러번 엄마를 애타게 부를 것 같네요. 
단촐하게 셋이, 그나마 낮에는 늘 엄마랑 둘이 지내는 도시 갓난아이의 심심한 하루가 애달픕니다.      

이 얘길 친구에게 했더니
옛날 어머니들은 아기들 허리에 툇마루 길이만한 끈을 묶어 문고리에 묶어두고 밭일하러 가셨었다며
"우린 모두 그렇게 (툇마루를 기어다니며) 혼자 컸어~ 그러니 넘 자책마~" 합니다.
^^;
그러게요.. 툇마루에서 혼자 햇빛하고 놀며 자란 갓난아이들이 어느새 벌써 엄마가 되었습니다.

내일은 날이 따뜻해서 똑순이업고 아파트 마당에 내려가
엄마는 음식물쓰레기 좀 버리고,
똑순이는 바람이랑 햇빛이라도 만나고 올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