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상주'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9.01.22 墨畵 10
2009. 1. 22. 11:07


墨畵(묵화)

김종삼


물 먹는 소 목덜미에
할머니 손이 얹혀졌다.
이 하루도 
함께 지났다고,
서로 발잔등이 부었다고,
서로 적막하다고,



엊그제 똑순이 병원다녀오는 길에 
허리가 많이 굽어진 할머니를 다른 할머니가 부축하고 걸어가는 모습을 두 번이나 보았습니다.
한쪽은 모녀지간인듯 했고 다른 한쪽은 친구이거나 형제같았습니다.
나이들면 서로 의지하고 보살피며 지낼 친구가 꼭 있어야겠구나.. 생각하며
할머니들의 모습이 먼 일같지 않아 마음 짠해하며 걸었습니다.

+
 
어제는 새댁이 허리가 많이 아팠습니다.
아침에 똑순이가 깨서 우는데 허리가 아파 자리에서 일어날 수가 없었어요.

똑순이가 낮에 졸려하면 업어재우다 보니
저녁이 되면 허리가 뻐근하게 많이 아픕니다.
요즘 불면증(몸은 너무 피곤한데 잠이 안와요ㅠ)도 살짝 생겨  밤새 엎치락뒤치락하다보니
어제 아침엔 허리를 못 일으켜세울만큼 녹초가 되어버렸어요.
결국 어제는 신랑이 연차를 쓰고 똑순이를 돌보며 집안일을 했습니다.

몸이 힘드니 마음이 무척 약해집니다.
아이가 울면 덩달아 눈물부터 나고, 아기 울음소리가 커지고 길어지면 마음이 걷잡을수 없이 헝클어집니다.
아.. 이 정도 상황에 내가 이러면 안되는데.. 생각하면서도 어느새 몸과 마음에 대한 통제력을 잃고 잠시 멍해집니다.
이런게 우울증인가.. 겁이 납니다.

지나치게 과민한 것 같기도 하고,
더 황폐해지기 전에 주위 사람들에게 엄살 떨어서 조언도 듣고, 기운차려야할 것 같기도 합니다.
휴... 
어느새 똑순이는 8개월을 열흘 앞두고 있습니다.
참 많이 왔고, 또 참 많이 가야합니다..

+

오늘자 신문에서
용산철거투쟁 현장에서 숨진 아버지의 빈소를 지키고 있는 어린 상주의 사진을 보았습니다.
80년 광주에서 아버지의 영정사진을 안고 있던 어린 소년의 사진이 오버랩되더군요....
아버지는 아마 저 아이와의 삶을 지키기위해 망루위에 섰을 것입니다.
살아야겠다는 처절한 목소리들이 공권력에 가차없이 짓밟히고,
가난한 삶이 너무 쉽게 부서지는 요즘같은 세상을
아이와 함께 살아가야한다는 것이 무섭게 느껴집니다.
아버지를 잃은 그 아이들의 마음에 앞으로 끝내 씻겨지지 않을 상처가 남으리란 사실이 더욱 무섭습니다.
무엇이 그 아이들을 지켜줄 수 있을까요...

마음 무거운 세밑입니다.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