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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1.13 잠약 엄마약 8
umma! 자란다2011. 1. 13. 00:24









연수가 많이 아팠다.
지난주 수요일부터 본격적으로 기침과 콧물 감기를 앓기 시작해서 꼬박 일주일을 앓았다.
아직도 이따금 기침을 하고 쿨쩍쿨쩍 콧물 소리도 나지만 그래도 많이 좋아졌다. 
일요일 저녁부터는 제 장난감들에도 다시 관심을 보이고, 평소처럼 펄쩍펄쩍 뛰어다니고 놀기도 했지만 여전히 밥도 잘 먹지 않고 잠도 오래 잤다.
어제부턴 밥도 제법 많이 먹고, 잠도 낮잠 1~2시간 밤잠 9~10시간의 평소 리듬으로 돌아왔다. 특히 아픈 동안에는 색이 진한 노란 오줌을 하루 2-3번밖에 안눴는데 오늘부터는 색깔없는 맑은 오줌을 자주 자주 눈다. 
휴... 이제는 그 심하던 감기가 거진 다 지나갔나... 가슴을 쓸어내리게 된다.

연수는 그동안 참 오래 아프지 않았다. 
감기 기운이 좀 있어도 하루이틀 콧물 흘리고 기침 좀 하다가 금방 다시 건강해지곤 했다. 
병원도, 약도 그래서 연수에게는 먼 일이었다. 그런 아이에게 늘 고마워하면서도 나도 모르게 '우리 연수는 튼튼하니까..'하고 슬쩍 방심했던 것일까..
지난해 연말에는 많이 바빴다. 
12월만 해도 생각해보면 장거리 여행을 하지 않은 주말이 거의 한주도 없었다. 
춘천으로 시댁어른 문병도 다녀왔고, 친정 사촌동생의 결혼식에 가느라 강릉 친정집에도 내려갔다가 한주 쉬고 그다음 주말에는 서울로 돌아왔다. 신정 연휴에는 기차를 타고 시댁 친지들을 만나러 구미에도 다녀왔다. 
12월에는 마침 이사도 결정해야해서 주말에 지방에 다녀오는 길마다 멀리 있는 새집에 들러 집안팎을 둘러보기도 했다.
임신 5개월로 접어든 내게도 쉬운 일정은 아니었지만 이제 막 네살이 된, 31개월 연수에게는 체력이 떨어질만한 힘든 일정이었던 모양이다. 오고가는 일 자체보다는 낮잠같은 일상의 패턴이 자주 깨지고, 먹는 것도 오락가락하고.. 그런 것들이 어린 몸에 무리가 되었겠지... 

처음 몸이 좀 이상한 것 같았던 지난 주 화요일, 오전에 동네에 내려가 장도 보고 놀이터에서도 잠깐 놀고 들어올 때까지만 해도 연수는 씩씩해보였다. 그런데 그 날 점심을 먹는둥 마는둥 하며 너무 졸려하길래 안방에 데려가 눕히자 마자 혼자 잠이 들었다.  이불덮고 누워 옛날 얘기도 두어편 듣고 엄마 겨드랑이를 몇번씩 조물락거려도 쉽게 들지 않던 낮잠을 혼자 눈 몇번 껌뻑껌뻑하더니 스스르 잠들어버리는 아이를 보고 '얘가 많이 피곤하구나...' 생각은 했지만 이토록 많이 아플거라고는 짐작도 못했다. 

수요일부터 콧물기침이 시작된 연수는 거의 하루종일 잤다. 
다행히 목요일에는 조금 덜해진듯이 보였는데 그날에는 내가 아팠다. 아침밥을 지으려고 싱크대앞에 나가 서자 갑자기 머리가 어지럽더니 속이 미슥거렸다. 입덧을 다시 하나.. 싶었는데, 배가 아프고 구토감이 들더니 그만 온 몸에 힘이 빠지며 으실으실 떨려왔다. 몸살이었다.
아침밥을 겨우 차려놓고 들어와 누우면서 마침 전날 과음하고 들어와 늦잠을 자고 있던 신랑을 깨웠다. 
"나.. 너무 아프니 당신이 잠깐만 연수 좀 봐..." 하고 누워서 들으니 남편은 거실에서 연수에게 죽을 먹인다, 회사에 전화해 월차를 낸다 하며 분주했다. 
오전에 잠시 쉬고 내가 조금 기운을 차려서 점심을 먹으려고 일어났더니 남편은 "다행이네... 근데 이제는 내가 아프다"하면서 나와 교대를 하고 가서 누웠다. 오후에는 남편까지 몸살을 심하게 앓았다.  
다행히 조금 놀던 연수도 이내 졸려해서 세 식구가 이른 점심을 먹고는 모두 드러누워 끙끙 앓으며 오후 내내 오래오래 잤다.

내가 아프면 온식구 먹을 일이 제일 걱정이다. 부모님들이 모두 지방에 계신 우리는 아프다고 쉽게 기댈 수 있는 곳이 없다.
그런데 뜻밖에 구원의 손길이 뻗어왔다. 목요일 오전에 이웃의 쌍둥이 언니가 마침 인터폰으로 연락을 해왔던 것이다.
며칠전 동네에서 만났을때 '같이 마트 한번 가자'고 약속했던 것을 오늘 갈까하고 묻는 연락이었다. 연수도 나도 아프다고 했더니 언니는 꽁꽁 얼린 사골국물과 조기, 빵과 피자를 싸가지고 찾아왔다. 
아픈 몸으로 밥해먹기 힘들것 같아 집에 있는것 좀 싸왔다는 언니 얘기에 콧날이 시큰했다. 이렇게 살가운 이웃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저녁에 일어나 뜨끈한 사골국물에 밥을 말아먹으며 우리 세식구가 큰 고비를 넘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틀동안 밥을 먹는둥 마는둥 하던 연수도 사골국물에 말은 밥은 제법 먹었다.
다행히 남편과 나는 하루 앓고 일어났다. 다음날 남편은 출근을 했고, 나는 힘을 내서 연수 죽을 쑤고 아픈 아이를 돌봤다.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르게 금요일, 토요일.. 주말이 흘러갔다.











아픈 동안 연수는 참 많이 잤다.
마치 잠을 못자 아프기라도 한 아이처럼 거의 하루 종일 잔 날도 있고, 깨어있는 동안에도 최소한의 물과 음식만 먹고 엄마에게 그림책을 읽어달라고 졸라서 몇 권 듣고 나면 또 졸려했다. 
"엄마, 자자.." 
지난 일주일동안 그전에는 잘 들을 수 없던 저 말을 연수에게서 참 많이 들었다.

연수가 앓는 동안 나는 졸려하는 아이를 재워주는 것 말고 다른 조치는 거의 하지 않았다. 
평소보다 집안의 습도를 좀 더 높히고, 물 종류를 계속 먹게 하려고 애쓰고 손발을 많이 주물러줬을 뿐 병원이나 약은 찾지 않았다.  
연수의 기침은 제법 심했고 콧물도 많이 났다. 열은 높지 않았지만 바이러스와 싸우느라 힘든 기색이 역력했다.
기운없는 아이를 싸안고 추운날 병원까지 다녀오며 가뜩이나 없는 힘을 더 빼놓고 싶지 않았다.
잘 쉬고 충분히 앓고 나면 털고 일어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기침이나 콧물은 몸이 스스로 나쁜 것을 몸 밖으로 내보내는 과정이니 방해하지 말아야한다... 열도 나쁜 병균과 싸우느라 생기는 것이니 40도가 넘는 고열이 아닌 이상 일부러 떨어뜨리려고 애쓰지 말자.... 생각하면서도 불쑥불쑥 불안해하고 약물에 의존하고 싶어하는 나를 진정시키는 것이 힘들었다. 
  
고맙게도 연수는 감기와 싸우는 길고 힘든 시간을 오롯이 제 힘만으로 견뎌냈다.
어찌보면 아픔에 순응하는 것처럼도 보였다. 계속해서 졸려했고, 오래오래 잤다. 죽이나 미음을 조금씩 먹고 물과 우유로 목을 축여가며 제 몸안에 들어와 저를 쉬라고 하는 병의 요청을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늘 분주하고, 한시도 몸을 가만 두지 않고 부지런히 뛰어다니며 놀던 네살배기의 몸이 그토록 오래 조용히 쉬는 것을 나는 처음 보았다. 
끊이지 않는 기침과 콧물만이 아이의 몸이 긴 시간동안 계속해서 싸우고 있음을, 제 몸안에 고인 나쁜 것들을 밖으로 끝없이 내보내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 같았다. 거기에만 집중하느라고 다른 활동들은 일체 접어야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흘을 그렇게 쉬던 연수는 일요일부터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콧물기침도 조금은 덜해졌고 웃고 떠들고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아픈 아이에게는 잠이 약이구나.... 이번 감기를 겪으며 처음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또 한가지 약이 있다면 엄마일 것이다. 
예전에 모유수유를 할때는 내 몸에서 아이를 키우는 밥이 나온다는 사실이 참 신기했는데, 이번에 아프면서는 내 몸이 아이의 약이 되기도 한다는 사실을 새롭게 깨달았다.
아픈 동안 연수는 나와 한시도 떨어지려 하지 않았다. 
한 시라도 제 몸이 엄마와 닿아있지 않으면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는 듯이 엄마에게 매달렸다. 
그토록 오래 자는 동안에도 수시로 내가 제 옆에 있는지 확인했다. 내 팔을 베고 누워야만 잠이 들었고, 자다가도 자주 손을 더듬어 엄마 겨드랑이를 만지고 다시 잠이 들었다. 덕분에 나도 참 오래오래 누워있었다. 팔에는 쥐가 났다 풀렸다 하고 나중에는 허리도 아프고, 잠도 안오고 일어나고 싶어 고역이었다. 
기운이 없어 다른 놀이를 할 수 없는 연수는 꺠어있는 동안에는 내내 책을 찾았다. 엄마와 살을 딱 붙이고 앉아 그림책을 수도없이 듣고 또 보았다. 책이 딱히 재미있어서 그렇다기 보다는 엄마를 제 옆에 앉혀놓고, 엄마 목소리를 계속 들으며 쉬고 싶어 그러는 것 같았다. 주말에 잠깐씩 나와 교대로 책을 읽어주던 남편은 나중에는 연수가 또 책을 잡으려고하면 겁부터 냈다. 책 읽어주는 일도 이게 참 쉽지 않은 것이다.

아픈 아이를 돌보는 일중에 음식을 준비하고 병원을 데리고 다니거나 하는 다른 일들도 엄마를 힘들게 하겠지만, 제일로 힘든 것은 끝없이 엄마를 찾는 아이 옆에 계속 붙어있는 일이 아닐까. 
몸보다 마음이 먼저 지치다가도 그러나 지금은 내가 이 아이의 약... 그 옆에 붙어있어 주는 것밖에 달리 방법이 없다고 마음을 추스러야 했다. 
하지만 순간순간 내 몸이 힘들면 나도 모르게 화를 내고 짜증도 냈다. 
어느 아침, 너무 오래 누워자서 더는 눕기가 싫었던지 엄마가 소파에 앉은채로 저도 세워안고 재워달라고 떼를 쓰는 연수에게 그만 화가 나서 "엄마도 힘들어 더는 못 하겠다"고 왈칵 화를 내고 혼자 방에 들어와 누워버렸다. 엄마도 고단해서 눕고 싶은데 앉아 자고싶은 제 뜻만 따르라고 요구하는 철없는 어린 아들이 어찌나 밉고 야속하던지.. 나도 아직 철이 없다.  다행히 그 날은 남편이 집에 있어 우는 연수를 달래고 만화영화 한편을 틀어놓고 나를 잠시 쉬게 해주었다.   
 









연수가 앓는 동안 시간도 없고 굳이 알려서 걱정하시게 하지 말자는 생각에 나는 어머니들께 전화를 하지 않았다.
멀리 떨어져서 얼굴도 못 보고 소식만 듣는 할아버지 할머니들로서는 걱정도 더 많이 하시고, 특히 병원에 얼른 가서 주사나 약을 먹어 얼른 병을 떨구라고 재촉하실 게 분명했다. 
친정엄마는 자주 전화하던 내게서 전화가 없자 토요일에 집으로 전화를 하셔서는 사위와 통화를 하고 병원에 어서 가보라고 신신당부를 하셨다. 꼭 그때문은 아니지만 우리는 일요일 오전에 가까운 소아과병원이 마침 진료를 하기에 연수를 유모차에 태워 잠깐 다녀왔다. 5일째 계속되는 기침이 혹시 폐렴이 되진 않을까... 기침소리나 연수 컨디션을 봐서는 기우일것 같은 걱정이었지만 전문가인 의사의 진단을 한번 받아보면 더 안심이 될 것 같았다. 마침 연수도 제법 기운을 차렸으니 따뜻하게 입혀서 바깥 공기를 한번 쐬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진찰결과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것이었다. 감기약 처방전을 받았지만 약을 짓진 않았다. 안심하고 돌아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하고 고마웠다.
친정엄마는 약을 짓지 않았다고 또 걱정을 하셨다. 연수처럼 잘 안아픈(그래서 약도 거의 안먹어본) 아이는 약 한두봉지만 먹으면 뚝딱 나을텐데 괜한 고집으로 아이를 오래 힘들게 한다며 나와 외손주를 딱해하셨다.     
엄마의 꾸지람과 걱정을 들으면서도 나는 "제 힘으로 나아야 다시 감기에 잘 안걸리고, 면역력도 강해진다. 약을 먹으면 병이 더 오래가고 자주 걸린다"고만 대답했다. 

실제로 나는 연수가 10개월쯤 됐을때 연수를 아주 오래 앓게 한 적이 있었다. 
보통 아이들은 타고난 면역력으로 생후 6개월까지는 거의 아프지 않는다. 그 이후에 면역력이 떨어지면서 감기나 이런저런 바이러스성 질환들을 앓기 시작한다는데 연수도 그랬다. 10개월쯤에 시작된 감기는 콧물, 기침, 열을 번갈아가며 근 두세달을 계속 됐다. 중간에 조금 나아지면 일주일 정도 병원과 약을 쉬다가, 다시 조금 쿨쩍거리면 소아과를 찾았다. 이틀에 한번씩 병원에 다니는 동안 우리집에는 항생제와 물약먹는 작은 약병이 수도없이 쌓여갔다. 
그렇게 두 달쯤 지나 돌잔치까지 하고나서 이제는 한의원에 한번 가보자 하며 처녀적에 내가 다니던 한의원을 찾았다. 선생님은 한약 감기약을 먹여보라 하시고는, 계속해서 낫지 않으면 알레르기나 비염, 천식을 생각해봐야할 것 같다고 하셨다. 
그때서야 나는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건가'하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 어린 아이에게 병원약을 두달 넘도록 계속 해서 먹이면서도 아무 두려움이나 경각심이 없었던 내가 무섭게 느껴졌다. 
몸안의 좋은 균까지도 모두 죽이는 항생제와 병원약에 내성이 생겨 자꾸만 강해지는 바이러스 같은 얘기들이 그제사 내 일로 느껴졌다.    

한약 감기약을 먹은후에도 연수의 증상이 완전히 좋아지진 않았지만 나는 그때부터 병원도, 약도 끊었다.
자연히 두니 질질 끌었던 그 긴 감기도 자연히 흐지부지 사라졌다. 여름과 함께 걸음마도 시작해서 매일같이 밖에 나가 신나게 놀기바쁜 연수는 더이상 아프지 않았다.  
그때부터 나는 '예방접종 어떻게 믿습니까' 같은 책과 '병원에 의지하지 않고 건강한 아이 키우기'같은 책들을 찾아 읽기 시작했고, 조금만 걱정되면 들춰보던 '삐뽀삐뽀 소아과'와 같은 책에서도 내가 보고싶은 부분들만 확대해서 보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불안과 두려움속에 무조건 병원과 약에만 의지하던 자세에서 벗어나 아이 몸의 자연치유력을 믿고, 면역력을 키워주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그 후로도 한두번 연수가 감기에 걸린 적은 있었지만 보통 이삼일 앓고 나면 금새 툭툭 털고 일어났다. 그래서 근 1년 반동안 병원을 찾아보질 않았다. 

일주일이나 앓으면서 나는 마음을 굳게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한동안 '우리 연수는 튼튼해서 여간해선 안 아프다'고 은근히 자랑스러워도 하고, 아이의 건강을 자신하기도 했던 내 마음에 이번 일은 크게 경종을 울렸다. 
아이가 자라는 동안 앞으로는 더 많이 아픈 날도 있을 것이다. 
클수록 집밖에서 보내는 시간도 많아질테니 새롭고 강한 바이러스들과 맞닦뜨리는 기회도 잦아질 것이다.
그때는 어떻게 이 아이 곁을 지켜주어야 할까. 어떤 조치들이 필요할까.

'안전한 예방접종을 위한 모임'이란 사이트는 이번에 회원가입을 해서 좀더 자세히 살펴보았는데, 항생제와 양약에 의존하지 않는 자연의학 치료법들이 여럿 소개되어 있었다. 부모들이 함께 공부하고, 공유하는 이야기들도 도움이 많이 되었다. 
이번에는 제일 쉬운 '각탕'만 남편과 내가 해보았는데 기분도 개운하고, 내 불면증도 덜해져서 앞으로 자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풍욕과 냉온욕 같은 것은 살짝 번거롭기도 하고, 찬물이 무섭기도 해서 좋다는건 알면서도 잘 안해왔는데 이것도 조금씩 시도해봐야겠다. 평화가 태어나기 전부터 익혀서 두 아이의 엄마가 되면 좀더 능숙하게 아이들의 건강을 살펴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으랴. 
겨자찜질이나 겨자탕같은 방법들도 기침 감기에 좋다고하는데 이번에는 연수에게 해주질 못했다. 다음에는 미리 준비를 해두었다가 약보고 대신 싸우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 몸의 힘을 북돋워서 병을 잘 이겨낼 수 있게, 그래서 병을 앓고난 후에는 몸은 비록 지쳤지만 저 깊은 곳에는 더 든든한 기억과 면역력이 남겨지도록 도와줘야지... 


+


새해의 첫날들이 감기와 함께 정신없이 지나갔다. 
네 살을 시작하며 연수는 혹독한 신고식을 치룬 셈이다. 
제 몸안에서 치열한 전투를 치루는 동안 연수는 아마 많은 것을 배우고 얻었을 것이다. 엄마와 아빠도 함께 그 과정을 겪으며 나름의 배움을 얻었다. 틈틈이 찾아보고 미리 공부해야할 더많은 숙제도 얻었지만. ^^
새해 첫 날들의 이 배움이 우리의 한 해를 더 단단하고 따뜻한 것으로 만들어주기를.. 
 
그 와중에도 집주인이 연말에 전세를 내놓은 우리집을 보러 끝임없이 사람들이 찾아왔다.
눈오고 추운 날에도 어김없이 하루 한 두사람은 꼭 집을 보고가는 것을 보면서 말로만듣던 전세대란이 실감났다.
나까지 앓고 있을때는 집안이 정말 폭탄맞은 것처럼 어지러웠는데 미처 치울 새도 없이 집보러온 사람들을 맞을수밖에 없어 부끄럽고 힘들었다.
연수가 한창 아프던 금요일 저녁에 드디어 새로 들어올 사람이 집주인과 계약을 했고, 이사 날짜도 결정되었다. 2월 27일.
우리는 새봄을 새로운 집에서 맞게 되었다.
우리의 신혼집이자 연수가 태어나 처음 자란 집을 떠나게 되는 섭섭함과 애틋함, 새로운 곳에서의 생활에 대한 설레임과 기대... 같은 것들은 미처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연수가 아픈 것이 얼른 낫기만을 바라고, 굳이 이사에 대해 생각하자면 이사갈 집이 새집이라 행여 가족들의 건강이 더 위험해지진 않을까... 하는 걱정이 먼저 들었다. 

오늘 연수는 많이 씩씩했다. 엄마와 동네에 장보러 내려갔다 오기도 했다. 
추웠지만 바깥 공기는 맑고 상쾌했다.  
저녁에는 아픈 후의 아이라는 것을 깜빡하고 엄마가 저녁밥을 너무 많이 먹이는 바람에 자기 전에 기침도 심해지고, 먹은 것을 조금 토하기도 했다. 조심 또 조심... 잘 먹는다고 너무 많이 먹이지 말아야지... 좋아한다고 너무 덥썩덥썩 다 먹이지 말아야지.... 또 가슴을 쓸어내렸다.
일찍부터 곤히 자는 연수야, 내일은 우리 조금 더 씩씩해지자.
그래서 다시 네 몸이 긴 휴식을 청할 때까지 우리 더 신나게 재미있게 많이 놀자.
사랑한다, 연수야.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