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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8.17 아빠가 있는 시간 12
umma! 자란다2009. 8. 17. 23:10








무척이나 뜨거워던 지난 주말, 새댁과 똑순이는 여름감기를 앓았습니다.
토요일 오후부터 열이 났던 똑순이는 다행히 그날밤까지만 열이 나다가 괜찮아졌습니다.
다른 증상은 없고, 잠시 열만 났다 가라앉았고 그후론 잘 놀고 컨디션도 괜찮지만
새댁이 계속 감기에 걸려있는 상태라 엄마한테 옮아 다시 아프면 어쩌나.. 걱정하고 있습니다.

새댁은 하루밤 춥게 자고나서 콧물을 훌쩍거렸었는데 지금은 콧물은 낫고
대신 목에 가래가 살짝 생겨 간질간질합니다. 가끔 터지는 기침이 괴롭고요..
새댁은 열은 나지 않는데.. 열까지 났으면 신종인플루엔자 검사를 받고왔을 것입니다.
그래도 아직 다 나은게 아닌지라.. 겁많은 새댁은 떨고있습니다.ㅠ

회사일이 바빠 주말 이틀 모두 출근을 했던 신랑은 오늘은 오전엔 집에 있다가 점심먹고 회사로 갔습니다.
오전에 제가 몸이 많이 힘들어서 '월차를 쓸 수없냐'고 했더니 '가기는 꼭 가야한다'며 좀 늦게 가겠다고 하더군요.
아침을 먹은후 신랑은 똑순이를 데리고 아파트 마당에 내려가서 한참을 놀고 왔습니다.
그 사이 저는 자리에 누워 쉬었고요.

똑순이없는 집에 혼자 누워있어본 것이 너무 오랫만이라 
아무 기척도 들리지않는 휴식이 어색했습니다.
그래도 아침 나절, 혼자 누워있는 이부자리는 참 아늑해서 아픈 몸과 고단했던 마음이 조금씩 풀려가는 것 같았습니다.
설풋 잠이 든것 같았는데 멀리 밖에서 아기 우는 소리에 퍼뜩 깨서 '우리 똑순인가' 걱정했는데 
나중에 물어보니 아니었어요..
 
잘 놀고 들어와서 엄마를 찾던 똑순이는 엄마 얼굴 몇번 부비고, 젖을 먹고는 금세 잠이 들었습니다.
새벽까지 일하고 들어와 고단하던 신랑도 자고, 두 사람이 자는 곁에 누워 아픈 새댁도 자고...
세 식구가 오랫만에 짧고 단 낮잠을 잤습니다.

일어나서 신랑은 밀린 설겆이를 해주고
새댁이 국수를 삶는 동안 똑순이를 데리고 욕실에 들어가 같이 물장구를 치며 목욕을 했습니다.
점심식사를 준비하는 제 등뒤로 똑순이의 까르륵 까르륵하는 웃음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아. 이제야 뭔가 제대로 되었다...!
모든 것이 있을 곳에 있고, 따뜻하고 행복한 기운이 우리를 감싸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뭔가 모르게 불안하고, 삭막했던 공기가 촉촉하고 밝고 포근하게 바뀌었습니다.
똑순이도 모처럼 아빠랑 노는 것이 좋은지 웃음소리가 커지고, 표정도 한층 환해진 것 같습니다.
평소에도 아빠는 아침 출근전에 길어야 1시간, 짧으면 20분정도 밖에 못 보는 사람입니다.
그래도 주말에는 같이 놀고, 같이 밥먹고, 같이 부대끼고 뒹굴거리고 외출했는데
이번주에는 그나마도 못 보다보니 똑순이도, 엄마도 어딘가 모르게 날카로와지고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너무 더웠던 요며칠간 똑순이는 잠시 열이 나기도 했지만, 건강할 때에도 밤잠을 잘 못 이뤘습니다.
자주 깨고, 울고, 계속해서 젖을 찾고...
새댁도 너무 더워 괴로웠는데 어린 아기는 오죽했을까요.
'숨막히게' 더웠던 어제 밤에는 거의 1시간 간격으로 깨서 우는통에
우는 똑순이를 달래야, 부채질 해주랴, 젖주랴... 새댁 혼자 아주 진땀을 뻈습니다.
그런 순간에 부채질이라도, 하다못해 '얘가 오늘 왜이럴까, 날 정말 너무 덥다'고 같이 얘기라도 나눌 신랑이 곁에 없다는 것은 
그 밤을 더 덥고 숨막히게 하는 속상한 일입니다. 

생각해보니 작년 이맘때, 똑순이가 태어나고 두달가량이 신랑이 유일하게 저녁 7~8시쯤 퇴근해
우리와 함께 저녁시간을 보냈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때 하루종일 갓난아기와 씨름하고(우는 똑순이를 거의 하루종일 안고, 젖을 먹이는 일이 반복되던) 난 새댁에게
신랑의 이른 퇴근은 유일한 희망이었지요.
돌아보니 그 시절이 참 애잔합니다.

신랑의 부재가 길어지면 혼자 계속 똑순이를 돌보는 새댁의 긴장과 피로도 높아집니다.
아침 시간 잠깐이라도 신랑이 똑순이와 함께 놀 때, 
새댁은 잠시 마음에 여유와 쉼표가 찍히는걸 느낍니다. 
나 말고도 이 아이를 책임지고, 사랑해주고, 살을 부대끼며 놀아줄 수있는, 그렇게 믿고 맏길 수 있는 어른이
한명 더 있다는 사실이 주는 위안과 안심은 정말 큽니다.

할아버지 할머니같이 다정한 어른없이, 엄마아빠와 단촐하게 셋이 사는 아이들..
아빠들은 대개 일로 바쁘니 엄마 혼자의 보살핌만 받고 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엄마도 일을 하면 보육기관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게 되니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은 정말 짧을 것입니다.
아이들은 다정하고 친밀한 어른들과 얼굴을 맞대고 일상적으로 부대끼며 사랑받고, 배우고, 뛰놀며 자랄수록 행복할텐데...
아파트 마당에 나가면 경비원 아저씨들, 이웃 할머니 할아버지들, 또래 친구들과 그 엄마들..
이렇게 똑순이가 얼굴 볼 수있는 어른들이 계시긴 하지만 
한집에 같이 살며 따뜻한 사랑을 느끼게해줄 수 있는 어른의 존재가 아쉽습니다. 

'아빠가 있는 시간', 
가족이 함께 있어 행복하고 충만한 시간.. 
소중한 인생의 하루하루를 따뜻하고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이런 시간이 너무 절실합니다.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