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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3.06 말 못하는 아픔 9
umma! 자란다2010. 3. 6. 21:58





                                                     (놀라지 마세요! 딸기쨈이랍니다~^^;)



얼마전 안방을 정리하고 나오다가 문고리에 머리를 세게 부딪혔다.
"아야~!" 너무 아파서 비명이 나왔다.
한참 문지른후 겨우 괜찮아지긴 했지만 며칠동안 그 자리가 얼얼하게 아팠다.
잊고 지내다가도 가끔씩 쿡 하고 부딪힌 자리가 아파와서 "아유, 아파라... 거 되게 아프네..."하고 궁시렁거리다가
문득 연수는 늘 여기저기 많이 부딪히고 넘어지는데 그 자리가 이렇게 오래 아프진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 아이는 아직 아파도 아프다고 말할 줄 모르는 어린 아가.
잘 넘어지고, 부딪히기도 많이 해서 가끔 목욕시키다 정강이 군데군데 새로 든 멍을 발견하게 되는 아기.
"어 연수, 여기도 멍들었네?"하고 물으며 만져주면 아프다는듯 얼굴을 찡그리긴 해도
아직 "아파" 그 한마디를 못하는 22개월 아기다.

이 애도 뜨문뜨문 다친 자리가 다시 아파올 때가 있겠지..
신나게 놀때는 잊어버리고 뛰어다니다가도 조용한 밤이나, 가만히 놀다보면 쿡 하고 멍든 자리가 아플 때가 있을 것이다.
그러면 엄마를 찾고 한번 더 안아달라고 매달리고, 울음을 터트리는게 아닐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나는 연수의 엄지발톱 뿌리에 작게 까만 멍이 든것을 모르고 지낸 적이 있었다.
나중에 보니 그런 것이 있어서 깜짝 놀라 이유를 생각해보니 운동화가 작아진 것 같았다.
몸무게는 얼마나 늘었나 곧잘 체중계로 재어보면서도 아이 발 자라는 것은 미처 생각을 못하고 있었다.
그저 신발만 신기면 신나게 밖을 뛰어다니는 아이이니 발이 아픈 것도 몰랐던 것이다.

그때 부랴부랴 조금 큰 신을 새로 사 신기면서 나는 얼마나 속으로 미안했는지 모른다.
엄마가 몰랐구나.. 네가 말을 못해도 엄마는 다 살펴주고 알아주어야하는데 그만 몰랐어...
그동안 작은 운동화안에서 엄지발가락을 구부리고도 그토록 열심히 아장아장 걷고 웃고 엄마랑 풀꽃이며 돌멩이를 보러 다녔었구나... 
다만 안아달라 하면 오래 걸어 다리가 아픈가보다 하고 군말않고 안아주고 업어준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었지만
그래도 그 작은 발톱에 멍이 들게 했다는 것이 한동안 마음 짠하게 아프고 미안했다.

그때 이후로 나는 연수가 몸무게가 좀 늘었거나 키가 좀 큰 것 같아 보이면 늘 발도 같이 보고 연수에게도 묻는다.  
"연수야 신발이 작진 않니? 발가락 안 아파?"
그리곤 덧붙였다. "발이 아프면 엄마한테 얘기해줘. 그럼 엄마가 더 큰 신발을 사줄께."

그런데 그동안은 그렇게 물어도 별 대답이 없던 연수가 엊그제는 신발을 벗고 집에 들어와서는 발가락을 잡고 울었다.
"왜 그러니 연수야? 발이 아파?" 하고 물었더니 그렇다는 듯이 발톱끝을 계속 가르켰다.
이상했다. 분명 내 손으로 눌러봤을 때는 신발끝에 아직 자리가 있는것 같았는데...
발톱을 너무 바투 깍아서 살이 아픈가 싶어 살펴봤지만 그런 것 같지도 않았다. 가시에 찔린 것도 아니고...
엄지발가락 바닥에 약간 굳은살같은게 있긴 했지만 그건 워낙 열심히 걸어서 그런 것 같았다.

"연수야, 신발이 작아? 그래서 발이 아픈거야? 큰 신발 사줄까?"  하고 묻자
글쎄 이 녀석, "크~~~은", "크~~~은"하고 말하며 울음을 그치는게 아닌가.
연수는 한 술 더 떠서 "차, 붕~, 크은~, 신" 하며 언젠가 엄마에게 들은 얘기를 그대로 재연했다.
신발가게가 나온 그림책을 보다가 연수도 큰 신발이 필요해지면 아빠랑 차타고 가서 사자는 얘길 했던 것이다.

제가 발이 아프다했으니 엄마가 약속한데로 새 신을 사줄거라 굳게 믿고 있는듯한 아이의 얘기를 듣고,
더구나 22개월에 접어든 아기가 제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문장을 구사해서 엄마가 약속(?)한 얘기를 읊어주는데
그 말을 실행에 옮기지 않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 그래서 아빠가 쉬는 오늘, 꼼짝없이 연수 새 신을 사러다녀왔다.  
아무리 봐도 지금 신발이 작은 것 같진 않은데... 새 신발을 사고싶어 눈물연기를 할 정도로 얘가 컸나?? 
마음속에서 궁금증이 꼬물꼬물 피어올랐지만 암만봐도 그럴 정도로 큰(?) 것 같진 않다.
돌아보니 그 날 많이 뛰어다녀 발이 아팠거나 제 발보다 큰 고무신을 끌고다니느라 엄지발가락이 아팠던게 아닐까 싶다.
어쨌든 발이 아파 우는데 엄마가 달래면서 '큰 신발' 얘기를 하니 전에 그림책보며 들었던 말이 생각나 읊어본 게 아니었을까.
 
나중에 정말로 신이 작아지면 얘기하라는 것인데 미처 거기까지야 생각못하는 어린 아가가
들은대로 유창하게(ㅎㅎ) 복습해 본것에 화들짝 놀라 아빠에게 호들갑을 떨며("연수가 신이 작아 발이 아프다고 울었어!", "정말?", "응! 발을 붙잡고 울면서 큰 신사달라고 말했다니까!") 출동한 것이 조금 민망했지만
지금은 우선 그런 얘기도 할 수 있을만큼 아이가 컸다는 사실만 고마워하고 기뻐하기로 했다. ^^;

아이들 물건은 크기는 작은데 값은 참 비싸서 진열대 앞에서 들었다놨다만 하기 일쑤다.
옷은 굳이 좋은 것을 사입힐 필요가 없지만 신발은 발이 편해야 잘 걷고 잘 뛰어놀 수 있으므로 좋은 것으로 사주고 싶었다.
마침 상품권 생긴게 있어 백화점에 가보니 튼튼한 운동화를 세일해서 29000원에 팔고 있어서 비교적 저렴하게 살 수 있었다.
매장에서 신겨보니 큰 듯했지만 넘어지지 않고 잘 걸었다. 찍찍이가 단단하게 잡아주니 좀 커도 괜찮나보다. 
아이들 발은 빨리 자라지만 넉넉한 신을 샀으니 한참동안은 신 작아질까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 ㅎㅎ 

아프면 어디가 아프다고, 어떻게 아프다고 말할 수 있으려면 아직은 한참 더 자라야하겠지.. 우리 꼬마.
그 전까지는 울음이 네 언어고, 안아달라고 뻗는 두 팔이 네 얘기일 것이다.
엄마가 더 잘 들어주고 살펴줄께. 
엄마가 아픈 것을 다 낫게 해줄 수는 없어도 엄마 품에서 아픔을 잠시 위로받고 나면 
아픈 것도 잘 이겨내고 더 씩씩하게 뛰어놀 수 있는 용기와 기운이 생기리라 믿는다. 

연수야, 봄에는 새 신신고 더 열심히 뛰어다니렴.
머리가 하늘까지 닿도록~! ^^











++ 근래들어 딸기잼맛을 알게된 연수. 너무도 사랑하여 "잼~ 잼~" 노래를 부른다.
식빵에 딸기잼을 발라주면 딸기잼만 핥아먹어서 얼굴이 저렇게 된다. ^^;;;
연수가 아픈데 얘기 못하고 있을까봐 제일 걱정되는 곳중에 하나가 이다.
아직 모유수유중인 연수는 밤에도 자다깨서 곧잘 젖을 먹는다. 낮에도 양치를 그리 열심히는 못 시키고...
이가 아프다고 울며 엄마에게 오기 전에 치카치카를 좀 더 잘 해야할텐데... 칫솔을 엄마한테 당췌 넘겨줘야말이지 -.-;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