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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8.09 셋째 이야기 25
umma! 자란다2012. 8. 9. 00:44





블로그가 오랫동안 초여름이던 6월 이야기에서 멈춰있었는데

느닷없이 셋째 이야기로 다시 문을 열게 되었다.

^^


셋째가 생겼다.

다시 아이를, 한 생명을 내 몸속에 키운다는 것이 참 벅차고 기쁘다.

더운날 속도 조금은 불편하고 두 아이와 씨름하는 짬짬이 고단함이 더 많이 밀려오고 이런저런 걱정도 들지만.. 

아이를 갖고 낳는다는 것은 그 모든 수고로움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고맙고 행복한 일이라는 것을 잘 안다.

그래서 참 기쁜 마음으로 지난 7, 8월을 살았다.


셋째 아이의 태명은 '바다'라고 지었다.

아이가 생긴 줄 아직은 모르던 7월초의 두 주일간을 강릉 친정에서 지냈는데

그때 연수연호와 바다에 자주 가서 놀았다. 

동해의 푸르고 시원한 바닷물에 발을 담그고, 신나게 파도속에서 뛰어노는 연수를 바라보고 웃는 동안

바다도 엄마 몸속에 처음 자리를 잡고 눈부신 성장을 시작하는 생애 첫 날들을 제 힘껏 함께 보냈다.

그 바다의 기억이 나에게도, 아이들에게도 모두 좋은 힘이 되어주길 빈다.


서울에 돌아오고 며칠 지나서 셋째가 생겼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 내 마음에 처음으로 들었던 감정은 어떤 운명(숙명?)같은 것을 받아들인 평온함 같은 것이었다.

이제 뭔가 다 갖춰진 것 같은 느낌이랄까.. 올 것이 왔다는 기분..? ^^;;

해보고 싶지만 힘들까봐 마음속으로 주저하며 차마 엄두내지 못하던 어떤 일을 막상 딱 시작하게 된 기분. 

설레기도 하고, 걱정되기도 하고.. 그래도 용기를 내보고 싶고 무엇보다 마음 깊은 곳부터 행복해지는 기분.  

세번째 아이가 내게 찾아오면서 준 선물들이다. 

고맙다, 바다야.  











요 예쁜 녀석이 내년 3월이면 형아가 된다. 

(오빠가 될지, 형아가 될지 아직 알수는 없지만 우리 부부는 너무 큰 기대는 하지 않기로 하고 '삼형제'를 키우는 일에 대한 마음의 각오를 지금부터 다지고 있다. ^^ㅜ)

이제 만14개월을 거진 채운 연호는 제 형보다 훨씬 어린 나이에 동생을 보게 되었다. 

이제 한참 걸음마를 시작했고 나들이를 좋아하고 자기 주장도 점점 강해지는 연호를 돌보며 '햐, 요녀석.. 만만치 않네...' 생각하는 때가 하루에도 여러번이지만

아직 완성되지 않은 걸음마로, 아직도 아기태가 많이 남은 통통한 몸으로 나를 향해 걸어오는 모습을 볼 때마다

'아 정말로 예쁜 시절이구나, 제일로 예쁜 때야' 절감하곤 한다.


고맙다, 연호야. 어린 동생에게 일찍 엄마품을 내어주고 우리중에 네가 제일로 힘들고 어려운 시간을 보내게될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안쓰럽고 더 애틋한 우리 둘째 아기.

사랑한다, 연호야.. 네가 이만큼 큰 어른이 되더라도, 언제까지나 너는 엄마의 제일 작고 애틋한 아기일거란다.  












연호가 어느새 혼자 그네를 붙잡고 앉아 탈 수 있을만큼 컸다.

제 힘으로 걷게된 뒤론 물속이든 풀속이든 겁도 없이 성큼성큼 걸어들어가려고 하는 아가.

저보다 한참 큰 형아에게도 이제는 제법 먼저 장난도 걸고, 깨물기도 하고, 이불위에서 뒹굴거릴때도 거의 밀리지않는 당찬 둘째다. 

 












연수는 셋째가 생겨서 너무 좋단다.

엄마가 '셋째를 바다라고 부를까해' 했더니 '난 아이스크림이라고 부르고 싶은데!' 했다가 '그럼 아이스크림 바다라고 부르자~!'고 해서 

우리 큰 형아는 셋째를 '아이스크림 바다'라고 부른다.

'엄마, 아이스크림 바다가 딸이었으면 좋겠어!' 하다가도 '아직 좀더 커봐야 알지~'하며 나름 아는 소리를 하는 연수는 

'엄마, 아이스크림 바다가 태어나면 우리도 사진관가서 가족 사진 찍자' 며 아직 태어나지 않은 막내동생을 엄청 챙기고있다. ^^


동생이 어떤 존재인지, 엄마 배속에서 어린 동생이 자란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한번 겪어봐서일까.. 

셋째를 대하는 연수의 태도는 한결 여유롭고 편안해보인다.  

가족이 많아진다는 것, 함께 웃고 울고 놀고 싸우며 부둥키고 살아가는 끈끈한 식구가 한 명 늘어난다는 것이 얼마나 고맙고 좋은 일인지 어린 아이들은 마음으로 먼저 알고있는 것 같다.

셋째의 등장을 반기고 좋아하는 연수의 마음이 따뜻해서 함께 얘기하고 있으면 내 마음도 포근해지는 것 같다.














지난 봄 언젠가 시댁갔을때 찍은 사진인데 연수 표정도 재밌고, 내 모습도 웃겨서 올려보는 사진이다. ㅎㅎ


덥다, 덥다해도 아이들 덕분에 지치지 않고 살았다.

오전오후로 두세번씩 욕실 욕조와 거실 베란다에 아기욕조 가져다놓고 만든 '우리집 야외수영장'을 들락거리며 

젖은 몸을 수건으로 닦지도 않고 그냥 더운 공기에 말려가면서도 잘 웃고 잘 놀고 잘 먹고 자면서 지내준 아이들덕분에

나도 저녁마다 함께 곯아떨어져 자기 바쁘면서도 

행복하게 보냈던 여름이었다.

아직은 더운 날이 좀더 남아있겠지만 그래도 벌써 아침저녁으로는 제법 시원한 공기가 밀려온다.

가을이 멀지 않았을 것이다.

단풍이 곱게 물들고, 날이 시원해 온종일 밖에서 놀아도 좋은 가을날이 오면

아이들 손을 잡고 숲으로 산책도 가고 낙엽깔린 거리도 많이 걸어주어야지.

불러오는 배를 하고 두 아이와 함께 보낼 수 있는 빛나는 가을을 마음껏 만끽해주어야지.. 


씩씩해야겠다.

바다도 엄마 배속에서 씩씩하게 잘 클거라 믿고, 엄마도 힘내고 형아들도 잘 지내게 보살펴주자.

바다가 온 후 내 안에 있던 모성본능이 한번 더 정신을 바짝 차리고, 대충 살면 안되겠다 싶었던 모양인지 

연수연호에게 속상해하거나 짜증내는 일이 많이 줄었다.

셋째가 태어나고 나면 처음 동생을 보는 연호도, 동생이 둘이 되는 연수도 이래저래 참 많이 힘든 시간을 또 함께 견뎌내야할 것이다. 고통스러워 피하고싶기도 하지만 그런 부대낌의 시간을 오롯이, 우리 힘으로 함께 살아내야만 비로소 달콤하고 행복한 시간도 찾아온다는 것을 우리는 연호 때 함께 배웠다. 

이런 생각을 하다보면 아이들이 함께 살아가는 인생의 동료라는 생각이 진하게 든다.

고맙고, 든든하다. 

아이들 수발들며 쉽게 지치고 짜증내던 엄마의 얕은 마음을 바다가 잔잔하게 다독여주고, 조금씩 더 깊어지게 보듬어주는 모양이다. 아이들 덕분에 자란다.. 

  

강릉 부모님 곁에서 보냈던 7월의 시간들이 참 힘이 많이 되었다.

부모님은 모르셨겠지만, 나도 몰랐지만 바다가 세상에 생겨나서 처음으로 느낀 엄마의 감정들이 편안하고 충만한 것일수 있도록  이번에도 참 극직한 보살핌을 받고 돌아왔다.

지난해 12월에 갔다가 꼬박 반년만에 갔던 친정 나들이였다. 일년에 두번쯤 있는 엄마의 귀한 휴가인 셈이다.

강릉 사진들도 좀 올리고, 여름 이야기 하고싶은 것이 참 많은데

아이들과 하루를 땀나게 보내고맞는 밤에는 늘 잠이 앞선다. 

천천히... 천천히 기록해두어야지. 

아이들과 함께했던 젊은 엄마의 시절들을.


아참, 셋째가 오고나서 또 한가지 깨달았다.

이 아이들을 키우다가 내 젊은 날은 다 끝날 거라는 것.

이 사실을 아쉬움없이, 안타까움없이 덤덤하게 인정하게 되었다.

그래.. 다 갈 것이다. 아이들이 다 자라고나면 내 나이도 어느새 마흔 중반을 훌쩍 넘어 오십을 바라보고 있을테니

젊음은 끝날 것이다. 그 뒤에 날들이 아름답지 않을 거라는 건 아니다. 그떄도 아름답고 좋은 날일 것이다. 더 깊고 빛나는 시간들로 살 수 있을 것이다. 

그저 내 젊은 날들은 아이들과 함께, 갓난아이들을 어린이로 키워내는데 온통 쓰이게 될 거라는걸 알고 받아들이면서 

이 날들이 더 소중하게 생각된다. 

다른 무엇이 더 있지 않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날들, 여기가 내 인생, 내 젊은 날의 전부.

고맙게 뜻깊게 살아야겠다. 





 








Posted by 연신내새댁